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래잡기
여름이면 동수는 항상 시골 외할머니댁에 갔다. 낮이면 개울가에서 동네 또래들과 물놀이를 하고 저녁이 되면 약속도 하지 않았지만, 또래 애들과 마을 공터에 삼삼오오 모여 술래잡기를 하고는 했다.
"동수야... 개울가 옆에 외딴집 하나 있지? 놀더라도 거기는 가지 말어..."
술래잡기 하려 나가는 동수를 보고 할머니는 당부하셨다.
"알았어, 할머니. 걱정하지 말아! 거기는 안 갈게."
동수는 대답하지만 할머니의 당부를 가볍게 흘려들었다.
또래들과 술래잡기를 3~4판 정도 하자 동수는 좀 더 특별한 곳에 숨고 싶었다. 할머니가 위험하다고 가지 말라던 개울 옆 외딴집이 바로 그곳이었다.
새로운 술래가 정해지고 술래는 눈 감고 백을 세기 시작했다. 동수는 재빨리 개울가 옆 외딴 집으로 달려간다. 외딴집은 그냥 평범한 창고 같은 건물이었다. 흉가라면 동수도 무섭겠지만 그냥 창고같이 단순히 생긴 건물이라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술래에게 들키지 않도록 건물 뒤에 몸을 숨기고 술래가 다른 곳으로 가기를 숨죽이며 기다렸다.
"오빠야! 나도 같이 숨자."
술래잡기를 같이 하던 2~3살 어려 보이는 동네 여자아이가 동수 등 뒤에 같이 숨었다. 여자애는 빨간빛 치마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동수는 여자애가 시골 애 치고는 꽤 예쁘다고 생각했다. 여자아이랑 함께 있으니 괜스레 으쓱해지며 책임감에 어깨가 무거워짐을 느낀다.
"오빠가 나가면 천천히 따라서 와. 절대 소리 내면 안되...알았지?"
"응~오빠.."
동수는 술래가 술래판에서 멀어지자 재빨리 달려가 술래판을 찍었다.
"살았다!!"
술래는 간발에 차이로 동수보다 술래판을 늦게 찍었다.
"아깝다. 동수만 찾으면 전원 아웃인데...자, 동수 빼고 가위 바위 보 해!"
동수는 아직 나오지 않은 여자아이가 생각났다.
"야, 아직 한 명 안 나왔다."
술래는 다시 마을 아이들의 머릿수를 헤아렸다.
"일곱...여덟... 너까지 여덟 명 다 나왔다. 나오지 않은 애 없다."
동수는 본인도 숫자를 셌다.
"다서...여서...일곱...여덟 어? 여덟 명 맞네."
그런데 창고 뒤에 같이 숨은 여자아이는 보이지 않았다.
"야.. 사실 나 아까 개울가 있는 창고 같은 집에 숨었거든? 그때 같이 숨은 여자애 안 보인다."
동수의 말에 마을 아이들이 찬물 끼얹은 듯 조용하다.
그때 할머니 윗집 산다는 민호가 떨리는 목소리로....
"야...거기 상여집 이다. 근데 네가 마을 여자애 봤다고? 우리 마을에 너 보다 어린 여자애 없다."
동수는 찬물에 빠진 듯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아...맞다. 작년에 개울가 위 저수지에서 서울에서 놀러 온 여자애 한 명 빠져 죽었는데.....혹시 그 여자 귀신 본거 아이가?"
민호의 마을 들은 술래였던 준식이 동수를 보고 말했다.
"니 혹시...아까 본 여자애가 빨간빛 치마 입고 있지 않았나?"
"어...맞는데..."
"그럼 그때 물에 빠져 죽은 그 여자애가 맞네...그 여자애 빨강치마 입고 죽었잖아."
동수는 할머니 집에 넋 빠진 표정으로 돌아왔다. 그런 동수를 보고는 할머니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왜 그래? 애들이랑 싸웠어?"
동수는 말없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근데...왜 그래?"
동수는 술래잡기 하면서 있었던 일 들을 할머니에게 말했다. 그러자 할머니는 장독대에서 하얀 소금을 한 바가지 꺼내고는 동수에게 한 움큼씩 소금을 뿌렸다.
"흑흑..아..따거...할머니 왜 그래..흑흑..."
그러나 할머니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계속 소금만 뿌려 댈 뿐이었다. 그 후 할머니는 동수를 찬 물로 목욕시키고 일찍 잠자리에 재웠다.
얼마나 잠을 잤을까?
동수는 할머니가 누군가 통화하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당장 내일 내려와서 동수 데리고 가....."
아마도 할머니는 서울에 있는 엄마랑 통화하는 듯 했다.
"응...글쎄 동수가... 작년 저수지에 빠져 죽은 민호, 준식이랑 술래잡기했다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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