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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준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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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작품등록일 :
2014.01.01 21:30
최근연재일 :
2014.04.10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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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1.03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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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3.

이 글에 나오는 일부 명칭, 단체는 허구이며 실제와 다를 수 있습니다. 이글은 픽션입니다.




DUMMY

그는 무아지경에 다다라서 곡괭이를 내리쳤다. 그것은 광부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산등성이의 한 부분이 4명의 인부들로 인해 조금씩 파여 나가기 시작했다.

곡괭이를 미친듯이 휘두르던 준석은 어느 순간 한 가지 사실을 알아챘다.

‘…이건?’

[정수+10]

[정수+5]

[정수+5]

[정수+5]

아까와 별 다를 바 없이 바위를 캐고 있는데 정수의 양이 차이가 났다.

구멍을 깊게 팠다 하면 그것도 아니었다.

황금 따위를 발견한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

왜 이런지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곰곰이 생각하던 준석은 난쟁이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곧 답을 알아낼 수 있었다.

“이보게, 혹시 들려? 정수 다섯 개?”

“…자네도?”

“오호라! 아까 어떤 썩을 자식이 뭐라 지껄이지 않았나. 정수가 뭐라더라… 혹시 그거 아냐?”

준석의 뇌리에 번개가 내리쳤다.

가만히 보니 난쟁이들에게도 정수 5개가 지급된 모양이다. 그리고 자신은 그런 난쟁이들을 소환한 장본인이었다.

난쟁이들이 바위를 캐자, 자신은 정수를 3번이나 추가로 받았다.

그것도 정확히 난쟁이들과 같은 개수를 말이다.

그렇다면 혹시… 난쟁이들이 일한 만큼 자신에게도 정수가 지급되는 것인가?

“아저씨들! 이거 바위 부셔보세요!”

“누가 아저씨냐! 멍청한 꼬맹이!”

“이래봬도 한창때야!”

준석이 아저씨라 부르자 난쟁이들은 얼굴이 빨개지며 버럭 화를 내였다. 하지만 준석의 간곡한 부탁에 그들은 결국 바위를 내려쳤다.

퍼석! 노련한 곡괭이질에 바위가 금방 두 쪽으로 갈라지고 말았다.

그와 동시에 들려오는 소리!

[정수+5]

“뭐가 어떻다는 거야, 꼬맹이 정수+5라고만 하는데…?”

“우하하하하! 우하하하!”

가설이 정확하게 들어맞자, 준석은 박장대소를 흘리며 환호했다. 하던 곡괭이질도 멈추고 저절로 춤사위가 나왔다.

난쟁이들이 정수를 얻으면, 그 반을 자신이 가져가는 것이다!

방금 입증된 분명한 사실이었다.

원래라면 +10이 되어야 할 정수가 난쟁이 아저씨한테 5, 그리고 자신에게 5만큼 분배되어 나눠졌다.

정수로 목숨도 살릴 수 있다고 하지 않았는가? 뭐가 되었든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이다.

그리고 그런 정수를 더 얻을 수 있다. 기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비상! 신체가 과다출혈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준석은 들려오는 음성에 섬뜩함을 느꼈다.

이대로라면 꼼짝없이 죽는다.

일단 자신의 신체가 어떤 상태인지 아는 것이 급선무인 듯 했다.

그가 자신의 몸을 확인해 보고 싶다는 의지를 일으켰다. 그리고 그의 눈에 무언가가 반투명하게 비치기 시작했다.

그것은 바로 현실 세계에서 응급차에 실려 가는 자신의 몸이었다.

피투성이가 된 몸은 누가 봐도 생사의 경계에 놓여 있는 듯 했다.

“헉!”

충격적인 모습을 마주하자 준석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준석은 망연자실하여 난쟁이들을 바라보았다.

준석과 난쟁이들의 눈이 맞았다.

난쟁이들은 꺼림칙한 표정을 지으며 뒷걸음질치고 있었다.

세상을 다 가진 듯 웃더니 절망하는 준석의 모습.

그들이 보기엔 미친 사람이나 다를 바 없었다.

준석은 자신과 거리를 두려는 난쟁이들을 급히 붙잡았다. 그리고 그의 두 손을 꼭 쥐며 간곡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아저씨, 제가 지금 급한 사정이 있어서 그래요. 나중에 다 설명해 드릴 테니 우선 정수부터 벌어주세요. 제발 부탁입니다!”

“…정신이 이상한 건 아니지? 커흠!”

“아저씨!”

일단 온 몸을 다해 3명을 설득한 준석은, 뒤이어 분지로 시선을 돌렸다.

언뜻 책 비슷한 것을 본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공터에는 모닥불이랑 가죽담요 몇 개, 그리고 갈색 가죽으로 싸여진 책이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준석은 날다시피 뛰어들어 그 두꺼운 책을 집어 들었다.

파라락-

양피지로 된 책이 펄럭이며 준석의 눈동자도 데굴데굴 굴러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준석은 정수를 사용하는 매뉴얼을 찾아낼 수 있었다.

-현실세계에서 원하는 곳에 정수를 사용하시오. 정수는 현실 세계의 무엇이든 바꿀 수 있소. 하지만 만일 이 세계가 들통 날 정도로 현실을 바꾸어 버린다면, 당신은 유토피아로 영영 돌아올 수 없소.-

준석은 글귀를 다 읽고 이해했다.

그리고 당장 정수를 사용하기 위해 마음속으로 빌었다.

‘제 몸이 아무도 이상하다고 느끼지 않게, 기적적으로 회복되게 해 주세요!’

준석은 그렇게 소원을 빌었다. 그러자 시야 한편에 +315라고 쓰여 있던 정수가 순식간에 줄어들어 +0이 되었다.

정수가 모두 소모된 것이다.

준석은 황급히 현실 세계의 자신을 확인했다. 거의 정지하기 일보 직전이던 심박 수가 조금씩 회복되고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뇌사 상태는 면하여 간신히 목숨 줄을 붙들 수 있었다.

[몸이 회복되기에는 아직 부족합니다. 정수를 더 투자하십시오.]

의사들이 탄성을 내지르고 있는 장면이 보였다. 그것을 보고 있던 준석에게 음성이 들려왔다.

한마디로 정수가 더 필요했다.

준석은 더 볼 것도 없이 광부들이 일하는 곳으로 달렸다.

생명을 붙잡을 수 있는 시간은 잠시였다. 상처를 봉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밑 빠진 독이나 다름없었지만, 수술 전까지는 정수를 계속 들이부어야 할 것 같았다.

난쟁이들의 솜씨로 인해 산허리에는 어느새 구덩이가 생성되었다.

"아주 잘 하고 계세요!"

"꼬맹이, 뭔 일인데 그렇게 급해?"

준석은 내팽개쳤던 곡괭이를 집어 들고 다시 힘차게 내려쳤다.

전보다 빠른 스피드와 거센 동작이었다.

“크오오오오오!”

준석은 이 순간 전신의 모든 힘을 마지막 한 방울까지 쥐어짜내었다.

신체의 한계를 초월한 수준이었다.

전생을 몇 번이나 거슬러 올라가도 이런 노동은 경험해 보지 못했을 것이다.

전신의 근육이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하지만 준석은 그것을 참으며 곡괭이를 내리쳤다.

바위가 단번에 쪼개지며 땅이 움푹 파였다.

“허허, 이건 대단해! 틀림없이 광부의 신이 강림하신거야.”

“대단하구만… 그래서 그렇게 허공에다 절을 했던 거야….”

준석의 모습은 광부들이 보기에도 경탄스러운 것이었다.

이미 그는 자신들을 초월하고 있었다.

난쟁이들은 준석의 기세에 침을 꿀꺽 삼킬 수밖에 없었다.

누가 목숨을 살리기 위한 곡괭이질을 해 보았던가. 난쟁이들 사이에서도 그런 경험을 한 자는 후세에 길이길이 기록될 정도였다.

그리고 그런 광경이 인간에게서 펼쳐지고 있었다.

그것도 어린 인간에게서 말이다.

비록 힘은 부족할지언정, 그의 곡괭이질에는 혼이 실려 있었다.

감탄하던 난쟁이들의 두 주먹이 부들부들 떨렸다.

이러고 있을 수는 없었다.

“이보게들! 인간 꼬맹이에게 질 텐가!”

“질 수 없지!”

난쟁이들은 콧김을 내뿜으며 팔뚝에 힘을 주었다. 돌처럼 단단한 근육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투지가 불타올랐다. 마음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오랜만에 한번 해 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난쟁이들은 흐르는 땀을 닦아낸 뒤 마주보며 씩 웃었다.

곧이어 전력을 다한 노가다가 그들의 손에서 펼쳐지기 시작했다.

“크오오!”

“으쌰! 으쌰!”

“꼬맹이랑 끝을 보자! 푸하하!”

그렇게 그들은, 중천에 떠 있던 해가 저물 때 까지 무한 삽질을 반복했다.


※※※


"환자분? 환자분! 환자분!"

"정신이 돌아왔습니다!"

‘으음….’

준석은 나른함을 느끼며 정신을 차렸다.

전신 마취가 드디어 풀린 것이다.

마취 때문에 신체로 돌아올 수 없었는데, 드디어 신체와의 연결을 성공할 수 있었다.

'살아난 건가…?'

아직까지도 신체는 몽롱한 상태였다.

그래도 준석은 ‘유토피아’에서 현실로 무사히 복귀했다.

준석은 끙끙 앓는 소리를 내었다. 곡괭이질을 수없이 하다 보니 삭신이 쑤시는 기분이다.

하지만 그것은 필사의 노가다로 인한 착각일 뿐이었다.

얼마나 내려쳤으면 아직 팔뚝이 떨린다

준석은 마취로 인해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올렸다. 조용한 중환자실에서 조그마한 소란이 벌어지고 있었다.

모두 준석 덕분이었다.

인턴의 보고에 문을 열고 들어온 담당의와 준석의 눈이 마주쳤다. 그 순간 의사의 얼굴에 수십가지 표정이 떠올랐다. 의사는 떨리는 입으로 말했다.

"수술… 성공입니다."

"…아."

준석의 늦은 반응에 의료진이 그에게 미소를 띄어보냈다. 자부심과 기쁨이 서린 얼굴들이었다.

그제서야 준석은 실감할 수 있었다.

'살았다.'

가장 먼저 느낀 생각은 살았다는 한마디였다. 형광등 불빛에 눈이 시렸다. 이 불빛을 못 볼수도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보고 있었다.

준석은 살아났다.

며칠 뒤 부모님이 면회 허락을 받았다. 중환자실이라 딱 30분이었다.

준석이 깨어난 것을 보고 준석의 부모가 달려들었다.

“아이고~ 준석아!”

“다행이다, 다행이야! 크흑…!”

부모님은 준석을 부둥켜안으며 눈물을 흘렸다.

그런 부모님의 모습을 내려다보며 준석은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부모님 얼굴을 보고서야 눈물이 흘렀다.

이것은 정말 기적이었다.

자신의 굵은 땀과 두 손으로 일구어낸 기적 말이다.

스스로의 노력이 없었더라면 그는 두 번 다시 빛을 볼 수 없었을 것이다.

그는 마지막으로 주어진 기회를 끝내 두 손에 거머쥘 수 있었다.


작가의말

원래 제목을 유토피아로 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미 있는 제목이라 유토피아는 쓸 수 없더군요ㅠ

좋은 밤 되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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