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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아카데미의 성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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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rvette
작품등록일 :
2019.10.14 07:51
최근연재일 :
2019.10.31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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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14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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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전이된 소년(2)

DUMMY

아카데미 편입일이 코앞까지 다가왔다. 출신성분이 밝혀지는 것과는 별개로, 레이에겐 아카데미에 입학할 의무가 있었다.


지구인들은 공짜로 전이자에게 교육과 거처를 마련해주지 않았다. 그들은 전이자들을 지구를 지킬 영웅으로 삼고서 그에 따른 대우를 해줄 뿐이었다.


‘긴장돼.’


레이의 안색이 파리했다. 그는 지금 거울 앞에서 아카데미 정복을 입은 채 서있었다.


“와. 역시.”


옆에선 이연 교관이 흐뭇한 표정으로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적색 계통의 기사 아카데미정복은 완벽할 정도로 레이와 잘 어울렸다. 마치 동화 속 왕자님이 튀어나온 것만 같은 느낌. 실제로 레이는 소설 속의 인물이기도 했다. 이연 교관은 자신의 안에서 잊었던 소녀심이 되살아나는 것을 느꼈다.


“레이. 잘 들어요. 출신성분은 아직 안 밝혀졌지만, 레이의 배경서는 자그마치 2500페이지짜리예요. 겁먹을 거 없어요. 레이에겐 검술에 대한 재능이 있을 거예요. 나는 확신해요.”


그녀가 진지하게 말했다. 레이 역시 그녀의 말을 진지하게 경청했다. 그러나 그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일 순 없었다.


‘검술 재능이라니. 내게?’


소심함은 레이의 단점이었다. 그는 과거 배경서 속 세상에서 살 때에도 소심한 성격으로 놀림을 많이 받았다.


“자 그럼 긴장 풀고. 웃어봐요. 어휴 어쩜 이렇게 잘 어울리는지. 옷이 날개가 아니라 얼굴이 날개네.”


이연 교관이 저도 모르게 헤벌쭉 웃다가 이내 표정을 관리했다. 레이도 머쓱하게 웃었다.


다음 날.


레이는 정복을 입은 채 이연 교관의 차를 탔다. 이연 교관은 차를 몰고 학원동으로 달렸다. 템플나이츠의 학원동은 전체적으로 흡사 기사단의 연무장처럼 보였다. 다만 현대적인 시설들로 보강되어 일견 세련된 부분도 있었다. 러닝트랙이 학원동 일대를 길게 휘감고 있었고, 그 안쪽으로는 교육관과 GYM같은 부속건물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이연 교관은 교육관 옆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교육관은 이론수업을 진행하는 시설이었다. 일반적인 학교와 마찬가지로 아카데미의 생도들 역시 학년별, 반별로 나뉘어 수업을 들었다.


레이는 1학년 1반에 배정되었다. 이미 학기가 시작된 상태라 그는 전이자 특별 편입 수속을 밟았다.


원래는 오전 일찍, 수업이 시작하기 전에 도착할 예정이었지만, 레이가 너무 긴장한 나머지 구토감을 느껴 조금 시간이 늦춰졌다.


덕분에 지금은 2교시 수업이 막바지쯤 될 무렵이었다. 이연 교관은 시계를 살피다가 쉬는 시간이 되었을 무렵, 조심스럽게 1학년 1반의 교실 문을 열었다.


드르륵.


문이 열리고 시선이 몰린다. 이연 교관은 아차 싶었다. 시간상으론 쉬는 시간이 분명했지만, 교수는 여전히 수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아, 이연양. 어쩐 일인가.”


교수가 그녀에게 인사를 했다. 8년 전, 그녀가 아카데미에 처음 입학했을 때에도 저 노교수는 아카데미에서 역사를 가르치고 있었다. 지금도 그는 칠판에 지도를 그려놓고 역사를 가르치는 중이었다.


“죄송합니다, 최훈 교수님. 아직 수업 중이신지 모르고···.”


“아닐세. 이미 수업은 끝났네. 그저 칠판을 미처 지우지 못했을 뿐이지.”


최훈 교수는 인자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우우우. 뻔한 거짓말에 생도들이 가볍게 야유했다. 악의가 깃든 행동은 아니었다. 최훈 교수는 아카데미 내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교수 중의 한 사람이었다.


“그러면···. 레이. 이쪽으로 오세요.”


이연 교관이 문 뒤편에서 우물쭈물거리던 레이를 당겼다. 그가 끌려오듯 교실 안으로 들어섰다. 이연 교관에게 쏠렸던 시선이 이번엔 레이에게로 향한다. 스무 명이 넘는 인원이 한꺼번에 자신을 바라보자 레이는 저도 모르게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아아. 편입생이 있다고 했지 참. 이거야 원 나이를 먹으니 기억력이 자주 깜빡깜빡하네그려.”


최훈 교수가 허허 웃었다. 그가 자연스럽게 레이를 위한 자리를 마련해주었다. 이미 20년 가까이 교수 생활을 해온 그는 전이자 편입생들을 대하는 법에도 익숙했다.


“바, 반갑습니다.”


첫인사부터 꼬였다. 레이는 그만 말을 더듬어버렸다. 순식간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지만, 예상과 달리 비웃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


그도 그럴게, 생도들도 나름대로 레이를 보고 기가 질린 상태였다. 전이자들이 다들 미남미녀라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레이의 외모는 특별했다.


“와 미친. 여신이네.”


남생도 하나가 중얼거렸다. 곧 그 옆자리의 여생도가 타박했다.


“남자 아니야? 정복을 봐. 남자 정복이잖아.”


“어···? 진짜네? 헐···. 미친.”


웅성웅성. 생도들이 웅성거릴 동안 레이는 어쩔 줄 몰라 했다. “조용, 조용.” 최훈 교수가 점잖게 한 마디 하자 그제야 소란이 가라앉았다.


“[성기사 율렌]을 배경서로 둔 레이라고 합니다. 아직 미숙한 부분이 많습니다. 모쪼록 잘 부탁드립니다.”


밤새 연습한 인삿말을 가까스로 쏟아내었다. 짝. 짝짝. 짝짝짝. 박수 소리가 띄엄띄엄 들렸다.


“자리는 이쪽이야.”


곧 여생도 한 명이 나서서 레이에게 안내를 해주었다. 이미 1교시가 시작하기 전부터 레이를 위한 준비는 끝이 나 있었다. 레이는 여생도의 안내를 따라 자신에게 배정된 자리에 앉았다. 그 자리란 게 안내해준 여생도의 바로 옆자리였지만.


“3교시 수업 끝나고 나면 점심시간에 기숙사를 안내해줄게.”


“네, 넵.”


“같은 학년끼린 존댓말 쓰는 거 아니야.”


“넵. 알겠···어요. 아니, 알겠어···.”


여생도는 인상만큼이나 서늘한 어투를 구사했다. 그녀의 머리카락은 푸른빛이 살짝 섞인 흑발이었고, 길게 묶여 어깨 뒤편으로 늘어져있었다. 눈동자는 머리카락과 다르게 선명한 푸른색이었고, 그래서 인상이 더 서늘해보였다.


“나는 김세실리아야.”


“아, 나는 레이···.”


“알아. 아까 인사했잖아.”


그리고서 그녀는 몇 가지 정보들을 사무적으로 알려주었다. 책상 옆에 매달린 가방과, 책상서랍에 들어있는 물품들이 레이의 개인용품이란 걸 알려주고, 레이에게 배정된 사물함 번호와 키도 알려주었다.


“자, 다들 새로운 동료가 반가운 건 알겠지만 다음 수업에까지 영향을 미쳐선 안 됩니다. 알겠지요? 그럼 오늘 역사 수업은 여기까지.”


최훈 교수가 그리 말하고는 자리를 떴다. 이연 교관도 최훈 교수를 따라 자리를 비웠다. 혼자 남은 레이는 곧 물밀듯이 밀려오는 질문공세에 시달렸다.


“남자야? 아니면 여자야?”


“혹시 원래 세계에선 귀족이었니?”


“야, 야! 밀지 마! 아 쫌!”


생도라고 해도 아직 1학년. 심지어 아직 학기 초였다. 17살의 한창 파릇파릇한 소년소녀들에게 레이의 등장은 꽤나 충격적이었다. 그들은 소설 속에서 튀어나온 사람들을 실제로 몇 번씩이나 보아왔지만, 정말로 소설 속에서 튀어나온 듯한 사람은 오늘 처음 보았다.


레이는 몰려든 인파와 들이닥치는 질문 사이에서 어쩔 줄 몰라 했다. 어정쩡하게 대답하고 저 혼자 얼굴을 붉혔다.


그러는 동안에도 옆자리에 앉은 세실리아는 조용히 자기 할 일을 했다. 그녀는 방금 수업에서 배운 내용들을 짧게 복습한 후 눈을 감고 명상했다. 그녀 혼자만 주변의 소란에서 한 걸음 비껴난 듯했다.


쉬는 시간은 짧았다. 곧 종소리가 울렸지만 몰려든 생도들은 레이 곁을 떠날 기미가 없었다.


“조용! 조용! 다들 이게 무슨 소란이니!”


3교시 수업을 위해 들어온 수학 교수가 그렇게 외쳤고, 생도 중 한 명이 대답했다.


“전이자 편입생이에요! 쌤도 보시면 깜짝 놀랄 걸요?”


“쌤이 아니라 교수님! 그보다 왜 내가 놀란다는 건데?”


수학 교수는 30대 초반의 깐깐한 인상을 한 여성이었다. 그녀는 독신이었고 남몰래 애니메이션을 시청하는 취미를 갖고 있었다.


그런 그녀에게 레이의 존재는 매우 크게 다가왔다.


“어머···. 어머어머.”


레이의 얼굴을 본 수학 교수의 말문이 막혔다. 여태 그녀가 보아왔던 그 어떤 만화의 주인공도 레이만큼 잘생기진 못했다.


레이는 그냥 뻘쭘했다. 이쯤 되자 이젠 부끄럽고 민망하기보단 그냥 정신이 사나웠다. 그는 뒤늦게 이연 교관이 얼마나 침착한 사람이었는지 이해했다. 그녀는 레이의 외모를 보고도 크게 동요하지 않은 몇 안 되는 인물 중 하나였다.


그 때.


“교수님. 수업 시간입니다.”


요란법석한 와중에 차가운 목소리가 분위기를 가볍게 얼렸다. 세실리아였다. 그녀는 어느새 수학 교과서를 꺼내놓은 채 필기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아아. 그렇지 참. 고마워 반장. 덕분에 정신이 들었네.”


수학 교수가 화들짝 놀라며 말했다. 그녀는 금방 자신의 본분을 떠올렸다. 교수가 수업을 준비하자 곧 생도들도 제자리로 돌아갔다. 몇몇 생도가 김이 셌다는 듯 세실리아를 살짝 흘겨보긴 했지만 그 이상의 행동은 없었다.


3교시 수업이 어영부영 시작되었다. 물론 레이는 한 마디도 알아듣지 못했다. 그는 평민이었고, 배운 거라곤 주일마다 예배를 드리면서 외운 기도문 몇 줄 정도가 전부였다.


외모로 이렇게 주목을 받아본 것도 처음이었다. 사실 레이는 자신이 잘생겼다는 사실을 지구로 전이된 후에 처음 알았다. 그 전에 그는 계집애 같다고 놀림은 받았어도 잘생겼다는 얘기는 못 들었었다.


어쨌든 레이는 새로운 신분에 충실하려고 노력했다. 그는 옆자리에 앉은 반장, 세실리아가 하는 걸 그대로 따라 공책을 펼치고 팬을 잡았다.


그리고 아무것도 필기하지 못했다. 그는 산수 정도는 가능해도 학문적인 수학엔 무지했다.


3교시가 끝난 후엔 점심시간이었다. 수학 교수는 다소 아쉬운 티를 내며 교실을 나갔다. 탁. 교수가 나가자마자 세실리아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가 레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가자. 식당으로 안내해줄게.”


“으, 응.”


레이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지금 상황에서 세실리아가 자신이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동아줄임을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식당으로 가는 동안에도 레이의 외모는 눈에 띄었다. 다른 반의 생도들도 레이를 보고 수군거렸다. 레이는 소심한 성격답게 고개를 살짝 숙이고 걸었다. 반면 세실리아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고개를 들고 침착하게 걸었다.


식당은 학원동 중심부에 있었다. 레이는 세실리아를 따라 식판을 들고 배식을 받았다. 뷔페는 처음이었다. 레이의 시야에 곱게 튀겨진 닭고기가 보였다. 그는 다른 음식들은 제쳐두고 닭튀김만 식판에 올렸다.


세실리아는 기계적인 태도로 음식들을 선정했다. 영양의 균형이 완벽한 식단이었다. 두 사람은 테이블로 가 마주앉았다.


“잘 먹겠습니다.”


세실리아가 기계적으로 말하곤 식사를 시작했다. 레이는 잠시 눈치를 보다가 눈을 감고 손을 모았다.


“륜이시여. 일용한 양식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가 살던 세계에서 섬겼던 신의 이름을 내뱉었다. 레이는 딱히 신앙이 깊은 신자는 아니었지만 예배와 기도는 썩 좋아하는 편이었다.


그렇게 서로 아무런 대화 없이 식사를 했다. 세실리아가 레이의 곁을 지키고 있었던 탓인지 다른 생도들도 레이에게 쉬이 접근하지 못했다.


한창 치킨을 먹던 레이는 목이 막히는 걸 느꼈다. 그는 심각한 고민 끝에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저기, 혹시 여기 콜라는 없어?”


그런 레이의 말에 처음으로 세실리아의 표정에 살짝 금이 갔다. 그녀는 황당한 얘기를 들었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생도식당에서 탄산음료는 금지야.”


“아···. 그렇구나.”


레이의 눈동자에 실망이 어렸다. 그는 하는 수 없이 우유에 만족해야 했다.


식사를 마치고 세실리아는 식판을 정리하는 법까지 레이에게 알려주었다. 다소 생소하긴 해도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레이는 아주 약간이지만 이 새로운 생활에 조금씩 적응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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