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간거리만큼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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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시소
작품등록일 :
2019.09.24 15:48
최근연재일 :
2019.12.04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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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12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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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 준비

DUMMY

빠르게 녹아 내리는 얼음에 반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적은 단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마치 뜨거운 열기라도 맞는 것처럼 녹아 내리는 얼음을 다시 얼리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반이었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녹는 속도가 어는 속도 보다 빨랐다.



“야! 그만 얼려!”



또 다시 같은 목소리가 들렸다. 반은 설마 자신에게 하는 말인가 싶어 얼리는 것을 멈추었지만 그렇다고 경계를 늦추지는 않았다. 반이 얼리는 걸 멈추자 얼음은 금새 사막에 눈 녹듯 사라져버렸다. 신기한 건 그 많은 얼음이 녹았는데도 바닥엔 물 한 방울 없었다는 것이었다.


그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불이 켜진 덕분에 망연히 정비소겠거니 라고 생각했던 이 곳은 정비소가 아닌 격납고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많은 기갑 차량들이 그가 뿌려댄 얼음 검 때문에 곳곳에 스크래치가 났고 가까운 차량엔 부분 함몰이 되어있을 정도였다. 반은 자신이 만든 얼음의 강도가 전차의 장갑에 타격을 입힐 수 있는 정도라는 것에 놀랐다. 확실히 목숨이 걸려있다는 급박함은 사람의 능력을 쥐어짜는 게 분명했다.


하지만 그의 주변엔 아무도 없었다. 그 목소리의 주인도 보이지 않았고 자신을 공격해온 창들도 어느 순간부터 보이지 않았다.



“누구냐!! 모습을 드러내라!”



반은 언제든 공격할 준비를 하고 소리질렀다.



“예상 외로 전투력이 꽤 높군? 얼음이라고해서 딱히 기대하지 않았는데 말이야.”



또다시 같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반이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지만 역시나 아무도 없었다.



“누구냐니까!”


“어허.. 상관한테 무슨 말버릇이야?”


“우왁!!!!!”



누군가 자신의 귀에 대고 속삭이는 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라 펄쩍 뛰는 반 위틀락. 그는 너무 놀랐는지 그만 자리에 주저앉아버리고 만다. 어리둥절해 하는 반의 눈 앞에 한 형체가 모습을 서서히 드러내기 시작했다. 마치 얇은 장막이 벗겨지듯이, 그 형체는 곧 한 우주군 장교의 모습으로 변했다. 더 놀라운 건 그런 사람이 한 둘이 아니었다는 거다. 여러 명의 군인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도 반이 손만 뻗으면 닿을만한 가까운 거리에서.



“알파에 온걸 환영하네, 위틀락 소위.”



목소리의 주인공이 넘어진 반을 잡아 올리며 말했다. 이 사내는 거한이었다. 로덜런드와 디이터가 단순히 덩치가 큰 사람이라면 이 남자는 정말 거한이었다. 족히 2미터 50 센티는 되어 보였다. 군복이 터질 듯한 근육질 몸매에 짧고 단정한 머리스타일, 진한 눈썹과 또렷한 눈빛을 하고 있는 이 남자의 어깨엔 대위계급장이 붙어있었다.



“누.. 누구십니까?”


“난 저스트먼 대위다. 자네의 직속 상관이자 808의 지휘관이지.”


“아! Virtus!”



이제부터 자신이 속한 알파스트라이크의 대장이란 말에 반은 서둘러 경례를 올렸다. 젠장, 이게 첫 인상이라니.



“보니까 얼음을 공격적으로도 다루는 것 같던데, 맞나?”


“예, 그렇습니다!”


“강도가 꽤 높던 걸? 쿠미야의 창을 막을 정도면 전차 장갑보다 단단하단 소린데 말이야.”


“내가 봐준 거라니까! 죽일 수는 없으니까!”



반 뒤쪽에 서 있던 한 여성이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녀는 그녀의 ‘창’이 풋내기 소위의 얼음을 완벽히 뚫지 못했다는 것에 기분이 꽤나 언짢아 보였다.



“그럼 그럼, 당연히 그랬겠지. 위틀락 소위, 부대원들에게 본인 소개를 하지 않겠나?”


“예!”



반은 자신을 소개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약 10명 남짓한 대원들이 그를 중심으로 서 있었다. 쿠미야라는 중위는 그를 달갑지 않게 보았지만 나머지 대원들은 꽤나 호기심이 가득한 눈으로 그를 보았다.



“우리는 로반느라는 애가 올 줄 알았어.”



반이 자기소개를 마치자 조금 마르고 창백한 남자가 입을 열었다.



“그 애는 에너지를 변환할 수 있다며? 꽤나 유용한 능력이야··· 아, 그렇다고 너가 별로 반갑지 않다는 건 아니야. 만나서 반갑다. 난 샤를 디나야드야. 내 능력은.. 음.. 감추는 걸로 생각하면 돼.”


“우리가 갑자기 나타나서 놀랐을거다. 그게 디나야드의 능력이고. 디나야드는 너처럼 소위지만 경험에서 보나, 임관 시기로 보나 너보단 훨씬 선배니 그에 맞는 예우를 갖추도록 하고.”


“예!”



반을 또 언제 봤다고 바로 말을 놓는 대위와 부대원들이었다. 그들은 처음의 ‘격한’ 환영회와는 다르게 그에게 친근히 다가갔다.


808부대원들은 각자 짧게 자신의 소개를 했다. 저스트먼 대위는 반이 엘리베이터를 내리자 마자 당했던 ‘기습’은 그의 능력 활용도를 확인해보려는 일종의 시험이었다는 말을 했다. 반은 멋쩍게 웃어 보였다. 죽일 수도 있었는데 시험이었다니··· 반은 웃고 있었지만 웃는 게 아니었다.



** ** **



“모두 복귀 완료했습니다.”



생각보다 길어진 복귀 시간에 카우프먼의 속은 까맣게 타 들어가고 있었다. 거진 30분이나 늦어진 복귀 시간에 당장이라도 수송버스 기사에게 달려가 온갖 욕을 퍼부어주고 싶었지만 지금 와서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어 그는 애써 화를 삭였다.



“발진 준비는 완료되었나?”


“예! 말씀하시는 어느 때라도 이륙할 수 있습니다.”


“좋아, 이륙 시퀀스를 진행한다. 모두 위치로!”


“위치로!”



함장이 이륙 시퀀스의 시작을 알리자 함교엔 주황빛 비상등이 켜졌다. 깜빡이는 주황 등은 함교 뿐만 아니라 지진함 전체에 켜졌고 선원 전부에게 이륙 준비를 알렸다. 함교에 있는 인원들은 모두 자리에 앉아 안전벨트를 착용했고 헤드폰을 장착했다.


반과 808부대도, 디이터와 505부대도 깜빡이는 주황 등을 보곤 서둘러 근처에 붙잡을 수 있는 것을 찾아 잡았다. 두 신입 소위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 수 없었지만 선배들을 따라 뭔가를 잡았다.



“동력실 연결해!”



카우프먼이 말하자 함교의 스크린에 동력실이 연결되었다. 동력실을 책임지고 있는 듯한 이의 모습이 화면에 잡혔다.



“Virtus, 함장님!”


“엔진상황 보고하도록!”


“예! Engine One - GREEN! Engine Two – GREEN! Boosters - GREEN! Thrusters - GREEN! 동력실 이륙준비 완료입니다!”


“알겠네. 부관! 상황보고!”


“예! Airlock - GREEN, Bay - GREEN, Power Supply - NORMAL, Crew Position – GREEN, Generator – GREEN, S.P.S. – ACTIVE, Gravity Generator – GREEN! 지진함, 이륙준비 완료입니다!”


“항해사! 3 – 0010 – 1423 – 1241 좌표로 항로 설정한다!”


“좌표! 3 – 0010 – 1423 – 1241! 좌표 입력 완료! 목적지 8번 행···성? 8번 행성!”



예상했던 폴뤼데우케스가 아닌 8번행성이 명령 받은 좌표에 나오자 조금 당황하는 항해사였지만 그는 크게 개의치 않고 그곳으로 지진함의 목적지를 설정했다.



“지진함, 발진!”



함장의 발진 명령이 떨어지자 지진함의 달려있는 수십 개의 스러스터가 땅을 향해 불을 뿜었다. 엄청난 열기와 폭풍 같은 바람이 온 활주로를 덮었다. 마치 잠든 거인이 일어나듯 지진함은 굉음을 내며 지면에서부터 멀어지기 시작했다.



“고도 15미터! 45미터! 83미터! 160미터! 310미터! 480미터! 안전거리 확보 완료!”


“메인 엔진 점화!”



항해사가 지진함이 안정 고도에 올랐다는 보고를 올리자 카우프먼은 동력실에 명령을 하달했다.



“전방 스러스터 출력 30프로! 후방 스러스터 출력 5프로! 메인 엔진 점화 시작!”



지진함의 메인 엔진이 작동을 시작하자 그 거대한 기체가 빠른 속도로 가속하기 시작했다. 함교의 인원들은 물론 함선의 모든 선원들이 엄청난 중력의 압박을 느낄 정도로 이 거대한 괴수는 빠르게 앞으로 나아갔다.



“ㄱ..고도··· 1300미터!... 3200미터!! 5800미터!... 대기권 탈출··· 완료!”


항해사는 눈도 제대로 뜨기 힘들어 보였지만 꾸역꾸역 지진함의 고도를 보고했다. 지진함이 12번 행성의 대기권을 벗어나자 이륙때 느껴졌던 중력의 압박감은 조금 나아졌다.



“행성 중력권 탈출! 함장님, 이륙 완료했습니다.”


“오케이! 이륙 시퀀스 종료!”



카우프먼이 이륙이 완료되었다는 결정을 내리자 선내의 모든 주황 등이 꺼졌다. 등이 꺼지자 함교의 몇몇 선원들은 벨트를 풀었다. 우주에 나온 만큼 둥둥 떠다니는 이들도 있었지만 그들은 모두 맞은 역할을 하기 위해 자리를 벗어난 것일 뿐, 대부분은 여전히 자리에 앉아 있었다.



** ** **



“와, 저희 우주에 나온 겁니까?”



한껏 흥분된 목소리의 디이터가 부대의 선배들에게 물었다. 그는 다른 505부대의 대원들과 꽤나 친해진 것처럼 보였다. 디이터는 생전 처음 경험해보는 무중력 상태를 만끽하고 있었다. 바닥을 박차고 천장에 딱 붙어 왼쪽, 오른쪽으로 굴러보기도 해보고 천장을 바닥처럼 딛고 서 있는 자세도 취해본다.



“야야! 내려와! 애야?”



생각보다 오래 천장에 붙어있는 그를 말리려는 선임의 말을 일부러 못 들은척하는 디이터.



“냅둬, 당해봐야 다음부터 안 그러지.”



또 다른 선임은 그런 그를 내버려두라고 한다. 많은 대원들이 마치 뭔가를 기대하는 눈빛으로 디이터를 쳐다보고 있었다.



[전 선원, 중력 발생에 준비. 전 선원, 중력 발생에 준비. 중력발생 3···2···1.]


“중력 발생?”



뜬금없는 선내 방송에 디이터는 ‘중력 발생’이 뭔가 싶다. 순간 인공 중력장이 활성화가 되면서 둥둥 떠다니던 물건들이 모두 바닥으로 떨어졌다. 물론 디이터도 예외는 아니었다. 천장에 붙어있었던 만큼 떨어질 때의 충격도 상당했다.



“우와아악!!! 아오···.”


그는 머리를 감싼 채 고통에 찬 신음을 뱉었다. 주변에 있던 대원들은 그런 디이터의 모습을 보곤 박장대소했다. 디이터는 아픈 것도 아픈 거였지만 부끄러움에 얼굴이 빨개졌다.



** ** **



까불까불한 디이터와는 달리 반은 눈치껏 선배 장교들을 따라 바닥에 얌전히 붙어있었다. 지진함에 중력이 발생했을 때도 별탈 없이 (수치스럽지 않게) 바닥에 서 있을 수 있었다. 중력이 가동되자 알파부대의 대원들은 삼삼오오 모여 격납고의 창가에 다가가 우주를 보거나 가까운 스크린으로가 목적지가 어디인지 확인하려 했다. 저스트먼 대위는 반을 따로 불러 창가로 데려갔다.



“우리는 카스토르에서 수송선을 픽업할거야. 그리곤 바로 8번 행성으로 갈 거고.”



저스트먼은 창 밖으로 보이는 카스토르를 가리키며 말했다. 반은 수송선을 가지러 가는 곳이 카스토르가 아닌 폴뤼데우케스임을 알고 있었지만 괜히 말해 긁어 부스럼을 만들기보단 그냥 고개를 끄덕임으로 상관에 대한 나름의 예를 보였다.



“전투경험은 얼마나 되지? 아까 능력을 활용하는 걸 보니 꽤나 잘 싸우던데.”


“실전 경험은 없습니다. 사관학교에서도 전투과목은 특출 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아까는···. 진짜 죽을 것 같아 본능적으로 움직여진 것 같습니다.”



뭔가 소극적으로 대답하는 반이 의아한지 저스트먼은 갸우뚱한다.



“ ‘움직여졌다고’? 그런데도 그 정도란 말이야? 대단한데?”


“아닙니다.. 감사합니다!”


“8번 행성으로 가면 아마 아비규환일거야. 나도 실제 전투는 몇 번 안 해봤어. 20년 전쟁의 전투들 중 막바지에 몇 번 참여한 게 내 실전 경험이라면 경험이지.”



전투를 몇 번 해보지 않았다는 그의 말은 거짓말인게 틀림없었다. 누가 봐도 산전수전을 다 겪어본 것처럼 생겼는데··· 단순히 반이 겁먹지 않게 하려는 의도가 너무 뻔히 보였다.



“···”


“난 그때 너처럼 소위였어. 많은 걸 결정하는 상급지휘관은 아니었지··· 그래도 한가지 확실한 게 있다면..”


“..?”



저스트먼은 뭔가 말하려 했지만 동시에 망설이고 있었다.



“대장! 목적지가 카스토르가 아니야!”



저스트먼이 입을 막 떼려했을때에 맞춰 쿠미야가 헐레벌떡 뛰어오며 소리쳤다. 저스트먼은 이게 무슨 소린가 싶은지 쿠미야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무슨 소리야? 카스토르가 아니라니. 수송선을 데려가지 않는다고?”


“모르겠어. 근데 목적지가 8번 행성이야!”


“?!!”



완전 예상하지 못한 목적지에 저스트먼과 반 둘 다 놀랐다. 뜬금없이 8번 행성이라니?



“내려온 작전은 그게 아니었는데?”


[505부대, 808부대 전 인원 1 작전실로, 505부대, 808부대 전 인원 1 작전실로.]



저스트먼은 살짝 인상을 쓰며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파악하려 했다. 이런 때 들려오는 특임대의 호출은 절대 좋은 것이 아니었다. 그는 굳게 입술을 닫으며 자리를 떴다.



“대장도 모른단 말이야?”



까칠하던 쿠미야 역시 꽤 당황한 것처럼 보였다.



** ** **



알파 스트라이크 부대원들은 서둘러 작전실로 향했다. 급한데도 불구하고 2열 종대로 절도 있게 뛰어가는 그들이었다. 다른 선원들은 길을 비켜주기에 바빴다. 반은 묻고 싶은 게 많았다. 왜 이렇게 심각한 건지, 왜 8번 행성에 바로 가면 큰일인건지··· 하지만 막 들어온 신입인 그에겐 묻고 싶은 걸 마음껏 물을 수 있는 옵션은 없었다. 작전실에 가면 어련히 알게되겠지하며 선임들의 뒤를 쫓는 그였다.


능력을 쓰지 않고 최대한 빨리 달린 808부대원들이었지만 아무래도 제일 먼 곳에서 오다 보니 의도치 않게 마지막으로 작전실에 도착했다. 함장과 부관은 물론, 505부대원들 역시 도착해있었다. 반은 디이터에게 ‘이게 무슨 일이야’ 하는 눈빛을 보냈지만 그 역시 모르겠다는 듯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빨리 좀 다니지 그래?”


“죄송합니다.”



505부대의 대장처럼 보이는 이가 저스트먼에게 다가오더니 조용히 잔소리를 한다. 반의 기억으론 저 자는 사샤··· 무슨 중령이었으니 대위인 저스트먼이 끽소리도 못하는 게 이해가 된다.



“다 왔나? 신입도 데려왔겠지?”


“예! 위틀락 소위도 왔습니다.”



모두가 온 것을 확인한 카우프먼은 부관에게 눈짓을 하며 신호를 보냈다. 함장의 신호를 받은 피벡은 휴대하고 있던 타블렛을 작동시켰다. 그러자 작전실의 불이 서서히 어두워지더니 방 가운데의 평평하고 널따란 유리 스크린에서 홀로그램이 쏘아 올려졌다. 홀로그램은 8번 행성을 보여주고 있었다. 카우프먼은 홀로그램을 보며 입을 뗐다.



“12번 행성 기준시로 05:43에 8번 행성의 상황이 업데이트가 되어 보고가 왔다. 8번 행성에 남아있는 방위군이 급격히 무너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마지막 힘을 다해 구축해 놓은 방어선이 급속도로 무너져 내리고 있다고 하고... 원래 우주군이 내릴 수 있는 지역을 뺏기고 ODS(Orbital Defense System: 행성 궤도 방어 시스템) 역시 반란군의 손에 넘어갔다고 한다.”



피벡은 타블렛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그러자 홀로그램의 8번 행성이 핑그르르 돌더니 확대가 되었고 한 지역을 빨간 빗금으로 표시했다.



“여기, 8번 행성에선 코루스라고 불리는 이 지역에 남은 방위군이 완전히 포위가 되어 있다고 한다. 반란군의 직접적인 공격을 받든, 아님 단순히 방어선을 유지하고 있던, 이 얼마 되지 않는 방위군이 괴멸되는 건 시간문제라는 정보부의 계산도 있었지.”



카우프먼은 빨간 빗금으로 표시되어 있는 코루스 지역을 손으로 가르켰다. 피벡은 다시금 타블렛을 건드려 빨간 빗금이 쳐있는 코루스를 더욱 확대시켰다.



“지진함이 아무리 빨리 가더라도 28시간은 족히 걸린다. 이 지역엔 현재 88사단과 91사단이 항전 중이라는데 91사단은 거의 전멸이라고 한다. 결국 우리는 88사단 병력 약 6000명을 구출해야 한다는 말이 된다.”


홀로그램은 이제 코루스를 평면적으로 보여주었다. 산등성이와 호수 등 지리가 자세하게 나타났다.


“코루스는 산악지대이다. 지진함 규모의 함선이 정박할 수 있는 활주로는 당연히 없다. 그렇기에 작은 구명선들을 타고 내려가 그들을 일일이 이 지진함으로 수송시키는 게 단 하나 남은 방법이지. 비상구명선들까지 모두 동원한다 해도 육천 명이 넘는 인원들을 수송한다는 게 쉽지는 않을 거야. 시뮬레이션 결과, 아무리 빨라도 구명선당12번씩은 왕복해야 해.”



무려 12번이나 왕복해야 한다는 말에 작전실은 술렁였다. 무장도 제대로 되어있지 않은 구명선을 몰고 내려가 적들에게 포위되어있는 이들을 구출해 낸다니,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작전이었다.



“함장님, 지금 저희더러 구명선을 타고 적진으로 내려가라는 것입니까? 저희는 능력자지 신이 아닙니다.”


로파틴 중령이 조금 당황한 목소리로 질문했다.


“자네들은 구명선을 타고 내려가지 않을 거야. 505부대와 808부대는 각각 이곳과 이곳에 착륙해 적들의 대공 공격을 억제하는 임무를 맡게 될 거지.”



반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대공 공격 억제라니. 그건 어디까지나 적과 아군의 전력이 비슷할 때나 가능한 거지 이렇게까지 궁세에 몰린 상황에서 어떻게 그런 작전을 펼칠 수 있단 말인가?



“···”



로파틴 중령은 카우프먼의 말을 이해 한 건지 아니면 더 이상의 질문은 의미가 없을 것이라는 걸 아는 건지 상관의 말을 수긍하는 눈치였다.



“자,”



카우프먼 중장이 다시 입을 열자, 모두가 집중했다.



“각 부대엔 스텔스 능력을 가진 이들이 있으니 고속정을 타고 지상까지 무사히 내려가면 된다. 지상의 방위군은 반란군들과 교전을 하고 있을 테니 제군들이 공중에서 요격될 확률은 거의 없다. 그리고 구명정은 생각보다 빠르다. 12번 왕복이라곤 하지만 탑승시간까지 합해도 2시간 안팎이면 웬만큼의 수송은 완료될 거야. 그 동안 적의 시선을 돌려주면 돼. 88사단장도 이미 모두를 살릴 수는 없다는 걸 알고 있을테니··· 그 시간은 더 짧아질 수도 있어.”



카우프먼은 그의 짧은 턱수염을 문질렀다.



“문제는 너희들이 돌아올 때야···. 이제 ‘진짜’ 작전을 설명하지.”



이 나이 지긋한 노장의 눈이 반짝거렸다.



** ** ** 9화 끝 ** ** **



505부대: 알파 스트라이크 부대와 마찬가지로 능력자들로만 구성된 부대. 다만 소규모 대인 전투를 주로 하는 808부대와는 505부대는 대규모 섬멸전을 주로 맡는다. 그렇다고 이들의 전투능력이 특출난 것은 아니다. 다만 부대원들이 능력이 그런 쪽이 더 알맞기에 주로 그런 작전을 펼치는 것일 뿐이다. 505부대와 808부대가 같은 작전에 중복 투입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일단 그럴 만큼 급박한 상황도 잘 없고 애당초 그들의 주작전의 성격도 다르니 하나의 작전에 두 능력자 부대를 파견하는 일이 없는 것이다. 505부대는 행정상으로 808부대보다 상급부대이고 또한 규모도 약 3배정도로 크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독자님들. 윤시소입니다. 부족한 제 글을 읽어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혹시 오타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특별한 것은 없지만 설정이나 궁금한 점이 계시다면 알려주세요. 제가 알고 있는 것이라면 답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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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조우 19.10.17 29 1 17쪽
12 침투 2 19.10.16 31 0 18쪽
11 침투 +2 19.10.15 35 0 17쪽
10 하늘에서 내려오는 전투천사 19.10.14 35 0 18쪽
» 전투 준비 19.10.12 33 0 19쪽
8 808부대 19.10.11 41 0 16쪽
7 예상밖의 마찰 19.10.10 33 0 15쪽
6 8번 행성 19.10.09 46 0 17쪽
5 차출 19.10.05 72 0 18쪽
4 H.C.S.F. Earthquake 19.10.03 67 1 19쪽
3 빛과 얼음 19.09.30 91 2 16쪽
2 뜻밖의 소식 19.09.27 130 2 17쪽
1 생도 1332 +2 19.09.24 259 3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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