초능력으로 신화가 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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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dob002
작품등록일 :
2019.09.19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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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23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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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능력자도 어쩔 수 없는

DUMMY

해가 바뀌었다.


2051년.


지구가 한 나라가 된 지 3년이 됐고 첫 초능력자가 탄생한 지 11년이 됐다.


첫 공식 초능력자는 어스원아메리카의 과학자 벤자민 미들턴이다.


초능력 주사가 의학적으로도, 과학적으로도 모두 안전성이 입증됐지만 그래도 사람들의 이목은 미들턴의 상태에 집중됐다.


당연히 미들턴은 건강했다. 그리고 초능력자가 됐다.


미들턴의 능력은 굉장했다. 비를 부르는 능력이었다.


정확히 비를 부른다고는 할 수 없었다. 만드는 거였다.


처음엔 작은 구름을 눈높이 정도에 만들어 비를 내리게 했다.


그의 능력은 점차 발전해 100m 상공에서 지름 50m 정도의 구름을 만들었다.


대단한 능력이었지만 어떻게 생각하면 또 대단하지 않았다.


그 능력을 딱히 쓰기가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지름 50m 구름에서 쏟아지는 비의 양이라야 얼마 되지도 않았다.


결국 미들턴은 적성을 찾았다.


인공 강우 연구소에 들어간 것이다.


물론 인공 강우엔 그의 능력과 별개로 많은 기술이 필요했다.


단지 갑자기 소량의 구름이 필요하다거나 할 때 그가 능력을 사용했다.


하지만 진짜 직업이라 할 수 있는 건 강연이었다.


최초라는 게 다 그런 거다.


“난 렉스맨의 '허리케인'같은 능력자가 될 줄 알았어, 이 사람”


미들턴의 일대기를 읽고 있는 이수에게 정지우가 말했다.


모임의 또 다른 일행인 이비우는 앞에서 시각디자인에 관한 책을 보고 있었다.


“조용히 좀. 여기 도서관이잖아”


이수가 당연한 말을 하자 지우의 목소리가 줄었다.


서울초능력대학에 나란히 합격한 셋은 일주일에 한 번씩 모여 관련된 내용을 공부하고 있다.


딱히 구체적인 건 없었으나 일단 모이는 곳은 도서관이었다.


2010년이건 2051년이건 가장 많은 자료가 있는 곳은 언제나 도서관이다.


석기 시대 자료부터 미래 자료까지. 일반인이 접할 수 있는 모든 자료는 도서관이다.


수십 년 전보다 도서관 시스템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종이로 만든 책이 많았고, 데이터베이스도 충분했다.


그때에 비하면 세상 모든 도서관이 네트워크로 연결됐다는 점, 또 모든 자료가 10개 국어 이상으로 실시간 번역이 가능하다는 부분이다.


또 책상마다 에어스크린도 설치돼 있었다.


지우가 보는 자료는 이수의 것과 사뭇 다른 입장이었다.


‘초능력의 희생자들’이라는 제목의 책이었다.


정부가 첫 초능력자인 벤자민 미들턴을 알리는 데 주력했지만, 사실 대부분의 처음엔 시행착오가 있기 마련이다.


미들턴 탄생 이전에, 가히 셀 수 없는 수의 부작용 자가 있었다.


이 책에선 초능력 주사 임상 시험 참가자들의 인터뷰를 다루고 있다.


일부는 성공적으로 초능력을 장착했으나 절반 이상에겐 부작용이 나타났다. 임상 시험을 통해 초능력자가 된 사람들은 한동안 공식 초능력자로 인정받지 못했다.


책에서 가장 안타까운 부분은 호세 마르티네스라는 사람의 이야기였다.


마르티네스는 벤자민 미들턴 직전, 최종 버전의 초능력 주사를 맞은 사람이다.


마르티네스 또한 성공적으로 초능력이 발현됐다.


하지만 미들턴과의 차이점은 ‘공식이냐 아니냐’였다.


그의 능력은 수학적인 것이었다. 바로 엄청난 계산 능력과 암기력이었다.


배가 고프기 전까지 원주의 소수점 자리를 부를 수 있었고, 대부분의 계산을 컴퓨터만큼 빨리했다.


그러나 초기만 해도 공식 초능력자가 아니었고, 초능력자를 위한 행사에는 초대받지 못했다.


그 자리의 주인공은 미들턴이었으니까 말이다.


“이 사람 진짜 안타까운 거 같아”


마르티네스에 대한 자료는 이미 이수도 충분히 알고 있었다. 다큐멘터리 채널이 좋아하는 소재였다.


다큐멘터리 채널은 마르티네스의 경우처럼 안타깝고도 재미있는 주제를 좋아한다.


공식 초능력자가 돼 각종 강연을 돌며 떼돈을 벌고 있는 미들턴. 그리고 단지 그보다 일주일 전 주사를 맞았을 뿐인 마르티네스.


불과 일주일 차이였지만 그들에 대한 인지도나 대우는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였다.


둘의 관계는 마치 아폴로 11호의 암스트롱과 콜린즈 같았다.


함께 아폴로 11호에 승선했지만 단지 누가 먼저 달에 발을 디뎠는지의 차이였다.


“마이클 콜린즈가 누군지 아세요?”


언젠가 달에 대한 프로그램에서 리포터가 시민들에게 한 질문이었다.


대답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초능력 발전을 위한 모임이었지만 별달리 하는 건 없었다.


아무래도 당분간은 합격에 대한 기쁨을 나누는 모임 정도가 되는 분위기였다.


도서관에 한 번 모이고, 서로의 집을 방문해 초능력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초능력 개발에 관한 이야기도 많이 했다.


이날은 조이수의 집 차례였다.


도서관을 갔다가 간단히 배를 채운 뒤 이수 집으로 향했다.


모임의 암묵적인 규칙은 ‘집 주인에게 집중하기’였다.


그러므로 이날의 목표는 이수의 초능력이었다.


이수는 여전히 초능력 사용이 익숙하지 않았다.


지우에 비해도 부족했고 숙련자인 이비우에 비하면 초보자 수준이었다.


집 뒤 공터엔 눈이 한 무더기 쌓여 있었다.


온난화로 기온이 올랐다곤 하지만 여전히 어스원코리아의 겨울은 추웠다.


“그러니까”


이수가 말을 이었다.


“허공에 눈덩이를 만들라는 거야?”


나이가 한 살 많은 비우도 다 같이 말을 놓기로 한 친구들이었다.


“그러지, 허공에 눈덩이를”


허공에 눈덩이를 만드는 건, 눈의 크기를 줄이거나 크게 하는 것과는 다른 영역이었다.


얼마 전 면접에서 교수들이 시킨 ‘지우개 만들기’와 비슷한 경우였다.


“그래서”


이수의 말을 지우가 받았다.


“그래서 아까 눈에 관련된 책을 보라고 한 거야”


친구들이 강조한 건 눈의 구조였다.


눈이 어떤 구조로 이뤄져 있고, 어떤 과정으로 생기는지 등이었다.


“해볼게”


일단 정확한 지점, 정확한 크기를 설정해야 했다.


1m 앞, 이비우의 배 정도의 높이에 눈덩이를 만든다.


눈덩이의 크기는 지름 2cm 정도의 크기.


정확한 크기와 지점까지 생각했으니, 이젠 집중만 하면 된다.


바닥에 쌓인 눈 입자가 이동해, 허공에 눈덩이를 만든다.


만든다. 만든다.


“어···?”


“어···. 뭔가 생긴다!”


친구들의 말대로 허공에 무언가 생기고 있었다.


가운데서부터 하얗게 뭉치는 차갑게 생긴 그것, 바로 눈덩이였다.


“헉! 헉···!”


너무 집중한 마지 호흡마저 가빠진 이수.


그런데 원하는 모양이 아니었다.


“이거, 무슨 고드름처럼 생겼네”


떨어진 눈덩이를 이비우가 집어 들었다.


길이 5cm, 지름 1cm 정도의 크기였다.


“아냐, 그래도 목표로 한 눈덩이랑 부피는 비슷할 거 같아”


지우가 낙관적으로 분석했다.


지우의 말처럼 기다란 눈 고드름(?)이나, 이수가 목표로 한 눈덩이나 부피는 비슷했다.


그렇다고 성공한 건 아니었다.


결국, 세 번의 시도 끝에 원하던 걸 만들었다.


체력은 바닥이 난 상태였다.


“57분”


지우가 시간을 재고 있었다.


물 마시고, 쉬는 시간을 포함해 성공하기까지 걸린 시간이었다.


가장 짜증 나는 건 이수 본인이었다.


시험이라도 본다고 하면 낙제를 걱정해야 할 수준이었으니 말이다.


“처음엔 다 그래”


친구들의 위로였다.

.

.

.

.

.

염동혁이 말한 ‘서칭’ 능력자는 ‘조서치’라는 이름이었다.


그에 따르면 조서치에겐 ‘마음의 눈’이 있었다.


“영화 렉스맨에서 나비어 박사가 하는 것과 비슷한 거지”


하지만 그렇다고 무턱대고 찾아가 부탁할 순 없었다.


아직 본 적도 없고, 입학식도 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수가 한 시도는 커뮤니티였다.


안티초능력협회 커뮤니티에 가입하는 거였다.


커뮤니티 가입은 어렵지 않았다.


초능력이 없다는 걸 증명할 필욘 없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본명은 밝히지 않는 분위기라 ‘이소리’라는 이름은 찾지 못했다.


그저 자리에 앉아 하나하나 글을 뒤져보는 수밖에 없었다.


가장 많은 글은 초능력자에 대한 분노였다.


식당을 운영한다는 한 남성의 가게에 초능력자가 행패를 부렸다.


힘 쪽에 특화된 능력자인지 가게 기물을 가루가 되도록 부쉈다.


가게에서 소주를 다섯 병 넘게 마셨고, 결국은 경찰에 끌려갔다.


안티초능력협회의 일반인들이 가장 불만인 건 무력감이었다.


이런 경우처럼 술이라도 먹고 난리를 치면,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협회는 오래전부터 ‘무기 합법화’를 주장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무기란 ‘살상이 가능한 수준’의 무기였다.


화약총이나 레이저총, 장검 등등 말이다.


레이저총은 군에서 이미 사용하고 있는 무기였다.


만화영화의 것과 비슷하지만, 한 발 한 발에 많은 에너지가 소요됐다.


하지만 위력은 엄청나 5cm 두께의 강철판을 뚫는다.


이수는 커뮤니티에서 다양한 키워드로 검색했다.


여러 번의 실패를 반복한 끝에 이번엔 ‘고아’로 해봤다.


이소리는 분명 고아라고 했다.


그러자 몇 개 게시물이 나왔다.


그리고 그중 하나가 이소리의 것 같았다.


글은 초능력자를 자기가 왜 싫어하는지에 대한 것이었다.


그녀는 고아로 자라 힘과 권력을 동경했고, 그래서 되는 일이라면 닥치는 대로 해 돈을 벌었다.


그러다 초능력이란 걸 알게 됐고, 초능력자가 돼 힘을 갖고 싶었다.


하지만 초능력 주사는 엄청난 가격이었다.


그래서 번 돈을 모조리 주사 비용에 부었다.


그러나 그녀는 초능력자가 될 수 없었다.


부작용이 생겼다.


온몸에 열이 나고, 종기 같은 게 돋아났다.


며칠을 혼자 끙끙 앓다 병원에 갔다.


결론은 ‘초능력 부작용’이었다.


초능력을 무효로 하기 위해선 역시 큰돈이 들었다.


결국, 남은 돈까지 무효화 주사에 쏟아야 했다.


글은 이렇게 마무리되고 있었다.


<그래서 초능력자가 정말 싫어요. 하지만 누가 한 번 더 기회를 준다면, 초능력 주사를 맞을 수 있는 돈이 주어진다면. 솔직히 한 번 더 맞아보고 싶어요>


이소리의 흔적을 찾고 나니 공허함이 생겼다.


찾았는데, 그다음엔 무얼 해야 할까.



‘혼자 초능력자가 돼서 미안해’


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다짜고짜 사랑한다고 마음을 표현할까.



요즘의 이수에겐 즐거운 일과 머리 아픈 일이 공존하고 있었다.


어스원코리아 최고의 초능력대학에 합격했고, 이비우, 정지우 등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부모님은 건강하고, 가까운 친구 김부록도 프로 입단을 앞두고 있다.


염동혁이라는 든든한 지원자도 생겼다.


하지만 이소리, 최수투, 루안 위 등의 고민거리는 쉽게 해소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분명 초능력자 타이틀을 갖고 있지만


그런 고민은


초능력자도 해결 못 하는 것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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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메시지 19.12.16 161 3 8쪽
60 음모엔 또다른 음모로 19.12.12 181 4 9쪽
59 친구들의 방문 19.12.11 195 2 7쪽
58 넷 무버 19.12.10 210 4 8쪽
57 계엄 그 후 19.12.09 219 7 8쪽
56 아수라장 19.12.06 235 10 7쪽
55 기습 19.12.05 253 12 11쪽
54 폭로 +2 19.12.04 251 12 10쪽
53 반격엔 반격에 반격 19.12.03 266 1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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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부사장의 품격 +2 19.11.22 377 14 10쪽
43 루안 위와 트리니디 +2 19.11.21 400 11 9쪽
42 이소리의 능력 +4 19.11.20 407 18 10쪽
41 새로운 이름 +2 19.11.19 426 1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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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할로 월드 +6 19.11.15 537 1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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