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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티오(Ast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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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한고양이
작품등록일 :
2019.10.04 23:51
최근연재일 :
2019.11.18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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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05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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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5화 - 시작되는 것, 끝나는 것 #1

DUMMY

화려하지도 그렇다고 평범하다고는 할 수 없는 화장대와 그것과는 대조적으로 보이는 화려한 고급 침대가 놓여진 방안에 작은 달그락거림과 흥얼거리는 콧노래가 어우러져 은은하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신들의 거처로 보기엔 너무나도 볼품 없었지만, 방의 주인은 그런 외관적인 것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성격인 듯 했다.


커다랗고 볼품없는 안경 외엔 놓여진 게 아무것도 없어 처량해 보이는 화장대 앞에 앉아 있는 여성이 움직일 때마다 오래된 의자는 삐걱삐걱 소리를 내질렀고 그것은 자신의 주인이 그다지 미에 관심이 없어하는 것에 불만을 토로하는 것처럼 보여졌다.


하지만, 그런 것에 관심 따윈 없다는 듯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대충 확인한 여성은 화장대의 유일한 장식품이었던 안경을 집어 쓰고선, 매몰차게 자리에서 일어나 침대를 향해 걸어갔다.

고고하고 우아한 발걸음.

꾸미는 일 따위는 오히려 그녀의 미를 떨어뜨리는 것이라고 말하듯 그녀의 허리춤에서

아름다운 금발이 살랑거렸고, 몇 걸음 가지 않아 침대에 도착한 여성은 옆에 놓여진 의자에 앉으며 청아한 목소리로 누군가에게 말을 건넸다.


"10년 정도일까요..오랜만의 만남은 저도 제법 설레네요 후훗."


커다란 안경을 쓰고 있어 볼 수는 없었지만, 미세하게 떨리는 목소리와 풍기는 분위기로 그녀의 두 눈에 사랑이 가득 차있음을 예상 할 수 있었으며, 그 모습은 마치 첫 사랑과의 재회를 기대하는 소녀와도 같았다.

그런 그녀의 설레는 마음과는 달리 상대방은 묵묵부답으로 침묵을 유지했지만, 그래도 상관 없다는 듯 그녀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오랫동안 기다려 온 시간에 조금씩 다가가고 있답니다. 그 아이가 당신만큼 찬란한 빛을 지녔는지는 좀 더 지켜봐야 알겠지만, 처음 마주했을 때 본 그 느낌은 당신과의 만남 때와 비슷해 공들였던 시간이 전혀 아깝지가 않아요."


다소곳이 허벅지 위에 양손을 올린 채 돌아오지 않을 대답을 기다리듯 내뱉던 말을 멈춘 금발의 여성 네메시스.

볼품없는 안경 속 시선은 속이 살짝 비치는 레이스로 사방이 감싸져 있는 침대 안에 가지런히 누워있는 한 사내에게 향해 있었다.

그녀의 시선이 계속해서 그 한 곳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보아 지금까지 네메시스가 말한 상대방이 그였음을 알 수 있었지만, 얼굴에 가득한 사랑스러운 표정에도 불구하고 사내는 일말의 미동도 보이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닌 보일 수 없는 것이었다.

혈색도 있고, 작게나마 호흡도 하고 있었지만 그게 끝이다.

침대 위에 있는 사내는 말 그대로 숨만 붙어 있었을 뿐, 생명의 증거인 영혼이 전혀 없었으며, 그저 빈 껍데기인 육체는 그녀의 힘으로 부패되지 않게 보존되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래서였을까?

이런 상황이 이제 익숙하다는 듯이 미소를 머금은 채 그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간 네메시스는 눈처럼 새하얗고 가녀린 손으로 사내의 볼을 쓰다듬었다.


천천히, 그리고 조심스럽게.


소중한 보물을 어루만지듯 그의 볼을 쓰다듬던 그녀는 잠시 후 손을 거둬 들이고선 사내를 향해 나지막하게 권능의 힘을 내보냈다.


하지만, 새하얀 손과 상반되는 칠흑빛의 권능은 누워있는 사내의 얼굴 근처에서 잠시 머뭇거렸을 뿐, 이내 부질없이 일렁이다 허공에 흩어지고 말았다.

증오의 신이 직접 행한 권능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지만 네메시스는 분노하기는커녕 태연하게 사내에게 내뱉었다.


"여전히 고집쟁이군요. 당신은...

저를 향한 원망과 증오가 그토록 깊게 박혀 있다면, 그 증오의 상징인 제가 당신을 가지는 것은 당연할 것인데 그것조차 부정 해버리시다니, 역시 당신은 지독할 정도로 강해요......"


체념한 듯 또는 사내에게 응석을 부리는 것처럼 자신의 마음을 털어 놓은 네메시스는 그 말을 마지막으로 한참 동안 그를 바라 보기만 했다.

시간이 멈춰버린 것처럼 조용한 방 안에서 연민하는 이에게 보이는 그녀의 모습은 증오를 관장하는 광기 어린 신이 아닌 단순히 사랑에 빠져 있는 여성이었다.

안타까울 정도로 사랑스러운 그 모습을 누군가 보았다면 전후 사정 따윈 전부 무시하고선, 그녀의 말에 작은 반응조차 보이지 않는 사내를 향해 무작정 돌을 던졌을지도 몰랐다.

물론, 그랬을 경우 네메시스의 강한 분노를 한 몸에 받아야 할 테지만..


잠시 후,

사내를 향한 그리움과 아쉬움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난 그녀는 살짝 웃어 보이며 본래의 교양 있는 말투로 그에게 인사를 건넸다.


"잠깐 혼자가 되겠지만 외로워 하지는 마세요. 당신과의 재회를 위한 시간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답니다."


사내는 여전히 대답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메시스는 만족스러운 듯 돌아섰고, 문을 열고 나가는 그녀의 뒷모습이 아름다운 금발에서 반듯한 단발로 변함과 동시에 실내를 비추던 조명은 빛을 지워 방 안은 순식간에 어둠에 물들여졌다.








"다시 해오게!"


심술 난 두꺼비가 떠오르는 목소리와 함께 서류 뭉치를 내려치는 소리가 사무실 곳곳에 울려 퍼졌다.

유리로 덮인 사무용 책상 위에 함부로 던져진 서류 뭉치가 어지럽게 흩어지면서 왠지 모르게 처량해 보였다.

역정을 낸 후에도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처음보다 더 심드렁한 표정을 짓고선 자신의 앞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서있는 사내를 훑어보는 중년의 남성은 결국 또 다시 돼지 멱따는 소리를 내며 화를 내고 말았다.


"뭐하는겐가! 계속 그렇게 있을 텐가?"


한 회사의 팀장의 자리에 위치한 엔트록스는 앞에 있는 사내의 모든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의 행동이나, 말, 성격, 심지어 흠잡을 곳 없는 이 영업계획서도 말이다.

자신이 이 회사에 입사한지는 햇수로 벌써 25년.

눈앞에 있는 풋내기보다 몇 배, 몇 십 배는 더 험난하고 고된 시간을 거쳐왔다고 자부하며, 커다랗게 튀어나와 당장이라도 벨트를 끊어 버릴 것 같은 이 뱃살은 수 많은 접대와 회식의 산물이다.

단순히 업무적인 능력만 뛰어날 것이 아닌 동료와의 유대나 연대를 통해서, 또 스스로를 낮추는 행동과 같은 희생의 자세 등 여러 복합적인 사회적인 모습이 갖춰져야 조직이 운영된다는 것이 엔트록스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러한 고된 시간 끝에 여기까지 올라온 자신의 노력을 무시하는 듯한 이 사내의 태도와 마인드는 인정할 수도 이해할 수도 없었다.

그 중에서도 끝까지 고집을 굽히지 않는 모습이 가장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리고 그것은 언제부턴가 단순히 마음에 들지 않는 수준에서 자신과 반대의 생각을 지닌 사내를 경멸하는 수준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눈앞에서 멀뚱히 서있던 사내는 뭔가를 말하려 했던 것 같지만, 이내 눈을 질끈 감았다 뜨며 결국 책상에 흐트러진 서류 뭉치를 주섬주섬 정리했다.


"내일 사장님께 올려야 하는 건이니까 오늘 내로 처리해 놓게나. 물론 명석한 두뇌를 지닌 자네에겐 이 정도의 일은 충분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네."


말없이 서류를 정리하고 있는 그에게 엔트록스는 마치 일부러 그러는 것처럼 무리한 요구를 하며 비아냥댔고, 사내는 비열한 웃음과 함께 자신을 노려보는 중인 그에게 조용히 '네' 라고만 대답하고 돌아섰다.

마음 같아선 당장이라도 그 짜증나는 얼굴을 있는 힘껏 갈겨버리고 싶었지만, 어쩌겠는가 그랬다간 내일 당장 실업자가 되버릴테니 참을 수 밖에...

그러한 사내의 모습에 만족스러움을 얻었는지 엔트록스는 언제 화를 냈냐는 듯 기분 좋게 웃으면서 조금 전과는 달리 평범한 목소리로 힐끔힐끔 자신을 훔쳐보는 사람들에게 말했다.


"모두들 신경 쓰지 말고 업무들 하게나. 아! 그리고, 오늘은 우리 팀 회식이 있다는 것을 다들 알고 있을 테니 한 사람도 빠지지 말고 팀의 단결을 위해 끝까지 함께 하길 바라겠네."


"네..에.."


힘 없는 대답이 사무실 여기 저기서 시간차를 두고 들려왔고, 부하 직원들의 열의 없는 모습에 엔트록스는 화가 끓어오르는 듯 했다.

하지만, 이럴 때 넘어가는 모습 또한 경력을 가진 선배이자 팀장으로써 보여야 할 모습이라고 생각한 그였기에 짧게 혀를 한 번 차고선 모른 척 넘겼다.

그러면서도 서류 뭉치를 들고 자리로 돌아가고 있던 사내를 콕 집어 한번 더 말하는 것은 잊지 않았다.


"아르먼, 자네도 팀의 일원이란걸 알고는 있겠지? 오늘도 빠지면 두고 두고 잊지 않을 테니 꼭 명심 하도록 하게!"


"....알겠습니다."


엔트록스에게 직접적으로 참여를 강요 받은 아르먼은 마지 못해 대답을 하고,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입사한지 벌써 5년.

한 때, 여러 큰 회사를 꿈꾸며 달렸지만 결과는 친한 친구의 소개로 들어오게 된 이 작은 회사의 영업팀이 전부였고, 저 엔트록스 탓에 워낙 사람들이 많이 관두어 버려 어느 순간 이 부서에서 세 번째 위치까지 올라가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단순히 직급상의 위치일 뿐이다.

그야 연차도 되지 않음에도 이렇게 빨리 승진한 것은 엔트록스가 부서의 대부분의 일을 자신에게 시키기 위함이었으니까.

인간적으로는 인정하지 않아도 일 적으로는 인정한다는 것인가?

그런 제 멋대로인 엔트록스의 생각에 아르먼은 기막혀 하면서도 꾸역꾸역 이곳에 다니고 있는 자신의 미련함을 원망했다.

그까짓 돈이 뭐라고...

처음 입사했을 때부터 엔트록스의 인격과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아 관두려 했을 때 모든 것을 제쳐두고 자신도 이곳에서 나가야만 했었다.

하지만, 은행 대출 문제와 만난지 5년이나 지났음에도 청혼조차 못 받고 나이만 들어가는 리벨라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 이 지경까지 오게 되었으며, 그 덕에 지금과 같은 고생을 사서 하고 있는 것이다.

차라리 그 때 관두고선 다른 곳으로 옮겼다면 지금보다 훨씬 나았을 텐데...

아쉬움이 차오르니 시키지도 않았음에도 불만이 가득한 입술이 멋대로 한숨을 내보냈다.


"에휴~~~~"


긴 한숨을 쉬며 이번만큼은 진지하게 이직을 고려 해보지만 이제 얼마 되지 않은 신혼 생활에 백수가 되버리는 것을 원치 않았고, 얼마 후 리벨라가 일을 관두고 돌아오게 되면 혼자서 벌어야 했기 때문에 타는 속을 가라 앉히며 평정심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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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1장 10화 - 시작되는 것, 끝나는 것 #6 19.10.05 16 0 13쪽
10 1장 9화 - 시작되는 것, 끝나는 것 #5 19.10.05 16 0 20쪽
9 1장 8화 - 시작되는 것, 끝나는 것 #4 19.10.05 18 0 21쪽
8 1장 7화 - 시작되는 것, 끝나는 것 #3 19.10.05 18 0 14쪽
7 1장 6화 - 시작되는 것, 끝나는 것 #2 19.10.05 27 0 18쪽
» 1장 5화 - 시작되는 것, 끝나는 것 #1 19.10.05 27 0 11쪽
5 1장 4화 - 꿈 19.10.05 22 0 12쪽
4 1장 3화 - 아르먼 19.10.05 30 0 13쪽
3 1장 2화 - 다가오는 어둠 #2 19.10.05 29 0 12쪽
2 1장 1화 - 다가오는 어둠 #1 19.10.04 37 0 10쪽
1 프롤로그 +1 19.10.04 81 0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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