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뎀감 99.99%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김길마
작품등록일 :
2019.10.10 06:50
최근연재일 :
2020.01.30 04:10
연재수 :
37 회
조회수 :
42,652
추천수 :
1,291
글자수 :
163,848

작성
19.11.09 23:55
조회
1,551
추천
45
글자
11쪽

STAGE.2 환장의 테러리스트 (4)

DUMMY

잘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어젯밤 용수에게 전화가 왔던 것 같다.

격앙된 목소리로


‘형 대체 뭐하고 다니는거야!’


라던가


‘....들을 조심해야해!’


등의 소리를 들은 것 같지만 정작 중요한 주어가 생각이 안나는것이 어제 정말 피곤했나보다.


“그래도 오랜만에 몸이 개운하네”


히든스킬을 얻게되고 일주일

난 육체를 혹사시켜가며 던전 클리어에 집중했다.

하지만 어제는 일찍 집으로 돌아와 이른시간에 잠을 청했더니 푹 자고난 지금에 이르러서는 대부분의 피로는 해소되어 몸이 날아갈듯 가벼워진 상태였다.


“와 진짜 많이 잤네”


어제 5시에 집에 들어와서 기상한시간이 11시

중간에 용수의 전화를 받고 잠깐 깬 것 같지만 그래도 내리 18시간이나 잤다.

그 반동덕분인지


-꼬르륵


뱃속의 거지가 울부짖고 있었다.

일단 밥을 먹어야겠다는 생각에 부스스한 머리에 모자를 뒤집어 쓰고 간단하게 윗옷을 걸쳐 입었다.

아침겸 점심으로 라면이나 대충 끓여 먹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어제 고생했으니 점심은 조금 고급스러운 김밥헤븐 만두라면을 먹어야겠다고 낄낄거리며 자취방의 현관문을 여는 순간


“어! 나왔다!”


처음보는 사람이 날 향해 손가락질 하더니 곧바로 사방이 번쩍거리기 시작했다.


“김근성씨! 인터뷰좀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14구역의 필드보스 그레이어를 어떻게 쓰려트리셨습니까!’

“수많은 오퍼가 오고 있을거라 예상되는데···!”


-쾅!


뭐야 기자야?

기자들이 우리집 앞에서 잠복한거야?

아니 우리집은 어떻게 알았는데?

나 진짜 유명해졌네!?

근데 왜 하필 지금 이야


“아 진짜···.”


김밥헤븐 만두라면은 포기해야하나...

아무리 생각해도 저 인파를 뚫고 김밥헤븐으로 가는것은 무리가 있어보인다.

게다가 김밥헤븐은 집에서 멀지 않은곳에 있는데다가 김밥을 말아주시는 아주머니와도 아주 친근한 사이이기 때문에 기자들을 이끌고 그곳으로 향하는것은 가게에도 민폐가 될지도 모른다.


“아 만두라면 먹고 싶은데···”


만두라면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채 핸드폰을 꺼내들어 인터넷에 들어가자 온통 내이름으로 가득했다.

히든스킬을 얻었을때도 이와 비슷했지만 세부적인 내용은 조금씩 달랐다.


-현재까지 목격된 김근성의 모습

-폭발을 일으키는 김근성


등의 기사들과 함께 14구역까지 목격된 내 모습들이 박제되어 있었다.


“아···”


옷 좀 잘입고다닐걸

잠시 몇몇 기사를 눌러 댓글까지 확인하며 악플에 신고버튼을 누르기를 반복하던 찰나


-꼬르륵···


잊고 있었다 밥을 안먹은지 거의 24시간이 다 되어간다는것을

여전히 밖에는 기자들이 가득했지만 밥에대한 열망은 그들을 마주하는것보다 몇배는 거대했다.


“그래도 좀 씻고 단장좀 하고 나가야겠지?”


딱히 사진에 대한 욕심은 없지만 그래도 거지꼴로 나갈수는 없지


***


-철컥


내가 모든 준비를 끝마치고 현관문을 열었을때 다시 플래쉬 세례가 시작되었다.

사방으로 터지는 플래쉬였지만 아까와는 달랐다.

깨끗하게 씻고, 정장까지 차려입은데에다 선글라스까지 걸친 난 아까 전의 오랜시간 동안 감지않은 머리를 모자로 가리려던 사람과는 완전히 다른사람이었다.

그냥 말끔하게 차려입으면 되겠지 했는데 생각보다 말끔한 옷이 없어보였기에 정장을 꺼내 입었다.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그레이어를 혼자 쓰러트리신건가요!?”

“히든스킬에 대하여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내가 밖으로 나서자 수많은 기자들이 마이크를 들이밀며 나에게 질문을 해왔고, 나 역시 성실하게 그들의 질문에 대답을 해주며 이동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기자들이 많다 한들 내 만두라면을 막을수는 없지


“17번째 히든스킬 사용유저 김근성입니다. 앞으로 자주 뵙게 될 것 같은데 잘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레이어를 쓰러트릴때 다른 유저들의 도움이 있었습니다.”

“히든스킬에 관한것은 모든 준비가 끝나면 말씀드리겠습니다. 대기만성형 스킬이라 스킬 숙련도를 올릴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끊임없이 몰아치는 질문에 최대한 질문하며 이동을 하다가 마침 길가에 보이는 택시를 잡고는 기자들에게 공손하게 인사를 하려던 찰나


“어느 길드에 들어가실겁니까!?”


한 기자의 질문에 귀에 쏙 하고 들어왔다.

길드··· 길드라···

사람들이 나에게 가지고 있는 궁금증 중에서 가장 큰것은 히든스킬에 대한것이었지만 그 다음으로 궁금해 하는 것이 바로 내 거취에 관한 문제였다.

17번째 히든스킬 사용자가 어디로 가게 될 것인지

현재 팽팽한 균형을 이루고 있는 삼대 공략팀의 균형이 깨지게 될 것인지 등등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것은 그런 자극적인 주제였다.

물론 나 역시 그런 주제들이 궁금하기는 했고


“길드는···”


사실 용수가 있는 길드쪽이 조금 구미가 당기기는 하지만 아직 다른 두곳에 대하여 잘 모르기도 하고, 그들이 제시해올 조건을 보고 결정하는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았다.

그런 의미로 지금 저 질문은 기회였다.


“저에게 제시되는 조건중 가장 좋은곳으로 갈 예정입니다.”


언뜻 보면 건방져 보일수도 있는 말이었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했다.

그에 따라 내 발언이 호불호가 갈렸는지 기자들의 얼굴 역시 반반으로 나뉘었다.

마치 건방진 애송이를 보는 듯한 사람도 있었고, 내 자신감 있는 모습에 감탄하는 눈빛도 있었다.

어느쪽이든 상관없이 저들덕분에 나를 가지기 위한 대형길드들의 입찰경쟁은 치열해질 것이다.


“그럼 다음번에는 조금 더 차분하게 이야기 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습니다.”


거기까지 말하고 택시에 올라탔다.


"어디까지 가세요?"

“아저씨 여기 동네 좀 크게 한바퀴 돌아서 다시 여기로 와주세요 한 15분 정도 돌아주세요”


흔하지 않은 주문이었지만 기사아저씨는 바깥의 기자들을 보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차를 출발시켜주셨다.

내가 하는 최초의 돈지랄은 초밥집에서 초밥시켜서 밥은 버리고 위에만 먹는것일 줄 알았는데 설마 택시로 주변을 도는일이 될 줄이야···

하지만 난 어제부로 3천만장자다.

물론 원 기준이다.

창밖으로 기자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것을 확인하고나서야 선글라스를 벗고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포털사이트 메인화면에 바로 조금전에 찍힌 내 모습이 올라와 있었지만 딱히 확인해보지는 않았다.

어차피 내가 잘생기고 멋지게 나왔을테니깐

그보다 궁금한것은 커뮤니티의 반응이었다.

유저들이 자주 이용하는 커뮤니티로써 나 역시도 한때 열심히 활동하며 네임드들에 대한 열망을 키우고는 했었다.


“근데 내 이야기는 없냐···”


오랜만에 만나는 반가운 게시판은 [테러좌]라고 불리는 놈이 독식하고 있었다.

그 어디에도 내 이름은 보이지 않았고, 모두가 테러좌 테러좌 하며 놈의 이야기로 꽃을 피우고 있었다.


"진짜 없어...?"


첫페이지의 제목들을 천천히 정독해보았지만 어디에도 내 이름은 보이지 않았고, 방금전 기자들과의 만남으로 가득찼던 자신감은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아니야 어차피 중요한건 개념글이야"


어차피 테러좌인가 뭔가 하는 저놈도 친목을 유도하는 일명 친목충일것이다.

어차피 진짜 중요한 정보는 개념글에 가득한 법이지

그렇게 행복회로를 불태우며 개념글 페이지에 들어가 보았지만 전체글의 첫페이지와 그다지 다를것이 없었다.


-테러좌 사진 모음

-테러좌 과거 파티원 증언


친목충 아웃...

그렇게 조금 전 전체글 첫페이지를 정독했듯 개념글 페이지를 정독하던 찰나 내 이목을 집중시킨 제목이 하나 있었다.


-내가 김근성 지인한테 들었는데 히든스킬 이거다.


정말 자극적인 제목이로군

제목을 한번 보면 눌러보지 않을수가 없겠어

내 몸도 그렇게 느꼈는지 내가 반응도 하기전에 손가락이 먼저 움직였다.

자극적인 제목에 낚여 들어간 글은 잠시 무언가를 불러오더니 내 아버지가 뭐하시냐고 물어볼 것 같은 영화배우의 얼굴을 비추어냈고 그 밑으로


-당신은 탈모빔에 맞았습니다.

30초안에 자라나라 머리머리를 치지 않으면 짤처럼 머리가 빠집니다.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30....29...28...

ㄴ 너어는 진짜...라나라 머리머리

ㄴ ㅈㄹㄴㄹ ㅁㄻㄹ

ㄴ 자라나라 대리대리


개새끼야!

설마 저런 자극적인 제목으로 사람을 낚고 탈모빔을 쏘는 놈이 있을줄이야

내가 생각한 그런 내용이 아니었기에 재빨리 스크롤을 내려 자라나라 머리머리라고 댓글을 달았다.

머리는... 소중하니깐...

그렇게 낚시글의 월척이 되어 개념글 마저 포기한 나는 최후의 수단을 사용하기로 했다.


"답은 검색이지"


사실 내 이름을 검색한다는 행위는 내 생각이상으로 자존감을 깍아먹었지만 그래도 효과는 있었다.

검색결과에는 생각보다 많은 글들이 나와 있었고 개중에는 개념글 마크가 붙어있는 글도 존재했다.


"역시!"


그중 내가 가장먼저 확인한것은 개념글 마크가 달려있는 글 중 가장 많은 추천수를 받은

-13구역에서 촬영한 김근성 사냥영상.youxube

였다


설마 이번에도 탈모빔은 아니겠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다행히도 이번에는 정 상적인 youxube 영상이었다.

조금 흐릿하지만 틀림없는 내 모습이 섬네일로 박혀 있는 1분정도의 영상은 틀림없는 엊그제 13구역의 필드를 도는 나의 모습이었다.

몬스터들의 어그로를 끌다가 마지막에는 멋진 대사와 함께 몬스터들을 폭사시키고 연기속에서 걸어나오는 내 모습을 끝으로 영상은 끝이났다.


"캬... 완전 영화 그자체네"


특히 자욱한 연기를 뚫고 아무렇지 않게 걸어나오는것이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하는군

아카데미 촬영상감이다.

그 글에 추천을 하나 눌러주고 댓글 반응을 확인하기 위하여 스크롤을 내리던 찰나


ㄴ완전 테러리스트 그자체 ㄷㄷ;


한 댓글을 시작으로


ㄴ히든스킬 : 자폭테러

ㄴ진짜 테러범 하는것 같네ㅋㅋㅋ

ㄴ몬스터한테 테러하는거임


나를 테러리스트로 부르는 이들이 보였고 그 밑으로


ㄴ몬스터 참교육 시키는 테러좌...


충격적인 진실을 마주할 수 있었다.


"설마... 테러좌가... 나였어...?"


재빨리 새로운 페이지를 열어 포털사이트로 들어간 뒤에 내 이름을 검색해 보니


-김근성이 테러리스트? 그 묘한 별명에 대하여

-테러좌 김근성 조건 좋은 길드로 가겠다.

-한껏 멋낸 테러좌 김근성


이미 뉴스에서도 나를 테러좌 혹은 테러리스트라고 부르고 있었다.

유명한 유저에게는 별명이 붙게되고 그 활약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그 별명은 많아지게 된다.

하지만


"테러좌라니..."


내 꿈은 세계 최고의 탱커가 되는것이었다.

하지만 정작 내가 되어버린것은 '테러리스트' 였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테러리스트가 되어버린 내 자신이


"마음에 들어...!"


마음에 든다는 점이었다.


"이거... 제대로 한번 컨셉충 해봐?"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있으면 아마 지금일것이다.


"그래! 테러좌 김근성 괜찮은것 같아!"


물론 잘못된 길로 들어선 것 같은 느낌도 있었다.


작가의말

길을 잃은 근성이처럼 제 글도 길을 잃어 가는기분이 듭니다.

분명히 짱짱맨 탱커소설을 쓰고 싶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노가다를 하면서 치킨집 사장이 되고 싶었던 올바른 청년이 테러리스트가 되어가는 소설을 쓰고 있습니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마음에 든다는 점이로군요


항상 봐주시는 모든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내 뎀감 99.99%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내 뎀감 99.99%의 쓴이 김길마 입니다. +3 20.02.02 737 0 -
37 STAGE.12 영광의 너머로 (3) +4 20.01.24 430 16 12쪽
36 STAGE.12 영광의 너머로 (2) +1 20.01.22 407 17 8쪽
35 STAGE.12 영광의 너머로 (1) +1 20.01.20 431 17 9쪽
34 STAGE.11 원 포 올 (5) +2 20.01.15 473 20 10쪽
33 STAGE.11 원 포 올 (4) +3 20.01.09 509 18 8쪽
32 STAGE.11 원 포 올 (3) +3 20.01.07 530 19 12쪽
31 STAGE.11 원 포 올 (2) +6 19.12.30 627 24 11쪽
30 STAGE.11 원 포 올 (1) +1 19.12.28 640 26 9쪽
29 STAGE.10 올타임 레전드 (2) +6 19.12.26 731 29 11쪽
28 STAGE.10 올타임 레전드 (1) +3 19.12.15 823 28 10쪽
27 STAGE.9 도원결의 (2) +4 19.12.12 807 30 11쪽
26 STAGE.9 도원결의 (1) [수정] +7 19.12.07 949 29 12쪽
25 STAGE.8 꿀빨러 (2) +4 19.12.05 889 31 11쪽
24 STAGE.8 꿀빨러 (1) +4 19.12.04 914 34 9쪽
23 STAGE.7 마더 러시아 (2) +2 19.12.02 902 34 8쪽
22 STAGE.7 마더 러시아 (1) +4 19.11.28 979 34 11쪽
21 STAGE.6 목표 (3) +3 19.11.27 1,045 32 10쪽
20 STAGE.6 목표 (2) +5 19.11.25 1,119 37 11쪽
19 STAGE.6 목표 (1) +2 19.11.23 1,120 37 7쪽
18 STAGE.5 발암물질 (4) +5 19.11.21 1,137 37 12쪽
17 STAGE.5 발암물질 (3) +4 19.11.21 1,099 38 9쪽
16 STAGE.5 발암물질 (2) 19.11.20 1,131 37 11쪽
15 STAGE.5 발암물질 (1) +3 19.11.19 1,190 41 9쪽
14 STAGE.4 강림 (3) +2 19.11.18 1,218 38 9쪽
13 STAGE.4 강림 (2) +2 19.11.17 1,293 40 11쪽
12 STAGE.4 강림 (1) [수정] +1 19.11.14 1,325 39 12쪽
11 STAGE.3 세개의 중심 (3) +3 19.11.13 1,351 36 11쪽
10 STAGE.3 세개의 중심 (2) 19.11.12 1,395 36 8쪽
9 STAGE.3 세개의 중심 (1) +2 19.11.11 1,463 39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