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 모음집 야설(夜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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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9.10.01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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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12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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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2.09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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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문

DUMMY

마사지 업소 ‘레드문’은 번화가가 밀집한 중앙 거리에서 조금 떨어진 하천을 마주보는 외곽지역에 위치하고 있었다. 내가 그 곳을 찾은 날은 그 업소 이름처럼 붉은 보름달이 뜬 날이라 처음에는 재미있는 우연이라고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 날 밤을 내 평생 기억에서 통째로 지우고 싶은 일이 될 줄 그때는 미쳐 몰랐다.



“민수야! 너 이 시간에 어디 갈 때 있어? 우리 집에서 자고 가라니까?”


그날은 친구 결혼식을 핑계로 오랜만에 대학 동창들을 만나 술을 꽤나 많이 마신 날이었다. 다음날 결혼을 앞둔 친구 민수는 자신의 신혼 집에서 하룻밤 자고 가라 했다. 약속장소가 서울이기 약속 때문에 일부러 고향까지 내려온 나는 잠잘 곳이 마땅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야..딸국..내가 재수씨에게 뭔 욕을 들으려고···신혼 집에 가서 자겠냐? 나 걱정 말고···딸국···들어가···”


“이렇게 취해가지고 어디 가서 자려고?”


“딸국···걱정 마라니까···찜질방이나···.모텔 가서 잘 거니까···그게 더 맘이 편해···”


민수는 그래도 몇 번을 자신의 집에 가서 자자고 설득했지만 결국에는 나의 고집을 꺾지 못했다.


“그래.. 그럼 괜히 어디 이상한데 가지 말고 바로 들어가서 자!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면 전화해! 해장으로 육개장이나 같이 먹자. 잘 하는데 알고 있으니까···”


“그래···재수씨한테도 이야기 잘해주고···”


민수를 보낸 나는 홀로 밤 거리를 걸었다. 대학 때 나름 이 곳에서 즐거운 추억들이 많았기에 그렇게 걷는 것도 퍽이나 기분 좋게 느껴졌다. 8월 말의 밤 공기는 덥다고 느껴지기보다는 제법 선선하기까지 했다. 나는 목에 걸린 검은 넥타이가 갑갑하게 느껴져 풀어 버렸고 검은색 정장 상의를 어깨로 들쳐 맸다.


“딸국···.좋다···”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진 나는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번화가가 끝나는 하천까지 계속 걸었다. 낮에 내린 소나기로 거리는 깔끔하게 청소 된 느낌이었고 밤 하늘에 떠 있는 붉은 보름달은 어딘지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응?”


하천이 끝나는 곳에 2층짜리 낯선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어라라···여기 원래 공터였는데···언제 건물이 생겼지?”


나는 예전 기억에 분명 잡초가 우거진 넓은 공터였던 자리가 제법 규모가 큰 2층 건물이 들어서 있자 격세지감을 느꼈다.


“레드문···마사지? 딸국··· 뭐야···불법 안마시술소 아냐?


처음에는 이름 때문인지 불법 안마시술소라 생각했다. 하지만 벽에 걸려 있는 안내 표지에 특실, 일반실, 수면실, 휴게실, 식당, 매점 등등 적혀 있어 생각하는 그런 퇴폐마사지 업소는 아님을 깨달았다. 나는 어차피 잠잘 곳을 정해야 했기에 이곳에서 하룻밤을 보내기로 했다.


비틀거리는 발걸음을 옮겨 마사지 업소 입구로 향했다. 건물 앞은 제법 넓은 주차장으로 마사지 업소치고 특이하다 생각했다. 주차장 한 켠에는 커다란 관광버스까지 있었다. 아마도 외지에서 온 관광객들이 단체로 마사지를 받는 중이라 생각했다.


마사지 업소 문을 열고 들어서자 어두운 조명과 함께 그윽한 꽃 향기가 나를 반겼다. 어디서 많이 맡아본 꽃 향기였으나 끝내 떠오르지 않았다. 업소 안은 관광버스를 타고 온 손님들로 인해 꽤나 번잡할거라는 예상과 달리 조용했다. 오히려 조용히 흐르는 음악마저 없었다면 무섭게까지 느껴질 정도였다.


“네 어서 오세요.”


한참을 입구에서 두리번거리는 나를 향해 하얀색의 개량한복을 입은 젊은 여성이 반갑게 인사를 했다.


‘헉···.무지 예쁘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생머리의 여인은 말 그대로 ‘헉’ 소리가 나올 만큼 예뻤다. 서울 번화가에서도 이 정도로 예쁜 여자를 본 기억이 없었다.


“저···수면 가능할까요?”


보통 마사지 업소에 손님이 많으면 수면이 안 되는 경우가 있어 나는 조심스레 물었다.


“그럼요. 일반실이랑 특실 있는데 어느 곳으로 하실래요?”


“카드결제 가능하죠?”


“네, 가능합니다.”


나는 그래도 고향까지 내려왔는데 돈을 아끼고 싶지 않아 특실로 하겠다고 했다. 여인은 묘한 웃음을 짓고는 나를 손짓으로 따라 오라하고는 어디론가 걸어갔다.


“꽃들이 참 많네요? 개업한지 얼마 안됐나 보죠?”


어두운 복도에 길게 늘어선 화환들을 보며 나는 물었다.


“호호······글쎄요.”


여인은 내 말에 어색한 웃음을 짓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괜히 머쓱해져 더 이상 아무 말없이 여인의 뒤를 따라갔다.


“여기가 특실입니다. 이곳에서 옷 갈아 입으시고 침대에 누워 계세요.”


여인이 안내한 곳은 제법 넓은 공간에 침대 하나가 놓여 있는 방이었다. 방 안은 에어컨을 틀어 놨는지 조금 춥기까지 했다.


“옷은 여기 준비된 것으로 입으세요. 그럼 이만···”


여인이 일방적으로 말을 마치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무뚝뚝하기는···좀 밝게 웃으면 어디 덧나나?”


나는 투덜거리며 마사지 업소에서 준비해 준 옷으로 갈아입었다. 이 옷 역시 개량한복으로 몸에 달라 붙지 않는 특이한 재질이었다.


“뭐지···인견인가?”


나는 까끌거리는 소재의 옷을 보며 역시 특이하다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여기 마사지 업소가 어떤 종류의 마사지인지 나는 알지 못했다. 마사지 업소는 타이마사지, 중국마사지, 한방마사지, 스포츠마사지, 지압원 등 종류가 많았으나 입구나 들어오는 동안 어떤 마사지 종류인지 안내 표지가 없었다. 또한 실내 인테리어도 마사지 업소 같지 않고 오히려 엄숙한 느낌의 교회 같은 느낌이었다.


“애라..모르겠다. 받아보면 알겠지···”


나는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았다. 그러자 술 기운이 한꺼번에 몰려왔고 어느새 깊은 잠에 빠져 들었다.


“흑···.흑···..”


얼마나 잤을까? 문득 울음 소리에 잠에서 깼다.


“흑···흑···..흑···”


우는 소리는 한 명이 아닌 여러 명이 우는 소리였다. 나는 눈을 뜨려 했으나 눈 위에 물 수건 같은 것이 올려져 있었다. 그 순간 누군가 나의 손과 발을 닦기 시작했다. 그리고 울음 소리 또한 어느새 사라졌고 처음과 마찬가지로 잔잔한 음악이 흐르기 시작했다.


“응?”


무엇인가 이상했다. 마사지사가 닦은 손과 발이 이상하게 시원했다. 마치 소주나 알코올로 닦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냄새를 맡으려 했지만 그러지를 못했다. 콧속 안에 무엇인가 이물질이 삽입되어 있었다. 나는 손을 들어 이물질을 빼려 했다. 그러나 손과 발이 무엇인가로 묶여있었다.


“저···저기요?”


나는 황당한 상황에 마사지사를 불렀다. 하지만 돌아오는 그 어떠한 반응이 없었다.


“저기..죄송한데..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역시 마찬가지로 대답이 없었다. 그 순간 마사지사가 나의 손톱과 발톱을 자르기 시작했다. 정말로 황당했다. 여태껏 마사지 업소에서 손톱 발톱을 손질하는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나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일어나려 했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조금만 참으시게···다 끝나가네..”


그제서야 마사지사가 말을 했다. 마사지사는 목소리를 미루어 40대 후반의 중년 남자였다.


“저기 마사지는 괜찮으니까···이것 묶은 것 좀 풀어 주시겠어요?”


하지만 마사지사는 말 대신 다짜고짜 내 입을 벌렸다. 그리고 입 안에 무엇인가 집어넣었다.

나는 황당함을 넘어 화가 났다. 입안에 들어온 그 무엇은 아마도 생쌀 같았다. 나는 힘껏 쌀을 입밖으로 내뱉으려 했다. 하지만···.그러지를 못했다. 어찌된 영문인지 내 육체가 내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잘가시게···”


갑자기 마사지사가 내 몸을 헝겊으로 감싸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움직이지도 소리치지도 못했다. 그리고 내 몸을 들어 어디엔가로 집어 넣었다. 소리와 감촉으로 미루어 작은 나무상자 같았다.


문득 나는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지금 마사지사가 하는 행위를 과거 한번 경험한 적이 있었다.



십 년 전 할머니 장례식 때 봤던 염습이었다.



나는 소리치며 발버둥쳤다. 아니 그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마치 고인(古人)처럼 관이라 생각되는 상자 속에 가만히 누워 있을 뿐이었다. 잠시 후 나무 상자 뚜껑이 닫히고 어둠이 찾아왔다.






아침 햇살에 눈을 떴다. 나는 반사적으로 용수철처럼 자리에서 일어 났다.

주변을 둘러보자 익히 알고 있는 하천변 벤치였다. 아마도 술에 취해 이곳에서 그대로 잠든 것 같았다. 나는 손으로 몸을 더듬어 어디 이상한 곳이 있나 확인했다. 다행히 잠들 때 모습 그대로였다.


“...꿈이었나?”


너무도 끔직한 악몽이었다.

산 사람이 누군가에게 염습을 당하고 관에 옮겨지는 경험이란 너무도 불쾌하고 무서운 경험이었다. 나는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핸드폰을 꺼내 민수에게 전화했다. 하지만 한참을 신호가 울렸지만 민수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뭐야···아직 자나?”


나는 전화 받지 않는 민수를 대신해 다른 친구 광준에게 전화를 걸었다. 다행히 두 번의 통화 연결음 후에 광준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너 어디야? 어제 그렇게 갑자기 사라지고···”


“응? 사라지다니···?


“됐고···민수한테 몇 시까지 갈 거야?”


“아..식이 몇 시에 시작하지?”


“식? 그래 식이라면 입관식도 식이지. 입관식 아침 열 시니까 아홉 시까지 장례식장에서 봐.”


갑자기 뜬금없는 광준의 장례식 얘기에 나는 이 놈이 뭘 잘못 먹었나 생각했다. 나는 하천 제방을 걸어 올라가며


“야..너 장례식장이냐? 거기 말고 민수 결혼식 말이야.”


“이 새끼가 술 아직도 안 깼나. 뭔 소리야? 어제 민수 장례식장에서도 갑자기 사라지더니···”


“···.장례식장 이라니?”


“너 어디야?”


“나···여기 하천변···.”


하천 제방을 올라온 나의 눈 앞에 2층짜리 장례식장 건물이 눈에 들어 왔다. 그때 건물 안에서 친구 광준이 핸드폰을 귀에 댄 채 걸어 나오며


“야! 여기···.!!!”


나는 핸드폰을 바닥에 떨어뜨린 채 멍하니 서 있었다. 하얀색 셔츠에 검정 넥타이를 휘날리며 광준은 나에게 달려 왔다.


“야! 어제 술 많이 마셨냐? 들어가서 육개장으로 해장이나 해!”



나는 광준의 말에 얼어 붙은 듯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어제 밤 분명 마사지 업소라 생각 했던 건물은 광준이 나온 눈 앞의 장례식장이었던 것이다. 그 순간 어제 밤 민수가 헤어지며 했던 말이 떠올랐다.




[아침에 일어나면 전화해! 해장으로 육개장이나 같이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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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전화 19.12.09 83 0 7쪽
» 레드문 19.12.09 154 0 11쪽
66 산신(山神)님 19.12.06 135 0 10쪽
65 소미(2) 19.12.06 74 0 12쪽
64 소미(1) 19.12.06 85 0 11쪽
63 집으로 가는 길 19.12.06 84 0 5쪽
62 만약에 19.12.06 79 0 10쪽
61 죽음 19.10.28 203 0 8쪽
60 그렇게 사랑은... 19.10.28 146 1 9쪽
59 무서운 이야기 19.10.24 171 0 13쪽
58 저주 19.10.24 122 0 13쪽
57 조언 19.10.23 121 0 19쪽
56 유키코 19.10.23 145 0 8쪽
55 민박 19.10.22 214 0 13쪽
54 가위 19.10.22 125 0 6쪽
53 윤씨 아저씨(2) 19.10.21 238 0 12쪽
52 윤씨 아저씨(1) 19.10.21 278 0 9쪽
51 잔인한 복수 +1 19.10.21 424 0 7쪽
50 회식 +1 19.10.18 259 0 4쪽
49 사직서 19.10.18 176 0 4쪽
48 숨은 물건 찾기 +1 19.10.18 118 0 2쪽
47 AM 4시44분 엘레베이터 +1 19.10.18 151 1 5쪽
46 4번 지방도로 공동묘지 +1 19.10.18 139 0 12쪽
45 싸이코패스 테스트 19.10.17 110 1 5쪽
44 친절한 윤성씨 +1 19.10.17 308 0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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