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화.
“어쩌죠? 제가 지금 성력을 너무 많이 사용하고 있어서요. 섬과 성의 결계에 계속 힘이 빠져나가고 있어요. 우리 이 대륙을 회복하고 저주를 풀어드리죠.”
“그런데 설마 그 대상이 케인왕자는 아니시겠죠?”
나라고? 허허 언제 본적도 없는데 무슨? 어이구야.
“농담도 참 짓궂으세요. 하하” 식은땀이 나네.
“그래요. 아니겠죠? 왕자님은 신이 주신 운명. 제 부군이 되실 분이세요. 그래야만 이 세계를 구할 수 있답니다.”
-이건 무슨 한밤중에 봉창 두드리는 소리야.
“왕자님, 제 손을 잡아주시겠어요.”
엉거주춤 “네.” 최면인가?
-뭐야? 저게 정말 아주 남자 꼬시는 선수구나? 저런 대화를 천연덕스럽게. 우욱 토 나온다.
“왈왈왈왈.” 케서린은 말하고 있었다.
“어떻게 마물과 마기를 물리칠 수 있냐는 데요?”
정말일까? 난 무슨 개가 짖는 소리 같은데?
그렇게 참신한 대화가 오고 가고 있는데,
파팟. 어? 심장이 약간 떨리면서 들린다. 소리가.
“주인님?”
“네?”
“혹시나 해서 했는데 되네요?”
“제니퍼? 정말 제니퍼 공주에요?”
“케인왕자님?”
“어. 클로이공주?”
“여기 엠마도 제인공주도 다 같이 있어요.”
머리가 쭈뼛하다. “어떻게 다 같이?”
앵? 이거 반갑긴 한데 왜 넷이서? 찔리네. 바늘 수십 개가 마구 날 찌르는 기분이야.
식은땀이 주루룩.
“성녀님 죄송합니다. 통신이 들어와서요.”
“섬에 오셨나 봐요. 그렇지않으면 통신이 잘 되질 않으실 거에요. 그리고 결계 안으로 네 명의 인간의 기운이 느껴졌어요. 맞으세요? 네 분?”
“네. 맞아요.”
“위험하실 텐데.”
* * *
“지금 아직 낮 아니었어요?”
“여긴 너무 어둡네요. 안개도 심하고.”
“항구에 모여 계세요. 위험해요.”
큰일이다. 날이 어두워졌을 것이다.
위치를 알고 있는 나는 핑 하고 날았다. 캐서린도 따라 날았다.
아 급하다.
열고 말고 할 것 없이 성의 결계와 부딪쳤다. 캉 하고 막이 찢어졌다
잠시 후 도착한 항구에서 네 명의 미녀는 벌써 좀비들 그리고 마물들에 포위된 채 불덩어리와 강기를 사방팔방으로 날리고 있다.
난 속도를 올려 피융하고 가까이 가며 불덩어리를 날렸다. 신선한 인간 냄새를 맡고
모여드는 좀비들을 산산조각냈다. 어디선가 날개를 가진 마물들이 날아 달려든다. 손으로 퍽 퍽 휘저으며 그녀들에게 갔다.
캐서린은 벌써 그것들을 조각내고 있다.
캐서린을 쳐다보며 “아래로 피해요!” 외치고 그녀가 내려오는 것을 보고 바로 손을 빙글빙글 돌려 회오리를 만들었다. 뇌전을 실어서.
뇌전 회오리는 점점 커져 수백 마리의 날개 마물을 삼키고 전기로 지졌다. 매캐한 냄새가 진동한다.
후두두둑 떨어져 내리는 구어진 마물들을 주위의 좀비와 다른 마물들이 달려들어 먹느라 싸움이 벌어졌다. 그 틈에 캐서린과 나는 둘씩 안아 성으로 돌아갔다.
캐서린은 ‘모른 척 떨어뜨릴까?’ 하는 유혹을 수도 없이 받고 있다.
-떨어뜨릴까? 아니야 뒷감당 못 할 거 같아. 아니야 일단 경쟁자를 줄이자. 아니야.
“똑바로 좀 가요. 올라갔다 내려갔다 좀 하지 말고. 뒤에서 어지러워 죽겠어요.”
또 장난치나 보다. 어휴. 못 말려.
그나저나 저주라고? 무슨 사연이 있나 보네. 사랑의 저주? 그게 뭘까? 쯧쯧. 순정파네.
행동과 마음이 따로 가서 받은 저주일까? 아니면 너무 밝혀서 받은? 나도 가끔 저주를 내리고 싶던데.
불쌍하다. 무슨 사연이 있는 건지? 최대한 받아주자. 이상한 거만 빼고. 마음이 안 좋네. 위로해 줘야겠다.
성에 도착한 후 성녀와 미녀들은 인사를 하고 아주 진지한 눈빛 교환을 하고 있다.
인사가 이런 식이었기 때문이다.
제인이 제일 성녀와 가까운 자리에 있어서 먼저 인사했다.
“성녀님 허락 없이 방문해서 죄송합니다. 저는 케인왕자의 정혼자 키톤왕국의 제인 공주입니다.”
“저는 결혼할 날만 잡으면 되는 멀린제국의 클로이 황녀입니다.”
“저는 평생 주인님을 몸과 마음으로 모셔야 하는 천년왕국의 제니퍼 공주입니다.”
“저는 엘프 족 역사상 최고 미인 케인왕자의 애인인 엠마입니다.”
-후후 그래?
“저는 케인 왕자를 신의 계시로 부군으로 삼아야 세계를 지킬 수 있는 홀리 왕국의 성녀 켈리입니다.”
“········.” 잠시의 무거운 침묵.
“신께서 지정한 운명이죠. 그러니까 여러분들 만나기 전에 이미 전 케인 왕자님과 결혼한 거나 다름없어요. 계속 그이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본 순간 알았어요. 그이를. 그이도 느꼈을 거 에요. 그쵸?”
모두 고개를 휙 돌려 나를 쳐다봤다.
눈에서 살인 광선이 나오는걸? 정타로 맞으면 죽는다. 나는 피하고자 고개를 돌렸다.
우연히 상단 주와 눈이 마주쳤다
-눈에서 꽃이 피어 있네? 이 여자, 과연 내가 위로해 줘야 해? 불쌍하긴 쥐뿔.
-캬캬캬. 좋은 밤이에요. 잘해봐라. 이것들아. 왜 이렇게 고소하지? 남자를 송충이로 안다며? 어디 갔어?
신관들은 모두 이미 슬금슬금 자리를 피한지 오래다.
여전히 그녀들은 파지직 거리고 있다. 눈에서 전기가.
언제 구하려나? 시드니 대륙은.
시종들에게서 극진한 대접을 받고 푹 잔 미녀들은 어제와는 다르게 무척 활기찬 아침을 먹고 있다. 성녀도 아무렇지 않은 듯 자연스럽게 그녀들과 어울렸다.
그런데 캐서린은 여전히 어제의 기쁨이 넘치고 있다.
-여전히 신경전이군? 난 안다 네요. 옆에서 듣고 있으려니 닭살 돋아 이것들아. 엘프는 순진해서 못 끼고 있군. 가식 같은 건 모르겠지. 킥킥킥
외롭고 불쌍한 엠마를 도와주는 친절한 모습으로 점수 좀 따볼까?
-왜 또 조용히 식사하는 엠마에게 가는 거지? 불안해.
-티 주전자를 가지고 가서 따라 줘야지.
엠마를 툭툭 쳤다. 티 주전자를 기울였다.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엠마가.
“우왁. 켁켁 앙앙앙 보고 말았어. 계속 피했었는데. 가까이서 보니까 어제 본 마물보다 더 무서워.”
저럴 줄 알았다. 이그
성녀가 토닥토닥 “괜찮아요?”
“아직도 심장이 떨려요. 포크도 못 잡겠어요.”
“실은······” 속닥속닥
“네? 정말요?”
“엉엉”
“왜 또 울어요?”
“너무 불쌍해서요. 난 그것도 모르고.”
“머리까지 쥐어박을 필요는 없고요. 그럴 수도 있죠.”
이후로 순수 순진 미인 엠마는 캐서린을 오리 새끼처럼 따라다닌다.
그만 좀 따라다녀.
“으으으”
“알아요. 당신의 마음. 누구였어요? 나쁜 놈이. 내가 복수하는 데 도와준다니까요.”
-그냥 널 때려 그게 복수야. 그나저나 귀엽네. 이래서야 험한 세상 어찌 살겠누? 으휴.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은 기분이지만 할 일은 하자. 그럼 좀 분위기가 풀리지 않을까?
"흠 흠. 이 마기와 마물들이 발생하게 된 이유나 원인을 알 수 있을까요?"
"이 대륙의 동남쪽에는 황량한 사막 지역으로 오아시스와 해변 몇 곳을 제외하고는 사람이 살기 힘든 지역입니다. 일 년 전에 그 사막 한가운데에 마계와 이어지는 게이트가 나타났어요."
"그럼 거기서부터 마물과 마기가 흘러나오는 가 보네요?”
“그래요. 마물들이 나오는 걸 보니 옛 얘기와 비슷하다면 마왕이라고 불리는 마족도 곧 깨어날 것 같습니다.”
“혹시 여기서는 흑마법사의 주술이라든가 그런 건 없었어요? 사람들이 갑자기 사라진다거나?”
“글쎄요. 그런 일은 거의 없었던 것 같은데. 본토에서는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나요?”
“노쓰제국, 요하스왕국 그리고 몰트제국 등에서 빈번히 발생한다고 합니다. 누가 왜 그런 일을 벌일까요?”
“흠. 인위적으로 마계를 여는 방법 같아요. 그런 일이 있었다고 옛 문헌에서 봤거든요.”
“우선 여기 시드니 대륙에서 원인을 찾고 해결방법을 찾는다면 본토에서도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되겠네요.”
나는 혼자 가려 했지만 어느새 따라 온 캐서린 상단 주와 결국 둘이 사막으로 날아가고 있다.
우린 말이 통하지 않아서 몸짓으로만 서로 소통해야 한다. 별일이야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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