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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티오(Ast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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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한고양이
작품등록일 :
2019.10.04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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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12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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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22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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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19화 - 시작되는 것, 끝나는 것 #15

DUMMY

[노마르]



누가 그렇게 명명했는지 또 언제부터 불렸는지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이곳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자신들의 세계를 그 이름으로 부르고 있었다.

과학기술이 그다지 발전하지 않은 시대일 때는 자신들의 세계 외에 또 다른 세계가 존재하지 않을까 하고 노마르의 끝을 향해 탐험을 하는 이들도 있었으나, 불과 몇 백 년 사이에 급진적으로 발전한 기술을 토대로 그들이 살고 있는 세계는 이 곳 하나임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생각은 신들의 존재와 다른 세계에 대해 알지 못하는 인간들만의 생각일 뿐이지만, 그들의 생이 다하고 종이 멸종할 때까지 진실을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으니 딱히 나쁜 착각은 아닐 것이다.


모르는게 약이란 말도 있지 않은가?

자신들보다 훨씬 강한 종족이나 범접할 수 없는 존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긴 해도, 지금은 이렇게 착각 속에서 살아가며 균형을 유지하는 편이 나았다.


그렇게 인간종은 여지껏 노마르를 지배해왔다.

특별히 강한 힘은 없어도 오랜 시간에 걸친 번식과 지식의 축척을 통해 하위 종족들 위에 선 특이한 종족이었으며, 천적이라고 할만한 종족도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의 지배는 예전부터 꾸준히 이어질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신이라는 것은 허구의 존재이고 자신들이 세계의 유일한 주인이라는 자만에 빠져있으나 상관없었다. 발아래 펼쳐진 세계를 무표정하게 보고 있는 존재들의 입장에선, 그것은 그저 재미없는 곳에서 행하는 대장놀이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았으니까.


"이야 정말 오랜만이네. 여기도 안본 사이에 꽤 많이 변했잖아?"


"이곳은 그다지 자주 오시는 곳이 아니니까요. 마지막으로 오셨을 때가 인간들의 시간으로 700년 전이었으니, 그 후로 꽤 번영한 것 같습니다."


구름에 가려져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여성으로 보이는 인영이 제법 신기하단 듯 말을 꺼내자, 곧바로 그녀의 뒤에 있던 남성이 정중하고 예의 있는 말투로 대답했다.

지상에서 꽤 떨어진 상공이라 제대로 보일 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바로 눈앞의 광경을 보는 것처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상대방의 대답에 살짝 흥미가 생긴 것일까?


여성은 '그렇네' 라고 작게 중얼거린 후 조금 더 아래를 살펴봤다. 뭔가 재미난 것이라도 찾으려는 눈치다. 그녀가 그러고 있는 사이, 남성은 한치의 흐트러짐도 보이지 않고 묵묵히 기다리고 있었다.


700년만에 찾아온 세계라 관찰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조금 걱정스럽긴 했으나 자신은 그녀의 종, 그녀의 의지를 따르면 그만이다. 게다가 그런 걱정은 단순한 우려였는지, 언제까지고 아래를 살필 것이라 생각되던 여성은 의외로 금새 흥미를 접었다.


"뭐, 별거 없네. 아직 멀었어."


"그렇겠지요. 이곳은 인간종이 지배하는 곳이니까요."


"역시 이곳은 지루해. 올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이런 곳이 뭐가 좋다는 건지...크로노스도 정말 이상한 녀석이야."


"아마..각 신의 가치관이 달라서 그럴 겁니다. 지루하지만 안정적인 세계를 원하는 크로노스님 같은 신도 있지만, 그와 반대의 경우를 추구하는 테티스님도 있으니까요. 오히려 모두가 같다면 그것이 가장 지루한 일이 아닐까 하고 감히 말씀 드립니다."


"아항~그러면 난 안정적인 세계를 추구하지 않으니까 악신이란 거잖아? 반성해야겠어."


"아..! 그건! 죄.죄송합니다. 테티스님. 전 그런 의미가 아니라..."


"훗, 농담이야. 일일이 진지하게 받아들이지마. 포로니스."


단순한 농담에 급히 머리를 숙이고선 용서를 구하는 그에게, 테티스는 작게 웃음지으며 가볍게 넘겼다.


하지만 포로니스는 주인의 너그러운 말에 안도를 하면서도, 본인의 주제넘은 행동을 반성하고 있었다. 권속이 주인에게 설교하듯 말하다니.. 스스로가 생각해도 너무나 건방진 발언이었다.

다행히도 그녀는 너무나도 상냥해 가볍게 웃어넘겼으나, 만일 다른 상위 신이었다면 어떻게 되었을지...생각만해도 끔찍하다.


당황해서 있지도 않은 식은땀이 흘러내린 것 같았으나, 불어오는 바람이 금새 이를 식혀주면서 자신들을 가리고 있던 한 덩이 구름까지 가지고 가줬다.

더 이상은 어린애 같은 실수는 하지 말자며,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은 후 포로니스는 숙이고 있던 고개를 천천히 들었다. 허나, 그런 마음에도 불구하고 이어지는 그녀의 말에 충격이라도 받은 듯 두 눈이 크게 떠질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포로니스 네 말이 틀린건 아니야. 모든 세계가 가이라프 같다면 그건 또 그거대로 지루할 테니까 말야. 그런 의미에선 여기도 뭐.. 나름 괜찮은 걸까나?"


"!!"


전신이 검투명한 물로 이루어진 물의 상위신 테티스.

물이라곤 하나 슬라임처럼 흐물흐물한 몸이 아닌 매끈한 여성의 몸이었기에, 빛에 반사된 그녀의 모습은 이형적인 모습에도 불구하고 묘한 아름다움이 느껴졌다.


물론, 그러한 생각은 그녀가 신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부류에 한해서지만, 지금 이곳에는 그 부류에 속하는 포로니스가 함께 있었다.


그는 같은 신임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그녀를 신성시하며 우러러봐왔다.

포로니스에게 있어 테티스란 존재는 너그러운 주인, 자애로운 어머니나 마찬가지였으니까.

게다가, 조금 전 큰 실수를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 벌은커녕 오히려 지금처럼 그것을 덮어주고 있지 않는가? 자신을 위해 일부러 긍정적으로 대답해주는 그 상냥함에 꽤나 감동 받았는지 눈물까지 글썽거리며 대답했다.


"테티스님의 상냥한 배려에 이 포로니스,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흐흑.."


"어? 갑자기 왜 울어? 무슨 일 있는 거야?"


포로니스의 뜬금없는 울먹거림에 황당한 표정으로 물었지만, 순간 차오르는 격한 감정에 취한 것인지 그는 곧바로 대답을 하지 못했다.


원래, 달래주면 더욱 눈물이 쏟아지는 법이다.

거기에 충정 가득한 그라면야.. 구태여 말할 필요가 있을까?

결국, 참지 못하고 두 줄기의 눈물의 길을 만들어 버린 포로니스가 이유를 설명하며 고개를 떨궜다.


"테티스님을 모신지 벌써 몇 만의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이런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범한 스스로에 대한 경멸과 그조차도 감싸주는 당신의 따뜻함에 그만....."


"하...?"


고급스런 청록의 의복을 걸친 미남이 구슬 같은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란.

만약, 그 모습을 다른 여성들이 보았다면, 아마 없던 모성애도 생겨 곧바로 달려가 끌어 안았을지도.


하지만 안타깝게도 테티스에겐 그런면은 꽤나 부족했다.

으음, 그보다 지금 상황이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포로니스가 왜 그렇게 받아 들인지는 알 수 없으나, 자신은 그렇게 생각하고 말한게 아닌 그냥 단순한 감상평이였기 때문이다.


'항상 진지한 모습을 보이긴 해도 이 정도까진 아니었는데.. 너무 딱딱하잖아?'


뭔가 말은 해줘야 할 것 같은데 지금 그의 모습은 항상 지켜 봐온 자신일지라도 조금 당혹스러워, 그저 입만 벙긋거릴 수 밖에 없었다.


"포..로니스..눈물..짜.."


"......."


테티스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을 때, 어색함을 끊는 어눌한 여자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와 두 신의 시선이 포로니스의 가슴팍으로 향했다.


주종간의 감동적이고 끈끈한 장면을 그리고 있었던 것일까?


자신의 품 안에서 옅은 베이비핑크색의 작은 소인형 하나가 떨어지는 눈물을 피하려 연신 바둥거리고 있는 것이 비쳐지자, 뭔가 짜증이 치밀어 올라왔다.

단번에 분위기를 망쳐버린 인형의 방해에, 그대로 내려놓을까도 생각했지만, 이것(?)이 멋대로 돌아다니면 그건 그것대로 머리가 아팠기에 안고 있는 팔에 더욱 힘을 주었다.


".......!!"


그 탓에 그렇지 않아도 눈물에 젖어 싫었는데 더 답답해지자, 인형은 견딜 수 없었는지 더욱더 안간힘을 쓰며 바둥거렸다. 하지만, 짧은 팔과 다리로 성인 남성의 힘을 이겨낸다는 것은 꽤나 힘들었는지 점점 지쳐갈 수 밖에 없었고, 이는 붙잡고 있던 포로니스 또한 마찬가지인 듯 했다.


결국, 몇 번의 실랑이 끝에 포로니스가 먼저 귀찮다는 듯이 인형에게 내뱉었다.


"휴....가만히 있으세요 이오. 자꾸 그렇게 움직이면 제가 힘들지 않습니까?"


"..짜단..말야..포로니스..바다의 신이라..눈물도 짠 건가...? 냄새도..나는 것..같아."


"테,테티스님 앞에서 무슨 말씀을 하는 건가요! 오해 말아주세요 테티스님. 전 시도 때도 없이 청결에 신경 쓰고 있기 때문에, 절대 냄새 같은게 날리가 없습니다! 정말입니다!!"


그 말에 포로니스는 어이가 없었다.

밑도 끝도 없이 황당한 말을 내뱉는 이오 때문에 당황해, 볼썽사나운 꼴로 다급히 소리치고 말았다.

꽤나 가벼워 보였을 것이란 생각에 부끄러움이 차올랐으나, 그래도 지금 이 순간엔 그럴 수 밖에 없었다. 결백을 주장하려면 그 말은 들은 즉시 해야 하니까.

혹여, 주인이 녀석의 말에 오해라도 한다면 그만큼 억울한 일은 없을 테니 말이다.


그리고 말 한대로 자신은 언제나 깨끗하게 씻고 있었다.

냄새 같은 것이 날리 없을 텐데도 이런 무례한 말을 내뱉는 인형을 당장이라도 쥐어박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더 사고 치지 못하도록 꽉 붙들고 있어야만 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이오라고 불린 작은 소인형은 포로니스의 반응따윈 신경 쓰지 않는 듯 또 다시 본인의 생각대로 내뱉었다.


"..포로니스..놔줘..비린내..나..테티스님한테..갈거야.."


"비.비비비..비린내라니!!! 말이 지나칩니다 이오!"


비린내라니. 비린내라니! 어떻게 그런 몰상식한 말을 내뱉을 수 있단 말인가!!

충격에 힘이 저절로 풀려버렸다. 애당초 이를 노린 것일까?


생각지도 못한 충격에 빠져 붙잡고 있던 힘이 느슨해진 틈을 타, 이오는 머리 위에 이제 막 자란 앙증맞은 뿔로 그의 팔을 쿡쿡 찔러대기 시작했다. 푹신하고 말랑한 감촉이 팔뚝을 타고 전해져와 간질거리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 정도로 포로니스를 휘감은 당혹감을 지울리 만무했다. 머릿속에는 온통 비린내라는 세 글자만 반복해서 떠오르고 있었으니까.


'비린내...그런게 날 리가..'


패닉에 빠진 그와는 달리 이오는 멈추지 않았다.

전혀, 무기가 될 것 같지 않은 그 뿔로 연신 찔러대며... 아니, 간지럽히며 부단히 노력한 끝에 자신이 탈출할만한 상황이 찾아오자, 그 순간을 놓치지 않은 그녀는 결국 그의 품에서 벗어나는데 성공했다.


"..성공."


이오의 탈출에도 불구하고 포로니스는 주인에게 들키지 않게 자신의 옷가지에 코를 갖다대 킁킁대느라 정신이 없었다. 어차피 그녀를 붙잡는 것은 모든 것이 확실해진 후에 해도 늦지 않으므로, 자신의 억울함을 푸는 것이 먼저였다.


반대로 겨우 자유의 몸이 된 이오는 행여나 포로니스가 다시 붙잡을까 걱정되었는지, 테티스의 품으로 있는 힘껏 도망쳤다.

왠지 이번에 잡히면 꽤나 많은 잔소리를 들어야 할 것만 같았으니까.


그 마음이 전해진 건지 허공에 둥실 떠올라 날아오는 그녀를 테티스는 부드럽게 감싸 안았다. 마치 한줄기의 물이 흐르듯이 부드러운 몸짓이었다. 찰랑거리는 맑은 물방울 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밤하늘을 수놓자, 포로니스의 머릿속에 가득했던 혼란스러움이 순식간에 가라앉는다.

이것이 테티스의 고유한 힘인지, 아니면 기분 탓인지 모르지만 주인의 힘으로 인해 그가 평점심을 되찾은 것은 사실이었다.


단, 너무 늦어버린게 문제지만.


"앗!!!"


정신을 차린 그가 급하게 손을 뻗어 실수를 만회하려 해보았으나, 이미 주인에게 날아가버린 이오를 붙잡기엔 무리였다.


‘평소엔 그렇게 어눌하면서 이럴 때는 재빠르다니!’


약삭빠르다라고 해야 할까, 얄밉다고 해야 할까?

테티스의 품속에 머리를 파묻고선 돌아보지도 않는 그녀의 뒷모습을 쳐다보며 포로니스는 마음속으로 불만을 토로했다. 돌아가면 두 번 다시 이런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교육시킬 것이라고.


그러면서도 연거푸 실수를 저질러버린 스스로에 대한 책망은 잊지 않았다. 이오가 스스로 도망갔다 해도 자신이 놓친 사실은 변함이 없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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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1장 26화 - 전조 #4 19.11.18 15 0 9쪽
26 1장 25화 - 전조 #3 19.11.16 13 0 16쪽
25 1장 24화 - 전조 #2 19.11.13 13 0 19쪽
24 1장 23화 - 전조 #1 19.11.10 14 0 12쪽
23 1장 22화 - 시작되는 것, 끝나는 것 #18 19.11.02 19 0 8쪽
22 1장 21화 - 시작되는 것, 끝나는 것 #17 19.10.28 16 0 11쪽
21 1장 20화 - 시작되는 것, 끝나는 것 #16 19.10.24 15 0 10쪽
» 1장 19화 - 시작되는 것, 끝나는 것 #15 19.10.22 12 0 13쪽
19 1장 18화 - 시작되는 것, 끝나는 것 #14 19.10.19 29 0 15쪽
18 1장 17화 - 시작되는 것, 끝나는 것 #13 19.10.17 14 0 14쪽
17 1장 16화 - 시작되는 것, 끝나는 것 #12 19.10.15 15 0 11쪽
16 1장 15화 - 시작되는 것, 끝나는 것 #11 19.10.12 18 0 16쪽
15 1장 14화 - 시작되는 것, 끝나는 것 #10 19.10.11 18 0 18쪽
14 1장 13화 - 시작되는 것, 끝나는 것 #9 19.10.06 31 0 14쪽
13 1장 12화 - 시작되는 것, 끝나는 것 #8 19.10.05 20 0 17쪽
12 1장 11화 - 시작되는 것, 끝나는 것 #7 19.10.05 22 0 13쪽
11 1장 10화 - 시작되는 것, 끝나는 것 #6 19.10.05 20 0 15쪽
10 1장 9화 - 시작되는 것, 끝나는 것 #5 19.10.05 22 0 21쪽
9 1장 8화 - 시작되는 것, 끝나는 것 #4 19.10.05 22 0 33쪽
8 1장 7화 - 시작되는 것, 끝나는 것 #3 19.10.05 23 0 19쪽
7 1장 6화 - 시작되는 것, 끝나는 것 #2 19.10.05 31 0 26쪽
6 1장 5화 - 시작되는 것, 끝나는 것 #1 19.10.05 31 0 17쪽
5 1장 4화 - 꿈 19.10.05 26 0 16쪽
4 1장 3화 - 아르먼 19.10.05 34 0 15쪽
3 1장 2화 - 다가오는 어둠 #2 19.10.05 33 0 15쪽
2 1장 1화 - 다가오는 어둠 #1 19.10.04 41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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