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남자특)지옥에서 무쌍찍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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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홍삼더덕
작품등록일 :
2019.10.02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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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04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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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2.11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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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저스틴 비버

DUMMY

뭔가 단단히 잘못 되었어도 한참 잘못 되었어.


그녀를 구속하고 있는 나무 따위는 그녀가 한 손은커녕 손가락만으로 으스러트릴 수 있는 것이 정상이었다. 그녀는 악마 대공의 전령이었고 고작 이딴 것에 구속당할 리가 없었다.


하지만 그녀가 용을 써서 나무를 부러트리려고 해도, 저 나약한 로프를 끌러내려고 해도 로프와 나무 어떤 것도 그녀의 바람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오히려 온 몸을 갉아먹는 것 같은 고통에 그녀는 몸부림쳤다.


“내가 너라면 움직이지 않을 거야. 못 보던 것이 목에 걸려 있을 테니까. 그거 꽤나 고통스러울 거라고 하더라고. 수사님한테 여쭤보니까 이게 참 악마들한테는 쥐약인 물건인지라 엘로힘의 자비가 비추지 않는 이 빌어먹을 땅에서도 효과가 꽤 좋다고 했거든. 악마 구속마법이 담긴 물건이거든.”


묶여 있어 제대로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그 봉인마법은 확실히 그녀의 목에 매여 있었다.


그는 천천히 어둠속에서 뭔가를 깎아내고 있었다. 사각사각. 바닥에 떨어지는 무언가의 잔해와 소리는 카야파스를 공포로 몰아넣었다.


보티크와 몰렉과 몸싸움이 가능했을 정도로 강력했던 남자다. 도대체 뭘 깎는 거지? 뭐지? 말뚝? 십자가? 심장과 머리에다가 박아서 몰렉에게 그러했듯 자신도 영원히 죽지도 재소환되지도 못하게 바다에 던지든가 야산에다가 매장할 생각인가? 아니면 너도 이것처럼 천천히 깎아서 고통을 주겠다는 뜻인가?


그녀는 오만가지 상상을 하며 그녀에게 다가오는 그를 비참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저 구체는 뭐지? 성수가 잔뜩 든 통인가? 오 바알이시여. 제게 굳은 심지를 주소서. 온갖 기도와 안녕을 구하는 말이 그녀의 입에서 파르르 흩어졌다.


그가 천천히 걸어 나온다. 그가 손에 들고 있는 것은 정말로 사악하게도... 사과였다.


“왜? 놀랐어? 이래서 악마들은. 네가 나였으면 들고 있을 것을 생각하지 말라고. 열심히 살아가는 선량한 소시민이 뭘 들고 나올까를 고민하란 말이야. 고문도구라도 나오길 기대한 것은 아니지?”


그는 사과를 여섯 토막 내면서 어디서 가져왔는지 이쑤시개에 찍어 그녀에게 권했다.


“먹을래? 나 혼자 먹으면 대화하기 좀 그렇잖아.”


사실상 그녀를 납치한 다음 구속해놓고 먹을 것을 권하는 넉살이라니. 물론 맨 먼저 납치 구속한 것은 그녀였지만 그는 애초에 구속되어 있던 상태가 아닌가.


아스트리드가 힘 조절에 실패해서 완전 기절시켜 놓은 것을 본 후, 아가레스로 변신하여 그녀를 전장으로 보냈다. 멍청한 계집애. 그녀는 기쁜 마음으로 도끼를 집은 후 추호만큼도 의심하지 않았다. 이자를 묶어두고 가라는 명령에 그녀는 열과 성을 다해서 이자를 굴비처럼 매달았다.


그리고 침대 위에 널브러진 그녀를 아스트리드의 모습으로 납치, 보쌈. 정석적인 루트였다. 그를 이제 죽이거나 암매장 한 다음 그 행세를 하려고 했다.


그러나 바알께서 이 자를 직접 보고 그 영혼을 취하면 더 기뻐하리라는 것이 그녀가 먼 길을 가도록 만든 것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예상하지 못한 것은 그가 생각보다 훨씬 빨리 회복했다는 점, 그리고 힘이 넘쳤다는 점이었다.


납치가 나쁜 것인지, 납치범에게 납치당한 것이 더 나쁜 것인지 고민하고 있을 찰나였다. 그녀의 입 앞에 있는 사과를 보고 침이 넘어가는 것을 보고 그녀는 스스로를 탓했다.


길고양이도 아니고 주는 음식을 냉큼 받아먹다니! 악마로서 실격이다. 물론 사과는 무척 달고 맛있었다. 세상에 이렇게 맛있는 것이 있다니. 지상으로 넘어오길 잘했어.


‘지금 이 상황에서 사과가 목으로 넘어가니? 카야파스! 정신차려! 저 필멸자한테 걸리면 뼈도 못 추린단 말이야.’


지금 사용할 수 있는 것이 뭐가 있지? 저 인간의 일말의 자비심에 기대봐야 할까? 아니면 변신 능력을 활용하여 저 사람을 동요시킬 수 있는 것으로 변신해야 할까?


“하나 더 줄까? 아직 많아.”


시간을 더 끌어야 한다.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이번에는 배를 꺼내며 껍질을 깎아냈다. 그는 친절하게 그녀가 모든 것을 꼭꼭 씹어 삼킬 때까지 배를 들고 있었다.


“아. 그리고 네 능력은 아까 확인했어. 아스트리드로 변장을 기가 막히게 했던데. 하지만 변장의 가장 중요한 점은 디테일이라고. 세부적인 것을 놓쳤어.”


그 말이 그녀의 역린을 건드렸다.


“그럴 리 없어! 분명 지옥에서 2000년 넘게 아스트리드는 그 모양 그 꼴로 살아왔는데 고작 보름 만에 바뀌었을 리가 없잖아! 피투성이의 아스트리드. 그게 그녀의 이름이고 정체성이야. 그렇게 따라 하기 쉬운 상대도 없는데?”


“말 할 줄 알았네?”


씩씩거리면서 그를 바라보는 악마를 보면서 조금은 귀엽다는 생각도 든다.


“사실 인간이나 악마나 날을 바꿔버리는 데에는 단 하루의 정말 인상 깊은 날만 있으면 되는 것이거든. 그녀는 나를 만나서 샤워하는 즐거움을 알게 되었지. 지금 그녀의 머리에서는 샴푸 냄새가 나. 물론 전장에서 밖에 그녀를 볼 일이 없는 네놈들에게야 여전히 피투성이 아스트리드겠지만.”


제길. 그것은 전적으로 그녀의 불찰이었다. 변신할 대상을 철저히 조사하는 것은 그녀의 장기였다. 얼마나 많은 국가와 단체를 와해시켜왔는지 그녀는 셀 수도 없었다. 그런데 고작 이런 필멸자에게 냄새 따위로 잡히다니.


어쨌든 살 활로를 찾아야 한다. 그는 사과나 깎고 있었고 어떻게 해서든 이 주술을 벗어나기만 하면 그를 공격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직 진명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는 그도 나에게 뭔가를 강요할 수 없다.


카야파스는 그의 시선을 돌리고 동시에 이 결계에서 빠져나가기 위하여 입을 열었다.


“네 놈은 사역마에게 잠자리를 요구하는 놈이구나? 누나는 네가 원하는 것을 해줄 수 있어. 아스트리드와의 하룻밤을 원해? 내가 그 꿈을 이뤄 줄 수 있어.”


“허튼 짓은 그만둬. 난 이미 완벽하게 멋진 여인이랑 잠자리를 같이 하는 사이라고. 아스트리드에게서 그런 감정을 느낀 적은 없어. 악마랑 대화할 때 진명을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지? 카야파스. 이렇게 발음하는 것 맞나? 아가레스가 기본적인 악마와의 계약 방법 정도는 알려줬거든. 그리고 단도직입적으로 내가 원하는 것을 말하고.”


그녀가 팔만 풀려 있었다며 자신을 쥐어박았을 것이다. 아무리 악마대공 사이가 좋지 않아 정보가 없더라도 아가레스는 분명 뛰어난 체인질링 정도는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진명까지 털릴 줄이야.


“내가 볼 때 이건 체크메이트인 것 같은데. 서로 험한 꼴 보지 말고 좋게 좋게 가는 것은 어떨까? 게다가 우린 재밌는 짓도 했잖아.”


분노로 이글거리는 눈을 보며 그는 능글맞게 그녀의 어깨에 걸려있는 가죽 옷을 조금 끌러 내렸다. 그녀의 흰 피부 위에 바알의 낙인이 드러나 있었다.


“좀 떠보려고 했던 것뿐인데 그렇게 말려들다니, 평소에도 이런 업무를 하는 모양인 것 같아. 꽤 키스 잘하더라? 바알한테도 그런 서비스를 해주는 거야?”


“네놈! 대공님의 존함을 함부로 입에 담지 마라! 너 같은 존재가 감히 입에 담을 분이 아니다.”


“그래. 대공님. 네게는 금과옥조와 같은 이름인 것 같네. 그 대공님도 네가 지금 실패해서 취조 받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 그는 실패한 부하를 포용할 정도로 대범한 군주야?”


연이은 패전에 바알은 그녀의 첩보 활동에 많은 기대를 하고 있었다. 그녀가 사전준비 미숙이라는 아마추어적인 실수를 저질렀다는 것을 깨닫는다면 그가 얼마나 불같이 화를 낼까?


그녀는 그것을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을까? 스스로에게 물어봐도 대답은 ‘아니’였다.


“이건 어때? 악마 아가씨.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잠입해 있어. 이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듯이. 이건 꽤 자비로운 제안이야.”


“무슨 뜻이지? 나보고 악마 대공을 배신하라는 뜻인가?”


“배신이라니. 난 그렇게 잔인한 사람이 아냐. 이중간첩이라고 하지. 그에게 충성을 다하도록 해. 하지만 동시에 나에게도 충성했으면 좋겠어.”


“그게 그거잖아!”


“네게는 많은 선택지가 존재하지 않아. 네가 그걸 선택하지 않는다면 난 너를 추적불가능한 곳에 넣은 다음 네가 미치기 전까지 저스틴 비버 노래만 틀어 놓을 거야. 지옥이 얼어붙을 때까지. 그 체험판을 지금 경험하게 해줄게.”


그는 그녀의 귀에 콩나물과 같이 생긴 것을 밀어 넣었다. 그녀는 완강히 거부했지만 목에 걸려있는 것 때문에 도저히 뿌리칠 수 없었다. 저스틴 비버라니! 그게 뭔지는 몰라도 충분히 성스럽고 그녀를 괴롭게 만들 것임은 분명했다.


그는 천천히 작은 과도로 수박을 깎기 시작했다. 그가 수박으로 그녀의 괴로워하는 얼굴을 조각하는 동안 그녀는 스무 번도 넘게 똑같은 노래를 들어야만 했다. 필멸자 계집들은 도대체 이런 노래를 어떻게 들었던 거지?


저스틴 비버. 그는 성스러운 물건들보다 그녀에게 더 큰 내상을 입혔다. 천국 혹은 지옥에 있을 그의 영혼이 이것을 보았다면 분명 기뻐하면서도 씁쓸해 했으리라.


그가 수박 조각보다 백파이프에 더 관심을 가질 무렵 그녀는 결국 소리를 지르며 항복했다.


“내 귀에서 이것 좀 때줘!! 도저히 못 버티겠어. 차라리 성가를 틀라고!!”


백파이프 때문에 외침이 잘 안 들리는 것인지 아니면 그녀를 좀 더 힘겹게 하기 위한 것인지 그는 반응하지 않았다. 그는 백파이프로 같은 노래를 연주했다.


“개자식아! 항복할게! 제발 이것 좀 내 귀에서 빼줘..”


눈물을 흘리며 애걸하는 그녀를 보며 그는 애잔한 표정으로 콩나물을 회수했다.


“그럼 이제 나와 계약해.”


“내게 자비를 베풀 수는 없겠어?”


“이게 내 자비야. 그게 싫다면 저스틴 비버와의 평생을 택해.”


“제발!”


“아직 준비가 덜 된 것 같네. 원상복귀야.”


“제발!! 제발!! 안돼애애애애!!!”


그는 아이팟을 다시 귀에 돌려놓고 핸드폰으로 영화 한 편을 보기 시작했다. 그녀가 얼핏 보기에도 그것은 엄청나게 긴 영화였다. 대부2는 러닝타임만 200분짜리 영화였다.


그녀는 200분 동안 울부짖었다. 그녀는 목이 잠겼고 말하는 것만으로도 지옥에 돌아간 기분이었다.


“이제 협상할 생각이 들어?”


원망스러운 눈으로 바라보았지만 그녀는 격하게 고개를 흔들어 동의의 뜻을 비쳤다. 목이 너무나도 아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기도 했다.


“좋아. 그럼 계약하자. 새끼손가락 걸고. 말하기 힘들 테니까 내가 대신 말할게. 동의하면 끄덕끄덕. 싫으면 도리도리.”


끄덕끄덕


“나 악마 카야파스 이하 을은 4136번 순례자 이하 갑과 계약을 맺는다. 을은 갑의 요구에 전적으로 따르며 갑이 요구한다면 바알에게 정해진 정보를 보고한다. 이에 전적으로 응하지 않을 시에는 갑의 조치에 따라 천년 동안 지속되는 저스틴 비버형을 받는다. 이에 동의한다면 끄덕끄덕. 싫으면 도리도리.”


그녀는 망설이더니 결국 끄덕끄덕을 선택한다.


“좋아. 우리는 이제 계약관계야. 마치 아스트리드와 나처럼. 사역마가 둘이나 생기다니 정말 기분 좋은걸?”


그는 그녀를 풀어주었다. 목에 있는 초크가 그와 그녀의 계약을 상징하듯 그녀의 목을 스쳤다.


“돌아가자. 우리의 계약을 다른 사람에게도 보여줘야지.”


그녀에게 남은 방법은 없었다.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며 그를 따라가는 수밖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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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시간 후, 수사 그리고 여러 팀원들은 새로운 이중간첩을 보고 감탄했다.


“어디서 이런 미인을 또 얻어 온 거야? 카사노바.”


루스키가 나진과 아스트리드도 모자라서 또 혼자서 다른 여인을 얻어왔다고 툴툴거렸다. 나진은 약간은 불안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북부 유럽풍의 미녀도 모자라서 중동 미녀라니.


확고부동한 그녀의 위치가 흔들리는 것이 느껴진 것일까? 난 왠지 모르게 오늘 밤이 기대가 된다.


“제 새로운 친구를 소개할게요.”


카야파스는 불신과 불만이 가득한 표정이었고 내 말에 따르기를 별로 원하지 않아 보였다.


“베이비 베이비 베이비 오 마이.”


저스틴 비버의 노래는 마치 그녀의 머리에 총구를 들이대는 것과 같은 효과였다. 내 입에서 노래가 흘러나오자 그녀는 화들짝 머리를 숙였다.


“카야파스입니다. 연해주님에게 절대적으로 복종하기로 계약했습니다.”


“우리를 위해서 바알에게 정확하지만 사소하고 중대해보이지만 실제로는 별로 쓸모없는 정보들을 잔뜩 돌려줄 것입니다.”


“이 친구를 통해서 바알의 행동을 조절할 수 있겠군. 예를 들어 자네 위치를 은근히 흘리면서 그를 교란한다거나.”


수사는 큰 미소를 지었다.


“결정적인 순간에 큰 일을 해낼 수도 있지.”


우리는 바알도 뒤로 넘어질 만한 계획을 세운다. 기다려라 악마대공.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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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 110. 궁지에 몰리면 쥐도. +6 20.01.27 831 42 13쪽
108 109. 비 온 뒤엔 땅이 굳는다. +7 20.01.26 864 39 12쪽
107 108. 새로운 광대 +6 20.01.25 853 44 12쪽
106 107. 펭귄(3) +8 20.01.24 882 44 12쪽
105 106. 펭귄(2) +8 20.01.23 858 40 13쪽
104 105. 펭귄 +7 20.01.22 892 46 12쪽
103 104. 앙그라마이뉴(3) +8 20.01.21 890 44 12쪽
102 103. 앙그라마이뉴(2) +7 20.01.20 863 38 12쪽
101 102. 앙그라 마이뉴 +9 20.01.19 955 46 14쪽
100 101. 잘가라 +15 20.01.18 923 54 12쪽
99 100. 혹한과 빙결의 땅 +9 20.01.17 891 49 14쪽
98 99. 보리타작 +9 20.01.16 872 40 12쪽
97 98. 미친 주둥아리 +6 20.01.15 903 39 12쪽
96 97. 그녀를 뺏겠습니다 +8 20.01.14 1,052 37 12쪽
95 96. 이이제이 +7 20.01.13 882 41 13쪽
94 95. singing in the rain +4 20.01.12 925 38 12쪽
93 93. 야 꿀벌 +7 20.01.10 934 4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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