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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POI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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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TAN
작품등록일 :
2019.10.06 18:23
최근연재일 :
2019.11.09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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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1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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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천원권투체육관

DUMMY

*


그 동안은 거들떠보지도 않던 텔레비전뉴스가 요즘은 가장 재미있다.


당사자인 정승한이 침대에 누워있는 동안에도 일은 눈덩이처럼 커진다. 제멋대로 돌아간다.


지상파 방송의 여파일까.

일진, 조직폭력배, 경찰, 유력한 사업가, 사학재단 이사장은 물론 국회의원까지 얽히고설켜 있던 있던 카르텔이 연일 세인들의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저 하나만 가지고는 존속할 수 없어서 서로 뭉치고 유착한 악의 덩굴이 만천하에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눈으로 보고 소리로 들으면서도, 아직 어린 정승한은 그 소식을 보도하는 기자들과 PD들이 용감하다는 생각까지는 하지 못한다.


그렇지만 선거가 며칠 안 남은 시점에 국회의원 경력에 치명상을 입었다는 기사들을 읽고 고소하다는 생각까지는 한다.


대통령도 임기가 5년밖에 안 되는데 국회의원들은 왜 몇 십 년씩 해 처먹어? 말이 되나 그게.


한 번만 당선돼도 평생 연금을 받아먹는 것도 부당하다는 생각이다. 4년짜리 비정규직 한 번 해먹었다고 평생 연금 주는 나라가 세상에 어디 있을까 싶기도 하다.

고등학생이 되기 전까지는 몰랐지만, 확실히 세상은 미쳐 돌아가는 것 같다.


도대체 이게 뭐야? 너무 허술하고 엉성하잖아.


*


어느덧 4월도 중순이다.

밖에는 봄날이 찬연한데 병상에 누운 정승한의 눈에는 자꾸 인생의 허무가 들어와 박힌다.


사람은 자기가 죽을 날을 알 수 없다. 소년의 엄마가 갑작스럽게 떠나버렸던 것처럼.


김명준 그놈도 자기가 뇌사상태에 빠질 줄은 몰랐을 거야. 그렇게 자빠져놓고 난 뒤에 지금까지 저질러왔던 악행들이 전부 다 언론에 까발려질 줄 생각이나 했을까.


다른 놈 욕만 할 게 아니라 나도 조심해야지.

다운 받아놓은 야동은... 다 지워야겠지?

만약 내가 죽은 뒤에 저 변호사 같은 인간이 내 하드를 뒤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까 벌써부터 소름이 끼쳐.


나는 이제 어떻게 살지? 뭘 해야 할까? 하고 싶은 게 아무것도 없는데.


죽을 위기를 한 번 겪고 나니 모든 일이 다 대수롭지 않고 싱겁기만 하다. 계속 무료하고 내내 공허하다. 망할 변호사가 지가 엄마인 양 자꾸 인생에 개입하고 있는데 화도 안 날 지경이다.


아니. 생각해 보니 그건 화가 나네.


그렇지만 그 4가지 없는 후견인 외에는 자극적인 게 아무것도 없잖아.


소년은 수음을 하고난 뒤에 찾아오는 그 현자ㅌ... 아 이거 아니다. 쏘리.


닭불볶음면을 먹고 나면 웬만큼 매운 건 매운 것 같지도 않게 느껴지는 시간이 온다. 그런 시간이라 할 수 있다.


밍밍해. 아무 맛도 안 나.


인생이 맛을 잃었다.


싸우던 날의 일들만 자꾸 떠오른다. 깨어있을 때도, 꿈속에서도.


돌이켜 볼수록 흥미롭고 맛있는 시간이어서 스스로도 깜짝깜짝 놀라게 된다. 그날 싸우는 동영상을 수백 번은 돌려본 것 같은데 그래도 또 재생을 시키게 된다.


정승한에게는 큰 도움이 되어준 자료다.

일진들이 체육관 뒤에 모여 정승한을 기다리고 있었고,

비겁하게 뒤에서 공격을 해 싸움이 시작됐으며,

여러 놈이 둘러싼 가운데 일기토를 뜨고 있었지만 어쨌든 밀리고 있었고,

무엇보다 시간이 멈춘 틈을 타 결정타를 날리는 부분이 녹화되지 않았으니까.


그러나 그 우연들에 감탄하기 위해 그 동영상을 보는 것은 아니다.


이상한 갈증 같은 게 영 사라지질 않는다.

사람을 때려서 망가뜨리는 일이 퍽 즐거운 일이었던 것처럼, 그 순간을 그리워하고 있는 거다.


김명준이 흘리던 피의 색깔이 당시보다 더 선명해져 기억과 꿈속에서 되살아난다.

마치 이제까지 항상 흑백이었던 정승한의 인생에서, 오직 그 시간만이 유일한 총천연색이었던 것처럼.


*


침대에 누워 휴대폰으로 뉴스를 보던 정승한의 손이 우뚝 멈춘다.


복싱챔피언 줄라이웨더의 시합사진과 기사에 눈길이 묶인다.


평생 프로시합에서 한 번도 안 지고 계속 체급을 올려서, 끝내 다섯 체급 세계타이틀을 차지한 선수. 현재 복싱은 은퇴하고 격투기선수들이랑 복싱 룰로 이벤트경기를 하면서 지내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도 돈을 어마어마하게 벌고 있다.


이번 이벤트에서 줄라이웨더는 1라운드에만 세 차례 다운을 뺏고 2분 5초 만에 KO로 승리했다. 시합시간은 총 125초. 대전료를 125로 나누면 1초에 7억 넘게 번 셈이다.


줄라이웨더가 이제까지 한 번 싸울 때마다 대전료를 얼마씩 받았는지 검색해 보니 상상초월이다.


“한 시합 뛰고 천육백억?”


일당이 천육백억이라니. 이건 뭐 로또 정도가 아니잖아?


나는 2억이 안 되는 유산 때문에 애완동물처럼 시키는 대로 다 하고 살아야하는데.

허무 위에 자괴감이 덧칠되면서 소년의 세상은 온통 무채색이 된다.


그런데 맥없이 침대에 누워 있던 정승한의 머리에 불이 들어온다. 반짝.


잠깐만. 복싱 시합은 하루에 한 번씩만 하지 않나?


만약 시합 중에 시간을 멈출 수만 있다면... 나는 누구든지 이길 수 있는 거 아닌가? 시간 멈춰놓고 상대가 멍하니 서 있을 때 빵! 세게 때려 버리면 되잖아.


지금 이대로 링에 올라가도 다 이길 수 있을 걸? 못할 게 뭐야. 김명준 같은 커다란 놈도 무릎 꿇렸는데.


누가 상대로 올라온다고 해도 상관없잖아?

시계만 제대로 작동해준다면.


한 번도 안 지고 계속 이겨나가다 보면 줄라이웨더만큼 돈을 벌 수도 있지 않나?

그러면 이 문제 있는 변호사는 당장 해고해 버리고 차장검사 아저씨처럼 제대로 된 사람을 고용할 수 있잖아. 돈도 많이 주고.


집 가까운 데 체육관이 있던가? 지도검색 좀 해봐야겠는데.


무채색이던 정승한의 삶에 붉은 잉크 한 방울이 똑 떨어진다. 급격히 퍼져나가기 시작한다. 당장의 변화는 없지만, 그 단 한 방울만으로도 온 세상이 변한 것 같은 기분에 소년의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 잉크의 본색이 분홍일지 핏빛일지는 아직 알 수 없는 일. 하지만 정승한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정말 큰돈을 벌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거면 심심하지 않게는 지낼 수 있을 것 같아.

확실해.


*


5월 중순.

구시가지 끄트머리에 있는 3층 건물이다. 그 작은 건물보다 더 낡은 복싱체육관 계단을 올라가는 소년이 있다. 교복차림에 책가방을 메고 있다.


천원권투체육관.


금방이라도 떨어져버릴 것 같은 간판을 확인한 소년이 위쪽 절반만 유리로 된, 섀시 문 안쪽을 흘깃 살핀다. 길지 않은 시간이다. 소년은 고민하지 않는다.


문이 벌컥 열린다.

조심성 없이, 그리고 주저하는 기색도 없이 정승한이 안으로 들어간다. 폼만 봐서는 완전히 개선장군이다.


관원 없는 체육관 사무실에서 컴퓨터게임에 열중해있던 트레이너 오태영이 이상을 감지한다. 본인도 그런 스스로를 이상해한다.

묘하게 신경이 쓰인다.


그냥 한 놈 들어온 것뿐인데 왜 이렇게 주의가 분산되는 거지?


이제까지 그런 식으로 문을 열고 들어온 놈이 한 명도 없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아는 게 없는 놈이라고 해도, 복싱이라는 종목이 주먹으로 턱과 머리를 가격하는 험한 운동이라는 것쯤은 알고 있다. 그러니 아무리 센 척하는 놈이라도 처음 체육관에 들어올 때는 겁을 먹고 조심스러워하기 마련.


그러나 방금 들어온 침입자는, 겸손이라는 것이 뭔지 모르는 것처럼 거만하게 들어와 허락도 구하지 않고 체육관을 둘러보고 있다.


주의가 흐트러지자 게임은 금세 개판이 된다.


“어어어? 아이 씨...!”


갑자기 집중력을 잃은 오태영이 걱정스러웠던 모양. 게임 속에서 함께 동고동락하던 팀원들은 일제히 오태영 부모의 안부를 묻는 메시지를 날리기 시작한다.


“아 이 씹할 ㅈ만 한 새끼들이 패드립을 쳐?!”


빗발치는 안부 인사를 받은 오태영이 아버지가 있는 자리를 확인한다.

응접실 탁자에 바둑판을 가져다놓고 묘수풀이 책을 보고 있던 오천원의 의자 등받이를 발로 두 번 걷어찬 것.


“아이, 아빠! 호구 왔... 아니 관원 왔잖아. 빨리 나가봐요.”


난데없이 등을 걷어차인 오천원의 손에 쥐여있던 흑돌 몇 알이 좌르륵 바둑판 위로 떨어진다.


“아니 이런 호로쌍놈의 새끼가 다 있나... 아니구나 내 핏줄이었지? 이런 니미.”


천원권투체육관의 총관장이 책과 돌을 놓고 분연히 자리에서 일어난다.


바둑판의 한가운데의 천원점은 비어 있었으나, 오천원에게서 떨어진 돌 중 하나가 우연히 굴러 그 천원점 위에 놓인다.


오천원은 어느새 멋대로 링 안까지 들어가 그 한가운데에 서 있는 정승한을 못마땅한 눈으로 바라본다.


그 순간, 사망의 골짜기를 건넌 오태영의 게임 캐릭터가 단말마의 비명을 지른다.


*


낡아서 배가 터진 샌드백에 청테이프가 감겨 있다.

동영상 속의 세계챔피언들이 트레이닝을 하던 넓고 깔끔한 짐과는 완전히 다르다.


사무실은 생활공간을 겸하고 있어 가재도구가 널려 있다. 책상에 와 앉은 정승한이 미간을 잔뜩 찌푸린다. 그렇게 노골적으로 실망하고 있는데도 오천원 총관장은 아랑곳하지 않고 입관 안내를 한다.


“에... 천원이라는 것은, 내 이름이기도 하지만 바둑판의 한가운데를 가리키는 말이지. 바둑에서는 불리하기 때문에 먼저 귀퉁이부터 돌을 놓고 제일 나중에 가운데를 취하는 게 상식이지만, 권투는 그렇지가 않아. 링 중앙을 점한 사람이 시합을 지배하고 트로피를 가져가는 거다.”


마치 늙은 대학교수의 강의노트처럼, 이제껏 토씨 하나의 변화도 없이 관원들에게 되풀이되었던 낡은 레퍼토리가 정승한에게 쏟아진다.

정승한은 빠른 속도로 흥미를 잃어간다.


더 나은 체육관이 있을 거야.


게임에 지고 패드립에 시달리다 결국 열이 올라 컴퓨터를 꺼버린 오태영이 아버지의 뒤에서 무심히 정승한의 얼굴을 바라본다.


“복수하려고?”


정승한이 움찔한다.

병원놀이가 하도 지긋지긋해 고집을 부려 의사의 진단보다 먼저 퇴원을 하기는 했어도, 얼굴의 상처는 다 나은 뒤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맨주먹으로 싸우면 그렇게 돼. 상처가 아물어도 남는 흔적이 있거든.”


'그리고 눈빛이 달라지지.'라고 말하려다 오태영은 그냥 입을 다문다.


체육관을 보고 크게 실망을 했던 정승한지만, 오태영의 눈썰미에는 반응을 할 수밖에 없다.


오태영은 정승한이 보는 앞에서 스스럼없이 상의와 하의를 갈아입고 아르바이트 하러 나갈 준비를 한다. 정승한에게서는 아예 등을 돌린 채다.


“번지수를 잘못 찾아왔어. 싸움을 배울 거면 MMA체육관으로 가야지. 여기서 세 정거장만 더 가면 종합격투기 체육관이 있는데, 거기 관장이 내 동기야. 민국체대 레슬링특기생이었는데 실력 괜찮아, 주먹질은 젬병이지만. 그냥 레슬링 배워라. 안 다치고 강해질 수 있으니까.”

“아 이런 미친놈의 새끼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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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머리 터지겠네 19.11.05 856 14 12쪽
20 쥬도까 +2 19.11.04 891 19 12쪽
19 미세먼지 +2 19.11.01 963 2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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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열이 나니 +1 19.10.16 1,075 21 12쪽
16 못 믿겠어 +6 19.10.14 1,178 26 11쪽
15 필살기 +3 19.10.12 1,214 23 11쪽
14 스파링 +3 19.10.12 1,242 20 11쪽
13 편의점 +2 19.10.11 1,379 23 11쪽
» 천원권투체육관 19.10.10 1,507 32 11쪽
11 뒷이야기 +1 19.10.09 1,565 28 11쪽
10 만우절 +1 19.10.09 1,635 26 11쪽
9 결착 +1 19.10.09 1,681 28 11쪽
8 손목이 +4 19.10.09 1,719 25 11쪽
7 시계를 가지고 19.10.08 1,794 25 11쪽
6 집을 비우라니 +5 19.10.08 1,879 34 11쪽
5 갑자기 싸움 +2 19.10.08 2,079 31 11쪽
4 아버지의 정체 +1 19.10.08 2,394 31 11쪽
3 위대한 유품 +7 19.10.08 2,534 43 11쪽
2 새로운 소원 19.10.08 2,716 51 11쪽
1 아버지가 사라졌다 +6 19.10.07 3,214 55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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