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 GOD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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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BrainLight
작품등록일 :
2019.09.20 09:55
최근연재일 :
2019.12.2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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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9.12.2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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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8쪽

사랑이란 이름으로 (2)

DUMMY

"주희와 그렇게 헤어지고서 주희가 너무 그리운 거야. 정말 미칠 것만 같더라고. 그래서 소문이 나지 않을 곳을 알아내 찾아가 여자를 샀네. 그것도 여러 번. 서로 다른 곳에서 매번 다른 여자를. 그런데 아주 이상한 건 어떤 여자를 안고 있어도 주희와 함께 있었던 그런 느낌을 전혀 받을 수가 없었지."


고태건은 독신으로 있는 한규영이 처음으로 털어놓는 내밀한 사생활 이야기에 놀랐다. 하지만 남자들에게는 흔히 있는 별로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는 표정을 애써 지으며 그저 그의 이야기를 열심히 들어주었다. 오히려 술김에 사랑도 매춘도 둘 다 세상이 모르게 감추어야 할 사실들을 진지하게 털어놓는 한규영이 측은해 보였다.


내게 털어놓아서 그저 털어져 버릴 수 있는 일이라면 그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지.


하지만 이야기를 들을수록 자신이 한규영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 착각이 어디까지인지 의심스러워졌다.


이렇게 가까운 친구의 마음도 모르는데...


그리고 그는 무엇보다 한규영이 말하는 '그런 느낌'이 궁금했다.


"그런 느낌이라면 어..떤...?"

"온몸에 불이 붙은 것처럼 피가 뜨거워지는 느낌 같은 거지. 그리고 절정의 순간에 내 몸이 녹아서 그녀의 몸과 한 덩어리가 된 것 같은 느낌 말이야."


그런 관계도 가능할 수 있나?


고태건은 여전히 내색하지 않았지만 한규영이 하는 말이 듣기가 매우 어색했다.


"그리고 감전이 된 것처럼 온몸이 떨리며 전율이 일어나더니 말할 수 없는 희열이 퍼지면서 머리 끝까지 차오르는 거지. 마치 기도하면서 성령을 받았다는 느낌이 들 때 오는 그 환희감과 같은...

주희를 안은 그날 난 그 느낌에 흠뻑 빠져서 그만 주희 가슴에 얼굴을 묻고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었네. 인간의 몸으로써 할 수 있는 완전한 합일이라는 게 분명 그런 것일 거라는 확신이 들었어. 그런 느낌을 알게 해준 주희가 그땐 성스럽게 보이기까지 했었으니까."


"잘은 모르지만 자네와 주희씨는 아주 특별한 연인이었던 건 맞는 것 같네. 그래서 아마도..."


아마도 애정이 없는 관계를 가질 때에는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없었던 거였겠지.


그러면서 고태건은 선인골에서 명상을 할 때 고순도의 에너지가 몸안으로 흘러들어오며 꽉 찬 듯 충만했던 느낌이 갑자기 떠올랐다.


"내가 결혼하지 않은 목사라서 더 얼마나 수많은 여자들로부터 추앙과 추파를 한몸에 받아 왔는지 상상이 되나?"

"그건 자네가 독신이어서라기보다 자네가 가진 탁월한 사목 능력 때문이잖은가?"

"그게 그거네. 다르지 않아. 하지만 난 알지. 내가 오직 하느님만을 너무나 사랑해서 사목에 충실하느라 독신으로 지낸다고 생각하게끔 만든 건 사실 바로 나 자신이니까. 더욱이 주희와 그렇게 헤어지고서 그걸 대신하기 위한 남다른 장치가 내게는 필요했었네."

"그런데 규영아, 오늘 주희씨를 만나고 그렇게 상심하는 이유는 대관절 뭐야?"

"주희가 나와 결혼하지 않은 분명한 이유를 오늘에서야 알았지. 그리고 내 인생을 돌아보게 되었네. 비참하더군. 정말로..."


한규영은 테이블에 엎드리다시피 두 팔을 올려놓으며 고통스런 표정으로 머리를 감싸쥐었다. 그바람에 한켠에 세워져 있던 빈 소주병 네 개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와르르 넘어져 나뒹굴었다. 고태건은 벨을 눌러서 빈병을 치우게 하고 한규영에게 말했다.


"이미 2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어. 그리고 율이.. 그러니까 주희씨의..."

"내 아들 말인가? 그래, 주희와 나 사이에 아들이 있다는 것도 오늘 알았지. 도무지 이게 말이 되는 이야긴가? 인생이 꼬여도 이렇게 꼬일 수 있다니...

난 내 인생을 항상 내 뜻대로 내가 주도해 왔다고 생각했네. 그런데 오늘 주희를 다시 만나고 보니 전혀 아니었던 거야. 내 인생을 서주희 그녀가 모두 주도해 왔더군..."



"아버지, 이젠 제발 절 좀 그만 놔두세요! 제 생활에 더이상 간섭하지 말라구요! 언제까지 제가 아버지와 교회를 위해 살길 바라시는 거예요?"

"넌 그게 목사 딸로서 할 말이냐? 내가 널 어떻게 키웠냐! 니가 좋은 교육받고, 원하는 거 모두 갖게 해준 게 다 이 아비가 하느님을 받드는 일로 누리게 된 은총이자 축복이야. 교인들이 늘 널 지켜보고 있다는 걸 모르겠니?

내가 목사 사위를 보고 교회를 물려줘서 내 딸이 평생 하느님 사랑과 은총으로 편하게 지내게 해주고 싶다는 게 뭐가 잘못되었다는 거냐?

지금 뭐라고? 혼자서 아이를 낳아 키우겠다고? 니가 미치지 않고서야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가 있냐! 누구냐 그 자식이. 어서 말하지 못해!"

"아버지, 전 목사 딸로서 살아야 했던 시간들이 숨막히도록 힘들고 싫었다구요. 이해 못하시겠어요?

그건 아버지가 원하는 삶이지 제가 원하는 삶은 아니에요. 왜 제가 아버지가 선택한 신념을 따라 제 인생을 살아야 하는데요?

이제 저도 서른이에요 제가 원하는 삶을 살도록 제발 그만 좀 놔두시라구요!"

"그럼, 뭘 어쩌려구? 진짜 아비 없는 아이라도 낳겠다는 거냐? 니가 예전에 그 운동권 아이와 붙어다닐 때도 내가 그렇게 조마조마 했었는데, 이제 뭐?

그래. 니가 내 도움 없이 앞으로는 어떻게 할 건데? 그동안 누리던 삶이 그리 쉽게 바뀔 수 있을 것 같으냐?

그 놈이 대체 누구야? 어서 말을 해! 아니면 내 말대로 조용히 정리하고 내가 점찍어 놓은 목사와 결혼을 하던가."

"아뇨, 전 아버지를 통해 하느님도 교회도 목사도 충분히 알만큼 알았다고 생각해요. 그건 제가 원하는 삶이 아니에요. 앞으론 제가 원하는 대로 살 거에요!"



한규영은 서주희에게 들은 이야기를 생각하며 연거푸 잔을 비웠다.


"그게 무슨 말이야? 주희씨가 어떻게 자네 인생을 주도할 수 있었다는 건가? 그녀가 자네와 함께 한 시간은 그리 길지도 않았잖아."

"태건아, 정말 모르겠나? 내가 감옥에 있을 때, 주희가 나를 찾아왔잖아. 그녀가 나를 선택한 거였다구. 왜 그런지 알겠어?"

"글쎄... 주희씨가 널 좋아했으니까..."

"그래, 맞지. 주희가 나를 좋아했었지. 내가 전망이 불투명한 운동권이었으니까."

"난 자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도무지 모르겠네."

"주희는 자신이 선택할 수 없었던 목사 딸이라는 정체성을 완전히 바꾸고 싶었던 거야. 내가 그 탈출구였던 거네. 그래, 자네 말이 맞아. 주희도 나를 사랑하고, 나도 주희를 사랑했고.

근데 내가 말이야. 태건아, 내가 그런 주희의 진심을 좀더 일찍이 알았더라면 내 인생은 어떻게 되었을까?"


아주 많이 달라졌겠지. 지금과는 아주 아주 많이...


고태건은 어떻게 한규영을 위로해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어떤 말을 해도 지금은 전혀 그를 달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래도 자넨 지금 성공한 목사이잖나. 교계의 조직화도 원하는 대로 이루었고."

"그래, 맞네. 그런데 갑자기 모든 게 복잡해졌어. 혼란스러워졌네. 주희가 그러더군. 율이가 자살을 시도했었다고."

"뭐...뭐라고! 정말이야? 아니 그런 일이 있었어?"


고태건이 화들짝 놀라며 물었다.


"운이 정말 좋았지. 바닷가에서 거의 다 죽은 율이를 발견해 구해준 사람이 있었으니까."

"이곳 사람이야?"


한규영은 침통한 표정으로 말했다.


"마스터 Z야."


국사님이?


"태건아, 난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으냐?"




- 신인 GOD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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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중립의 시간 (2): 지구에선 +1 19.12.11 159 16 12쪽
82 중립의 시간 (1): 옆자리 +1 19.12.10 170 15 12쪽
81 에너지 방송국 (2) +1 19.12.09 159 16 8쪽
80 에너지 방송국 (1) +1 19.12.08 160 16 9쪽
79 인디언 동굴 (2): 두 개의 나 +1 19.12.07 157 17 9쪽
78 인디언 동굴 (1): 전생 +1 19.12.06 189 18 8쪽
77 MWC (5): 필연 같은 우연 +1 19.12.05 145 17 11쪽
76 MWC (4): 너무 늦었지만 +1 19.12.04 163 18 10쪽
75 MWC (3): 미니와 미키 19.12.03 139 15 10쪽
74 MWC (2):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다 +1 19.12.02 144 16 7쪽
73 MWC (1): 나를 아는 기쁨이여 +1 19.12.01 153 17 11쪽
72 브레이니 올림피아드 (4) +1 19.11.30 163 18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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