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에서 능력얻는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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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괴
작품등록일 :
2019.10.01 20:45
최근연재일 :
2019.12.02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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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1.20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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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쪽

54화

DUMMY

수호에게는 11개의 전장이 있지만, 수하에게는 10개의 임무가 있었다.


[고등학교]

[대학교]

[효도]

[집]

[노후자금]

[여행]

[가수의 꿈]

[연애]

[결혼]

[가족]


일단 [연애], [결혼], [가족]은 수호에게 달려있으니 뒤로 미루고, [집]과 [노후자금]은 결국 돈만 벌면 되는 문제였고, [고등학교]와 [대학교]는 시간으로 해결할 문제였다. [효도] 미션은 거의 다 해낸 상황이고, [여행]은 틈틈이 다녀오면 되는 것이었고, [가수의 꿈]은 게임 방송에서 부르는 것으로 일단 방향을 잡아두었다.


그러니까 정수하의 다음 행보는 본격적으로 게임 방송을 하기 전에 게임 예행 연습이었다.


[한정판수하님이 날뛰고 있습니다!]


BOL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AOS 게임.

때문에 정수하, 수하, 수하링, 수하정 등등 수많은 아이디들이 이미 존재하여 만들 수가 없었다. ‘수리’는 수호가 부르는 애칭이라 아껴두고 싶었고, 아직 시작하지도 않은 위튜브나 트위키 방송국의 이름을 달기도 애매했다.


그렇게 어정쩡하게 탄생한 것이 한정판수하.


옆에서 한수호가 그냥 정트롤이나 정녹색소녀, 정수리냄새, 3성언저리 등으로 하라고 펌프질을 했지만, 수하는 들은 체도 하지 않고 한정판수하라고 아이디를 지었던 것이었다.


[한정판수하: 10/3/4]


10 킬, 3 데스, 4 도움.

서포터 한정판수하는 원딜마냥 킬을 잡아먹으며 날뛰었다.


“아니! 야! 그걸 네가 왜 킬을 먹어!”

“아 어쩌라고!”

“악! 네가 막타를 왜 치냐! 야! 빼! 또 오잖아!”


수호는 급히 백 핑을 찍으며 수하에게 적이 올 것임을 알렸다. 5 대 5의 팀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건 수적우위를 점하고 열위를 피하는 것. 결국은 불리한 싸움을 피하고 유리한 싸움을 해야 하는 것이므로 지금은 피해야 할 때였다.


“야! 정수리!”


역시 수하는 말을 잘 듣는 타입이 아니었다.


[한정판수하님이 학살 중입니다!]

[전설의 한정판수하님!]


그리고 원딜러이자 게임 선배인 수호의 말을 무시하고, 서포터이자 갓 입문한 초보 정수하는 불리한 상태에서 현란하게 스킬을 피해가며 모두 잡아내버렸다.


“어라?”


이걸 역관광을 보낸다고?


실전에서 잘 싸운다고 게임을 잘 하란 법은 없지만, AOS 게임도 결국은 피지컬이 받쳐줘야 하기에 수호는 개복치인 정수하가 잘 할 거라는 생각을 하지는 못했다.


“오빠 뭐해? 빨리 와서 와드나 박아.”


어우야... 그런데... 이 여자 성깔만 더러운 게 아니라 게임도 참 잘했다.


“어... 나 원딜인데?”


원딜러의 자존심보다는 남자의 자존심.


“1/8/3은 빨리 와서 와드나 박으라고.”

“......”

“뭐해? 게임 안 이길 거야?”

“야.”

“왜?”

“너 왜 이렇게 잘 하냐?”

“뭐가?”

“게임... 이것도 공부했어?”

“하긴 했지. 공부 없이 할 수 있는게 뭐가 있어. 잘 하려면 노력해야지. 그리고 이건 그냥 무빙하다가 스킬만 맞추면 되는 게임이잖아. 어렵지 않네.”


반박불가의 정론에 수호는 침묵했다.


“......”


게다가 게이머 세계에서는 게임 잘하는 사람 말이 진리. 1/8/3의 성적으로 발언권이 없는 수호는 수하를 따라다니며 서포팅을 했다. 애초부터 수하는 딜포터(딜이 가능한 서포터)였기에 가능한 방법이었고, 수하는 바뀐 역할을 훌륭히 이행해냈다.


[한정판수하: ㅅㅍㅊㅇ]

[호우랑이: ㅇㄷㅊㅇ]

[호우랑이: 아니 ㅂㅌㅊㅇ]


남자의 자존심을 버렸지만 끝내 겜존심을 버릴 수 없었던 1인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정수하는 다음판부터 수호와 자리를 바꿔 원딜러가 되었다.


“역시 오빠는 딱 힐러가 딱이네. 힐 타이밍 기가 막힌다.”

“어? 어... 어.”

“오빠! 나 들어간다! 걸어!”


심리전의 달인은 스킬을 걸고 피하는 타이밍이 탁월했다.


[전체) 한정판수호: 쫄?]


도발의 재능도 충만하여 이니시를 거는 능력까지도.


“오빠 몸 대!”

“어? 어!”

“그렇지! 나이스!”


[트리플킬!]

[전설의 한정판수하님!]


수호는 자기도 모르게 삼창했다.


“와! 정수하! 정수하! 정수하!”


그렇게 아이언에서 시작한 정수하는 브론즈에서 실버로, 실버에서 골드로 올라갔을 때 이사를 했다.

본격적으로 세팅 완료.

그리고 골드에서 플래티넘으로 갈 때 수하는 스트리머 ‘아니용’, 그러니까 이아영의 BOL 게임 방송에 아는 여동생으로 목소리만 들려주며 방송 적응을 시작했고.


- 와 이게 진짜 이번 시즌에 시작한 볼린이라고?

- 니용님보다 나은데?

- 이것이 재능인가? ㄷㄷㄷ

- 진짜 부캐 아니에요?

- 누가 봐도 부캐임 구라 ㄴㄴ

- 그런데 목소리 진짜... 누나 나 죽어!!!

- 누나 나 죽어!!!

- 정보) 수하님은 10대이다 모두 조심!!!

- 10대임?

- 진짜?

- ㄹㅇ???

- 여러분! 대한민국 미래가 이렇게 밝습니다!!!


목소리와 플레이만으로도 정수하의 매력은 상상초월.


- 방송하면 꼭 보러갈게요!


그렇게 시청자가 빨릴 위기에 처한 이아영이었지만 현역 대학생에 학생회 신분이라 방송을 매일 같이 자주할 수는 없었고, 원래부터 방송으로 돈을 벌 생각은 없었기에 시청자 숫자에 전전하지 않았기에 둘의 합방은 문제없이 계속 순항할 수 있었다.


[한수호] 방송 잘 하는데?

[정수하] ㅎㅎㅎ

[한수호] 역시 게임은 성격 안 좋은 애들이 잘 한다니까. ^오^)b

[정수하] 우리 안 만날 건가봐?

[한수호] 놀이동산 가야지. 왜 안 만나?

[정수하] 그런데 성격이 어쩌고저쩌고ㅎㅎㅎ

[한수호] ㅎㅎㅎ칭찬인데 왜 구루냥ㅋㅋㅋ

[정수하] ㅎㅅㅎ

[한수호] 죄송합니다 (_ _)


검정고시의 성적 내기로 가기로 한 놀이동산이 아직. 수하는 놀이동산을 다녀온 후에 본격적으로 방송을 시작하기로 했다. 그러니까 수호와 수하의 다음 스케줄은.


‘잘 됐다. 언제 한 번 수리한테 이런 것도 있다고 보여주고 싶었는데...’

‘수연 언니가 도와준다고 했으니까...’


꿈과 희망이 교차하는 놀이동산이었다.



* * *



꿈과 희망이 함께하는 놀이동산.


오늘의 원정대는 한수호, 한수연, 한수용과 유지애, 한서윤, 정수하, 공옥련까지 총 7명.


“오빠, 나 어때?”


정수하는 아무렇지 않은 듯이 툭 질문을 던졌다.

메이크업 쇼 모델 이후로는 레벨을 올릴 일이 없었고, 수하도 당분간은 [매력] 말고 다른 스탯을 필요할 때 올리기로 했기에 상태창 상의 변화는 없었다. 그렇지만 사람이란 게 꼭 스탯만으로 강해지는 건 아니지 않는가. 원래 미모라는 녀석도 의상, 화장, 조명, 날씨, 장소, 시간, 컨디션 등등 수많은 조건에 의해 영향을 받는 것 아닌가.


“뭐가 어때?”


화창한 5월의 아침.

하얀색과 하늘색이 섞인 맵시 좋은 원피스.

피부가 좋으니 화장은 퍼펙트.

수많은 사랑이 이뤄진다는 놀이동산 앞.


오늘의 수하는 또 강력했다.


“너 그래가지고 제대로 놀겠냐. 바지 입지.”

“......”

“그리고 구두 말고 운동화 신으라니까. 어휴. 하여튼 말은 지지리도 안 들어요.”


그렇지만 수호에게 수하는 수하일뿐이었다.

악천후 속에서도.

피에 젖은 넝마를 입고 있어도.

화장 대신 구정물이 지저분하게 묻어 있어도.

마물의 시신으로 어지러운 곳에서도.


‘뭐가 다른가?’


언제나 양수는 그저 양수리일 뿐.


“뭐? 왜? 나 뭐 묻었어?”


수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수호의 눈치 없음에 할 말을 잃었다.


“공듀님~ 삼추운~! 빨리 가아~!”


그렇지만 눈치가 없어도 도의적으로 비난받지 않을 수 있는 다섯 살 한서윤이 있기에 놀이동산에 입장하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 * *



한편 놀이동산을 찾은 수많은 사람들 중.


“아빠~ 아빠!”

“어~. 아빠 간다. 허허허.”


서윤과 비슷한 또래의 딸과 모친과 함께 놀이동산을 찾은 중년의 아저씨의 이름은 주태석.

그리고 그 정체는 JBC의 드라마 PD.

비록 대중에게까지 얼굴이 알려진 스타 PD는 아니지만 지금까지 찍은 모든 작품이 중박 이상을 뽑아내면서 업계에서는 나름 알려지고 인정받는 이였다. 그것도 대작을 고작 중박으로 끝낸 것이 아니라 적당한 제작비로 퀄리티 있는 작품을 뽑아내는 실력 있는 PD였다.


“주하진! 너 그러다가 넘어진다! 앞에 봐야지.”


그리고 일터에서는 능력 있는 주태석은 가정에서는 40세의 싱글파파이기도 했다.


“네! 헤헤헤! 아빠! 빨리 오세요!”

“허허. 녀석도 참.”

“주하진! 할머니 손 꽉 잡아!”


주태석이 자신의 어머니와 딸이 다정히 손을 잡고 걷는 뒷모습을 보면서 흐뭇하게 웃는 가운데 폰이 울렸다.


[김주현 작가 010-XXXX-XXXX]


“하아...”


이렇게 가족을 위해 시간을 내서 밖으로 나왔지만 어쩔 수 없이 일터에 묶여있을 수밖에 없는 신세.


“네. 김 작가님, 왜요?”


현재 주태석은 드라마를 한 편 준비 중이었다.


“아니, 그러지 말고 그 친구로 하자니까. 작가님이 원하는 대로 오디션도 봤잖습니까. 아니, 그 중에서 제일 나았잖아요. 김작가님. 에헤이! 사람 또 서운하게.”


차라리 주연이나 중요한 조연의 섭외가 곤란했다면 모를까. 단, 1화를 위한 단역을 정하는 것에서 의견 충돌이 있었다. 정확히는 일정 상 어쩔 수 없이 타협을 하고 가자는 주태석과 배역에 꽂히는 연기자가 나타날 때까지 진행을 할 수 없다는 고집쟁이 작가의 충돌.


“알죠. 알죠. 내가 작가님이랑 작품 한두 번 해보는 것도 아니고. 아니, 세 번째이긴 한데... 작가님, 오늘 또 왜 이렇게 까칠하실까. 어? 그래도 어쩌겠어요. 기획사 싹 다 돌려보고 모델 에이전시들이랑 오디션까지 해도 없는데... 이번에 위에서도 말이 많아요.”


그래서 요즘 주태석의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특히나 이번에 맡은 드라마는 지금껏 주태석이 맡았던 작품 중에 제일 많은 제작비가 잡힌 블록버스터 급 기대작. 그렇다보니 위에서의 압박과 지금껏 잘 겪지 못했던 대형기획사들의 알력다툼만으로도 이미 주태석의 스트레스는 극에 달해 있었다.


“알죠. 압니다. 네. 오늘은 딸이랑 같이 놀이동산 왔어요. 아니요. 미안할 것까지야... 괜찮아요. 거 참. 작가님, 괜찮으니까. 알았어요. 그래요. 그럼 내일 봅시다.”


물론 김주현 작가도 괜히 고집을 피우는 것은 아니고 더 좋은 작품을 위한 것이라서 주태석도 개인적으로 김주현에게 감정이 있는 건 아니었다. 다만 상황이 좋지 않을 뿐. 솔직히 주태석 역시 그 배역이 아쉬운 건 마찬가지였으니까.


‘이거 오디션을 한 번 더 봐야 하나... 젠장.’


이미 제작발표회까지 앞둔 상황.

조만간 본격적인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딸과의 시간을 갖기 위해 놀이동산에 찾았던 주태석은 한숨을 푹 내쉴 수밖에 없었다.


“에이... 쉬불. 어떻게 되겠지... 엄마는 어디 가신 거야?”


주태석이 통화하는 중에 주태석의 노모와 딸은 기념품가게에 들어가 있었다. 놀이동산의 기념품가게에서는 단순히 기념할 상품이나 인형 이외에도 귀여운 머리띠 같이 착용하고 다니면 좋을 아이템들이 있기 때문.


“아... 저기 들어갔겠구나.”


그리고 주태석이 들어간 그 곳에는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 * *



수연이 수호를 보며 물었다.


“이야, 여기 오랜만이다. 그치?”

“어. 그렇네.”


지구 시각으로 5년 전에, 입대를 앞두고 서울에 놀러왔던 수호와 수연 남매는 놀이동산에 왔었다.


“아... 이거 생각난다. 흐흐흐, 누나가 이거 고양이 머리띠 쓰고 아웅해가지고. 판타지 삼국지 그거... 아이디어로 하고 그랬었는데...”


그 후로는 서로가 바빠서 놀이동산을 함께 온 것은 5년 만이었다.


“꺅! 수하야, 이리 와봐!”

“아니, 내 얘기 안 들어? 누나! 야! 정수리!”


그렇지만 한수연에게는 막둥이와의 5년 전 추억보다는 지금 처음 같이 온 정수하를 꾸미는 것이 더 중요했다.


“수하야, 이것도 해볼래?”


그리고 정수하도 눈빛이 반짝 거렸다.

사실 인터넷에서 미리 검색해봤고, 사고 이전에 정수하도 놀이동산에 온 기억이 있기에 커플들에게는 귀여운 머리띠가 놀이동산의 국룰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역시 수연 언니. 나이스!’


그래서 눈치만 보고 있었는데 이렇게 알아서 떠먹여주다니. 수하는 수연과 공옥련, 유지애의 압박에 못 이기는 척 머리띠 패션쇼를 펼쳤다. 물론 이미 점찍어둔 것은 귀엽고 섹시한 고양이 머리띠지만 매력이야 많이 어필할수록 좋은 것이 아닐까?


“어때?”


수연이 물었다.


고양이 귀.

토끼 귀.

너구리 귀.

호랑이 귀.

여우 귀.


잠깐 옛 생각에 빠져버렸던 수호가 멍청하게 대답했다.


“어?”

“풉... 표정 뭐야.”

“어... 뭐가?”


아련한 듯 멍청한 수호의 표정에 수연이 웃는 동안 누군가가 홀린 듯이 수하에게 다가왔다. 머리띠를 고르느라 지금껏 얼굴을 가리고 있던 마스크를 수하가 잠깐 벗은 사이에 일어난 일이었다.


“우와아아.”

“어머나?”

“언니이~! 예쁘다아!”


주태석 PD의 딸 주하진이었다.


“자 하진아 이건 어때? 어머? 하진아?!”


또한 하진의 할머니 박효분이 잠깐 손녀에게 어울릴 머리띠를 고르는 사이에 벌어진 일이기도 했다.


“우리 공듀님이야!”


서윤이 어깨가 으쓱한 채로 갑자기 찾아온 또래 친구에 정수하를 자랑했다.


“공주님?”

“응. 우리 공주님 예쁘지? 헤헤헤.”

“응. 예쁘다. 그런데 어디서 나온 공주님이야?”

“응?”


서윤은 그런 건 몰랐다.


“티브이에 나왔어?”


반면에 서윤보다 한 살 더 언니이자 아빠가 PD라서 상대적으로 예쁜 언니들을 참 많이 접했던 하진은 자신의 상식에 비추어 질문을 던졌다.


“우리 아빠 회사 언니들보다 예쁘다.”


물론 직장이 방송국인 주태석 PD와 여자 연예인들의 회사가 같진 않지만, 어쨌든 하진의 입장에서는 같은 일터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 그리고 지금껏 하진이 아빠의 일터에서 본 어떤 여자 연예인보다 수하가 예뻤다.


“하진이 너 거기서 뭐해? 어머, 미안해요. 우리 손녀가 혹시 무슨 실수라도 하진 않았죠?”


갑자기 나타난 어린 여자 아이에 어쩌나 싶었던 유지애와 수연은 하진의 보호자의 등장에 안심했고, 아이를 가진 이들은 으레 그렇듯 아이를 매개로 자연스레 대화를 나누었다.


“하진이는 여섯 살이에요.”

“저희 서윤이는 다섯 살이에요. 아. 이쪽이 엄마고, 저는 고모에요.”

“호호호, 참 사이가 좋으시구나. 부럽네요. 그럼 저분은...”

“아... 저기는 제 남동생 여자 친구의 할머니...”

“네?”


비록 조금 복잡한 가족 관계였지만, 아무튼 득실득실한 대가족(?)의 모습에 아들과 손녀만 달랑 하나뿐인 박효분은 살짝 부러워졌다.


‘우리 아들도 새 장가 가면 좋을 텐데...’


그리고 이때.


“어머니, 여기서 뭐하세요?”


박효분의 아들이자 주하진의 아빠인 주태석 PD가 등장했다.


“아빠아~! 여기 공주님 있어요!”


주하진의 목소리에 주태석은 무심코 고개를 돌렸다. 공주님? 아마도 놀이동산의 직원이겠거니 가볍게 돌린 눈 끝에 매력 70의 사막여우 귀 소녀가 묵직하게 걸려버렸다.


‘......!’


덜컥.


대한민국 드라마의 특징은 기승전 로맨스라는 것도 있지만, 모든 주인공이 예쁘고 잘 생겼다는 특징도 가지고 있었다. 그러니까 주태석이 드라마 PD로 수많은 여자 연예인들을 봤었다는 말. 그런 눈에 정수하는 웬만한 탑스타라고 해도 믿을 정도의 아우라가 있었다.


‘민아다!’


사람을 착각한 것은 아니었다.

단지 그 문제의 배역.

김작가의 대본에 적혀있는 민아라는 소녀를 말하는 것이었다.


‘긴 생머리. 눈처럼 하얗고 티 없이 깨끗한 피부. 오똑한 코. 선명하게 붉은 입술... 완벽해.’


주PD와 김작가의 이번 드라마에는 마치 소설에서 튀어나온 것처럼 예쁜 미소녀의 존재가 필요했다.


“아빠?”

“너 아빠야?”

“응. 우리 아빠야.”

“너 아빠도 우리 공듀님이 좋은가부다. 헤헤헤.”


주하진과 한서윤이 고개를 갸웃거리는 동안에 뚜벅뚜벅 걸어온 주태석 PD는 아직 여우 귀 머리띠를 착용 중인 정수하의 앞으로 다가와 명함을 건넸다.


“반갑습니다. JBC 방송국 PD 주태석이라고 합니다. 혹시 연기에 관심 있으십니까?”

“네?”

“저기 아가... 아니, 학생에게 어울리는 배역이 있는데... 그게... 딱 맞는 배역이 있는데...”


주태석 PD는 말을 하다가 자신이 지금 무슨 짓을 벌이고 있는지 깨달았다. 그제야 그 주변에 자신의 어머니와 딸을 포함하여 여러 사람들이 놀라서 바라보고 있다는 걸 알게 된 것이었다. 주태석 PD 인생에 몇 안 되는 흑역사라고 해야 할까?


“주태석 PD님?”

“네?”

“안녕하세요. KMQ 엔터에 한수연이라고 합니다. 바라보다 촬영 때 고지훈 배우와 함께 인사드린 적이 있습니다.”

“아... 지훈이면...”

“네. 고지훈 배우가 저희 소속 연예인입니다.”


다행히 크게는 같은 연예계 종사자인 한수연이 있어서 이상한 사기꾼 취급을 받지는 않을 수가 있었다.


그리고 면담 자리.


공옥련이 수호와 수하를 믿고 보호자격으로 면담을 맡겼다. 그 사이에 다른 사람들은 모두 사파리 투어를 하기로 했고. 참고로 수하가 동행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울먹거리려던 서윤도 사파리 앞에서는 쌩하고 등을 돌렸었다.


“흠흠... 제가 너무 성급했던 것 같습니다.”


다시 한 번 주태석 PD는 사과를 했다.


“호호호, 괜찮습니다. 그런데 PD님? 배역은 무슨 얘기에요?”


한수연의 말에 주태석 PD가 간단히 설명을 했다. 비록 단역이긴 하지만 1화에 강한 인상을 남겨야 할 소녀 역할로 정수하가 마음에 들었다는 이야기였다.


“아하. 그런데 역할이 뭐길래요?”


주태석이 머뭇거렸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왜냐하면.


“그, 그게... 좀비 역할입니다.”

“네?”

“제가 실수도 했고... 내일 제작 발표회가 있을 예정이라 믿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어디 가서 말씀해주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희 이번 드라마는 조선 시대의 좀비 이야기입니다. 민아는 극중 주인공의 딸 역할이고요.”


외부인에게 너무 자세한 이야기는 할 수 없었지만,


주인공의 소꿉친구이자 약혼녀인 민아는 절세의 미소녀라 그녀를 탐하는 권력자가 있었고, 그 권력자로 인해 민아가 사망하게 된 후에 주인공의 복수극과 좀비물이 섞인 이야기였다.


“좀비요?”


그래서 민아 역의 연기자를 찾기가 힘이 들었던 것이었다. 좀비가 되기 이전에는 누가 봐도 청초하면서도 매력적인 절세의 미소녀여야 하고, 그 후에는 갑자기 좀비로서 상반적이고 충격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했다. 그로 인해 주인공이 잔혹한 복수극과 극 전체를 이끌어가는 선악의 대립 및 혼란의 분위기가 좌우될 거라고 김주현 작가와 주태석 PD는 의견을 같이 하고 있었다.


“네. 하하하... 아무튼 수하양이 이쪽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 조금 아쉽네요.”


물론 수하의 좀비 연기를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김주현과 주태석에게는 좀비가 되기 이전의 미소녀의 커트라인을 통과한 후보도 없는 상태였다. 세상은 넓고 미소녀도 많지만 하나씩은 아쉬움들이 있었다. 그런 와중에 일단 좀비가 되기 이전의 민아에 부합하는 미소녀가 나타난 것이었다.

만약 좀비 연기가 아쉽더라도 상관은 없었다.


여러 가지 분장을 덕지덕지 찍어 발라서 원래의 얼굴을 알아보기 힘들 좀비를 만들어 내는 것과 투명하게 있는 그대로의 매력을 뽐내야 할 미소녀를 만들어 내는 것.


둘 중에 뭐가 더 힘들지는 그 누가 봐도 명백한 일이 아닐까?


“수하는 어때?”


흔치 않은 기회에 수연이 아쉽다는 듯이 수하에게 물었다.

주태석 PD의 작품은 항상 중박 이상.

특유의 영상미와 배역들을 맛깔나게 찍어내는 재주가 있어서 출연료가 작아도 배우들이 기꺼이 출연을 하는 그런 PD의 작품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스케일도 크다고 했다. 만약 소속사의 연예인에게 이런 기회가 온다면 무조건 예스. 못 먹어도 고인 상황이라 한수연의 말에는 미련이 뚝뚝 묻어나 있었다.


“어... 언니, 그게...”


조금 전까지 수호와 수하는 눈빛으로 치열하게 대화를 나누었다.


‘여기서 좀비가?’

‘......’

‘야 너 좀비 연기 잘 하잖아. 잘 됐네. 풉키풉키.’

‘죽고 싶어?’

‘너는 농담인데 왜 구루냥.’

‘......’


물론 수호는 그냥 해프닝으로만 여기고 열심히 수하를 놀렸을 뿐이었다.


“수하야, 이거 진짜 좋은 찬스다.”


수하도 좋은 찬스라는 점에서는 동감했다.

드라마 출연은 유명해지는 데는 호재.

아이돌에 비하면 배우는 연애가 그렇게 걸림돌이 될 것도 없었고, 어차피 계속 연기를 할 것도 아니지 않는가. 어차피 수하의 플랜인 인터넷 방송인에 연기 경력이 도움이 되면 됐지 나쁠 건 없었다.


‘그런데... 좀비 연기라니!’


상대 남자배우와의 애정신이 없다는 건 매우 호조건이었지만, 예쁘게만 보여도 모자랄 판에 좀비 연기라니!


‘안 돼! 싫어!’


그래서 정수하는 이성적으로 좋은 찬스를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 작성자
    Lv.32 예천검
    작성일
    19.11.21 01:11
    No. 1

    흠...... 그 좀비를 보고 재벌 2세가 "괜찮군" 하는 건 아니겠죠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88 밀괴
    작성일
    19.11.22 22:36
    No. 2

    여주인공 급으로 예쁘면 누군가가 안 꼬이는 것도 개연성이 없지 않을까요?
    억지 고구마는 없을 테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그런데 제 글에 재벌 2세 묘사가 있었나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2 예천검
    작성일
    19.11.23 16:51
    No. 3

    보다보니 전작 리메이크 전 내용이 생각나서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88 밀괴
    작성일
    19.11.23 22:23
    No. 4

    ㅠㅠ 그러고 보니 전에도 이러다가...;;
    안 그래도 이번에도 그것때문에 글이 막히고 있네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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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에서 능력얻는 기획자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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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죄송합니다. 연재중단 공지입니다. +1 19.12.04 105 0 -
61 61화 +1 19.12.02 37 1 24쪽
60 60화 +2 19.11.30 35 1 24쪽
59 59화 +3 19.11.28 39 1 22쪽
58 58화 +2 19.11.26 40 1 21쪽
57 57화 +2 19.11.24 37 1 18쪽
56 56화 19.11.23 41 1 23쪽
55 55화 19.11.22 36 1 22쪽
» 54화 +4 19.11.20 44 1 21쪽
53 53화 19.11.19 39 1 19쪽
52 52화 19.11.18 42 1 21쪽
51 51화 19.11.16 42 1 22쪽
50 50화 19.11.15 47 1 21쪽
49 49화 +2 19.11.14 51 1 18쪽
48 48화 19.11.13 49 1 24쪽
47 47화 19.11.12 50 1 26쪽
46 46화 19.11.11 52 1 22쪽
45 45화 19.11.09 55 1 22쪽
44 44화 19.11.08 56 1 21쪽
43 43화 19.11.07 57 1 22쪽
42 42화 +2 19.11.06 60 1 21쪽
41 41화 +4 19.11.05 64 1 22쪽
40 40화 19.11.04 57 2 24쪽
39 39화 19.11.02 58 2 24쪽
38 38화 19.11.01 62 1 23쪽
37 37화 19.10.31 57 1 24쪽
36 36화 +2 19.10.30 61 1 22쪽
35 35화 19.10.29 64 1 22쪽
34 34화 19.10.28 61 0 23쪽
33 33화 19.10.26 72 1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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