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월리 사냥꾼 이야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완결

아이가넷
작품등록일 :
2019.10.01 16:58
최근연재일 :
2020.01.30 18:00
연재수 :
73 회
조회수 :
62,564
추천수 :
1,565
글자수 :
394,645

작성
19.11.16 11:49
조회
721
추천
20
글자
11쪽

한소연 (4)

DUMMY

“안녕하세요.”


“어서오세요. 한가주님.”


한소연은 고동석이라는 사람에 대해 참을 수 없는 호기심이 생겼다. 그래서 이희연을 찾았다.


무턱대고 찾아오기는 했는데 대뜸 고동석에 대해 묻기가 망설여졌다. 한소연이 이희연과 친한 사이도 아니고, 그리 넉살 좋은 성격도 아니다. 우물쭈물하고 있자 이희연이 사람 좋게 웃으며 물었다.


"시골 공기가 좋지요?"


"네. 좋아요. 마나도 끈적끈적하고."


"마나가 끈적해요?"


"음. 밀도가 높다고 해야 하나?"


"글쎄요. 나는 잘 모르겠는데."


"확실히 다른 곳에 비하면 밀도가 높아요. 아마 이장님은 여기에 줄곧 사셔서 못 느끼시는 것 같네요."


이희연은 한소연의 말에 잠시 심호흡을 몇 차례 해보았지만 이내 모르겠다는듯 고개를 저었다. 


"그랬군요. 그래도 잘 모르겠네요."


"부럽네요. 환경이 정말이지 부러워요."


"그렇습니까?"


"그럼요. 공짜로 마법진 안에서 수련하는 거나 마찬가지잖아요. 마법진 유지비가 얼마나 비싼데요."


"그렇군요. 그랬어요. 어쩌면 저는 당연하지 않은 것들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살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는 안되는 건데 말이지요."


"그런 뜻으로 말씀드린 건 아니에요."


"무슨 뜻인지 알아요. 그저 노인네 혼잣말 정도로 흘려들으세요. 한데 여긴 어인 일로?"


"음··· 그게."


"괜찮으니 편하게 말씀하세요.”


“음. 그러니까 이 마을엔 이상한··· 아니 신기한 일이 많은 것 같아요.”


“여기가 좀 그런 편이죠.”


“하루에 두 명이나 1성에 오르는 것도 그렇고, 마을 사람들 절반 이상이 1성이라는 것도 그렇죠. 일반적이지 않아요. 그런데 그중에서도 가장 이해할 수가 없는 건 고동석이라는 분이에요. 어떻게 그럴 수 있는거죠?”


“흠.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어떻게 3성일 수가 있죠? 초대 가주님들을 제외하고 3성은 아무도 없어요. 2성도 손에 꼽아요. 필드가 열린 이후 3성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정설이에요. 그런데 그렇게 젊은 분이 3성이라니. 도무지 믿기지가 않아요.”


“동석님이 벌써 3성인가요? 허허.”


“설마... 모르셨어요?”


“그런 걸 일일이 자랑하고 다니는 사람이 아니라. 허허.”


동석은 알면 알수록 이상한 사람이었다. 그 대단한 일을 했는데 주변에 알리지도 않았다고 한다.


이장이라는 사람도 그렇다. 그 대단한 일을 고작 받아쓰기 백 점 맞은 정도로 치부하고 있다. 이상한 사람들 사이에서 정상인 사람이 이상한 사람이 된다고 하더니 딱 그 꼴이었다. 이희연이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이 마을에 처음 왔을 때부터 그는 이미 2성이었어요. 벌써 3성이 되었다고 하니 조금 놀랍긴 하지만, 동석님이라면 가능할 것도 같군요. 최근 2년간 면벽 수련을 하시더니, 성취가 있었나 보네요.”


“이장님. 몇 년 지나지 않아 고동석씨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강한 사람이 될 거예요. 전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사람이 된다는 뜻이죠. 어쩌면 이미 가장 강한 사람일지도 모르고요.”


“한가주님.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 마을 사람들에게 그건 그렇게 중요하지 않아요. 우린 모두 동석님에게 빚이 있어요. 목숨 빚. 처음엔 살무사가 시작이었죠. 살무사 상대해 보셨나요? 해독제 없이? 우리 마을엔 해독제가 없었어요. 살무사 한 마리가 난입했을 때 내뿜는 독 때문에 다가가는 것도 어려웠죠. 나중에 그가 살무사를 혼자서 잡았다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었죠. 그다음엔 고블린 부족이 습격했을 때였어요. 무려 천 마리가 넘었어요. 그때 우리 마을은 지금과는 달랐죠. 유일하게 나 혼자 1성이었어요. 천영감님은 그 때 방관하는 입장이었으니 빼고요. 버티는 것조차 쉽지 않았지요. 죽을 힘을 다해 버텼어요. 칼을 휘두를 체력조차 남지 않았어요. 우린 궁지에 몰렸어요. 여기 이 자리에서 곧 죽기 직전이었죠. 이젠 끝났다고 생각했을 때 동석님이 짠 하고 나타났어요.”


이희연은 하늘을 가리켰다.


“저 위에서 드론을 타고 석궁을 난사했죠. 나중에 들으니 200미터 밖에서 쐈다더군요. 그런데도 단 한 발도 빗나가지 않았어요. 믿을 수 있나요? 일초에 한 마리씩 고블린이 죽어나갔어요. 5분도 지나지 않아 고블린은 퇴각하기 시작했어요.”


이희연은 물을 한 모금 마시고 말을 이었다.


“그가 3성이냐, 2성이냐는 중요하지 않아요. 그날 이미 고동석이라는 사람은 우리에게 신이나 다름없었으니까요. 그러니까 그가 얼마나 강한지, 또 얼마나 대단한지 우리를 설득할 필요 없어요. 지금도 진진이 석궁술을 사사받고 있지만, 글쎄요. 그런 신기가 배운다고 가능할까요?”


“대단하네요. 일기당천이란 그럴 때 쓰는 말이었군요. 고블린 천 마리를 석궁 한 자루로 물리치다니요.”


***


한소연이 그다음 찾아간 사람은 진진이었다. 마침 진진은 태산이 대련 중이었다.


“석궁술요? 아저씨에 비하면 석궁술이라고 말하기도 민망한 걸요. 아직 발 끝에도 미치지 못했어요. 예전에 벌떼와 싸운 적이 있었어요. 대단했어요. 하늘이 온통 벌떼로 뒤덮였으니까요. 하늘이 보이지 않았다니까요?”


“에이.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지.”


“그랬거든?”


"그래도 하늘이 보이지 않았다는 건 좀."


"그랬다니까?"


진진이 샐쭉하니 쏘아붙이자 태산은 얌전히 입을 다물었다.


“벌떼가 하늘을 가득 메우고, 윙윙윙 날갯짓 소리 때문에 대화도 되지 않았어요. 태산이가 앞을 막아서고, 아저씨가 뒤에 서서 석궁을 쏘기 시작했죠. 푸슈슈슈슈슈슉! 전 볼트를 전해주기도 바빴어요. 그것도 너무 힘들었어요. 그런데 세상에 볼트가 떨어진 거예요. 벌떼가 이때다 싶어 날아들었죠. 태산이는 벌에 쏘여서 이미 풍선처럼 부어있었어요. 그때 아저씨가 검을 슝슝 찔러대는데, 벌이 우수수수 떨어지는 거예요. 와! 검이 보이지도 않았어요. 그렇게 싹 다 죽이고 볼트를 회수했거든요. 근데요 벌 한 마리에 딱 한발씩만 박혀 있는 거예요. 아주 소름이 그냥!”


진진은 이 대목에서 실제로 몸을 떨었다.


“지금도 잊을 수 없어요. 아마 평생 잊지 못할 거예요. 그 때 생각했죠. 아저씨가 보여준 솜씨의 반의반만 따라가도 한 사람 몫은 하겠구나. 그래서 석궁을 연습하게 됐어요.”


“하아. 듣고도 믿을 수 없네요.”


“그렇죠. 저도 가끔 안 믿겨요. 근데요 가주님. 그건 왜 물어보시는 거예요? 혹시 아저씨한테 관심 있어요?”


***


세 번째 만난 사람은 천영감이었다.


“그놈은 진짜야. 지금까지 나타난 적이 없는 종류의 천재지. 암. 3성이 맞기는 한데, 그걸 과연 3성이라고 불러야 할지는 잘 모르겠구나.”


“그게 무슨 말씀이에요? 3성인데 3성이 아니다?”


“끌끌. 그놈은 심법을 배운 적이 없어. 혈도도 모르더구나. 아마 지금도 모를걸? 그런데도 기운을 모으고 움직이고, 이젠 갈무리도 한단 말이지. 본능처럼.”


“어떻게 그런...그게 가능해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지. 한데 놈이 그걸 하고 있어. 그런데 말이야. 그렇게 기운을 쓰는 놈들이 또 있더구나.”


“또 있다구요?”


“몬스터. 몬스터들은 배우지 않아도 본능적으로 기운을 다루지. 동석이놈처럼 말이야.”


한소연은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다가 깜짝 놀라 되물었다.


“설마 동석님이 인간이 아니라는 뜻인가요?”


“아니. 그놈는 인간이야. 다만 우리처럼 평범한 인간들은 이해 불가능한 ‘천재’지. 끌끌. 알려고 하지 마. 알다 보면 우울해질 테니까.”


“이미 늦었어요.”


“끌끌. 헌데 그건 왜 묻는 게냐? 관심이라도 있는 게냐?”


***


마지막으로 한소연이 찾아간 사람은 어머니였다. 한춘리는 심플하게 대답했다.


“그에게는 촌경이 통하지 않아. 해보진 않았지만 아마 침투경도 통하지 않을 거야. 그는 우리 가문과는 상극이야. 절대로 적으로 만들어선 안될 사람이야.”


"촌경이 통하지 않는다는게 무슨 뜻이에요?"


"음. 촌경을··· 흘려. 어떻게 하는건지는 모르겠는데 하여튼 촌경이 발동되면 마나로 방어막 같은 걸 만들어서 그냥 흘리는 느낌? 충격을 전혀 받지 않는 것 같아. 나도 원리를 좀 알고싶은데 그게 잘 안되네. 그 사람이 요즘 대련을 통 피해서 말이야."


“석궁도 신의 경지라던데요?”


“글쎄. 그건 내가 눈으로 본 적이 없구나. 석군 오라버니 말에 의하면 주무기는 검이라고 하던데, 그 사람 뭐니? 못 하는 게 없네. 그런데 갑자기 그건 왜 묻는 거니? 혹시 관심 있니?”


***


“여보세요. 루이?”


“네. 가주님.”


“루이. 나 여기 조금 더 있다가 갈게.”


“그러실 줄 알았습니다.”


“조금만 더 있을게.”


“편하실 대로 하세요. 세가는 걱정 안 하셔도 돼요.”


“그래. 항상 고마워.”


“신년식 때는 오실 거죠?”


“응. 그때는 가야지.”


“전 가주님은···. 잘 계시던가요?”


“응. 우리가 괜히 걱정했었어. 여긴··· 좋은 곳이야.”


“화해는 했어요?”


“가족 간에 화해는 무슨. 싸우다가 말다가 그러는 거지.”


“축하드립니다. 가주님.”


“그럴 일 없다니까. 끊을게. 잘 자.”


“네. 가주님도요.”


전화를 끊고 돌아서려는데, 한춘리가 쟁반을 들고 어정쩡하게 서 있었다.


“들을 생각은 없었는데 말이야.”


“괜찮아요.”


“루이니?”


“네.”


“세가는 별일 없지?”


“세가야 늘 그렇죠. 걱정하지 말고 쉬다 오래요.”


“그래. 그래야지. 별일 없어야지. 세가에는 언제 돌아갈 거니?”


“신년식 때는 가봐야 될 것 같아요.”


“그래. 신년식엔 가주가 얼굴을 보여줘야지.”


“같이 가실래요?”


“...나중에."


"그래요."


한춘리는 쟁반을 놓았다.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보리차 두 잔이 놓여 있었다. 한춘리가 마시라며 손짓하자 한소연은 조심스럽게 컵을 들어 후후 불며 마셨다.


"미안하구나."


한소연은 잠시 멈칫하다가 다시 보리차를 머금었다.


"다 내려놓으니 알겠더구나. 그때 그리해서는 안 됐었어. 너한테 많이 미안한 짓을 했어."


"전··· 짊어지니 알겠던데요."


"그랬니?"


"네. 입장이라는 것이 있잖아요. 이제 이해해요. 미안해하지 않아도 되요···. 엄마."


"그래도 미안...응? 방금 엄마라고 했니?"


한소연은 모르는 척 보리차를 후후 불었다. 입에 머금은 보리차가 그렇게 향긋할 수 없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계월리 사냥꾼 이야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휴재 안내 +1 19.12.05 371 0 -
73 백호 (3) - 완 +2 20.01.30 381 10 3쪽
72 백호 (2) +1 20.01.30 321 9 11쪽
71 백호 (1) +2 20.01.30 315 9 11쪽
70 오스카 (4) +1 19.12.31 397 10 13쪽
69 오스카 (3) +1 19.12.30 416 15 12쪽
68 오스카 (2) +1 19.12.30 412 8 13쪽
67 오스카 (1) +4 19.12.30 418 9 10쪽
66 검은오크부족 (6) +1 19.12.04 516 15 12쪽
65 검은오크부족 (5) +1 19.12.03 513 15 12쪽
64 검은오크부족 (4) +2 19.12.02 559 12 12쪽
63 검은오크부족 (3) 19.12.01 558 19 12쪽
62 검은오크부족 (2) 19.11.30 571 14 12쪽
61 검은오크부족 (1) 19.11.29 591 17 12쪽
60 붉은오크부족 (3) 19.11.28 585 15 12쪽
59 붉은오크부족 (2) +2 19.11.27 595 17 13쪽
58 붉은오크부족 (1) 19.11.26 613 17 13쪽
57 VR 시스템 (4) 19.11.25 609 17 12쪽
56 VR 시스템 (3) 19.11.24 625 16 12쪽
55 VR 시스템 (2) +1 19.11.23 640 15 12쪽
54 VR 시스템 (1) +1 19.11.22 676 18 13쪽
53 변화 (5) +4 19.11.21 669 17 12쪽
52 변화 (4) +3 19.11.20 667 16 11쪽
51 변화 (3) +3 19.11.19 709 18 12쪽
50 변화 (2) +2 19.11.18 703 22 12쪽
49 변화 (1) +1 19.11.17 726 20 14쪽
» 한소연 (4) +1 19.11.16 722 20 11쪽
47 한소연 (3) +1 19.11.16 720 17 10쪽
46 한소연 (2) +1 19.11.15 743 21 11쪽
45 한소연 (1) +1 19.11.14 760 22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