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에서 능력얻는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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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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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01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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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02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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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1.06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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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화

DUMMY

골목에서 오매불망 수호를 기다리던 정수하는 차가 멈춰 서자마자 바로 앞으로 달려들었다.


“오빠~!”

“하... 양수야...”

“어?”


정수하는 수호의 목소리와 호칭만으로 바로 알 수 있었다.

수호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

물론 조금 전에 전화 통화로 튜토리얼 과정에서 대충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들었지만, 자세한 얘기는 직접 만나서 듣기로 했기에 천하의 양수라도 상세한 내막까지 전부 알 수는 없었다.


“야 일단 여기 타봐.”


수하를 차에 태운 수호는 튜토리얼을 마치고 있었던 것들에 대해서 설명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아...”


수하는 예쁘게 뒤로 묶은 포니테일 머리가 찰랑거리게 끄덕거리며, 수호의 이야기를 성의껏 들어주었다.


‘아이고. 우리 오빠 왜 이렇게 귀엽지?’


물론 속으로는 살짝 딴 생각 중이었지만.

수하는 알 수 있었다.

이 남자가 이렇게 달려와 징징거리는 이유가 바로 자신 때문이라는 것을.

사실 따지고 보자면 게임 제작이 어려울 것 같다는 것이 수호 혼자에게는 문제될 이유가 없었다. 마음이 급한 건 수하 때문. 어디까지나 수호가 10년이란 시간에도 지금 당장 화장실이 마려운 사람 같은 얼굴인 것도 모두 정수하 때문이었다.


“아~ 난 또 뭐라고. 나는 괜찮아. 오빠는 맨날 호들갑이더라... 킥킥.”


그래서 수하는 여유롭게 웃어 보였다. 아니, 수호를 보고 있자니 웃음이 절로 나왔다.


수하의 눈에 현재 수호는 화장실이 마려운 강아지 같은 얼굴이랄까?


그리고 사실 객관적으로 보자면 귀엽다기보다는 안쓰러울 정도의 얼굴이었다.

그렇게 마음이 급한 수호였다.

사실 누군가는 남자가 이런 모습을 보이는 걸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보통의 여자들은 남자가 믿음직스럽고 듬직하게 행동하기를 바라니까. 그래서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렇게 호들갑을 떨고 걱정하는 모습이 못 미더워 남자로서의 매력을 못 느낄 수도 있었다.


다만 수하는 이런 수호가 좋았다.


‘흐흐, 이것도 오라버니 매력이니까...’


한수호는 절대로 냉철한 군주나 책사는 될 수 없을 남자였다. 대를 위한 소를 희생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 단 하나도 포기하지 못하고 끝끝내 품에 안고 가려고 노력하고 애를 쓰고 발버둥을 쳤던 그런 못난 오라버니가 바로 자신이 좋아하던 한수호였었다.


“에이~ 괜찮다니까. 넣어둬~ 넣어둬. 걱정 빨리 쑥 집어넣어. 응? 그렇게 급한 거 아니라니까. 오빠, 10년이나 남았어. 10년이면 강산도 변해. 알잖아? 걱정 마~ 걱정 마.”

“아니...”

“어허! 서두르면 뭐다?”


일을 그르칠 수도 있다는 말은 굳이 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두 사람은 익히 몸으로 깨달은 진리.

수하는 손을 뻗어 운전석에 앉아 있는 수호의 손을 잡고 토닥토닥 거려 주었다.


“......”

“......”


그리고 손에 닿은 온기로 한수호는 묘한 안도감이 들었다.


‘이 바보... 나는 정말 수리가 있어서 정말 정말 다행이다. 수리 없었으면 어쩔 뻔 했냐... 내가 도리어 안심시켜줘야 했는데...’


수하는 [도발] 스킬을 사용하지 않아도 수호를 도발하는 재주가 있는 것처럼 [침착] 스킬이 없음에도 수호를 안정시키는 재주도 있었다.


알고 보면 팔방미인八方美人?


3성 유닛 출신의 불닭갈비 마니아 양수.

통솔 10, 무력 7, 마력 83, 매력 44.

사실 능력치로만 따지자면 양수는 반마신연합군 일행에서는 매우 뒤처지는 존재였다.


무력 7의 최약체 양수는 여포처럼 잘 싸우지도 못했고, 애석하게도 마력 83은 높은 편이긴 하나 일행에는 제갈량부터 시작해서 90이 넘는 이들로 수두룩했으며, 매력 99의 유비나 100의 초선처럼 사람을 홀리는 매력도 없었고, 하다못해 조조나 원소처럼 냉철한 결단력이 있지도 않았다.

그러나 양수는 양수였다.

굳이 양수에게 다른 능력치는 필요가 없었다.

언제나 수호에게 있어 가장 믿을 수 있는 사람을 첫째로 꽂으라면 그게 바로 양수였다.


‘수리야...’


사실은 사마의보다 더 겁쟁이였던 사람이 바로 한수호였고, 그리고 그런 겁쟁이를 모험의 끝까지 데리고 갔던 이가 이제는 정수하가 된 덕조 양수였었다.


“헤헤헤, 이제 됐어?”


수호는 멋쩍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자신이 위로해줘야 할 판에 또 어린 수하에게 위로를 받았기 때문이었다. 물론 두 사람 사이에 그런 걸로 부끄러워한다거나 부채감을 느낀다거나 하는 일은 없었지만, 태생적으로 남자로서는 어쩔 수 없이 반성을 할 수밖에 없었다.


“으응...”


수호의 기어들어가는 목소리에 수하는 살포시 웃음을 터트렸다.


“푸훗, 그래. 오라버니, 스탯은 뭐 올릴 거야?”

“어...?”

“왜에? 레벨 올랐다면서.”

“아... 맞다. 그랬네.”


원래 수호는 이렇듯 덤벙거리는 편이었다.

달리 말하면 집중력이 좋아서 하나에 꽂히면 다른 걸 생각하지 못하는 편이랄까.

오늘도 그랬다.

임무가 개방되고 생각보다 게임을 만드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 때문에, 그래서 수하를 도와주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 때문에, 수호는 자신이 레벨이 오른 것도 깜빡하고 있었다.


- 한 세상의 수호자 한수호 ★ -


이름: [한수호]

등급: [5급 (0.0%)]

종족: [지구인] [남성]

속성: [光]

직업: [기획자]

능력: [통솔:10] [무력:10] [마력:15] [매력:10]

특기: [체험]

기술: [회복]


잔여: [20pt]


처음에 회복 능력을 시험해보려고 마력을 5 올렸던 것을 제외하고 이번에 1에서 5까지 등급 4개가 오르면서 20포인트가 적립되었다.


스탯이 생겼으니 쓸 차례.


“야 이거 판타지 삼국지랑 똑같은 거 맞겠지?”


[통솔]은 방어력과 무력 기반의 스킬 성공률.

[무력]은 공격력과 무력 기반의 스킬 데미지.

[마력]은 마법 공격력과 마력 기반의 스킬 데미지.

[매력]은 마법 방어력과 마력 기반의 스킬 성공률.


판타지 삼국지라면 전문가 이상인 두 사람인지라 굳이 찾아보거나 설명하지 않아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판타지 삼국지 세상에서 수호가 직접 몸으로 올려본 바.


[통솔]은 맷집과 신체 제어능력 및 체력.

[무력]은 힘과 반응속도 및 감각.

[마력]은 스킬의 파워 및 마력 양.

[매력]은 스킬을 다루는 능력 및 마력의 질.


이것 역시도 10년 이란 세월을 직접 몸으로 겪었기에 모를 수는 없었다.


“아무래도 그렇겠지?”


수하는 고개를 끄덕끄덕 거렸다. 그리고 말을 덧붙였다.


“그런데 오빠, 앞으로 게임이 어떤 게임인지가 중요하지 않을까?”


그것도 그랬다.

수호는 머쓱하게 고개를 끄덕거렸고, 이제는 시스템의 임무창으로 확정이 난 게임들이 무엇인지 말해주었다.


[다 같이 마피아 게임] Easy

[제목 미정: 청소 게임] Easy

[다 같이 눈치게임] Normal

[스마트 펫] Normal

[스마트 메이드] Hard

[제목 미정: 모바일 회피 액션 게임] Hard

[판타지 리듬 액션 히어로] Expert

[제목 미정: 판타지 풍 컨트롤 디펜스] Expert

[제목 미정: 부대 조종 형 MMORPG] Hell

[판타지 배틀로얄] Hell

[제목 미정: AOS 판타지 삼국지] Hell


Easy부터 Hell까지 다섯 개의 난이도가 11개의 난이도에 고루 분배되어 있었다. 다만 수호의 입장에서는 악질적으로 지옥급이 세 개였지만, 지옥급을 제외하고는 두 개씩 배정되어 있으니 나름 평균적으로 배분되어 있는 것이었다. 다만 문제라면 여기 시스템에서 표기된 난이도가 게임 제작의 난이도인지, 아니면 [체험]시의 난이도인지 알 수 없다는 점이었다.


“흠... 그래도 대충 만들기 쉬운 것부터 있는 거 같긴 한데...”

“응응. 그렇게 보이네. 오빠, 저번에 기획서 준 것들에 다 있는 건 맞지?”

“어...”


다만 공유하지 않은 몇 몇 개도 있었다.

예컨대 스마트 메이드라던가 메이드라던가 메이드 같은 것들...


“스마트 메이드?”

“어...! 일단 그런데 두 개만 알 수 있거든!”

“아 그래. 그러면 쉬운 것부터 차근차근 하면 되지 뭐. 보자. 조건이 출시하고부터면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마케팅도 중요하다는 말이네?”


비밀이 많은 소녀인 수하와는 달리 부끄러움이 많은 수호는 서둘러 말을 돌리고 수하와 임무 내용을 공유했다. 물론 직접 임무 창을 보여줄 수는 없으니 말로 설명을 했다.


“그런데 마피아 게임? 청소 게임. 기획서에 있는 내용을 전부 포함하기만 하면 돼?”

“어... 조건이 그렇네.”

“그렇구나. 오빠 기획서 들고다닌다고 했지. 그거 좀 보여줘. 나는 집에 있어서... 그런데 오빠는 참 게임을 좋아하나봐. 히히.”


참으로 좋아했던 게임이었다.

새로운 게임을 만드는 것은 더더욱.

수하의 말에 반색하며 태블릿 속의 기획서를 열어 보여주던 수호는 문득 또 과거가 떠올랐다.



* * *



지구 시각으로 석 달 전, 그리고 수호에게는 11년 전의 어느 날.


“존경하옵는 한수용 님, 그리고 항상 감사해 마지않는 우리 형수님... 흠흠. 그러면 발표 시작하겠습니다. 일단 두 분 다 마피아 게임들은 다 한 번씩 해보셨죠?”


소수의 마피아와 다수의 일반 시민을 정해 서로의 생존을 가리는 심리 추리 파티 게임.


“응.”

“네. 도련님.”

“자~ 그래도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지나가라고. 혹시나 너어어어무~ 오래 되어 마피아 게임에 대해서 까먹은 분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 간단하게 말씀드릴게요.”

“뭐 인마? 내 얘기야?”

“자, 지방 방송은 잠시 꺼주시고. 마피아 게임은요...”


마피아는 시민을 현재 살아있는 마피아의 숫자보다 적어질 때까지 죽여야 하는 것이 승리 조건이며, 시민은 마피아를 찾아서 낮의 재판에서 처형하는 것이 승리 조건. 여기에 다른 세력 한 팀을 더하거나 특수한 직업들을 더해서 게임을 진행하기도 한다.


보통은 오프라인에서 MT 게임으로 유명하며 예능 프로그램 같은데서 나오기도 하고, 이미 현재 시점에서도 보드게임이라던가 온라인 게임으로 존재하기도 했다. 그러니까 전혀 새로운 게임은 아니었다. 다만 수호가 추구하는 형태는 조금 색다를 뿐이었다.


“자 이제 마피아 게임에 대해서 모르시는 분 없으시겠죠?”


사실 몰라도 모른다고 할 수 없는 분위기였겠지만, 수호는 모르는 척 노트북에 담긴 프레젠테이션을 클릭했다. 현재 수용과 유지애는 거실의 TV를 통해 그 화면을 보고 있었다. 참고로 서윤이 낮잠을 자고 있는 시간을 이용한 프레젠테이션이었다.


“짜잔~ 우리 게임은 이렇게 오프라인 기준이고. 핵심은 저희 앱이 진행을 보조해주는 겁니다.”


오프라인 마피아 게임에는 사회자가 반드시 필요했다.

팀 선정부터 진행까지 필수요소.

물론 오프라인 게임에서 재미와 가장 핵심 요소는 게임을 하는 사람들 간의 친밀도와 얼마나 재미있게 서로 정치질과 컨셉질을 할 수 있느냐 이겠지만, 그것을 진행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요소.

뭐 게임이라는 것이 항상 조화가 잘 맞아야 하니 결국은 각 참가자 모두가 중요한 것이었지만, 게임에서 중요한 밸런스를 맞추는 건 진행자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기본적으로 마피아 게임의 재미와 성공의 50% 이상은 사회자의 역량에 달려있다고 봐도 과언은 아니었다.


“어... 그러니까 네 말은...”

“오케이! 형이 웬일이래. 맞아. 간단하게 말하자면 우리 앱이 사회자인 거지.”


모든 참가자가 앱에 접속하여 이름을 남기면, 문자 또는 메신저 및 자체 앱 내부 메시지를 통해서 팀 선정부터 각 시간과 투표, 특수 능력의 사용과 결과 확인까지 모두 앱을 통해 진행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해서 어설프게 진행하는 실수를 없애고, 비단 모든 오프라인 게임의 단점인 지역 룰을 미연에 차단하는 거죠. 명절에 친척들 고스톱 칠 때 우기던 것처럼 서로 헷갈릴 일도 없고. 중간에 흐지부지 되는 일도 없고요. 이거 편 먹기하는 것도 지역별로 다르잖아요.”


수호는 손바닥을 앞뒤로 뒤집으며 말을 했다.


서울에서는 “데덴찌.”.

부산에서는 “덴~디.”.

광주에서는 “편 뽑기 편 뽑기 장끼쎄요.”.


“어? 편 뽑기? 뭐?”

“어머? 자기는 몰라? 우리는 그랬는데?”

“큭큭, 여보 그러면 장끼세요 그건 뭐야?”

“응? 글쎄... 그러면 덴디? 댄디? 그건 뭐야? 단디 아냐? 자기 한 번씩 그렇게 말하잖아.”


부산 남자 한수용과 광주 여자 유지애를 다 잡은 것도 역시 진행자의 능력.


“그러니까 로컬 룰 차단입니다~!”


원래 편 나누기뿐만 아니라 모든 놀이들이 각 지역별로, 동네별로, 또래 집단별로 조금씩 다른 것처럼 마피아 게임도 살짝 각자의 로컬 룰이 존재했다.


게임이란 규칙 안에서 하는 놀이.

그렇다보니 게임의 룰을 하나로 바로 잡는 것만도 매우 중요한 일이었고, 그것만으로도 마피아 게임의 진행을 돕는 앱은 충분히 의의가 있었다.

물론 앞서 설명했듯이 수호가 생각한 마피아 게임 앱은 단순한 공식 룰북이나 설명서는 아니었다. 일종의 진행 보조 앱. 그렇지만 게임의 숙련도에 따라서 특수 직업들 및 특수 규칙을 선택할 수 있게 하여 마피아 게임의 고인 물들도 배려했으며, 초심자가 아닌 서먹한 사이를 위한 배려도 있었다.


“다음 페이지 보시죠.”


게다가 수호가 야심차게 준비한 또 한 가지가 있었다.


바로 마피아 게임에 미션을 접목한 것.


보통 마피아 게임의 처음은 아무런 단서 없이 대화로 서로의 떠보는 것이 전부라서 초반에는 단순한 인기투표(?)와 같은 약점이 있었다.

누나 나 죽어가 아니라 그냥 너 죽어.

또한 결국은 목소리 큰 사람이 주도하는 게임이었고, 어느 정도의 친밀함과 사교성이 필수 요소라 혹여나 게임 도중에 소외받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것에 착안한 아이디어였다.


사실 수호도 예능 프로그램에서 벤치마킹한 것이었지만.


“예컨대 말이죠.”


[시민] 알림이 울리면 라면을 먹는 시늉을 하세요.

[마피아] 잠시 후 알림이 울리면 시민들과 똑같이 연기를 하세요.


“이렇게 시민과 마피아는 두 가지 메시지를 각각 받는 거죠. 그러면 어떻게 될까요? 저희도 같이 한 번 해볼까요?”

“어?”

“빨리! 형수님도 같이요! 자! 미션 갑니다!”


수호의 프레젠테이션 화면 속에서 숫자가 줄어들고 수호의 형과 형수님이 어색하게 라면을 먹는 동작을 취했다. 거실의 테이블에 서로를 마주볼 수 있었던 두 사람은 서로 마주보고 민망하게 웃음을 취했다.


수용은 오른손 검지와 중지를 붙이고 입에 가져다 대는 시늉을 했고, 유지애는 왼쪽 손은 머리카락을 쓸어 귀 옆에서 붙잡고 후후 오른손으로 만든 젓가락을 불고 있었다.


“아~! 실망 실망. 이거 제일 쉬운 건데 어떻게 부부가 달라요. 형수님, 안 되겠다. 우리 형 안 되겠죠?”

“뭐 인마? 이건 우리 마누라가 이상한 거지. 누가 라면을 그렇게 먹어?”

“뭐? 여보 또 말 이상하게 한다. 그건 여보가 이상한 거지. 그리고 여보! 나 라면 먹을 때 이렇게 먹었는데... 관심이 없었구나?”


무관심 언급에 수용은 그대로 침몰했다.


“아... 그, 그게 아닌데...”


괜히 또 분란을 일으킨 분란 메이커.

알고보면 타고난 어그로 힐러.

한수호는 모르는 척 준비했던 프레젠테이션을 이어나갔다.


“아하하. 역시 다른 분들이 있죠? 그러면 마피아가 비빌 구석이 있지 않을까요? 어때요?”


단순히 라면을 먹는 동작이라도 모든 시민들이 똑같은 행동을 취하리란 보장은 없었다.

후루룩 면발을 먹는 행동을 취할 수도 있고, 누구는 후후 면발을 부는 동작을 취할 수도 있고, 라면을 끓이는 동작이나 한 손은 냄비 뚜껑을 들고 있는 디테일을 첨가할 수도 있었으니까.

거기에 마피아는 재빨리 묻어가는 연기를 해내면 되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수호가 추구하는 것은 시민과 마피아 간에 다른 지령을 내려주고, 그 지령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서로 자연스럽게 연기와 추론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옵션이었다.


“어머, 진짜 이렇게 진행해도 괜찮겠다.”


유지애가 흘린 말에 수호는 재빨리 캐치해서 대답했다.


“형수님! 그렇죠?”

“앗... 아. 네. 네.”

“헤헤, 역시 형수님이 최고시라니까.”

“뭐 하는 거야 둘이?”


잠깐 질투를 하는 수용은 무시했다.

물론 수용도 형수와 도련님과의 부도덕한 관계를 의심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아내만 칭찬하는 것이 질투 났던 것. 한창 칭찬이 고픈 나이의 36세 한수용이었다.


“자... 그러면 이제 단점인데요.”


다만 수호는 이 게임의 단점을 잘 알고 있었다.

수익성.

결국 돈을 벌 수 있느냐의 문제.

이 마피아 게임 앱은 유료 아이템이라든가 가챠라든가 어쨌든 ‘인앱 결제’를 유도하기가 힘들었다. 애초에 캐릭터 역시 최대한 심플하고 간단하게 만들 생각이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땅파서 돈을 벌 수는 없으니, 보통 이런 소규모 게임들은 광고를 도입한다.


“역시 수익성이 걱정이겠죠?”

“뭐... 일단 잘 되면 광고 정도는 받아서 서버비 정도는 메울 수 있을 것 같은데...? 여보 안 그래?”

“흐음...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는데... 도련님, 이건 별로 그래픽 같은 거 필요 없죠?”

“네. 거의 텍스트 위주? 지금 코코아톡 있잖아요. 그런 느낌적인 느낌? 제가 잘 모르는데 그거 단톡방 수준이면 서버비 많이 필요하나요?”


프로그래머인 수용이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코코아 톡의 서버비는 어마무시.

단 그건 대한민국 사람 전부가 이용하는 수준이었으니 그런 것이었고, 단순히 각 게임 대화방 별로 유지하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어차피 이 게임은 레벨이나 아이템 같은 것들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서버가 아니라 각 클라이언트에서 대부분 처리가 가능한 것들이었기에 작은 서버를 대여해도 충분할 것이라고 예상됐다.


“그러면 그거 있잖아.”

“이 정도면 서버는... 응? 뭐?”

“그거 퍼블리싱? 퍼블리셔? 아무튼 그거 코코아 게임즈에 해달라고 하면 안 돼요?”


한수용과 유지애는 잠시 생각에 빠졌다.


거의 독점에 가까운 코코아톡을 바탕으로 IT계의 공룡 기업 코코아 그룹이 가진 시스템과 홍보 효과를 이용할 수 있다면?

물론 아직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없는데 김칫국부터 마시는 격일 수도 있지만, 수호는 현재 코코아 게임즈의 매출 1순위 게임인 판타지 삼국지의 원작자로서 계속해서 코코아 게임즈와 연락을 주고받는 사이였다.

왜 아닐까.

특히나 현재 코코아 게임즈는 매출 증대를 위해서 판타지 삼국지로 캐릭터 상품 및 기타 사업을 추진 중이라 수호가 유리한 키를 쥐고 있었다.


“어때요? 여러 번은 몰라도 이 정도는 써먹을 수 있지 않을까요? 어차피 우리 목적인 홍보로는 좋을 것 같은데요?”


한수용과 유지애는 수호의 프레젠테이션에 박수와 함께 엄지를 척 들어주었었다.


“자 그리고 다음 게임은.”

“응?”

“네?”

“에이~ 이거 개발하기 쉽다면서요. 그럼 놀면 뭐합니까. 간단한 미니 게임 하나 더 하시죠.”

“......”

“도, 도련님?”


수호는 아랑곳하지 않고 다음 게임의 프레젠테이션 화면으로 넘겨버렸다.

어쩌면 악독한 사장의 자질이 보인달까?

수용과 지애는 갑작스레 이상한 불안감에 몸을 부르르 떨어야만 했다.


“자 다음!”


그래도 다행히 청소 게임의 모티브도 꽤나 간단했다.



* * *



수호는 그런 과거들을 떠올려가며 마피아 게임을 설명해주었다. 그 동안 공부도 하긴 했지만 어쩐지 게임의 아이디어들을 떠올릴 때의 기억들은 마치 시스템으로 추억 보정이라도 받은 양 선명했기에 술술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아하~ 그런 식으로 하는 거구나.”

“응. 재밌겠지? 왜. 우리 거기서도 재밌게 했잖아.”

“응... 뭐... 재미는 있었지.”


마피아 게임 대신에 첩자 게임이라는 이름으로 한 놀이에서 양수는 게임의 승패와 재미보다는 한수호에게 말을 붙이는 여자들을 견제하는 것에 더 바빴었다. 그래서 딱히 좋은 기억은 아니었다. 다시 돌아보면 이제는 추억이지만, 그렇다고 재미가 있었느냐고 하면...


“그런데 이거 체험이 어떤 식일까?”

“음...”

“설마 마피아들이 막 나오고 그런 건 아니겠지?”

“글쎄?”


그건 수호도 수하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심술쟁이 존재만 알 뿐.

그런데 문득 수하는 기획서 하단에 추가 모드들에 눈이 꽂혔다.


‘경찰과 도둑 모드, 늑대인간 모드, 마녀 모드... 좀비... 좀비 모드?’


양수와 한수호가 처음 만난 날.

그날은 판타지 삼국지에서는 사자死者, 그리고 현대에서는 보통 좀비라고 부르는 것들이 두 사람의 만남을 축복(?)해주었었다.


“오빠. 그런데 좀비 모드는 또 뭐야?”

“아? 아. 그거! 큭큭, 그거 좀비 모드라고 마피아 대신에 좀비와 일반 시민으로 게임하는 건데. 말을 하면 안 되고 ‘어’랑 ‘으’로만... 어?”

“......”

“으어어어... 아, 아니겠지?”


수호는 ‘으어어’ 좀비처럼 말을 잃었다.

그래도 학습 능력이 있어서 낙양에서의 그날처럼 눈치 없이 큰 소리를 지르지는 않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Lv.32 예천검
    작성일
    19.11.06 23:07
    No. 1

    으어어어 또 과거얘기...... ㅠㅜ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88 밀괴
    작성일
    19.11.07 18:12
    No. 2

    게임 기획 시점이 과거에 머물러 있고.
    그 게임 기획이 현재 업보로 청산되어 있기에 과거 회상이 필수적으로 배열되게 되었습니다.
    첫 게임만 길었을 뿐 나머진 짧을 테니 걱정말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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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50화 19.11.15 47 1 21쪽
49 49화 +2 19.11.14 51 1 18쪽
48 48화 19.11.13 50 1 24쪽
47 47화 19.11.12 50 1 26쪽
46 46화 19.11.11 52 1 22쪽
45 45화 19.11.09 55 1 22쪽
44 44화 19.11.08 56 1 21쪽
43 43화 19.11.07 57 1 22쪽
» 42화 +2 19.11.06 61 1 21쪽
41 41화 +4 19.11.05 64 1 22쪽
40 40화 19.11.04 57 2 24쪽
39 39화 19.11.02 58 2 24쪽
38 38화 19.11.01 62 1 23쪽
37 37화 19.10.31 57 1 24쪽
36 36화 +2 19.10.30 61 1 22쪽
35 35화 19.10.29 64 1 22쪽
34 34화 19.10.28 61 0 23쪽
33 33화 19.10.26 72 1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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