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원침략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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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진
작품등록일 :
2019.10.09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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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19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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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1.1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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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DUMMY

러시아 내부에 괴물들이 쌓이기 시작한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세계에서 가장 방대한 넓이를 가진 러시아는 국토에 비해 인구수가 고작 1억 5천만 명 정도에 불과하다. 게다가 괴물들이 등장하면서 대도시가 오히려 안전하다는 인식이 심어지면서 인구 편차가 심해지자 변두리 소도시의 수가 줄어들었다.

러시아 정부에서도 딱히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괴물이 등장한 후 초창기부터 누적된 괴물들은 이제 자체적인 생태계를 구축할 정도로 사태가 심각했지만, 대도시 위주로 방어선을 만든 러시아에는 여력이 없었다.

그래도 간간이 위성으로 확인하여 퇴역 시기를 맞은 미사일 같은 무기들을 사용해 폭격하는 등 괴물들의 숫자를 줄이기는 했으나 이미 괴물들의 증식 속도가 아프리카를 뛰어넘었다는 분석이 있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러시아에서는 대책을 마련하고자 꾸준히 노력해왔다.

바실리 이바노비치.

그는 골머리를 썩이던 러시아에 막대한 정치 로비를 하면서 한국과의 연계를 주장한 인물이었다.

그가 주장하는 바는 한국 계승자들의 도움을 받아 러시아 내 괴물들을 소탕하자는 것인데 러시아 정부는 이를 말도 안 되는 일로 치부했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인 계승자는 이미 미국과 동맹계약을 통해 미군 소속에 미국 시민권자로 활동하기 때문이고, 실력 면에서는 어떨지 모르나 인구수 대비 계승자의 숫자를 따졌을 때도 중국이나 인도보다 매리트가 없기 때문이다.

장점이 하나 있다면 드론을 활용한 방어시스템이 탐나기는 했다.

그러던 중 러시아의 생각을 바꾼 하나의 사건이 터졌다.

2035년 6월 6일.

생명연금문명을 계승한 7층 계승자 아델리나 곤차로바가 저지른 살인, 인체실험 등 스캔들이 터지자 러시아 내 여론은 아델리나 곤차로바를 법정에 세워야 한다고 들끓었다.

그리고 이번 스캔들이 정치권에 번지자 문제가 발생했다.

계승자들에 대한 범죄사실을 직접 나서서 감추거나 오히려 지원하기까지 했던 의원들의 리스트가 퍼졌고 그러한 정황이 사실로 나오자 러시아의 대형 정당들이 순식간에 해체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진행되자 아델리나 곤차로바는 모습을 감추고 타국으로 망명을 시도하려 했고 러시아에서는 이 스캔들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아델리나 곤차로바의 신병을 확보하고 관련된 의원들을 법정에 세우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PU 공인 인증 연금 7 레벨의 계승자를 체포하는 것은 일반인들로 이뤄진 치안병력에겐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때 아델리나 곤차로바의 신병을 확보한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그가 바실리 이바노비치였다.

이번 사건을 통해 러시아 정부와 정당들과 연결된 게이트를 손에 쥐게 된 바실리 이바노비치는 현 정권과 모든 정당, 그리고 러시아 시민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었다.

그런데도 바실리 이바노비치가 주장하는 한국과의 연계에 긴가민가한 의견이 없던 것은 아니었지만 이제는 '그럼 일단 해보자.' 하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바실리 이바노비치의 지령을 받은 러시아 정부가 공군작전을 승인했다.

러시아에서 출발한 TU-95 한 기와 SU-57 스텔스 전투기 7대가 동시에 출격하는 전시를 방불케 하는 작전이었다.

출격과 동시에 러시아 정부에서는 성명을 발표했다.


<한반도 전쟁에 관여하는 국가는 러시아가 가만히 있지 않을 것.>


폭격기와 전투기가 함대 비행을 하며 순식간에 동해상으로 접어들자 일본에서 난리가 났다.

성명서를 접한 일본 정부가 동해상에 있는 함대에 후퇴 명령을 내림과 동시에 러시아에 항의했지만 이에 호응해야 할 미국은 여전히 침묵을 유지했다.


<국제법에 따른 일본의 한반도 군사개입은 적법>


독도 기준 40킬로미터 반경까지 후퇴한 일본함대는 해상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상황에 빠졌다.

일본이 UN과 미국, 유럽 연합에 러시아의 부당함을 호소했지만, 그 어느 국가에서도 나서려고 하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 러시아에서 재출격한 TU-22 폭격기가 쿠릴 제도를 통해 일본 영공에 아슬아슬하게 걸치며 동해상 쪽으로 우회하는 등 여러 군사도발이 일어났다.










핀란드에서 모습을 드러낸 장영우의 선택은 향후 계획에 변화를 주는 일이었다.

미국에서나 그 존재를 어렴풋이 알고 있는 장영우의 존재 여부가 세계 전역으로 퍼지게 되는 건 시간문제다. 그렇게 되면 전 세계에서 한국을 주시하게 될 것이다.


"더 좋은 방법을 찾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배종민은 장영우에게 못마땅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장영우의 정체가 밝혀진다는 건 한국이 관심만 받게 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견제에 시달리게 될 약점을 가지게 된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고로 보물을 가진 자는 도둑을 경계해야 하는 법이다.

장영우는 시선도 마주치지 않고 턱을 괸 채 앞에 놓인 차만 바라보고 있었다.


"어쩔 수 없지. 중길이, 들리나?"

[대기하고 있습니다.]

"현재 상황은?"

[저 이제 알거지 됐습니다.]

"다행이군. 환종이는?"

[다 마무리된 거 같은데, 진행률 업데이트해드리죠.]


곧바로 넘어온 데이터 자료를 살펴보던 배종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일 오전 11시. 서울을 점령하겠다."

[빚쟁이는 면했네요.]

"청와대에서 환종이나 봤으면 좋겠어."

[전해놓겠습니다.]


통신이 종료되고 작전회의실은 침묵에 빠졌다. 마시지도 않은 차를 노려보고 있는 장영우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고, 배종민도 이제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생각에 여러 생각이 겹쳤다.


'이게 맞는지 모르겠군.'


어둑해진 하늘이 금세 검게 변하며 저녁을 알려왔다.

그리고 오늘 밤에는 중요한 작전이 하나 실행되어야 한다.


'이미 돌이키기엔 늦었어.'



한국을 떠난 계승자들이 대부분 미국에 있는 것은 맞지만, 이은유를 비롯해 황승찬, 최민혁, 고주희, 김세연, 박승태, 공시혁, 민병식, 차영희, 이천종, 노희수까지.

서울에 있는 열한 명의 계승자와 바룬 대륙의 성종태, 북한의 신재민까지 모두 총 열세 명이 장영우가 직접 계승에 관여하고 가르친 이들이다.

오이화까지 합치면 열네 명이지만 계승에 관여했을 뿐 지금은 방치 중이나 마찬가지라 사제관계라 볼 수는 없었다.

물론 자체 네트워크를 통해 많은 가르침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자정이 넘기 전에 시작하려고 하네."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기만 하는 장영우의 허락에 배종민은 간단한 메시지로 지령을 내렸다.

요식행위이기는 하나 반드시 그의 허락이 필요했던 이유는 장영우의 제자로 볼 수 있는 계승자들은 오직 그의 명령을 중시하는 독립된 조직이기 때문이다.

막상 장영우는 신경 쓰지 않는 듯이 굴지만 정작 필요할 때면 언제든지 그들의 협조를 구하고는 했다.


"아직도 바리공주와 문답 중이신가?"

"끝이 있는 대화는 아니지."

"요즘엔 주제가 뭔가?"

"주제는 바뀐 적 없다. 대화의 주제는 언제나 인간과 신이지."


인간을 주제로 한 대화는 배종민과도 많이 나눴다.

군인으로서의 사명, 마음가짐, 애국과 희생.

장영우가 기억하기로 그와의 대화는 많은 것들을 느끼게 하는 유익한 시간이었다.

방대한 기억을 짊어지고 미쳐버린 한 인간이 스스로 치유하는 데 많은 도움을 받았으니까.

그럼에도 여전히 가치관을 정립하지 못한 가련한 인간은 고통받으며 가끔 외면할 수 없는 비명을 질러댔다.


"바리공주는 많이 배웠나?"

"나보다 더 낫더군."

"자네도 많이 나아졌어. 누가 누굴 가르치던 서로에게 배움이 있다는 거겠지."


호문쿨루스의 자아로 태어나 원하는 기억만을 뽑아내 쓸 수 있지만, 감정만큼은 아니다.

오히려 감정이 방해될 수 있음에 의도적으로 배척하여 냉정 하고자 했었다. 그런데도 이따금 느껴지는 감정들은 전혀 나쁘지 않았다.

과거의 느꼈던 일말의 감정을 회상하는 지금의 감정까지도.

그러나 감정을 경계해야 하는 호문쿨루스로서 좋다고는 할 수 없는 현상이다.

기획생명체 호문쿨루스.

생명연금문명의 9층 연금술사 파라나가 만든 최초의 호문쿨루스는 차원 침략에 대항하여 문명을 지키고자 탄생하였지만, 자신의 창조주가 인간에 의해 살해당하자 오히려 지키고자 했던 문명을 스스로 박살 내버리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었다.

가끔은 인공지능 바리공주가 부럽기도 했다.

바리공주는 감정을 이해할 수 있으나 인식할 수 없으니 오히려 자신보다 더 호문쿨루스로써 부여받은 목적에 적합할지도 모른다.


"그는······.흠, 그는 잘 있나?"


인간 장영우.

스스로 희생한 그의 영혼과 자아의식은 좋은 말로도 잘 있다 할 수 없을 만큼 처절하다.

희생을 후회하며 울고, 자신을 이런 고통에 빠트린 세상을 저주하고, 해방될 수만 있다면 신에게 영혼을 팔겠다며 비명을 지르는 그에게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

그래도 호문쿨루스로서의 장영우는 그가 고결함을 잃었다 해서 비난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여전하지."


배종민의 추억 속에 장영우란 사람은 웃음이 많은 사내였다.

늙은 자신조차 민망하여 고개 돌리게 하는 우스갯소리와 온몸이 부서지는 상황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으려던 의연함.

자신을 봉인하여 기약 없는 감옥으로 스스로 걸어간 순간에도 그는 웃었다.










고성과 비난이 오가던 국회의사당은 침묵과 공포가 잠식했다.

의원 중 절반은 연락 두절 상태이고 그들이 어디에 있느냐보다는 한국에 있느냐, 없느냐를 따지는 게 더 의미 있을 것이다.

전쟁이 시작된 후 떠나간 의원만큼 남은 의원들도 많았다.

대략 백오십여 명 정도 남은 그들은 모두 한국이 전쟁에서 승리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기에 전쟁에서 승리한다면 재선은 물론이요, 새로운 정치적 정통성을 확보하고 아울러 향후 대한민국을 지배하는 새로운 지배세력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상황은 아주 생각과는 전혀 다르게 흘러갔다.

일본 오키나와로 빠져나간 주한미군이 생각과는 달리 꿈쩍도 하지 않고 자리를 지키고 있음에 국회의원들은 상황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각자 개인적 라인을 통해 미국으로 연결해봐도 돌아오는 대답은 모두 부정적이다.

UN과 연결된 라인도 모두 중동지역 오일쇼크 방지와 계승자에 의한 아랍국가 반란 예방으로 여력이 없다는 말만 들려오니 막상 기대해야 할 곳은 동남아시아 지역밖에 남질 않았다.

그 와중에 일본에 연결하여 군사지원을 받기로 한 이들도 있었다.

일부 국회의원들은 격렬한 논쟁을 마다하지 않고 일본군 파병을 강력히 거부했지만, 그 어느 곳에서도 도움의 손길을 보내주지 않는 상황에 논쟁에서 힘을 얻지 못했다.


<일본군 본토로 회군 중.>


러시아의 군사도발과 공개적인 압박에 못이긴 일본이 회군을 결정하자 그나마 기대하고 있던 국회의원들의 실시간 좌절은 정말 탄식과 절규였다.

정말 이해 못 할 상황은 이것뿐이 아니었다.

이미 북한의 국방비를 초월했다는 한국이기에 사실상 군사력으로는 딱히 북한군에 밀릴 게 없다.

그러나 한국군은 북한의 핵을 핑계로 진격작전을 피하며 심지어 대통령의 명령에도 당당한 불복종으로 일관하는 심상치 않은 태도를 보여주었다.

그럼 핵을 발사할 북한 최고 존엄과 일부 장성들을 암살할 특수부대를 출병하자는 명령에도 한 달이 넘은 지금 이 시점까지도 인선을 고르고 있다는 기가 막히는 말만 반복 중이다.

아무것도 안 되는 정부.

아무것도 못 하는 국회.

아무것도 안 하는 군대.

11월이 끝나는 마지막 날.

국회의사당에는 마지막을 직감한 듯 모두 서로 간의 인사조차 나누지 않고 의례적인 행사를 끝으로 침묵에 빠졌다.

이 자리는 무슨 안건을 가지고 찬반투표를 하거나 그런 자리가 아니다.

떠날 시기를 놓치고, 떠나서도 미래가 불분명한, 혹은 마지막 남은 애국심에, 어쩌면 이겨낼 수 있다는 작은 미련 때문에 남은 이들.

그중 몇몇의 의원들은 각자 분주하게 간신히 마련한 해외밀입루트를 점검하며 시간을 조율하고 있었다.

그러나 때는 이미 늦어버렸다.


문이 박살이 나며 튄 파편에 뒷좌석에 있던 국회의원들이 얼굴을 감싸며 주저앉았고, 큰소리에 놀란 다른 국회의원들이 허겁지겁 일어나 문 쪽을 향해 돌아섰다.


"역시나 잘 헤쳐나가실 줄 알았습니다. 기대했던 것 그 이상이었어요."


황승찬이 손뼉 치며 의사당 내부로 들어오고 뒤를 따라온 남녀 계승자들이 순식간에 사방을 에워싸듯 자리를 잡았다.

들어온 이들이 황승찬을 비롯해 고작 아홉 명밖에 되질 않았지만, 그들이 계승자라는 것만으로도 일반인들은 감히 움직일 생각조차 못 했다.


"지금 이 순간부터 국회의원들 전부 직위해제 및 강제연행합니다. 이는 점령 행위의 일부로 일체의 반항을 용납하지 않겠습니다. 다시 한번 말합니다. 아가리 닥치고 조용히 바닥을 기어주세요. 고개 쳐드는 순간 대가리 날아갑니다."









국회의사당의 의원들이 강제로 구금당하고 있을 무렵, 이은유와 차영희, 그리고 오이화는 청와대에 있었다.

오이화는 여우를 기반으로 한 반인반수로 거듭나 주변의 경호부대를 기절시키며 돌아다녔다.

계승식 때 반인반수의 이식체를 보며 거부감을 보였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국정원에 속한 요원들도 권총과 기관단총으로 대응했지만 6레벨의 차영희가 손을 움켜쥐며 깨트린 작은 약병에서 희뿌연 연기가 흘러나와 반항하는 이들을 잠재웠다.

생명연금 7 층(Stratum).

PU 공인 인증 연금 6레벨.

그 모습을 관심 있게 지켜보던 이은유가 한번 연기를 맡아보겠다며 코를 가져다 댔지만, 연기는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그녀를 피해 총질을 계속하는 이들에게 파고들었다.


"이런 것도 가능했어?"

"연금술사가 모든 전투 분야에서 취약한 건 아니죠. 일반인 상대로는 오히려 우리가 더 효율적이라 생각해요."


써먹을 데가 마땅치 않아서 그렇지.

다른 문명 계승자들의 파괴력은 일반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지금도 사방을 날래게 뛰어다니며 경호대를 무력화시키는 오이화는 훈련받은 일반인 전투 요원을 상대로 너무 심한 감이 없지 않아 있다.

힘 조절이 잘되지 않아서일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힘을 줄여 일반인을 상대하기엔 너무 가성비가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연금술사들의 고민은 여기서 시작된다.

괴물을 상대하기엔 연금을 제외한 다른 문명의 계승자들이 효과적이고, 일반인을 상대할 때는 연금술사들이 좋긴 하지만 일반인을 상대로 계승자가 힘을 쓰는 것 자체가 효율이 낮다.

그냥 연구실에 박혀서 신약이나 오리하르콘을 만드는 게 효과적이다.

뭐 7층 연금술사라면 어지간한 괴물도 상대할 만 하다지만 그 정도 되면 신약이나 오리하르콘을 더 잘 만드는 것도 당연하다.


"대강 마무리된 거 같은데?"


어디서 그렇게 쏟아지는지 기절시키고 잠재우고 때려눕혀도 계속해서 뛰쳐나오는 요원들에게 기가 질릴 지경이다. 그래도 시간이 답인 듯 더는 앞길을 방해하는 사람은 보이질 않았다.

옆에 다가온 오이화도 귀를 쫑긋하고 세우더니 긍정을 표했다.


"언니, 다 끝났어요. 숨소리가 다 비슷해졌어요."


아직 사관학교에서 훈련 중인 오이화를 데려온 이유가 여기에서 있다.

몇 년간 이렇다 할 계승자가 나타나지 않은 한국에서 유일한 교육생으로 입학한 오이화는 한국 내 계승자들이 전부 미국으로 복귀하거나 실종되는 사태에서 홀로 남아 외로운 시간을 보냈다.

장영우의 제자를 자처하는 계승자들이 은밀히 돌보기는 했지만, 한정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 와중에 막내를 챙기겠다며 바룬 대륙에서 귀한 여우계열의 맹수 피를 구해 장영우에게 직접 주술처리를 부탁한 건 단합이 잘된다는 말을 떠나서 일사불란하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였다.


"대통령 위치는?"

"움직이고 있어요. 방향은 북쪽이네요."

"산 타고 넘어갈 생각인가. 인원은?"

"여덟, 아니 일곱 명. 숨소리 차이로 볼 때 훈련받은 인원은 약 다섯 명이고······. 아, 영부인도 함께 계시구나."

"여기서 잠깐 기다려."


허공을 날아올라 순식간에 산기슭으로 향한 이은유가 멀어지고 섬광이 번쩍거리는가 싶더니 금세 두 명을 손에 쥐고 돌아왔다.

대통령과 영부인이었다.


"아들이 있는 거로 아는데, 해외에 있나요?"

"은유 씨. 아니, 이은유 대위. 대체 이게 무슨 짓입니까?"


내팽개쳐져 바닥을 구르는 영부인은 오이화가 손수 일으켜 세우며 부축하고 있지만 자신은 여자인 이은유에게 목덜미가 잡히듯 제압당해 있으니 자존심이 상했다.


"무슨 짓은요, 대통령을 승계하는 짓이죠."

"아, 언니!"

"저런 늙다리 개그는 어디서 배웠데요?"

"저거 스승님이 옛날에 자주 하던 개그야."


이은유와 장영우에 대한 환상이 동시에 깨지는 기분에 오이화가 차영희를 붙잡고 속삭였다.

속삭인다고는 하지만 계승자의 신체는 일반인에 비할 바가 아니다. 아무리 마도 계열로 육체 능력이 연금을 제외한 다른 계승자들에 비해 떨어진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계승자다.

늙었지만 남자인 대통령이 몸부림을 치면서도 이은유의 한 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만 봐도 충분했다.


"지금 나라가 위기상황입니다. 우리 힘을 합쳐서 헤쳐나갈 생각을 해야지 여기서 우리끼리 이러면 다 손해에요. 은유 씨 잠시만 나와 이야기를 나눠보시고 다시 한번 생각······."

"대통령님."

"......."

"살고 싶으시면 가만히 내일까지 입 다물고 계세요."


나라가 위기상황인데 자기 아들은 가장 먼저 해외로 빼돌린 작자가 무슨 힘을 합치자고 지껄이는지.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 작성자
    Lv.63 콘디
    작성일
    19.11.21 18:47
    No. 1

    실례지만 아주 예전에 시각이란 작품을 연재하신 범진님 맞으신가요? 주인공은 구을이고...시대를 앞서간 현대판타지였는데...
    우연히 SF소설 추천글에 있는 범진님 댓글보고 이렇게 작품 찾아와서 댓글 남깁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3 콘디
    작성일
    19.11.21 19:06
    No. 2

    글 맛을 보다보니 확신이 드네요...돌아오셨군요.
    축하드립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5 곰나뇽
    작성일
    19.12.09 06:46
    No. 3

    스스로를 희생했지만 후회하는 인간 장영우의 모습이 너무 안쓰럽네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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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29 19.11.21 197 5 17쪽
» 28 +3 19.11.19 205 6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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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9 19.10.27 405 14 16쪽
8 8 19.10.27 420 14 14쪽
7 7 19.10.27 444 14 15쪽
6 6 19.10.25 638 14 15쪽
5 5 19.10.22 590 15 14쪽
4 4 +1 19.10.19 771 14 13쪽
3 3 19.10.16 1,015 13 13쪽
2 2 19.10.14 1,302 14 14쪽
1 1 19.10.09 2,119 1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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