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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하이츠
작품등록일 :
2019.09.27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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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09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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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6쪽

[11] 내가 네 아빠다?...! (4)

DUMMY

“위자료는 꿈도 꾸지 말라고 전해.”


서귀준이 한 말은 그게 다였다.


그 자리에 선 채.

똑똑히 들으라는 듯이.

고개도 돌리지 않았지만,


위자료.


그 단어가 만들어낸 파문은 똑똑하고 분명하게 식당 전체로 퍼져나갔다.


민수가 소문으로 스타가 됐다면, 서귀준은 인문대에선 이미 스타였다.

고등학교 때완 달리 서귀준 스스로 자신을 드러내고 다녔는데, 10분도 더 걸릴 인문대에서 경영대 앞까지 오는 건 경영대 쪽 인재들에 관심이 많다는 얘기였고, 그만큼 경영대 내에서도 서귀준에 대한 소문은 파다했다.


그런 서귀준이 강민수 앞에서 ‘위자료’ 운운했다?


그 때문에 모두가 두 사람을 주목하고 있었다.


드르륵.


민수는 자리에서 조용히 일어났다. 밥 먹고 있을 기분이 아니었다. 솔직히 서귀준이 뭐라 하건 관심 없다. 그래도 이 말은 해야겠어.


“넌, 엄마가 이혼 하신다는데 고작 그런 생각밖에 안 드냐?”

“이기적이니 어쩌니 그딴 소린 집어 쳐. 너랑 나랑 생각이 달라. 그게 다야.”

“그럼 할 말 없네.”


그걸 결심하기까지 얼마나 갈등을 했을지?

그동안 얼마나 힘든 과정을 겪었을지?

할 말은 많았지만, 그것도 듣고 싶어야 먹힌다.


민수는 고개를 돌려 걸음을 옮겼다. 복에 겨워 투정부리는 애도 아니고.


“그래 넌 그렇게 내 인생에서 꺼지면 돼.”


민수는 걸음을 다시 멈췄다.


“위자료라고 했지. 너 엄마가 소송에 위자료 얼마나 걸었는지 알고나 있냐?”

“......!”


서귀준이 처음으로 고개를 돌려 민수 등을 똑바로 바라봤다.


“한 푼도 안 걸었어. 엄마 목적은 깨끗한 이혼이야. 알량한 위자료 따위가 아니라.”

“.......”


민수는 그 말을 남기고 서귀준을 지나쳐갔다.

서귀준은 그 자리에 못 박힌 듯 꼼짝하지 않았다.


우뚝.


그때 민수가 다시 걸음을 멈췄다.


“아, 네 동생은 데리고 오시겠데. 넌 좋겠다? 싫은 엄마 대신 돈을 얻어서.”


민수가 다시 걸음을 옮겼고,

굳어버린 서귀준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


“귀준아. 괜....”


뒤에 있던 친구가 어깨를 짚은 순간, 서귀준이 그걸 툭 치고 어디론가 달려가 버렸다.


곧 영진이가 민수 뒤를 따라 달려 나갔고, 뒤이어 뭔가 심각하게 고민하는 듯하던 장민예가 달려 나갔다.

오다희는 팔짱을 낀 채 깨끗한 이마를 살짝 찡그리고 있었고, 이하연은 허공을 응시한 채 슬픈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연아. 너무 걱정 마 별일 없을 거야.”


인호가 그 옆에서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


“아... 그렇...겠지?”

“그래 그런 의미에서 우리 영화 보러 갈까?”

“여...엉화?”

“팝콘도 먹고 저녁도 먹고, 술도 한잔....”


탁.


하연이는 인호가 슬그머니 올려놓은 손을 툭 치고는 빈 물컵을 엎어 놓았다. 배운 게 생각나서 용기 내서 해봤다. 술 안 마신다는 뜻으로.


“나 술 안 먹어. 그럼....”


오다희랑 이하연이 휙 나가버렸고,


“술 말고 그냥 커피는...?!”


그 뒤를 인호가 따라 나갔다.


민수를 쫓아 달리던 장민예는 민수가 누군가와 함께 있는 것을 보고는 다가가지 못한 채 구경만 하고 있었다.


“민수야 정말 잘됐다! 정말 잘 됐어!”


영진이가 민수의 어깨를 잡고 눈시울을 붉히고 있었다. 그 동안의 사정을 다 듣고선 펑펑 울 기세로 어쩔 줄을 몰라 했는데 지금은 조금 가라앉았다.


“고맙다. 나도 이게 꿈인지 생신지 모르겠다.”


민수는 같이 영진이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고마웠다.

어려울 때도 옆에 있어줬지만, 기쁨까지 진정으로 나눌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한 일로만 느껴졌다.

회귀 전엔 왜 이런 친구를 모르고 공부도 하기 싫다고 했었는지....


팍!


영진이가 민수의 뒤통수를 한 대 쳤다. 얼결에 ‘시공간 지배’의 능력조차 발휘되지 않았다.


“아프지? 그럼 꿈 아니야.”

“이 자식이...!”

“나 먼저 간다. 수업 있어!”


영진이가 혀를 내밀며 도망갔다.


“저걸 그냥...!”


“좋은 친구 뒀네.”


달려간 영진이를 보는데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장민예였다.


“들었구나?”


끄덕.


어차피 알려질 일, 민수는 별로 개의치 않는 표정이었고, 마음을 졸이던 장민예도 편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마실래?”


장민예가 캔 음료를 건네고는 옆의 벤치에 탁 앉았다.

민수는 그 옆에 털썩 앉았다.


“고맙다.”

“너도 참 고민이 많은 아이구나.”


너도 라고? 민수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아. 말실수 했네. 너....”


잠시 말을 끊었던 장민예가 이어서 말했다.


“...아무튼 축하해. 엄마 찾게 된 거.”


민수는 고개를 돌려 장민예의 얼굴을 바라봤다. 티 없이 맑은 피부. 보석처럼 빛나는 눈동자. 새삼 아름답게 느껴졌다. 고민도 없겠지 싶었는데.


톡!


“확실히 꿈 아니야.”


이번엔 장민예한테 이마를 맞았다. 그냥 멍 때려선 능력발휘가 안 된다는 걸 알게 된 순간이었다.


“이 자식이...!”

“나 교양 들어야 돼서...!”


장민예가 달려갔다. 육상 했었나?


민수는 연습도 할 겸 뉴스를 떠올렸다.


3월 4일자.

「국제 유가 하락과 반도체 가격의 상승에 힘입어 3일 서울 증시가 큰 폭으로 반등했다. 아시아 증시들은 이날 일제히 상승세를 기록했다....」

3월 5일자.

「코스닥지수가 또다시 사상최저치를 기록하고 종합주가지수가 하루 만에 570선으로 주저앉았다....」


오늘 살짝 반등했지만, 바로 내일 떨어진다.

3월 중순까지도 여전히 바닥을 긴다. 아직은 아닌 거다.


아쉬워하고 있는데, 그때 떠오른 뉴스가 눈길을 끌었다.


3월 18일자.

「그간 전쟁 불안감으로 내리막을 걷던 전세계 주요 증시가 전쟁이 확정됐으며 단기에 종료될 것이라는 뉴스에 17일 일제히 급등세를 보였다. 반면 전쟁 가능성 및 유가상승 등으로 덕을 보고 있던 터키와 러시아의 주가는 큰 폭으로....」


3월 17일에 큰 폭으로 오른다는 얘기.


좀 더 살펴보니 3월의 최대 이슈는 역시 미국과 이라크의 2차 전쟁이었다.

3월 17일 부시 대통령이 후세인에게 48시간 최후통첩을 한다는 대국민 성명을 발표하고 이틀 후, 이라크 시각으로 3월 20일 드디어 공습을 개시한다.

일련의 선전포고 과정으로 인해 불확실성이 사라졌고, 그 기대감에 큰 폭으로 상승한다는 얘기.

그렇다면?


‘어쩌면 좋은 기회 일수도 있어.’


최소한 3월 16일 경에 콜옵션에 투자하는 걸 고려해 볼 수 있었다.

한국 시장이 아니면 미국 시장이라도.


일단 그렇게 정리하고 일어났다.


2시에 어머니가 찾아오기로 했었다. 주중엔 학교 근처에 있는 게 낫지 싶어서 작업실 겸용으로 집을 구하기로 한 거였다.


그전까진 공강이어서 엄석용 교수 연구실에 전화를 걸고 찾아갔다.


“자네 사업 할 거지?”


강의도 끝났다며 놀러가지 여길 왜 찾아왔느냐? 설마 입학하자마자 차이고 신기록 갈아치운 거냐? 같은 농담을 던지던 엄석용교수가 기습적으로 질문을 던졌다.

관상도 보시냐고 물었더니 웃으며 ‘경영학과 진학생들은 대게 목표가 분명 하더라’며 본론을 꺼냈다.


“내가 특별히 해줄 건 없고, 기업 설립에 관한 문제나 기업 구조 관련해서 궁금한 거 있으면 언제나 물어보게. 여긴 벤처 센터 역할도 하고 있으니까 둘러보고. 같이 하고 싶은 사람 있으면 데리고 와서 한번 하고 싶은 것도 해봐.”


엄성용 교수는 석박사 연구생들한테도 소개를 해줬다.

한 석사 연구원을 붙여줬는데, 벤처 센터, 창업 동아리 이용 등등, 연구소 전반에 관한 서류들을 건네줘서 그중 벤처 동아리 준회원 가입 서류에 사인을 하고 구경하고 있는데 동아리방 문 하나가 열렸다.


“민수?”

“찬영아.”


누군가 했더니, 오티, 새터 등등 술자리를 거치며 같이 죽이 조금 맞았던 친구였다.

앉은 자리에서 소주를 7병이나 까던 놀라운 주력의 소유자였는데, 팔씨름 하자고 자꾸 덤벼서 깨줬던 기억이 났다.

이름은 소찬영.

얼굴이 새까맣고 피부도 거칠어서 최소 3살은 많아 보였는데 놀랍게도 그냥 동갑일 뿐이었다.

무엇보다 고아원 소문이 났을 때 아무렇지도 않게 손을 흔들었던 몇 명 중 한명이라서 더욱 반가웠다.


“여기 있었어?”

“응, 선배가 여기 연구소에 있는데 창업 동아리 있으니까 와서 해보라고 해서... 포탈 개발해보려고.”


찬영이가 안에 앉아 있는 학생들 두 명을 가리키며 인문대생들이라고 귓속말을 해줬다.

게임이나 웹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은 어디에나 있었다. 광풍이 일었다가 걷히는 과정이기는 해도, 여전히 핫한 게 IT다.


그래도 찬영이는 의외다.

한국대 경영대는 문과 중에선 법대와 함께 투톱이다.

그래서 대게 사시, 행시 혹은 공인회계사(CPA) 같은 탑 클래스를 준비하는 부류가 제일 많았다. 그 외에 유학이나 석박사를 택하는 학생, 혹은 공기업 준비를 하는 학생들도 많다. 그것도 아니면 외국계 컨설팅 업체를 준비한다.

오로지 국내 대기업만 선호하는 케이스도 사실은 적다. 선택지의 하나일 뿐이다.


그런데 웹개발이라니?


그것도 스스로 경영자가 되기 위해 1학년부터 벤처를. 그것도 게임하나 만드는 것도 아니고, 포털을 직접 개발하는 걸 목표로 뛰어드는 건 확실히 특이한 케이스라고 할 수 있었다.


‘개발에도 아주 자신이 있다고 봐야겠지.’


“포탈? 네이번 같은?”

“하하... 쪼오금 늦었지?”


이때는 이미 네이번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상태였다. 이제 막 ‘지식’ 서비스를 시작하긴 했어도 후발 주자가 넘보기엔 너무 커져 있었다.


아니,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면, 꼭 무리는 아닌가?


지금은 최초의 탄생기를 지나 대폭발 시기를 거치는 과정이었다.

버블 붕괴이후 바닥을 다지고 미래를 좌지우지할 새로운 서비스들이 속속 등장하는 시기.


변화의 시기이고 빈틈은 충분했다.

일단 작게 작게.

욕심만 적게 부리면 뭐라도 가능한 시기니까.


“10년 더 지나서 시작하는 것보단 낫지.”

“그렇지? 난 할 수 있을 거라고 봐! 지금 네이번은 외국 검색엔진에 비하면 검색 자체가 너무 부실하거든.”


찬영이가 핵심을 잘 짚고 있었다. 미래에도 검색엔진 보다는 커뮤니티 기능 위주로 굴러가는데, 그건 일장일단이 있었다.


하지만 만약 검색엔진이 더 뛰어났다면?


솔직히 조금만 지나도 검색엔진보단 너튜브다.


기억엔 2005년경 너튜브가 첫 서비스를 시작한다.

만약 지금 준비를 한다면?

그런 가정을 해봤다.

구골이 너튜브를 먹지 못했으면 그만큼 클 수 있었을까?


구골의 검색엔진이 뛰어난 건 그 알고리즘의 정교함과 간결함, 그리고 속도에 있다고 들었다. 그건 미래에도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정보다.


만약 전세계적인 검색엔진을 지금 개발하고,

거기에 너튜브까지 개발해서 같이 시너지를 낸다면?


‘그거 괜찮겠는데?’


돈이 괘 많이 들긴 할 거다.

기억으론 너튜브도 첫 서비스 후 몇 년간은 대규모 적자행진을 이어갔었으니까.

그래도 선점효과를 무시하진 못한다.


만약 몇 년 더 일찍 시작하고, 확실히 시장 트렌드를 선도해 나간다면?


‘무시무시하게 돈을 빨아들이면서 전세계 IT시장을 이끌겠지.’


그렇다면 관건은 두 가지다.


첫째는 중간 중간 적자를 메꿔줄 각종 웹 서비스들, 혹은 다른 캐시 카우.

두 번째는 누구보다도 뛰어난 개발 능력.


‘개발도 될까?’


한번 해봐?

테스트 삼아 능력을 가동해 봐야겠다고 생각하는데, 시간이 어느새 2시를 향해 가고 있었다.


* * *


“설마 한국대생이라서 판단력이 흐려진 건 아니겠지?”


정성문.


보명그룹 회장의 목소리는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정철명이 자신의 아이일 거라고 내놓은 자료들을 모두 살펴보고 난 후에도, 자신과 별 상관없다는 듯, 그저 지나가는 말처럼 툭 한마디를 꺼냈을 뿐이다.


그러나 그 말에 정철명의 다른 형제들은 물론 정철명의 아내인 서진하조차 안심하는 표정은 아니었다.


의중을 알 수 없음.


그게 바로 정성문의 주요 특징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모든 정황들을 분석해 내놓은 결괍니다. 저는... 확신합니다.”


정철명이 이끌고 있는 정보팀이나 전략팀 인재들은 나름 정평이 나 있었다. 그리고 그의 말 또한 그동안 신뢰를 깨트린 적도 없었고.

때문에 정성문의 고개가 미미하게 끄덕이는 것처럼 느껴졌고, 그건 서진하가 참을 수 없게 만들었다.


“아니에요. 아버님. 저 사람 다른 마음이 있어서 그러는 거예요.”


조용하게 말을 했지만, 평소 선을 넘지 않던 서진하가 정성문 앞에서 정철명을 대놓고 직격했다. 그에 정성문이 그걸 이채롭게 바라보다가 정철명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정철명이 서진하를 바라보며 말했다.


“당신 그게 무슨 말이야? 다른 마음이라니?”

“왜? 찔려?”


둘의 대화로 인해 모두가 눈치 챌 수밖에 없었고, 어느새 정성문은 서류철에 있던 강문영의 사진을 눈여겨보고 있었다. 예쁘긴 예쁘다.


“전혀 관심 없습니다. 전 제 씨앗을 되찾고 싶을 뿐입니다.”


정철명이 그걸 보고 강변했다.


“그럼 데리고 와야지.”


그러자 정성문이 그런 말을 하면서 천천히 일어났다.


“아버님!”


서진하가 이렇게 큰 목소리를 낸 적은 가족회의 역사상 처음이었다.


“어허! 두말 하게 할 셈이냐? 자식이 있으면 마땅히 찾아 와야지. 설마 천륜을 어기자고 말할 참인 게냐!”


“.......”


정성문의 기세는 언제나처럼 서릿발같이 변해 있었고, 서진하는 고개를 푹 숙였다.

하지만 그 아래의 눈빛은 어제까지와는 조금 달라져있었다.


“철명이는 친자확인 꼭 하고... 잡음 없게.”


정성문은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슬쩍 한번 보더니 정철명에게 말했다. 문젯거리를 만들지 말라는 뜻이었다.


“변호사 입회하에 하겠습니다.”


자칫 외부의 잡음에 휘말릴 여지가 있기에 증거를 아예 남기는 게 현명했다.

정철명은 들어오기 직전 올라왔던 뉴스들을 떠올렸다.


「충격! 강문영 이혼소송 위자료 청구액 0원!」

「강문영 한 푼도 안 받겠다! 목적은 깨끗한 결별!」


그건 정철명이 이 사안을 곧바로 밀어붙이게 만든 원동력이었다. 최소한 이혼소송이 확대될 가능성은 거의 없었으니까.


*


“호호!”


아들과 한국대 캠퍼스를 거니는 강문영의 얼굴은 너무나 행복해보였다.

다른 아들. 서귀준이 가족들을 초대하지 않았기에 처음 밟아보는 한국대 캠퍼스였다.

굳이 강문영만 찍어서 오지 말라고 한건 아니었지만, 서강호는 장학금 기부 건으로 방문을 하고 같이 사진도 찍었으니 결국 따돌림 당한 형국인건 사실이었다.


그 때문에 지금이 더 만족스러웠다.

고아로 지내던 아이, 잊었던 아이가 잘 성장해준 것도 기뻤지만, 3월의 싱그러운 녹음은 거니는 이의 기분을 들뜨게 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둘이 막 경영대 본관을 빠져나와 주차장으로 가려고 할 때였다.


끼익.


그 앞으로 대형 리무진 한 대가 멈췄고, 그 뒤로 검정색 승용차 3대가 잇따라 정차했다.

그건 아직 캠퍼스에 남아 있던 몇몇 학생들의 주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특히 강민수가 그곳에 있었기에.

경영대를 주 무대로 활동하던 서귀준도 주목하게 되었다.


탁.


리무진에서 내린 건 슈트핏이 잘 어울리는 중년의 사내였다.

그 뒤로 수행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양 옆으로 섰고,

또 그 뒤로 경호원들로 보이는 자들이 흩어져 주변을 경계했다.


“.......”


강문영은 말없이 손을 모아 선 채 정철명을 바라봤다.


‘아... 잊었던 나의 첫사랑....’


“.......”


그런 강문영을 보는 정철명 또한 말이 없었다.

수려하면서도 독보적인 미모.

그리고 단아한 자태.


‘변함이... 없구나.’


인간은 추억을 먹고 사는 동물이라고 했던가.

어느새 정철명의 마음은 과거로 되돌아가 있었다.


그걸 보는 강문영의 마음에 또 하나의 파문이 일었다.

처음 봤을 때처럼 정중하고 따스한 눈빛.

그러면서도 배려심 깊은 태도.

잠들어 있던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


그러는 사이 변호사들이 민수에게 다가가 친자 확인 검사를 위한 동의를 구하고 있었다.

강문영도 말없는 정철명의 태도를 이해하고 있었다.

자칫 사람들의 오해를 살수도 있었기에.


둘은 눈빛으로 대화를 했고, 서로를 이해했다.

그 위로 따스한 햇살이 비춰주었고 싱그러운 바람이 불어왔다. 덕분에 꽃망울을 틔우기 직전의 벚나무가지가 흔들려 풋향기가 봄비처럼 흩뿌려졌다.


그때 정철명의 고개가 살짝 숙여졌다. 마치 인사라도 하듯.

그리곤 걸음을 떼어 민수에게로 향했다.

그 어느 때보다 만족스런 미소를 띤 채.


작가의말

올리고 퇴고 한번 더 해야할것 같습니다.

.

감사합니다.

.

.

댓글 피드백들 추천 선작도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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