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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417413번째 소울라이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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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즈몬
작품등록일 :
2019.10.09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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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2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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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8. 넌 이미 죽어있다

DUMMY

“크헉!”


게이트를 탄 직후, 나는 경기를 일으키듯 눈을 떴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느낌이었다. 필사적으로 본능에 따라 눈을 굴려 상황을 파악했다. 음습한 하수구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역취가 코를 사정없이 찔러온다.

나는 지금 하수구 한 가운데 널브러져 있었다.


“후우... 이, 이상한데. 전에 게이트 탈 때도 이렇게... 힘들었나?”


나는 온몸을 짓누르는 원인모를 답답함을 떨쳐내느라 한동안 정신이 없었다. 이마에 흐르는 식은땀을 대충 닦아내고, 거친 숨을 갈무리했다. 그리고 혼탁한 머릿속을 정리하는 데 사력을 다했다.

수 분이 지나자 서서히 벌컹거리는 심장이 진정되었다.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자 나는 몸을 일으켰다. 매무새를 대충 정돈한 뒤, 곧장 내 주위을 살피기 시작했다.


“워. 이건 무슨 옷이래?”


그리고 어느새 변해있는 내 차림새을 보고는 탄성을 내질렀다.

꾀죄죄한 니트 차림은 어디가고, 중세 사냥꾼처럼 셔츠 위로 얇은 가죽 갑옷을 입고 있었다. 가죽 바지 위로는 각반이 채워졌고, 갑옷은 혁대와 가슴띠로 단단히 고정되어 있다. 등에는 가방이, 허리춤에는 파우치가 메여 있다.


내가 신기하다는 듯이 유심히 쳐다보자, 문득 눈가에서 미미한 탈력감이 발생했다.

의아할 틈도 없이 삐빅, 하는 소음과 함께 익숙한 패널이 등장했다.


[명칭: 가죽갑옷]

[보정치: 방어도 +5]

[상세: 신출내기 용사에게 지급되는 기본 장비. 특별한 성능은 기대할 수 없다.]

[강화 가능 회수: 5]


전에 미네르바가 보여줬던 패널과 유사한 형태였다.

그제야 그 때 봤던 특전 스킬들의 효과를 떠올렸다. 나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이게 그 ‘미미르의 눈’이라는 특전 스킬 효과인가?‘


이미 들어서 알고는 있었지만 실제로 겪어보니 무척 신기한 기분이었다. 패널을 만지작거리며 한참을 감탄사만 흘려댔다. 이거야 뭐 완전히 게임하는 감각이잖아?

나는 기왕 사용하게 된 거, 가방에 들어있던 아이템들은 물론이고 내 상태도 확인하기로 했다. 눈을 감고 신경을 집중하자 곧 삐빅, 하는 소리가 울렸다.


[명칭: 박정용]

[별칭: 163417413번째 용사. 마왕의 알 수호자. 불사에 종속된 자]

[LV. 5]

[체력: 150/150 마력: 112/120 신체상태: 정상]

[힘: 15 민첩: 18 지능: 10 히어로 센스: 3]

[남은 능력치 포인트: 0]


표시된 나의 상태는 무척이나 직관적이었다.

힘, 민첩, 지능이라. 어떤 게임에서든 스테이터스를 가늠하는 척도 중 왕도라고 할 수 있지. 미미르의 눈이 파악해주는 건 아무래도 저 세 항목뿐인 듯했다.


특이점으로는 마력이 8 삭감된 거랑, 레벨이 시작부터 5였다는 점이다. 왜 5부터 시작하지? 미네르바가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는 심정으로 5까지 올려준 건가?

알 수는 없었다만, 레벨이 높아서 나쁠 건 없을 테다.


“... 근데 이건 뭐지?”


하지만 두세 번 고쳐 봐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도 있긴 했다. ‘히어로 센스’라는 항목이 바로 그것이다.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자니. 시스템이 그것을 간파했는지 곧 새로운 패널을 눈앞에 띄웠다. 전에 떠있던 상태 항목에서는 다시금 마력 4가 차출되어 총량은 108이 되었다.


[상세설명: 히어로 센스]

[이계에서 소환된 용사만이 가이알란트 대륙에서 가지는 제 2의 감각. 운이나 매력, 육감과 직감의 향상으로 이어진다. 통상적인 레벨 업으로는 증강시킬 수 없으며, ‘신의 주사위’를 건드리는 특정한 경험을 통해서만 향상시킬 수 있다.]


“이야. 이거 편리하네.”


나는 찰떡같은 스킬 시스템에 감탄사를 질렀다. 다른 건 몰라도 이 미미르의 눈은 앞으로도 많이 써먹을 것 같은 스킬이었다.


“자 그럼....”


나는 손을 마주비빈 뒤 주섬주섬 아이템들을 찾았다. 가진 아이템들을 머릿속으로 정리도 할 겸, 한 번씩 제대로 확인해보기 위해서였다.

물건을 차례대로 바닥에 내려놓고, 마지막엔 배낭과 파우치도 내려놓았다. 그리고 한 번씩 노려보며 집중을 한다.

삐빅. 곧 무수한 패널이 시야 맡에 차례대로 생성되었다.


[명칭: 가죽 배낭, 가죽 파우치, 망자의 함, 이자나미의 심장, 요검 베스타크, 에테르 응결병, 휴대용 점화기]


그러나 이름만 주르륵 뜨고 상세설명은 나오지 않는다.

고개를 잠깐 갸웃거린 나는 가장 생소했던 휴대용 점화기 패널을 집중했다. 곧 눈가에서 탈력감이 생기며 상세설명이 아래로 늘어졌다.


[명칭: 휴대용 점화기]

[보정치: 발화 기능. 강화시 모닥불에 버프 부여 가능.]

[상세: 초행 용사에게 일괄적으로 주어지는 휴대용 점화기. 일반 부싯돌과 작동법은 같으나, 마법 시료를 연료로 사용하여 수명이 반영구적이다.]

[강화 가능 회수: 3]


“어쩐지 라이터처럼 생겼다 했더니... 마법 라이터였냐?”


아무래도 상세 설명을 읽는 건 한 번에 하나의 개체만 가능한 듯했다.

나는 이미 사용처를 아는 망자의 함과 이자나미의 심장, 에테르 응결병, 그리고 볼 것도 없는 배낭과 파우치의 설명은 굳이 읽지 않기로 했다. 이제부터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고, 마력은 아낄 수 있을 때 아껴놓는 편이 좋겠지.


다른 아이템들을 집어넣은 뒤 배낭을 다시 짊어졌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바닥에 남은 예리한 검을 들어올렸다.

스르릉. 특유의 날카로운 금속음을 내며 검의 설명이 눈가를 간질였다.


[명칭: 요검 베스타크]

[보정치: 힘 +10, 민첩 +5]

[상세: 마녀의 기사 한이 사용했다고 전해지는 칠흑의 양날검. 마기를 흡수하면 성장한다. 고대의 ‘에고’가 잠들어 있다.]


“고대의 에고?”


산 넘어 산. 모르는 거 넘어 또 모르는 게 나왔다.

에고라면 내가 아는 에고 소드의 에고(ego)가 맞나. 쉽게 말해 자아가 있는 검인데 지금은 깨어나지 않았다는 소리?

나의 의문을 이번에도 귀신 같이 캐치한 시스템이 곧 내게 탈력감을 선사했다.

그러나.


[상세 설명: 고대의 에고]

[오류: 알 수 없음. 능력치 부족.]


나는 곧장 똥씹은 표정으로 검을 내렸다. 체념의 한숨을 폭 내쉬었다.


‘아직 내가 알기엔 짬이 부족하다 이건가?’


아무래도 고대의 에고님은 지금의 내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존재... 쉽게 말해 렙이 후달려서 접근이 불가한 영역의 존재인 듯하다.

레벨을 올리고 마검을 성장시키다 보면 언젠가 알게 될 날이 오겠지. 어쩌다 에고가 깨어나면 당사자한테 직접 물어봐도 되고.


“... 좋았어.”


거기까지. 상황 파악도 끝났겠다. 나는 주변으로 시선을 돌렸다.

끝없이 이어진 어두운 하수구에서 물소리와 쥐들이 찍찍거리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울려퍼졌다.

나도 모르게 침을 한 덩이 꿀꺽 삼켰다. 그리고 검을 쥔 손에 바짝 힘을 불어넣었다.


“신나는 모험을 시작해볼까?”


그렇게 내 첫 모험은 이름 모를 하수구에서 오물냄새와 함께 서막을 올렸다.

목표는 우선 여기를 빠져나가는 것. 이세계 전생의 기쁨을 누리는 건 일단 그 다음으로 미루기로 하자. 그런 가벼운 생각으로 나는 걸음을 천천히 옮겼다.


... 이 때는 정말이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이 하수구가 나를 위해 준비된 무간지옥(無間地獄)일 줄이야.



---



막노동을 하다 보면 하수구 주변에 기웃거릴 일이 많다.

막노동 공사판이란 게 대부분 건물을 짓는 거고. 건물이란 그냥 터잡고 뚝딱, 하면 지어지는 게 아니다. 상하수도를 비롯한 주변 인프라를 건물에 끌어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쪽 관련 일도 가끔 투입돼 봤다.

덕분에 나는 전생에서 이미 하수구 냄새에 적응되어 있던 상태였다. 그래서 하수구 특유의 역겨운 냄새로 구역질을 하거나 하진 않았다. 다만.


“크으... 대체 이건 무슨 냄새야?”


다르다.

지금 내가 헤매고 있는 이 하수구에서 퍼지는 냄새는 평범한 하수구의 역취가 아니었다.

나는 코끝을 징징 울릴 정도로 찔러오는 인상적인 냄새에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썩은내... 그리고 이건....”


피냄새.

특유의 쇳내와 비린내가 하수구 냄새에 섞여서 진동하고 있다.


썩은내는 날 수 있다. 하수구는 무엇이 썩고 있어도 이상하지 않은 공간이다. 이미 면역이 된 냄새였기에 코가 금세 적응해서 무시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진동하는 썩은내 속에 도사린 강렬한 혈향은 도저히 무시할래야 무시할 수가 없었다.


“이쪽인가?”


게다가 피냄새는 점점 진해졌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점점 진해지는 곳으로 내가 향하고 있었다. 왠지 모르게 어깨가 무거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피부가 온통 찌릿거리는 느낌이다. 긴장감으로 숨도 쉬기 힘들었다.

이윽고 피냄새가 썩은내를 완전히 압도하는 지점에 도달했을 무렵.


“으, 우욱!”


나도 모르게 입을 틀어막고 시선을 돌렸다. 눈앞에 펼쳐진 참상을 도저히 직면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시체. 시체. 그리고 또 시체.


무수한 시체로 쌓은 산이 그곳에 펼쳐져 있었다.

하수구의 막다른 곳. 족히 수백 구에 달하는 시체가 피와 오물로 범벅이 된 채 쌓여 있다.

하나 같이 신체의 일부가 절단되거나 뭉개진 시체들. 죽은 시기가 제각각인지, 어떤 시체는 뼈만 남아 썩다 만 가죽이 들러붙어 있나 하면. 어떤 시체는 갓 죽은 것처럼 혈색이 완연한 것도 있었다.


“이게... 대체...?!”


나는 시선을 조금 돌렸다. 노란색 무언가가 눈에 밟혔다.

시체의 산 옆에 작은 손수레가 있었다. 팔조각이나 다리조각이 널브러져 있고, 아직 다 못 내린 시체 몇 구가 실려 있었다. 저것으로 어디선가 시체를 실어다 여기에 쌓아두는 게 아닐까. 아마 맞을 것이다.


그리고 어느 순간.

나는 노란 손수레에 쌓인 시신 하나에 시선을 사로잡혔다.


“... 어?”


그리고 머릿속이 하얗게 칠해져 버렸다.


“아니. 잠깐만....”


그 자리에서 몇 걸을 뒷걸음질 쳤다. 이름 모를 시신에 발이 걸려 그대로 나뒹굴었다. 철퍼덕. 바닥에 고인 진물과 오물이 바지를 빠르게 적셔왔다.

사시나무처럼 떨리는 손을 들어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가리켰다.


“아니. 저거... 나?”


내가 목격한 것은 내 얼굴이었다.

잘못봤나 싶었지만 그럴 리가 없었다. 도저히 눈을 뗄 수가 없어서 계속 지켜보고 있었는데. 아무리 고쳐 봐도 저 시체는 내 것이었다. 수레에 쌓인 시체들 사이 대충 끼어서 눈을 까뒤집고 있는 내가 있었다.


“아니 이게. 대체, 무슨...!”


상체의 반쪽이 무언가로 완전히 짓뭉개져 있었다. 둔기 같은 것에 얻어맞은 듯했다.

그걸로 모자라 가슴팍에 피가 흥건한 것이, 무언가 날카로운 것에 수차례 찔린 듯하다. 걸레짝처럼 일그러진 형상에 무심코 내 몸을 쓰다듬었다.


뭐지.

대체 뭐지?

이상하잖아. 무슨 상황이지?


나는. 분명히 나는 방금 전에 게이트에서 소환됐고. 모험을 시작한 직후잖아.

그런데 저건 뭐지? 왜 내가 죽어서 저기에 널브러져 있는 거지?

모르겠다.

아무것도 모르겠다. 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냐.


“우우욱!”


나는 입을 틀어막았다. 머릿속이 너무 뒤죽박죽이다. 그래서였을까, 참기 힘든 구토감이 치밀어 올랐다. 어지럽다.

그런 와중에. 하얀 공간에서 미네르바와 나눴던 말들이 뇌리를 쿵쿵 울린다. 팽팽 맴돈다.


‘... 글쎄요. 어떨까요.’

‘그 랜턴을 발동시키면, 사념이 있는 곳으로 알아서 안내해줄 거예요.’

‘이자나미의 심장은 전생의 기억과 스킬, 일부 능력치를 수복해주는....’


그리고 거기에서 나는 깨달았다. 그녀의 목소리 한 구절이 계속해서 반복재생 됐다.


‘기억과 스킬. 그리고 능력치를 수복....’


기억을 수복해주는 아이템.

즉 바꿔 말하면. 죽었다 부활한 나는, 수복 전까지는 전생의 기억이 없는 상태라는 뜻이다.

왜 그걸 이제야 눈치챈 걸까.


“설마... 설마....”


나는 덜덜 떨리는 손을 들어 허리춤의 랜턴, 이자나미의 심장을 만지작거렸다.

우우우웅.

랜턴이 미미한 빛을 발하더니 속삭이는 소리가 들려온다. 희끄무레한 까만빛이 내 앞길을 인도한다. 마치 나보고 따라오라는 듯이 손짓하는 모습이었다.

나는 눈을 부릅뜨고 말았다.


“...... 작동한다.”


랜턴이 빛난다. 발동을 시켰더니, 당연하다는 듯이 나를 안내한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자명하다.

그러나 그것을 내가 인지하고 받아들이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새삼 깨달았다.

내가 왜 시작부터 레벨이 5까지 올라 있었는지를.


“내가... 나는....”


우습게도 난 모 만화의 명대사를 떠올렸다.


“난 이미... 죽어있어?”


단지 아직 깨닫지 못했을 뿐.

그것을 알아 버린 것이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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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43. 나랑 계약해지하지 않을래? +2 19.12.06 88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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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41. 나, 강림 +5 19.12.02 104 7 9쪽
41 40. 하지만 어림도 없지 +4 19.12.01 102 6 8쪽
40 39. 본인 방금 막트하는 상상함 +2 19.11.30 100 5 10쪽
39 38. 2트 (SECOND TRY) +5 19.11.29 106 4 11쪽
38 37. 그녀의 약점 +6 19.11.27 115 5 11쪽
37 36. 리트다, 리트! +2 19.11.25 110 6 13쪽
36 35. 1트 (first try) (2) +1 19.11.25 103 5 7쪽
35 34. 1트 (first try) (1) +2 19.11.24 120 6 12쪽
34 33. 비장의 카드 +2 19.11.23 115 4 13쪽
33 32. 쫄리면 뭐다? 19.11.22 114 5 12쪽
32 31. 자책의 끝에서 +4 19.11.20 127 6 9쪽
31 30. 부활 +1 19.11.18 124 5 12쪽
30 29. 부화(孵化) +3 19.11.17 126 6 12쪽
29 28. 또 다른 선임 (3) +3 19.11.16 129 6 10쪽
28 27. 또 다른 선임 (2) +2 19.11.15 129 6 13쪽
27 26. 또 다른 선임 (1) 19.11.13 133 6 12쪽
26 25. 처형자 그윈 +1 19.11.11 133 6 13쪽
25 24. 잔인한 세상 +1 19.11.11 137 7 11쪽
24 23. 폐성의 주인 (2) +3 19.11.10 142 6 12쪽
23 22. 폐성의 주인 (1) +1 19.11.09 139 6 13쪽
22 21. 하수도의 주인 (3) +1 19.11.08 135 5 12쪽
21 20. 하수도의 주인 (2) 19.11.06 141 7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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