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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즈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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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09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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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1.0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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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하수도의 주인 (3)

DUMMY

뭐 그런 느낌으로 이야기가 지금에 이르게 된 것이다.

나는 그대로 레이라에게 끌려 다니며 몬스터들의 청소를 시작했다.


“우선 간단하게 시험이나 해보죠 후배님. 제가 아까 고블린들을 상대할 땐 어떻게 하라 했죠?”

“어... 우선은 상대의 정확한 수를 파악하고. 제일 먼저 활을 든 놈부터 죽여라?”

“네. 허투루 듣진 않으셨네요.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척후가 존재할 경우 척후를 1순위로, 그렇지 않은 경우 궁병을 1순위로....”


레이라는 몬스터와 만나기 직전까지, 걸어가며 이런 저런 설명을 늘어놓았다. 대부분은 아까 들었던 거 리바이벌이었고, 간혹 새로 듣는 정보가 나오기도 했다. 다만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하나 있었다.

이번 설명에는 무려 ‘숙련된 조교의 시범’이 포함되어 있었다.


“마침 저기 오네요. 잘 보세요. 이렇게....”


레이라가 하수도 어둠 너머를 흘깃 보며 중얼거린다. 내가 눈에 힘을 주고 맞은편 고블린 무리의 윤곽을 간신히 찾아낸 순간.

레이라가 유령처럼 내 옆에서 사라졌다.


“우선은 궁병부터 죽이는 거예요.”


나도 고블린들도 깜짝 놀라서 목소리가 들려온 곳을 쳐다봤다. 고블린들의 뒤쪽이었다.

거기엔 어느샌가 홀연히 나타난 레이라가 있었다. 들어올린 빗자루 칼날은 가장 후미에서 걸어오던 고블린 궁병의 목을 관통한 상태였다.

푸스슥. 레이라가 신속하게 칼날을 빼자 궁병은 마대자루처럼 힘없이 쓰러졌다. 경련하며 피를 울컥울컥 쏟아내다가, 그대로 죽어버린다.


“갸아아악!”

“여, 여자! 죽인댜악!”

“무, 무서운 여쟈!”


고블린들은 제각기 뭐라 외치며 황급히 검을 뽑아들었다. 일행의 선두에 있던 방패병이 헐레벌떡 레이라 쪽으로 달려오려고 했다. 그러나 이미 늦었다.

펄쩍, 레이라는 그 자리에서 뛰어올랐다. 공중에 떠오른 그녀의 몸은 가공할 속도로 회전하고 있었다.


“다음은 방패병.”


레이라가 번개처럼 내리친 칼날의 섬광이 번득인다 싶은 순간. 그녀는 이미 바닥에 안착해 다음 고블린을 향해 발돋움을 한 상태였다. 한 템포 늦게 방패병 고블린의 육신이 쩌적, 정확히 반으로 갈라졌다.


“다 처리하면 마지막으로 검병들을 상대하는 겁니다.”


순식간에 두 명이 당해버리자 멍하니 앞만 보는 고블린 검병들. 전의를 상실했는지 얄쌍한 다리를 파들파들 떠는가 하면, 이미 칼을 놓쳐버린 놈도 있었다.

레이라는 나를 도륙할 때처럼 싸늘한 눈빛으로 세 놈을 스윽 훑어보는가 싶더니. 이내 빗자루를 옆으로 늘어뜨려 수평으로 만들었다.


“일섬.”


그리고 어느 순간, 풍차처럼 칼날을 크게 휘둘렀다. 그 궤적을 따라 은빛의 섬광이 잔상처럼 일렁거렸다. 나는 한동안 홀린 듯이 검광이 지나간 자리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그것이 ‘스킬’의 이펙트라는 것은, 중얼거린 스킬명 덕분에 간신히 깨달을 수 있었다.


“갸... 우, 우악.”


어느 고블린이 단말마를 질렀다. 고블린은 하나 같이 어리둥절한 얼굴이었다. 어리둥절할 게다. 지켜보던 나도 어이가 없었으니까.

고블린 세 마리는 동시에 일도양단되어, 아직 꼿꼿이 서있는 자기 하반신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이내 거칠게 떨리던 고블린들의 눈동자가 빛을 잃었다. 죽은 것이다.


“마지막 건 굳이 따라할 필요 없어요. 세 마리를 한꺼번에 잡는 건 초심자는 버거울 거예요. 저는 그냥 귀찮아서 한 번에 해버린 거고요.”


순식간에 다섯 마리의 도륙난 고블린이 널브러진 하수도 한 가운데. 피로 얼룩진 메이드복을 털어내던 레이라가 그런 말을 중얼거렸다. 어떤 감정도 실리지 않은 어조. 그야말로 일상적인 해프닝이라는 느낌이다.

그녀는 특유의 미동도 없는 초록색 눈동자로 나를 쳐다보며, 고개를 갸웃 기울였다.


“하실 수 있겠죠?”


나는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간신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새삼 생각했다.

저런 괴물에게서 도망쳐 나갈 생각을 했다니.

내가 어리석어도 한참 어리석었다고 말이다.



---





“이야아아!”


나는 기합과 함께 검을 찔러넣었다. 푸슉. 고블린의 얇은 가죽 갑옷을 뚫고 검이 쑤욱 들어간다. 파육음이 울린다.

하지만 그 순간 시큰, 하고 화살이 박힌 왼어깨가 욱신거렸다. 나도 모르게 검을 쥔 손에서 힘이 슬쩍 빠져나갔다.


“구... 갸아아...!”


고블린이 몸부림쳤다. 나는 황급히 손에 다시 힘을 줬다. 그리고 힘껏, 검을 양쪽으로 빙빙 돌려 후벼 파기 시작했다. 고블린이 발작하듯 괴성을 질러댔다.


“갸아아악! 가아악!”


기분 나쁜 손맛이 찌르르 등줄기를 울린다. 인상을 찌푸렸지만, 동시에 회심의 미소를 흘렸다.

이 기분 나쁜 손맛이야말로 내 승리를 확신시켜주니까.

아니나 다를까 고블린은 곧 입에서 피를 잔뜩 쏟으며 절명했다. 내가 이긴 것이다.


“후우.”


그제야 긴장이 풀렸다. 참았던 숨을 몰아쉬었다. 아드레날린이 팽팽 돌아 좁아졌던 시야가 넓게 돌아왔다. 나는 주변을 스윽 훑었다.

열 구에 가까운 고블린 시체가 주위에 널브러져 있었다. 나는 아찔했던 방금 상황을 반추했다.


“설마 고블린들도 제들끼리 임시 동맹을 맺을 줄은....”


한 고블린 무리를 사냥하고 있던 차에 다른 고블린 무리가 지나가다 합세한 것이다. 이미 궁병과 방패병, 그리고 검병 하나를 죽여 놓은 상태였다고는 하나. 일곱 마리의 고블린을 기습의 어드밴티지도 없이 이기기는 무척 힘든 일이었다.


- 기습이 실패했을 땐 무조건 검병의 수부터 줄이세요. 개싸움이 되고 나면 근접전투원의 숫자가 많을수록 생존율이 제곱수로 떨어집니다.


그 때 레이라의 조언을 떠올려 우선 상대하던 검병들을 전력으로 쓰러뜨리고, 정공법으로 고블린들을 상대했다. 방패병, 검병, 그리고 마지막으로 궁병 순으로 모두 척살했다. 덕분에 화살을 어깨에 맞고, 검병들에게 자잘하게 긁히긴 했지만 죽지는 않았다.


“대단해요. 여차하면 제가 나서려고 했는데. 정말 내일부턴 혼자 다니셔도 되겠어요 후배님.”


짝짝짝. 뒤에서 희미하게 박수소리가 났다. 피곤한 눈을 들어 그쪽을 보니 레이라가 있다. 기특하다는 양 연신 박수를 치며 내게 다가오고 있었다.

그녀는 내 앞에 서서 물끄러미 나를 쳐다보더니. 이내 내 머리를 슥슥 문지르기 시작했다. 만족스러운 미소가 레이라의 양 입가에 번져 있었다.


“정말 잘했어요. 칭찬해줄게요.”


내가 개냐.

순간 레이라의 취급에 울컥했지만. 도저히 받아쳐줄 기운도 없다. 나는 그 자리에 주저앉으며 솔직하게 그녀에게 감사를 표했다.


“뭐, 다 네 조언 덕분이지. 나는 그냥 들은 대로 했을 뿐이야.”

“어머. 조언은 조언일 뿐이죠. 그걸 단박에 실전에서 응용하는 건 분명히 엄청난 재능....”


어느새 나와의 대화도 익숙해진 레이라가 청산유수로 나를 칭찬했다. 정확히는 칭찬하려다 멈췄다. 시선이 내 어깨에 박힌 화살로 향해 있었다.

레이라의 얼굴이 굳어 있길래 나는 뺨을 긁으며 설명했다.


“검병들부터 상대하려니 화살 몇 대는 맞을 수밖에 없더라고. 그나마 한 대만 박힌 게 다행이지.”


원래 두 세대 정도 더 맞았지만 나머지는 가죽 갑옷에 맞고 튕겨나왔다. 아마 질 낮은 화살이라 그렇겠지만, 어쨌든 가죽갑옷 만만세다.

내가 대수롭잖게 설명했음에도 레이라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은 채 풀릴 생각을 안했다.


“레이라?”

“조금 따끔할 거예요.”

“엥?”


레이라가 별안간 중얼거린 말의 의미는 직후 알 수 있었다.

쑤욱, 그녀가 내 어깨에 박힌 화살을 그대로 뽑아버린 것이다. 근육이 딸려 나가는 듯한 고통이 일순간 몰려왔다. 나는 비명을 지르기 위해 입을 쩍 벌렸고.

벌어진 입에선 비명 대신 숨 막히는 신음만 흘러나왔다.


“으, 으어... 레, 레이라. 지금 뭐 하는....”

“잠시 가만히.”


레이라가 내 어깨의 상처에 입술을 갖다대고 피를 쭈욱 빨아들이고 있었다.

갑작스런 상황에 머리가 잘 안 돌아간다. 그녀의 입술과 뺨에서 흘러드는 따듯한 기운이 느껴진다. 문득 레이라가 무아지경으로 상처를 핥다가 내쪽을 흘금 올려봤다. 눈을 부릅뜨고 있던 나는 퍼뜩 시선을 피했다.

그제야 빨아낸 피를 뱉어낸 레이라가 말했다.


“고블린 화살에는 약한 마비독이 묻어있어요.”

“... 아.”

“치명적인 건 아니지만 당장 빨아내지 않으면 하루 정도는 몸이 마비돼서 움직일 수 없게 돼요. 응급처치를 하려는 거예요. 오해하지 말아요.”

“그, 그래.”


그러시단다. 절찬리에 오해를 했다. 다음부턴 깜빡이나 켜고 치료해 주십쇼. 제기랄.

난 괜히 민망해져서 뒷머리를 긁적였다. 레이라는 자기 메이드복의 앞치마와 프릴을 거칠게 뜯어냈다. 그것으로 내 어깨를 감싸고 간이붕대를 만들었다. 나는 그녀의 행색으로 보고 다른 의미로 많이 놀랐다.

무척이나 익숙한 몸놀림. 타인을 치료해주는 것이 전문가처럼 능숙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면... 일단 임시방편은 되겠죠.”


레이라는 이어서 프릴을 엮어 삼각건을 만든 뒤 팔을 지탱하도록 내 목에 걸쳤다. 삼각건을 걸어줄 때 순간적으로 그녀의 몸이 밀착되어 나는 숨을 삼켰다.

반면 그런 걸 신경도 쓰지 않는 레이라는 곧장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내 몸에 자잘하게 난 상처들을 흘끔 보더니, 곧 결심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돌아가죠. 따라오세요.”


레이라가 내 대답을 듣지도 않고 앞장서서 걸어갔다. 나는 응급처치를 끝낸 환부를 슬슬 만져보다가 퍼뜩 레이라의 뒤를 쫓았다.


“어, 혹시 나 때문에 돌아가는 거냐?”

“네.”


단호하다. 단호박인줄 알았다.

어쨌든 지금은 좀 곤란하다. 아직 위로 올라가면 할센베르크라는 양반한테 무슨 변명을 대야할지 생각도 안 해놨고. 마음의 준비도 안됐다.

나는 애써 표정을 밝게 고치고 팔을 빙빙 돌렸다.


“나 아직 말짱해. 까짓거 화살 박힌 것쯤이야 포션 하나 빨면 원상복구 되는 상처잖아.”


나는 대수롭잖게 던진 말이었는데. 레이라는 내 생각보다 훨씬 놀란 얼굴로 나를 돌아봤다. 그녀가 얼떨떨하게 되물었다.


“... 포션? 힐링 포션을 말하는 건가요?”

“어, 그런데?”

“후배님. 포션도 가지고 있나요?”

“엉? 그야....”


나는 ‘당근빳따죠 쉬바!’라고 외치려다가 가까스로 막았다. 급발진을 멈춘 난 일단 진정하기로 했다. 그리고 맹렬하게 두뇌를 회전시켰다. 그러고 보면 전생에서 레이라도 저런 반응이었던 것이다.


‘내가 에테르를 흡수해 강화하거나 회복되는 걸 보고 꽤나 놀랐었지.’


어쩌면. 이쪽 세계관에선 포션이 굉장히 비싼 축에 드는 물건이 아닐까? 아니. 비싼지는 몰라도 일단 일반인이 구하기는 어려운 물건인 게 확실하다.

그렇다면 이건 위험하다. 내가 포션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정체가 의심받을 수도 있으니까. 돈이 없어 이런 척박한 곳까지 굴러왔다는 놈이 그런 희귀한 물건을 가지고 있다는 게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여기까지 생각하는 데 약 10초. 결국 난 멋쩍게 웃으며 뒷머리를 긁적였다.


“내, 내 말은. 그냥 그 정도로 가벼운 상처라는 의미지. 응.”

“... 흐응.”


레이라는 콧소리를 내며 내게 슬쩍 다가왔다. 그리고 손가락을 들어 화살이 박혔던 내 어깨를 쿡, 쑤셨다. 나도 모르게 펄쩍 뛰었다.


“아오 씁!”

“그런 것치곤 많이 아파 보이네요 후배님.”

“.......”

“허세 부리지 말고 오늘은 그만 가서 쉬어요. 알겠죠?”


레이라는 피식 웃더니 등돌려 걸어갔다. 딱히 변명할 말이 없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잠자코 뒤를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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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41. 나, 강림 +5 19.12.02 120 7 9쪽
41 40. 하지만 어림도 없지 +4 19.12.01 117 6 8쪽
40 39. 본인 방금 막트하는 상상함 +2 19.11.30 115 5 10쪽
39 38. 2트 (SECOND TRY) +5 19.11.29 121 4 11쪽
38 37. 그녀의 약점 +6 19.11.27 130 5 11쪽
37 36. 리트다, 리트! +2 19.11.25 125 6 13쪽
36 35. 1트 (first try) (2) +1 19.11.25 118 5 7쪽
35 34. 1트 (first try) (1) +2 19.11.24 136 6 12쪽
34 33. 비장의 카드 +2 19.11.23 131 4 13쪽
33 32. 쫄리면 뭐다? 19.11.22 130 5 12쪽
32 31. 자책의 끝에서 +4 19.11.20 144 6 9쪽
31 30. 부활 +1 19.11.18 142 5 12쪽
30 29. 부화(孵化) +3 19.11.17 143 6 12쪽
29 28. 또 다른 선임 (3) +3 19.11.16 146 6 10쪽
28 27. 또 다른 선임 (2) +2 19.11.15 145 6 13쪽
27 26. 또 다른 선임 (1) 19.11.13 150 6 12쪽
26 25. 처형자 그윈 +1 19.11.11 150 6 13쪽
25 24. 잔인한 세상 +1 19.11.11 153 7 11쪽
24 23. 폐성의 주인 (2) +3 19.11.10 160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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