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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민초를 품은 광해의 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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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주기
홍마루
작품등록일 :
2019.09.22 06:20
최근연재일 :
2019.11.25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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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04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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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부-1장 혼탁(2)

역사적 사실에 기반을 두고 있으나, 많은 부분이 허구로 소설은 전개됩니다. 사실적 배경, 사건 발단 시기, 등장인물 등, 여러 부분이 실제 역사와 상이 할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감사합니다.




DUMMY

1609년(기유년(己酉年) 광해 1년) 2월, 한양 창덕궁 선정전 조당.


진시가 되자 편전이라 불리는 선정전 조당에 삼정승을 비롯한 신료들이 양 갈래로 앉아 조회를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진시가 되고 일다경(一茶頃)이 지나도록 조회의 주체자인 광해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었다. 이에 조당에서 기다리고 있던 중신 중 대북파 신료들의 얼굴이 편치 않아 보였다.


잠시 후 광해와 함께 와야 할 도승지 김상용만이 조당에 들어와 조금은 어두운 표정을 지으며 조당 중신들을 보며 말했다.


“오늘 조회는 주상전하 없이 하셔야겠습니다.”


신료들 사이에서 웅성거리기 시작했고 남인 출신인 영의정 이원익이 도승지에게 물었다.


“허허, 주상전하의 옥체가 어떠하신데, 조회에 나오지 못하신다는 말이오?”


이에 김상용 도승지는 허리를 살짝 숙이며 말했다.


“어의에 말에 의하면 걱정할 정도의 큰 병은 아니나, 근래 계속된 불면으로 기력이 많이 쇠약해지셨다고 합니다. 그래서 당분간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게 대체 무슨 말이오? 조선의 지존이신 주상전하가 근래 잠을 이루지 못하시는 게 큰 병이 아니라니? 전하의 성후(聖候) 문제에 그런 불충의 소리를 한단 말이오?”


오늘따라 유난하게 광해를 위하는 척하는 영의정 이원익이었다. 이에 조당 오른쪽에 몰려 앉아있던 대북파 신료들이 아니꼬운 시선으로 바라봤다.


특히, 예조판서 이이첨의 눈은 갑주마저도 베일 듯한 날카로운 눈빛을 발산하며 한발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무엇보다 주상전하의 옥체가 우선이시니 휴식을 취하는 건 당연하지요. 그리고 이럴 때일수록 주상전하를 대신해 산적하게 쌓여 있는 조정 안건들을 충신의 자세로 논의해야지 않겠소? 시각이 많이 지체되었으니 어서들 시작합시다.”


광해 즉위를 위해 몸과 마음을 바쳐 지지함으로써 선조에게 눈 밖에 나, 정인홍과 함께 귀양길에 올랐던 이이첨은 천운이지는 모르겠지만, 지병 악화로 선조가 갑작스럽게 붕어하게 됨으로써 불충했던 ‘죄인’의 굴레를 벗어던지고 단번에 광해 즉위에 있어서 ‘일등공신’으로 추앙을 받으며 조정에 복귀하게 되었다. 또한, 예조판서에 임명되었다. 현재 일선에서 물러난 대북파 영수인 정인홍 다음으로 대북파를 이끄는 실세 중의 실세였다.


이렇듯 대북파는 광해 정권을 지지함으로써 미래 시대의 여당처럼 조정에서 실권을 장악한 채 붕당정치를 이어오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광해의 건강에 문제가 생긴다면 그것은 그대로 대북파의 안위와도 직접적 연관이 있기에 조성 신료들이 광해에 대한 건강문제를 가지고 공론을 펴는 것을 매우 탐탁지 않게 생각하기에 서둘러 조회를 시작하고자 했다.


“맞습니다. 논의할 게 한둘이 아니니 어서 조회를 시작하시지요.”


눈치 빠른 형조참의 허균이 이이첨의 의중을 간파하고는 거들었다.


“그렇습니다. 영의정 영감 시작하시지요.”

“네, 지체할 게 뭐가 있습니까? 어서 시작하시지요.”


허균에 이어 대북파 신료들이 돌아가며 한마디씩 던졌다. 이에 주상전하의 옥체 변고와 과민하게 반응했던 영의정 이원익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또한, 남인과 서인 출신의 신료들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였고 또 다른 남인 출신인 우의정 이덕형이 조당이 떠나가도록 큰 목소리로 외쳤다.


“지금 주상전하의 옥체보다 더 중요한 일이 뭐가 있다고 그러는 것이오?”


광해 즉위한 후 진주사(陳奏使)로 명나라에 다녀온 후 우의정 자리에 오른 이덕형이 대북파 신료들을 향해 깔아뭉개듯 말하자 형조판서 이이첨이 곧바로 대받아 쳤다.


“아니, 우의정 대감, 언질이 심하지 않소? 대소사를 논하는 조당에서 산적한 나라 의제를 논하고자 하는 신료들에게 천하에 둘도 없는 불충의 신으로 만드는 것이오? 주상 전하의 옥체 변고를 조당에서 탁상공론으로 해결될 것으로 보이는 것이오? 진정 주상 전하의 옥체를 생각한다면, 잠시라도 나라 걱정 없이 편히 쉬도록 하는 것이 우리 신료들이 해야 할 일이라 생각되는데 말입니다. 어험”


당차게 말을 마친 이이첨은 자신의 턱수염을 쓰다듬었다.


품계로 보자면 예조판서 이이첨은 정2품이었고 우의정 이덕형은 정1품이었다. 하지만, 자신보다 높은 관직이라 할지라도 현 여당의 대북파 실세인 이이첨에게는 그러한 것은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허허, 이 판서 대감! 누가 불충의 신이라 하였다고 그러는 것이오”

“지금 하신 말씀이 그렇지 않소이까? 어의 말대로 잠시간 휴식을 취하면 될 것이라 하는 것을 마치 주상 전하의 옥체에 큰 문제라도 발생한 것처럼 유난을 떠시니 말입니다. 아니 정말 주상 전하의 옥체에 변고라도 생겼으면 하는 의중이시오?”


이때 서인의 대표 격인 병조판서 이항복이 목에 핏줄까지 세우며 이덕형을 두둔했다.


“이 대감! 말이 심하지 않소? 우의정 대감께 무슨 그런 사악한 말을 하는 것이오?”


“뭐요? 사악한 말? 병판! 지금 말 다했소이까?


이이첨이 쌍심지를 세우고 몸싸움이라도 할 기세로 앞으로 나서자, 좌의정 이산해가 다급히 말렸다.


“이 대감! 진정하시구려, 두 분 다 옳은 말씀입니다. 산적한 조정의 안건 논의도 중요하고 주상전하의 옥체 보존 역시 매우 중요합니다. 하나, 우리 신료들이 해야 할 일과 어의가 해야 할 일이 따로 있지 않소이까? 주상전하의 옥체는 어의가 어련히 잘 보살필 것이니 우리 신료들은 해야 할 일은 하면 되는 것이 아닙니까?”


삼정승 중 유일한 대북파 출신의 좌의정 이산해의 말은 양쪽 모두를 위한 말인 것처럼 들렸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역시나 같은 대북파인 이이첨을 두둔하는 말이나 다름없었다.


즉, 광해의 옥체는 어의에게 맡기고 신료들은 조당 조회나 하자는 그런 뜻이기도 했다.


“청산유수(靑山流水)입니다. 좌의정 대감!”


영의정 이원익이 살짝 비꼬는 식으로 말하자 대북파 신료들은 하나같이 달려들 듯 저마다 한마디씩 던졌고 남인과 서인들도 뒤질세라 맞받아쳤다.


결국, 광해가 불참하게 된, 이날 조당 조회는 산적한 대소사 안건 하나 제대로 의논하지 못한 채 당파 간 말싸움으로 끝나고 말았다.


* * *


1609년(기유년(己酉年) 광해 1년) 2월, 한양 예조판서 이이첨 안가.


늦은 밤, 이이첨의 안가 사랑채엔 대북파 인사들이 죄다 모였는지 적지 않은 방의 크기임에도 발 디딜 틈도 없이 꽉 차 보였다. 단, 연로한 좌의정 이산해는 자리하지 않았다.


금일 광해가 건강문제로 조당 조회에 불참한 사건으로 조선 팔도를 주무르고도 남을 권력을 한 손에 쥐고 있는 대북파 신료들이 이이첨 안가 사랑채에 모인 이유였다.


“정말로 염려됩니다. 이러다가 정말로 주상 전하의 옥체에 변고라도 생기면 정말 큰 일입니다.”


사간원 정6품 관직인 정언 한찬남이 대북파 신료들을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둘러보며 말했다. 이에 형조판서 허균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보탰다.


“그러게 말이오. 심히 걱정됩니다.”


이에 이이첨이 좌탁을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


"그리 걱정할 거 없소이다. 나선 어의에게 확인해본바, 심각한 질병은 없다고 합니다. 며칠 푹 쉬면 쾌차할 것으로 보인다고 하였소”


예조판서 이이첨은 조회가 끝난 후 조용히 나선 어의를 찾아가 광해의 옥체에 대해 확실한 답을 듣고 온 상태였다.


“나선 어의가 사실대로 고했을까요?”


허균이 의심의 눈초리를 보이며 말했다. 어의의 책무 중, 어떠한 상황에서도 조선 국왕의 옥체 변고에 대해서 함부로 누설하는 것은 절대 금기였기 때문이었다. 이에 거짓으로 고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이에 이이첨은 낮에 있었던 일을 회상하며 조용한 어투로 말했다.


“나선 어의가 나에게 거짓을 고하진 않았을 것이오. 만에 하나, 정말로 주상 전하의 옥체에 변고가 발생했다면 모든 책임은 나선 어의에게 있으니, 아마도 신중히 답했을 것이라 보이오.”

“이 대감! 그래도 혹시 모르니 그 일을 서두르는 게 어떻겠습니까?”


이이첨과 함께 광해 즉위에 있어서 일등공신이자 이조판서인 기자헌이 의미심장한 말을 꺼냈다. 그러자 사랑채 모든 인사의 시선이 기자헌에게 쏠렸다. 또한, 그 일이라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다들 알고 있는 듯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만큼, 대북파 인사들에게 있어서 매우 중요한 일인 듯했다.


이이첨은 말없이 뒤쪽에 앉아있는 어모장군 김개를 바라봤다. 이곳 사랑채에 모인 인사 중 유일한 무과 출신 인물이었다.


향후 1610년(광해 2년) 알성문과에 갑과로 급제하여 문반으로 전환하고, 1614년 당상관에 올라 예조참의가 되고 이듬해 동부승지과 우부승지를 거쳐, 1617년 한성부좌윤에 올랐다. 이 무렵, 인목대비의 폐모론을 주도하고, 1618년 허균이 역모 혐의로 처형될 때 그의 심복이라 하여 심문을 받다가 장살(杖殺)되었다. 1678년(숙종 4) 결정적인 단서 없이 죽었다는 도승지 김석주의 주장에 따라 신원 된 인물이었다.


자신을 바라보는 이이첨의 눈빛이 뭘 의미하는지 알고 있는 듯 진중한 어조로 말했다.


“영수의 명만 내리신다면 언제든 가능합니다.”


짧고 굵은 그의 대답에 이이첨은 다시 한번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허균이 상체를 앞으로 당기며 말했다.


“이 대감, 당장 영수께 서찰을 보내시지요.”

“네, 맞습니다. 이 대감”

“네, 당장에 실행에 옮겨야 합니다.”


기자헌이 말한 그 일에 모든 대북 인사들이 한목소리를 냈다. 이에 이이첨은 굳게 닫았던 입을 열었다.


“그렇게 합시다. 하지만 서찰보다는 직접 영수를 한양으로 모셔서 향후 일까지 함께 도모해야겠습니다.”


대북파의 실세답게 이이첨은 그 일라는 것을 실행에 옮긴 후 만일의 일어날 사태까지 대비하고자 고향 합천에 기거하면서 요집조권(遙執朝權)을 하는 정인홍을 한양으로 오시고자 했다.


* 요집조권(遙執朝權) * 멀리서 조정의 권세를 좌지우지함)


“오! 참으로 좋은 생각이십니다.”

“역시 이 대감의 한 수가 아니라 두수 세수를 보는군요.”


허균을 비롯해 대북파 인사들이 칭찬의 말들을 한마디씩 던졌다.


지금 이들이 말하는 그 일이란 바로 광해의 형인 임해군에 관한 일이었다. 광해군이 조선 왕에 즉위하자 대북파 정인홍과 이이첨 등은 임해군을 모해하여 진도에 유배되었다가 지금은 강화의 교동으로 유배된 상태였다.


이러한 임해군을 놓고 대북파 인사들이 논의하는 이유는 광해의 옥체에 큰 변고가 발생 시 왕권에 위협이 될만한 임해군이나 정원군 그리고 적장자 영창대군 등을 사전에 정리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그 첫 번째 표적이 유배된 임해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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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1부-5장 대업의 길(3) +2 19.11.25 162 10 10쪽
14 1부-5장 대업의 길(2) +3 19.11.01 293 16 9쪽
13 1부-5장 대업의 길(1) +5 19.10.30 335 14 11쪽
12 1부-4장 광해! 결심하다.(3) 19.10.27 358 11 13쪽
11 1부-4장 광해! 결심하다.(2) +3 19.10.25 368 7 14쪽
10 1부-4장 광해! 결심하다.(1) +3 19.10.24 377 11 11쪽
9 1부-3장 틀어지는 역사(4) +1 19.10.18 400 10 9쪽
8 1부-3장 틀어지는 역사(3) +1 19.10.17 433 7 16쪽
7 1부-3장 틀어지는 역사(2) 19.10.16 480 9 14쪽
6 1부-3장 틀어지는 역사(1) +2 19.10.15 516 11 12쪽
5 1부-2장 미래와의 만남(2) +4 19.10.10 559 12 11쪽
4 1부-2장 미래와의 만남(1) +1 19.10.09 563 14 12쪽
» 1부-1장 혼탁(2) +1 19.10.04 572 12 11쪽
2 1부-1장 혼탁(1) +3 19.10.01 652 1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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