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에서 능력얻는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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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괴
작품등록일 :
2019.10.01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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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02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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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1.13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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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화

DUMMY

경기도 고입 검정고시 장.


사실 검정고시 장에서도 여러 일들이 있었다.

수하는 존재만으로 문제랄까?

수하가 예쁘다고 이것저것 챙겨주면서 계속 말을 걸어대는 아줌마와 할머니들로 인한 소란도 문제였고, 대입도 아닌 고입 검정고시 장에 수하 또래이거나 젊은 남성들의 숫자는 적었지만 그 몇 안 되는 이들은 수하 때문에 시험을 망쳐버리는 일들도 있었다.


‘전화번호나 물어볼까? 그래도 될까? 정말 앞으로 후회는 하지 않을까?’


수하 정도의 미모라면 일생을 걸어볼 만하지 않을까? 다만 그런 생각들이 머리에 있는데 시험을 집중해서 잘 칠 수는 없었다.


‘잘 쳐야 해... 칸트? 이건 칸트인가?’


물론 수하는 아무 생각 없이 시험만 잘 쳤다.


“수험생 분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이제 퇴실하셔도 좋습니다.”


그리고 시험 종료와 동시에 수하는 쏜살같이 시험장을 빠져나갔다. 역시 인생은 타이밍. 덕분에 괜히 시험장에서 고민만 하던 남자들은 모두 한숨만 내쉬었다.


“오빠아~! 아? 할머니? 어? 언니?”


수호의 검정 SUV 앞으로 다다닥 달려왔던 수하는 차에서 내린 공옥련과 한수연의 등장에 깜짝 놀랐다. 수하가 수호 몰래 수호의 가족들을 만났던 것처럼, 수하도 공옥련과 한수연이 등장할 줄은 몰랐었다.


“아이구, 내 새끼. 수고했어.”

“수하야~ 고생했어!”

“헤헤헤. 할머니~!”


수하는 도도도 공옥련에게 달려가 안겼다.

물론 굳이 따지자면 조금이라도 상대적으로 먼저 안기고 싶은 건 수호였지만, 수하에게 공옥련은 단순한 가족 이전에 세상에서 제일 고마운 사람이었다. 물론 가장 좋아하는 사람은 한수호였고.


“아니, 얘가 왜 이래~. 호호호.”


공옥련은 말과는 달리 행복한 얼굴로 수하를 꼭 안았다가 놓아주었다.


“헤헤. 언니도 와주셔서 감사해요.”

“에이~ 뭘. 흐흐, 고마우면 언니도 한 번 안아주면 안 돼?”


수연이 팔을 벌리며 말했다.


“헤헤헤. 왜 안 되겠어요?”


수하는 수연에게도 다가가 폭 안겨주었다.


“아이고, 좋다~. 수하는 어쩜 이렇게 향기도 좋니? 메롱~ 수호 너는 이런 거 못하지?”


수연의 능청스러운 말에 공옥련이 웃었다. 여전히 수호 놀리기는 아직 끝이 나지 않은 상태. 그렇게 시험장이 되었던 중학교의 주차장에는 참으로 화기애애한 장면이 연출되었다.


“하 참 나... 그걸 내가 왜 해? 됐고, 할머니 이제 가시죠?”

“호호호. 수하야~.”

“네?”

“수하가 할미랑 언니만 안아줘서 네 오빠가 삐친 모양인데 네가 한 번 안아주렴.”

“앗!”

“할, 할머니!”


사실 두 사람 사이에 끌어안는 것이 뭐 대수이겠냐 마는 막상 멍석을 깔아주니 부끄러운 수하였다. 18살이든 28살이든, 그게 설사 58살이든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부끄러운 것이 바로 여자란 생물이 아닐까?


“꺅! 수하 부끄러워하는 거 봐.”

“아... 언니~.”

“호호호. 우리 손녀 이러다가 빵 터지겠네. 호호호!”


또 한 번 마음의 부담감을 덜어낸 공옥련이 짓궂은 농담에 불 속성 효녀 정수하는 오늘도 빨갛게 익어만 갔다.


“소고기 드시러 가시자니까요.”


수호에게 아직도 최고의 음식은 소고기.


“아니, 뭐 하러 그렇게 비싼 걸 먹으러 가요. 됐어요. 그러면 제가 집에 가서 맛있는 거 만들어 줄 테니까...”

“수하야! 네가 할머니 설득해봐 빨리.”

“헤헤헤. 할머니이~.”

“어머? 수하 너어?”

“아아아~ 우리 밖에서 같이 먹고 들어가요~.”


수하의 애교는 공옥련에게도 효과 100점.

그렇지만 공옥련도 염치를 아는 사람이었기에 수호가 자신들을 위해 집을 계약한 날에 소고기까지 얻어먹는 걸 용납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치열한 줄다리기 끝에 종착지는,


“저희 쟁반짜장 두 개랑 짬뽕 하나랑 깐풍기 하나랑 유산슬 하나 주세요.”


현재 수연의 거주지 및 일터가 있는 성수동의 한 유명한 중국집이었다.



* * *



판타지 삼국지 세계관은 한수호의 소설과 게임의 시나리오가 바탕인 된 세계로 공용어가 한국어인 것처럼 기본적인 음식도 철저히 한국의 중국요리 전문점 양식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왜냐고?

그 이유는 세상의 설계도의 기반이 수호의 머릿속 상상이었기에 철저히 수호의 기준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판타지 삼국지 세상에서 고급요리라고 해봐야 깐풍기에 유산슬, 양장피, 동파육, 깐쇼새우 정도가 전부.


당시에 평범한 집안에서 자란 20대 초반의 한수호가 알아봤자 얼마나 알았겠는가. 참고로 그 중에서도 당시에 수호가 직접 먹어봤던 음식은 누나가 서울 여행 중에 사줬던 깐풍기와 어머니 생신 때 가족들과 함께 먹었던 유산슬 정도가 전부였었다.


“자 수리야 깐풍기 많이 먹어.”


그러니까 나름 고급 요리인 깐풍기를 수호는 불닭갈비 마니아 양수를 떠올리며 수하의 앞으로 밀어주었다.


모락모락 먹음직스럽게 김이 피어오르는 빨간 닭요리.

깐풍기는 한국식에 맞춘 변형의 요리로 그 원형은 궁바오지(宮保鷄). 보통 닭고기를 녹말물을 묻혀서 튀긴 뒤에 고추기름과 마늘, 생강을 기본으로 한 매콤한 소스 양념에 야채들을 곁들여 볶아 만든 요리를 말한다. 그러니까 간단하게 말을 하자면 매콤한 닭요리였다.


‘수리가 좋아하겠지? 흐흐.’


참고로 판타지 삼국지 세상에서 불닭갈비는 사천식 깐풍기.

그리고 사실 수호도 그렇게 구체적인 배경까지 설정한 적은 없었지만, 명문가 양씨 집안이 동탁 때문에 풍비박산이 나기 전에는 사천식 요리에 능한 트롤 요리사가 존재했었다.


“어머머! 얘 좀 봐. 여기 사장 어른도 계신데... 너 그러는 거 아니야!”


그때 수연은 수호를 질책했다.

절대로 커플이 눈꼴사나운 것은 아니라 웃어른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교육이었다.

물론 사실은 놀리려는 마음이 조금 더 컸지만...


“아... 할머니, 죄송해요. 수리만 있는 줄 알고.”

“어머나~ 아무리 좋아도 그렇지. 수하만 보여? 어? 우리는 뭐 병풍이냐? 존재감도 없어?”

“알았다고. 좀 그만해. 내가 잘못했어.”

“킥킥킥.”

“호호호.”


괜히 사천식 요리 같은 수하와 머쓱해진 수호를 제외하고 수연과 옥련은 아무런 걱정 없이 마음껏 웃었다.


‘그런데 왜 호감도 해제가 안 되는 거야... 칫... 히히히.’


수하도 참지 못하고 히죽 웃고 말았다.

그렇지만 마치 닭 뼈처럼 살짝 걸리는 것도 있었다.

연애 미션에서 달성도 해금 미션이 그러했다.

이렇게 수호가 다정하게 잘 해주는데도 아직도 짝사랑에 멈춰있다는 것은 수호는 자신을 여자로서 보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었으니까.


‘이것도 계륵인가?’


어쩌면 수하는 계륵에서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의 소녀가 아닐까?



* * *



네 사람은 각자 배부르게 식사를 마쳤다.


“그런데 이제 답지 뜨지 않았나?”

“어...”

“야 매겨보자. 어차피 합격은 했을 거고. 우리 내기 까먹은 거 아니지?”


검정고시의 경우 가채점을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검정고시의 경우에는 시험지를 회수하지 않기 때문에 인터넷에 공개된 정답을 보고 매기면 그만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다행히 테이블이 넓었기에 먹던 음식들을 치워놓고 후식을 먹는 동안 채점해보기로 했다.


쓰윽 쓰윽.


수하의 작은 손이 거머쥔 빨간 볼펜이 종이 위에 기분 좋게 작은 원들을 그려나갔다.


“앗!”


그러다가 예쁜 미소녀 수하는 어울리지 않게 앗!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왜? 무슨 일이야? 수하야?”

“왜? 몇 점인데?”

“아, 아니야! 아니에요.”

“아니기는 뭐가 아니야. 이리 내봐.”


가장 자신 있었던 수학은 당연히 100점이었고, 살짝 단어 하나가 헷갈렸던 영어도 무사히 100점을 기록했었다. 다만 마법사였던 양수는 과학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고, 중 대륙사의 역사라면 꿰고 있으나 지구의 사회에 대해서는 의외로 상식적인 문제들을 틀리고 말았다.


“에이~ 너 혹시 합격도 안 돼? 그 정도야?”

“아, 아니야!”

“아닌데 그러면 뭐가 난리야.”


수호는 힘으로 채점이 되어가던 시험지를 뺏어 들었다. 할머니랑 시누이 앞이라 힘도 쓰지 못하고 수하는 고스란히 수호에게 시험지를 내주고 말았다.


“아~ 오빠...”

“아 시끄러워. 너 나랑 내기 했다? 알지?”


평균 점수 95점 내기.

양수의 똑똑함과 검정고시의 쉬움을 알지만, 수하에게 주어진 시간이 너무나도 짧았기에 수호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봤던 내기였었다.


“뭐야? 수학은 100점이야? 수학을? 아니... 문제가 너무 쉬운... 아니다.”


물론 동기부여를 위한 것이었지만.


“아니, 왜 다시 매겨!”

“왜는 왜야? 틀린 걸 맞다고 할 수도 있잖아~.”

“와!!! 오빠? 나 못 믿어?”

“응.”

“아 진짜!”


버럭 화를 냈다가 할머니와 시누이를 보고 수하는 황급히 입을 가렸고, 옆에서는 또 호호호 웃음이 터져 나왔다.


“뭐야.”


그리고 참으로 공교롭게도 평균 점수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95점.


“어머나! 수하야 합격 축하해.”

“수하야... 우리 손녀 고생 많이 했구나... 대견하다.”


수연과 옥련의 칭찬 사이에 수호는 슬쩍 수하의 눈치를 살폈다.


“야. 너도 빨리 고생했다고 칭찬해줘.”

“어... 아니, 고생은 했는데...”

“왜?”

“우리 내기 했는데...”

“그런데?”

“95점 내기라서...”

“그런데 딱 95점이다?”

“응...”

“그러면 수하 승리네.”

“아니, 95점을 딱 맞으면 안 되지! 넘겨야지.”

“야! 95점 내기면 95점이면 됐지. 이거 내 동생이지만 완전 치사하네. 빨리 네가 진 거 인정해. 한수호! 빨리 인정해!”


인정해! 짝! 인정해! 짝!


수호에게는 살짝 불행스러운 일이었지만, 수하에게는 참으로 다행스럽게 손대지 않고 코를 풀 수 있었다. 물론 이런 걸 위해서 그 동안 수연에게 잘 보였던 것도 있지 않았을까?


소원권 한 장.


물론 정말 바라는 소원은 따로 있었지만.


“놀이동산?”

“네!”

“아이고, 소박해라. 킥킥킥. 귀여워 죽겠다니까. 뭘 그런 걸 가지고... 수하야, 좀 더 큰 거 말해. 큰 거.”

“아니에요. 헤헤헤. 저는 그거면 되요.”


수하는 18살 소녀들 중에서도 아주 순수한 소녀들이나 할 법한 소원을 얘기했다. 수연과 옥련은 수하의 소박하고 귀여운 소원에 흐뭇하다 못해 숨이 넘어갈 듯 했다. 그런데 수호도 그랬을까?


‘놀이동산? 응? 저거 무슨 수작질이지?’


이게 어디서 개수작질이지?

수호의 심정은 딱 그러했다.

차라리 그냥 가자고 했으면 아무 생각이 없었을 터였다.

그런데 내기에 이긴 소원권으로 고작 놀이동산이라니?

순수해 보이는 소녀의 속에는 28살의 대인관계가 부족한 투견鬪犬 트롤녀가 있음을 알고 있는 수호만이 뭔가 의심쩍게 생각했을 뿐이었다.


‘쓰읍... 이거 뭔가 이상한데? 이 자식이 나 고소공포증 있다고 엿먹이려고 그러나? 그나저나 이거 괜히 다른 사람들이 더 오해하고 그러는 거 아냐? 이미 귀찮은데? 백화점에서도 수리 완전 장난 아니었잖아... 나 말고 좀 더 수리를 지켜줄 사람이 필요한데... 내가 여자 화장실 같은 데까지 일일이 따라가 줄 수가 없... 아!’


수호는 수하의 소원권을 들어주는 대신 다른 이들을 동행키로 했다.


“앗...”


위기는 곧 기회.


“됐지? 응? 내가 소원권은 들어주는 거 맞잖아? 그러게 소원을 잘 빌었어야지. 바보. 바보. 내가 언제까지 너한테 당할 줄 알았냐? 킥킥킥. 그러니까 할머니랑 누나도 같이 가는 거임.”


자신이 한 반격에 수호는 뿌듯했다.


“오, 오빠 그...”

“뭐~ 꼬우면 소원을 잘 비시던가. 큭큭큭.”


이 역시 순수한 영혼이랄까?


“......”

“......”

“......”


그렇게 수호의 역습의 효과는 대단해서 수하뿐만 아니라 공옥련과 한수연까지 단체로 침묵 효과를 걸어버렸다.


‘우리 오빠...’

‘우리 동생...’

‘우리 사위...’


정말 이대로 괜찮은 것이 맞을까?



* * *



그때 한수용도 어쩐지 불안했다. 아니, 당연히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여보.”

“응?”

“우리 이대로 괜찮을까?”

“왜? 뭐가?”

“아니, 우리 회사 말이야. 막둥이가 너무 연애만 하고 게임에는 관심이 없는 거 아냐? 여보는 그렇게 생각 안 해? 생각해보면 굳이 사무실을 구해서 비용만 나갈 일도 없었는데... 아니, 여보는 왜 그렇게 봐?”


유지애는 남편을 살짝 한심스럽게 바라봤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었다.

다만 창업을 하기 전 수호의 경우에는 정확히 아이디어 제공과 자본금을 내놓는 것이 원래의 역할이었고, 그나마도 졸업 후에 와서 일을 돕기로 하고 남편이 사직서를 낸 것을 유지애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자기야, 원래 어떻게 하기로 했었어?”

“응? 뭐가?”

“도련님이 원래 맡으실 역할이 뭐였냐고.”

“......”

“그래. 자기도 잘 알잖아. 사실 도련님이 지금 오셔도 딱히 할 거 없는 거 아냐? 마피아 게임은 도련님이 룰북이랑 직업도 다 정해주셨잖아. 그런데 왜 그래? 개발은 순조롭게 하고 있는 거 아니었어? 우리 잘 되고 있는 거 맞지?”

“어...”

“아니야? 자기야, 그런데 뭐가 문제야?”


물론 객관적으로는 잘 되어가고 있는 것이 맞았다.

그러나 한수용은 한 가정의 가장.


“하아... 자기 또 불안하구나?”


차라리 누군가의 밑에서 월급을 받을 때는 느끼지 못했던 부담감에 수용은 살짝 불안해하는 중이었다.


“어... 아니야.”

“정말?”

“으응. 당연하지. 다 잘 될 건데 뭐. 어허헝.”

“...자기야.”

“응?”

“괜찮아. 우리 자기는 가끔 이럴 땐 애기 같더라? 킥킥. 자기도 나만 믿어.”


유지애는 자기보다 한참이나 체구가 큰 수용을 품에 안고 토닥토닥거려 주었다. 남자는 나이를 얼마나 먹든 항상 아이 같은 면이 있었다. 보통은 철이 없거나 장난을 칠 때 느끼는 것이었지만, 이렇게 품에 안을 때면 유지애는 종종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자기야...?”

“으응?”

“가슴 좀 그만 만질래?”


한수용은 바보처럼 해맑게 웃었다.


“으이그! 그래! 자기야, 우리도 이참에 도련님 놀러갈 때 따라갈까?”

“어디? 걔가 어디 놀러가?”

“어머? 당신은 몰라? 놀이동산 가신다던데?”

“아 그래? 수하랑 둘이?”

“아니, 아가씨랑 수하 할머님도 같이.”

“어... 재미있겠네? 그럼 우리 가족도 같이 가자고? 아니, 그래도 돼?”

“응. 안 그래도 아가씨가 같이 가자시던데?”

“아이고... 한수연 그건 눈치가 없어서 연애 못하는 걸 거야. 우리까지 가면 좀 막둥이한테 미안하지 않아?”

“풉풉. 자기, 진짜 아가씨한테 이른다.”

“참 나... 맨날 협박이야. 그리고 당신도 똑같아. 거길 왜 따라 가. 수연이 그 기집애는 애들 좀 연애하라고 두지. 그러니 아직까지 그렇게 혼자 살지. 쯧쯧. 걔는 하여튼 좀 그래. 그리고 우리는 우리 가족끼리 가도 되잖아. 안 그래?”

“에이~ 그건 또 다른 문제지. 하긴 도련님한테 좀 미안하기는 한데, 이상하게 요즘은 도련님 연애하는 거 보면 괜히 재미도 있고 가슴도 간질간질한 것이 그렇게 좋더라고. 흐흐흐. 안 그래?”


사실 수호와 수하의 알콩달콩한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괜히 흐뭇해지는 주변 사람들이었다.


“흐흐흐, 그건 좀 그래. 애들이 귀엽고 예쁘니까 보는 맛은 있더라. 인정.”


어쩌면 드라마도 영화도 그렇지 않을까?

외모 지상주의라고 해도 어쩔 순 없었다.

참 불공평하고도 비현실적이지만 주인공들은 잘 생기고 예뻐야 보는 맛이 있다는 것이 또 어쩔 수 없는 현실이었다.


“호호호, 나는 도련님이 꼭 수하 씨랑 잘 됐으면 좋겠다.”

“그래야지. 뭐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이 남녀사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수하 걔도 참 우리 막둥이 엄청 좋아하는... 아야.”

“그래도 수하 걔가 뭐야.”

“아니, 저번에 편하게 부르라고 했어. 만났을 때 말 놓기로 했잖아. 그때는 뭐라 안 해놓고...”


한 대 맞아서 억울한 수용이 투덜거렸다.


“여보! 그래도 제수씨한테 그렇게 막 부르면 안 되지. 그거랑 그거랑 같아?”

“아니...”

“같이 있을 때는 수하라고 불러도 우리끼리 있을 때는 말조심해. 평소에도 말조심해야 실수도 안 하고. 응? 그리고 서윤이도 아빠 따라서 고운 말 좋은 말만 쓸 거 아냐. 알았어?”


물론 유지애의 말은 정론.


“아우~ 또 잔소리.”

“잔소리?”


그 정론에 잔소리를 가져다 붙이는 수용의 망언에 유지애의 눈 꼬리가 살짝 치켜 올라갔다.


“......”

“그리고 손 치워.”

“허허. 아우 듣기 좋아. 이상하다. 자기 잔소리는 왜 이렇게 섹시하냐? 흐흐흐... 아야!”

“하지 말라고 했다!”

“흐흐흐.”

“아이 참!”


그렇게 한참을 오랜만에 신혼부부처럼 알콩달콩한 한 때를 보낸 디앤티 소프트의 개발팀장과 아트 팀장은 ‘다 같이 마피아 게임’의 개발도 진행하였다.


기획, 프로그래밍, 아트.


비록 이 셋 중에 기획자는 없지만 수호의 미션창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이미 사실상의 개발은 거의 끝난 상황이었다.

남은 건 버그 수정과 디테일 뿐.

이제 남은 중요한 문제라면 서버와 출시를 어디에서 어떻게 하느냐 정도? 마케팅은 당연히 그에 수반되는 거라 아직 미정이었다.


“으으음~ 그러니까 도련님은 최대한 빨리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고 싶다고?”

“응. 얘가 그렇게 생각 안 했었는데 은근히 욕심이 있나봐.”

“호호, 욕심 없는 사람이 어디 있어.”

“응. 그거야 그렇지만... 아무튼 이번에 판타지 삼국지 건으로 갈 때 담당자도 같이 만나기로 했거든. 그때 한 번 거기랑 얘기해보고 그 다음에 출시 일정 한 번 짜보기로 했어.”

“응. 잘 됐네.”

“그래야지. 아마도 잘 될 거야. 일단 판타지 삼국지가 계속 잘 나가고 있으니까.”

“후후후.”

“진짜 이렇게 될 줄은 몰랐는데...”

“그러면 청소 게임 그건 언제 일정 들어가?”

“글쎄... 원래라면 마피아 게임이 여름 출시였고, 청소 게임은 겨울쯤으로 보고 있었는데... 수호 이 자식이 자꾸 이상한 걸로 태클을 걸어서...”


실제로 현재 마피아 게임의 경우에는 출시 일정과 방법 등만 정하면 일주일 만에라도 출시를 할 수가 있을 정도였다.


“에이~ 도련님도 걱정되시나 보지.”

“걱정은 무슨. 그러는 놈이 매일 연애질이야?”

“풉, 자기는 또 그런다. 그리고 뭐 매일 연애야. 도련님 평일에는 부산에서 학교 다니시잖아.”

“학교가 대수야? 그러면 주말에는 와서 일도 좀 배우고 해야지.”

“에이~ 자기도 원래 도련님은 아이디어나 짜내는 걸로 맡기려고 했잖아. 이제 왜 또 말이 달라졌어? 언제는 졸업하면 수고했다고 여행도 다녀오라고 하려 했잖아. 자기 왜 이렇게 변했어?”

“하아... 그거야 또 그렇지만...”


잠시 또 마음이 급해진 수용을 유지애가 달래주는 시간이 있었다.


“그래서 도련님은 다른 게임들도 기획서 안에 들어간 내용만 완전 포함되면 전부 오케이라고?”

“응. 일단은...”

“그래서 그렇게 따지면 일단 개발은 다 된 건가?”

“뭐... 자기랑 나랑 할 건 다 했지. 워낙 구조가 간단해서 서버 적용만 시키면 될 것 같아. 서버비도 내가 여기 저기 알아봤는데 우리 생각보다 많이 들지는 않겠더라. 요새는 우리 때랑 달리 서버 제공해주는 회사들이 많더라고. 승호 형한테도 따로 물어봤는데 서버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아. 사실 문제는 마케팅인데...”

“최 팀장님?”

“어?”

“최 팀장님은 요즘 뭐하셔?”

“얼마 전에 새로운 프로젝트 들어가시긴 했는데... 글쎄... 거기 사장도 구 사장만큼 이상하다고 투덜거리기는 하던데... 모르겠다. 우리가 빨리 성공해서 승호 형도 딱 모셔오면 좋을 텐데... 김도희 팀장님은?”

“에이, 그 언니는 요즘도 잘 나가잖아. 그냥 판타지 삼국지 외주 받는 걸로도 엠렉스에 있을 때보다 잘 벌어서 요즘은 잘 살고 있을 걸? 나도 벌이가 괜히 엠렉스 밑에 있을 때보다 나은데... 헤헷.”


수용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회사를 그만뒀을 때 이미 판타지 삼국지의 실질적인 주역들은 모두 엠렉스를 떠나 있는 상황이었다.


당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던 아이디어의 주인 한수호는 어차피 당시에도 엠렉스 직원은 아니었지만 이제는 디앤티 소프트의 대표 겸 한량이 되었고,

당시 개발팀장 최승호는 현재 신생 회사에서 프로젝트를 맡고 있으며,

판타지 삼국지의 엄마 격인 김도희 디자인 팀장도 2년 전에 엠렉스를 나와 현재는 코코아 게임즈가 운영 중인 판타지 삼국지의 일러스트 외주로 일을 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코코아 게임즈의 내부 인력들이 그림을 맡았다가 유저들의 원성에 김도희에게 다시 맡길 수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뭐 다들 잘 살고 있네.”

“그렇지 뭐.”

“우리만 잘 되면 되겠다. 아니, 우리가 잘 되면 다들 같이 모이면 더 좋겠다. 허허. 그런데 사실 서버에서 조금 헷갈리는 것도 있는데 전문적인 서버 보는 사람을 따로 구해야 하려나... 진용이는 요즘 뭐하려나 모르겠네.”

“아~ 그 후배?”

“어. 왜 우리 엠렉스에 있을 때도 서버는 문제 없었잖아.”

“하긴 은근히 엠렉스 사람들이 실력은 좋았는데...”

“자기랑 나랑 있었으면 말 다했지. 허허허. 아무튼 진용이 걔도 저번에 MMORPG 하나 프로젝트 들어갔던 것 까진 들었는데... 말 나온 김에 확인해봐야겠다. 아니, 승호 형이 아니라 걔한테 물어볼 걸 그랬네. 서버는 걔가 전문가잖아. 또 누구 있지? 아 우리 CS도 구해야 하지 않을까? 그래. CS도 있긴 해야... 아니면 수호는 하는 일 없으니까 CS를 맡기... 아니! 그러니까 수호 이 자식이 회사가 이렇게 바쁜데...”

“그만!”

“......”

“자기 진짜 왜 이래. 응? 너무 서두르지 마. 우리도 아직 여유 많잖아. 자기 퇴직금이랑 나 퇴직금이랑 적어도 몇 년은 여유로워. 안 되겠다. 무조건 놀이동산 가야겠어. 자기도 좀 쉬면서 머리 좀 식혀야겠다. 어때?”


물론 수용은 아내의 말에 납득하지는 못했다.

머리를 식힐 때가 아니라 지금은 좀 더 조금이라도 열심히 무언가를 해야 할 때가 아닐까? 그렇지만 이럴 때는 잠자코 아내 말을 따라주는 것이 가정의 평화를 위한 것이기에 수용은 할 말이 많지만 하지 않았다.


‘그래. 내가 좀 급하긴 한 가봐... 급할수록 돌아가라고 했는데...’


수용의 장점 중에 하나는 우직하지만 고집은 없다는 점.


“알았어. 아 자기야~ 말 나온 김에 한 번 테스트 같이 해볼래?”

“응?”

“서버 무료로 제공해주는 데가 있거든. 거기 올려서 테스트 같이 해볼까 싶어서.”

“음... 뭐. 해볼까?”


아내가 같이 테스트를 해준다니 신이 난 수용이 싱글벙글 웃으며 컴퓨터를 만졌다.

타닥타닥.

마지막으로 엔터키가 눌러짐과 동시에 서버에 등록되며 게임 기능이 100% 구현되고 말았다.


[다 같이 마피아 게임] Easy


마피아 게임의 진행을 보조해주는 앱을 완성하고 출시하세요. 기획서의 내용들을 모두 포함하여야 합니다. 달성도를 모두 충족해야 [체험] 특기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달성도: 100% / 100%]


▷ 추가 임무


▷1. 출시 100일 간 다운로드 수 1만 명 획득 (중복 및 부정 다운로드 횟수 제외).

▷2. 출시 100일 간 마켓 평점 3점 이상 유지.

▷3. 출시 100일 간 재미있다는 칭찬 1,000건 이상 획득 (직접 듣지 않아도 가능).


달성도 100%.


그러니까 수호의 미션의 조건이 충족되었다는 말이었다.

그래서 수용은 모르는 이 순간 수호는 지구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어떻게 보면 엔터키로 수호를 날려버린 셈. 그래도 다행이라면 아무도 눈치 차릴 수 없게 지구의 시간도 같이 멈춰버리고 말았고, 그 멈춘 시간에 동반자 수하에게는 하나의 질문이 주어졌다는 점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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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49화 +2 19.11.14 51 1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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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47화 19.11.12 50 1 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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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45화 19.11.09 55 1 22쪽
44 44화 19.11.08 56 1 21쪽
43 43화 19.11.07 57 1 22쪽
42 42화 +2 19.11.06 60 1 21쪽
41 41화 +4 19.11.05 64 1 22쪽
40 40화 19.11.04 57 2 24쪽
39 39화 19.11.02 58 2 24쪽
38 38화 19.11.01 62 1 23쪽
37 37화 19.10.31 57 1 24쪽
36 36화 +2 19.10.30 61 1 22쪽
35 35화 19.10.29 64 1 22쪽
34 34화 19.10.28 61 0 23쪽
33 33화 19.10.26 72 1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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