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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티오(Ast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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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한고양이
작품등록일 :
2019.10.04 23:51
최근연재일 :
2019.11.18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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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1.02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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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22화 - 시작되는 것, 끝나는 것 #18

DUMMY

역시나, 자신에게 그러한 질문을 던진 의도가 결국 스스로의 결과물에 대한 자책에서 나온 것이라 여긴 하디우스는 그의 말에 덧붙여 설명했다.


"그대가 창조한 결과물들의 혼은 모두 나에게 있다. 그 수많은 결과물에게서 다른 어떠한 힘은 찾을 수 없었다 형제여. 그대는 결과물들에게 자유를 주었고 스스로의 시간을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주었다. 그렇기에 그대가 창조한 근원은 흥미로운 것이다. 만일 근원에 개입하였다면 세계는 안정되었겠지만, 그것은 결과물들의 의지가 아닌 그대의 의지일 테지. 그대는 그것이 싫었기에 결과물들을 속박하지 않았을 뿐이다. 자책하지 말기를. 크로노스여."


"그렇군. 알겠다 하디우스 나의 형제여. 그대의 격려는 언제나 감사하다."


고개를 살짝 숙이며 크로노스가 감사를 표한다. 조금은 마음의 짐이 가벼워졌을까?

본연의 근엄한 표정으로 크로노스가 자리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찬란하다라고 보여질 만큼 화려한 백색과 황금빛의 로브를 펄럭이며, 중앙에 자리한 조각을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시간의 흐름은 영원하다. 하디우스, 영원에 끝은 존재하는가?"


그리고 이어지는 그의 또 다른 질문.

전과 달리 본연의 힘을 억제하지 않으며 묻는 그의 말에 하디우스 또한 자리에서 일어나며 대답했다. 본래 연기 덩어리였던 그에게 일어났다라는 표현을 하는 것이 맞을지 애매하지만, 지금의 모습은 분명히 자리에서 일어났다라는 표현이 맞았다.

그도 그럴 것이, 여지껏 일렁이는 검은 연기였던 그의 모습이 크로노스의 마지막 질문을 받은 시점에서 점차 인간의 형상으로 바뀌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본래의 연기가 그와 비슷한 형태로 변한 것일 뿐이라 그 모습을 완벽한 인간의 모습이라고 부르기엔 무리지만, 그것만으로도 자리에서 일어나는 모습 정도는 충분히 구분할 수는 있었다.


"영원은 시간의 흐름으로 존재한다. 시간의 흐름이 멈추지 않는 한 영원의 끝은 시작과 같다."


알 수 없는 대화를 이어가는 두 신이 떨어져 나온 조각을 향해 천천히 다가가자, 실내의 공기가 무척이나 무거워지는 것 같았다. 게다가,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그들이 가진 권능의 마찰은 더욱 거세졌고, 그럴수록 조각을 감싸던 연기는 강하게 일렁거렸다.

물론, 그렇다 해서 크로노스와 하디우스가 움직임을 멈추는 일은 없었다.

어차피 이것은 하나의 의식이었을 뿐이었으니까.

성전을 위해서는 모든 신의 동의와 더불어 이를 집행하고 관리해야 할 힘이 필요했으며,

하나의 세계를 무(無)로 돌려 재창조를 해야 하니 창조와 소멸, 두 신의 권능이 합해져야 하는 것은 당연한 과정인 것이다.


그저 거대할 뿐이었던 신들의 회의 장소. 아스가르드 내부에 더 이상의 허전함과 적막감은 없었다. 오히려 존재하는 것은 두려울 정도로 짙고 강한 생명과 죽음의 기운만이 여기저기에서 뒤엉켜 휘몰아치고 있을 뿐이다. 이 폭풍과도 같은 힘 앞에서 원형구는 물론, 떨어져 나온 조각이 과연 버틸 수 있을까 의문이었으나, 애당초 파괴할 목적이 아니므로 걱정하는 일은 생기지 않을 것이다.

설령, 그러한 일이 생긴다 하더라도 창조의 신이 바로 앞에 있는데 무슨 문제겠는가.


몰아치는 힘이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춰 조각을 사이에 두고 팽팽하고 맞서고 있을 때쯤, 한걸음 먼저 도착한 크로노스가 의식의 최종 단계를 앞에 두고 씁쓸한 웃음을 머금으며 내뱉는다.


"원시의 빛이 어둠에 의해 갈라졌을 때 태초는 4개의 조각으로 갈라졌다.

나 창조와 시간의 크로노스, 그대 소멸과 영혼의 하디우스, 그리고 우리의 남은 형제들만이 그곳에 존재했다. 시간을 관장하는 이 나조차도 그 때가 그립다고 생각하니 우스운 이야기가 아닌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형제여. 그리고 우리의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결과물이란 탄생을 거듭하다 스스로 파멸하고 결국 소멸한다. 진정 걱정해야 하는 것은 무한한 반복이 마지막에 진화하는 것이며, 이는 그대가 나에게 했던 말이다 크로노스여. 그 생각에 변화가 있는가?"


펼쳐진 조각의 세계 속을 바라보며 하디우스가 무덤덤하게 되묻자, 크로노스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할 뿐이다. 짧지만 확고한 의지를 담아서.


"피조물들에게 진화는 무의미. 근원에 다가가지 못하도록 배제해야 한다."


"그렇군...그대의 의지, 잘 알아들었다. 개전은 결과물들의 시간으로 30일 후이다. 감정을 포함한 32명의 신이 참여를 하며 아직 권속이 결정되지 않은 존재는 증오와 애욕뿐이다."


여전히 변함없는 그의 단호한 목소리에 하디우스는 잠시 뭔가를 생각하는 듯 하더니 이내 본래의 무덤덤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성전의 진행 상황을 전달했다.


"알겠다."


증오와 애욕이라...

가만히 듣고 있던 크로노스가 마지막에 언급된 두 여신의 상황에 잠시 멈칫했지만, 이내 상관없다는 듯 긍정의 의사를 표시했다.

어차피 그녀들이야 신경 쓰지 않아도 알아서 할 존재들이었으니 말이다.


몇 번의 대화가 오간 사이 크로노스와 하디우스는 어느새 조각의 앞에 자리했다.

당장이라도 모든 것을 집어삼킬듯한 두 기운이 마치 당겨진 활시위처럼 양쪽에서 팽팽하게 조각을 노리고 있는 것은 따로 말할 것도 없었다.

그리고 그 시간이 길어지기 전에 들려오는 하디우스의 목소리에 육면체의 세계는 더는 무를 수 없을 정도로 확고하게 사형을 선고 받았다.


"그대 시간과 창조의 크로노스여. 일 만년의 주기로 돌아온 성전의 동의를 구한다."


공간을 울리는 딱딱한 말에 크로노스는 혼란스러워 하는 자신의 피조물들을 바라보다 잠시 눈을 감았다. 알고 있지만, 언제나 이 순간만큼은 머뭇거리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런 마음을 알기에 그의 대답이 길어져도 하디우스는 재촉하지 않고 묵묵히 기다려 주었다. 자신이 크로노스의 입장이라도 자식과 같은 피조물들을 부수는 일에 쉽사리 동의하지 못할 테니 말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이러고 있을 수는 없다. 처음 말 한대로 자신과 크로노스의 힘이 합쳐지면 근원에 무리가 가해질 수도 있으니까.

조금만 더 기다리자고 생각하며, 하디우스는 그와 마찬가지로 두려움에 질려있는 수 많은 피조물들을 응시할 뿐이다. 이제 곧 자신이 거둬들여야 할 수많은 영혼들을...


잠시 조각에 시선을 향하고 있자, 어느 정도 마음의 정리가 된 듯한 크로노스가 천천히 입을 열기 시작했다. 좀 전의 침통함 따윈 이미 사라진 목소리로.


"그대 소멸과 영혼의 하디우스 나의 형제여. 나 크로노스는 그대들의 영원한 반복에 동의한다."


짧지만 모든 것이 담겨있는 대답.

하디우스와 마찬가지로 강한 의지가 담긴 크로노스의 대답이 끝나자, 팽팽하던 활시위는 놓아졌다. 동시에 두 태초의 권능은 조각을 산산조각 낼 듯한 기세로 쏘아져 나갔지만, 우려했던 것과 달리 세계가 무너지는 일은 없었다.


그저, 그들의 눈앞에서 잔잔하게 일렁이며 조각을 감싸던 검은 연기가 두 기운을 흡수하더니 칠흑의 불길로 변해 타오르기 시작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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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1장 23화 - 전조 #1 19.11.10 8 0 14쪽
» 1장 22화 - 시작되는 것, 끝나는 것 #18 19.11.02 14 0 7쪽
22 1장 21화 - 시작되는 것, 끝나는 것 #17 19.10.28 11 0 12쪽
21 1장 20화 - 시작되는 것, 끝나는 것 #16 19.10.24 10 0 11쪽
20 1장 19화 - 시작되는 것, 끝나는 것 #15 19.10.22 7 0 13쪽
19 1장 18화 - 시작되는 것, 끝나는 것 #14 19.10.19 25 0 15쪽
18 1장 17화 - 시작되는 것, 끝나는 것 #13 19.10.17 10 0 14쪽
17 1장 16화 - 시작되는 것, 끝나는 것 #12 19.10.15 10 0 11쪽
16 1장 15화 - 시작되는 것, 끝나는 것 #11 19.10.12 14 0 16쪽
15 1장 14화 - 시작되는 것, 끝나는 것 #10 19.10.11 14 0 18쪽
14 1장 13화 - 시작되는 것, 끝나는 것 #9 19.10.06 26 0 15쪽
13 1장 12화 - 시작되는 것, 끝나는 것 #8 19.10.05 16 0 16쪽
12 1장 11화 - 시작되는 것, 끝나는 것 #7 19.10.05 18 0 12쪽
11 1장 10화 - 시작되는 것, 끝나는 것 #6 19.10.05 16 0 13쪽
10 1장 9화 - 시작되는 것, 끝나는 것 #5 19.10.05 16 0 20쪽
9 1장 8화 - 시작되는 것, 끝나는 것 #4 19.10.05 18 0 21쪽
8 1장 7화 - 시작되는 것, 끝나는 것 #3 19.10.05 18 0 14쪽
7 1장 6화 - 시작되는 것, 끝나는 것 #2 19.10.05 27 0 18쪽
6 1장 5화 - 시작되는 것, 끝나는 것 #1 19.10.05 26 0 11쪽
5 1장 4화 - 꿈 19.10.05 22 0 12쪽
4 1장 3화 - 아르먼 19.10.05 30 0 13쪽
3 1장 2화 - 다가오는 어둠 #2 19.10.05 29 0 12쪽
2 1장 1화 - 다가오는 어둠 #1 19.10.04 37 0 10쪽
1 프롤로그 +1 19.10.04 81 0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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