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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아카데미의 성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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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rvette
작품등록일 :
2019.10.14 07:51
최근연재일 :
2019.10.31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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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15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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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전이된 소년(3)

DUMMY

오후 수업은 야외수업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체력 단련 겸 검술 수업이 오후 내내 예정되어 있었다.


“반갑다. 나는 이현욱 교관이다.”


검술 교관은 체격이 좋은 젊은 기사였다. 짧게 숱을 친 머리가 그의 사내다움을 돋보여주었다. 품이 넉넉한 트레이닝복을 걸치고 있었음에도 잘 단련된 근육이 그 속에서 꿈틀거리는 것이 드러났다.


이현욱 교관은 익스퍼트 중급의 기사였다. 그 역시 이곳 템플나이츠를 졸업한 생도 출신이었고, 동기 중에 전이자도 몇 명 있었다.


“이름이 레이라고 했던가? 레이 생도는 오늘은 견학만 하면 되니까 편하게 있도록.”


이현욱 교관이 레이에게 말했다.


1반 생도들은 점심시간을 이용해 전원 수련복으로 갈아입었다. 레이 역시 세실리아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기숙사 방으로 찾아갔고, 그곳에서 수련복으로 환복했다.


곧 교관의 지시에 따라 생도들이 정렬했다. 그들은 지금 실내 수련장에 있었다. 벽면에 걸려있던 수련용 검을 들고 일제히 자세를 취했다.


“명상.”


이현욱 교관의 목소리가 낮게, 그러나 넓게 울렸다. 마나가 담긴 목소리가 너른 수련장 내부를 울렸다. 그의 지시에 따라 생도들은 모두 눈을 감고 검에 집중했다. 이현욱 교관 역시 눈을 감았다.


스스스스···.


곧 이현욱 교관의 몸에서 푸르스름한 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실체화된 마나였다. 실제로 기사의 심법을 보는 건 처음인지라, 레이의 눈동자가 호기심으로 반짝였다.


이현욱 교관이 낮게 읊조렸다.


“일심 이해 삼류 사심.”


마음으로 느끼고, 머리로 이해하고, 기의 흐름을 느끼고, 다시 마음으로 느낀다.


템플나이츠의 교본적인 마나심법이었다. 생도들도 그를 따라 심법을 읊으며 집중했다. 곧, 몇 생도들의 몸에서도 푸르스름한 마나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것들은 이현욱 교관의 기세에 비하면 한없이 부족했다. 선명하고 푸르게 넘실거리는 이현욱 교관의 마나와 달리, 생도들의 마나는 흐릿하고 뭉글뭉글했다. 그마저도 이끌어내지 못하는 생도들이 태반이었다. 1학년 1반 총원 22명. 그 중에서 마나를 발(發)할 줄 아는 생도는 고작해야 5명밖에 되지 않았다.


세실리아도 그 5명 중의 한 명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다른 4명과 달리 이현욱 교관만큼이나 뚜렷하게 마나를 발하고 있었다.


“동화.”


이현욱 교관이 짧게 내뱉었다. 그의 몸에서 피어오르던 마나가 급격히 수축하더니 전신으로 스르륵 스며들었다. 5명의 생도들 역시 발하던 마나를 다시 흡수했다.


“후우···!”


여기저기서 힘겨운 호흡소리가 들렸다. 벌서부터 땀을 삐질삐질 흘리는 생도도 있었다. 그저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던 레이로선 영문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당연한 일이었다. 기사는 마나라는 힘으로 스스로를 강화하는 자들이다. 그러나 마나는 처음부터 인간에게 부여된 능력이 아니다. 마나를 다루기 위해선 반드시 노력이 따라야만 했다. 그것도 매우 혹독한.


기사들이 마나를 다루는 방법은 간단했다. 호흡으로 삼키고, 체납하고, 다시 발한다.


삼키는 건 쉽다. 그냥 호흡을 통해 대기 중의 마나를 흡수하는 건 일반인들도 자연스럽게 하는 일이다.


문제는 그 마나를 체내에 저장하는 체납이었다. 호흡을 통해 삼켜진 마나는 다시 호흡을 통해 빠져나간다. 숨을 참아도 신체의 모공으로 서서히 물이 새듯 빠진다.


기사들은 그렇게 빠져나가는 마나를 자신의 의지로 붙잡을 수 있었다. 그것을 체납이라고 했다. 기사들은 단전 혹은 심장, 두 부위를 중심으로 마나를 체납시키곤 했다.


무형의 에너지인 마나를 움켜쥐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이 가능하기 위해선 기본적으로 타고난 재능이 필요하다.


템플나이츠의 생도들은 모두 그런 재능이 확인된 인재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학기가 끝날 때까지 마나심법을 온전히 해내는 수는 반절이 채 되지 못했다.


체납의 과정 후엔 발현이 기다리고 있다. 체내에 보관된 마나를 다시 방출하여 그 힘을 얻는 과정이다. 러너급은 바로 이 발현 단계에 도달한 이들을 가리켰고 여기서 더 나아가 발현한 마나로 신체를 강화시켜내면 유저급으로 인정받았다.


이현욱 교관의 심법은 매우 안정적이었다. 그는 자연스럽게 대기의 마나를 흡수했고, 그걸 체납시켰다. 그리고 체납시킨 마나를 다시 외부로 방출하되, 뿔뿔이 흩어지지 않고 자신의 주변에 머무르도록 했다. 그가 뿜어낸 마나가 그토록 색이 짙은 까닭은 바로 그 때문이었다. 그는 의도적으로 마나를 발하며, 그 마나가 흩어지는 것을 막았다. 그리곤 발현한 마나를 다시 체납하는 과정을 거쳐 마나에 대한 완벽한 장악력을 증명해보였다.


“마나에는 응집력이 있다. 물체에의 중력이라 생각해도 틀리지 않다. 무거운 물체가 주변의 물체들을 당기듯, 응축된 마나는 대기 중의 마나들을 당긴다. 따라서 발현과 체납을 반복한다면, 단순히 호흡하는 것보다 더 많은 마나를 얻을 수 있다. 동시에 마나에 대한 장악력도 키울 수 있지.”


생도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 그러나 이현욱 교관은 레이를 위해서 굳이 기초적인 설명을 꺼내들었다. 그가 레이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레이 생도. 방금 본 것을 따라할 수 있겠나?”


“아뇨···.”


레이가 솔직하게 대답했다. 그런 레이의 대답에 이현욱 교관이 씨익 웃었다.


“너무 걱정하진 말도록. 어차피 때가 되면 어련히 깨달을 수 있을 테니까.”


이현욱 교관의 동기 중에도 전이자가 몇 명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전원이 뛰어난 기사였다. 이현욱 교관도 나름 우수한 생도였지만, 그는 아카데미를 졸업할 때까지 단 한 번도 전이자 동기들을 이겨본 적이 없었다.


천재들. 이현욱 교관이 생각하는 전이자들은 바로 그런 이들이었다. 이현욱 교관은 눈앞의 소년이 비록 지금은 연약해보일지라도 이내 무시무시한 속도로 성장할 것이라 생각했다.


“아예 마나에 대해 전혀 모르는 것 같으니 조금 도와주지.”


이현욱 교관이 호의를 품고 말했다. 그는 아주 기초적인 부분부터 상세하게 설명을 했다. 덕분에 마나에 대해선 일자무식이던 레이조차도 뭔가 어렴풋하게 이해가 되는 기분을 느꼈다.


“요지는 간단하다. 마나를 느껴라. 이것만 성공한다면 그 뒤는 반복적인 숙달에 가까우니까.”


“넵!”


레이가 큰 소리로 대답했다. 뭔가 배웠다는 기분이 그를 살짝 들뜨게 했다.


이현욱 교관도 그런 레이의 반응을 좋게 여겼다. 곧 그는 마나를 담아 큰 소리로 외쳤다.


“자 그럼 모두 뜀박질 할 준비해라! 마나를 다룬다고 해도 기사란 결국 육체를 쓰는 이들! 체력이 곧 힘이다! 지금부터 트랙 50바퀴를 돈다! 실시!”


“실시!”


이현욱 교관의 지시에 생도들이 달릴 준비를 했다. 당연히 검은 내려놓지 않았다. 기사란 모름지기 검을 쓰는 이들. 달릴 때 무겁다고 검을 내던진다면 그건 기사가 아니다.


곧 실내 체육관의 트랙을 따라 생도들이 달리기 시작했다. 가장 선두에는 세실리아를 비롯한 소드러너 5인방이 달렸고 그 뒤로 다른 생도들이 따라붙었다.


그리고 레이는···.


“허억···! 하악···!”


고작해야 트랙을 2바퀴째 돌고서 죽는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누가 강제로 시킨 일은 아니었다. 이현욱 교관은 수업을 시작할 때부터 미리 레이에게 오늘은 견학만 해도 된다고 일러둔 터였다.


그럼에도 레이는 자처하여 반 친구들의 뒤를 따랐다. 어쩐지 가만히 있기가 멋쩍었던 탓이다.


게다가···, 솔직히 말해 레이는 조금 가슴이 두근거리기도 했다. 오전의 학과수업에선 한 마디도 못 알아듣고 멀뚱멀뚱 있었을 뿐이지만, 야외수업은 달랐다.


‘나도 할 수 있다!’


비록 아직 마나에 대해선 뜬구름 잡는 기분이 들었지만, 단순히 달리는 것이라면 레이도 가능했다. 자신도 수업에 참여할 수가 있다! 그 생각이 레이를 들뜨게 했다.


본래 살던 세계에서 레이는 체계적인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 기껏해야 성당에서 예배를 드리며 들었던 설교 정도가 그가 경험한 교육의 전부였다.


하지만 이곳에선 달랐다. 비록 자신은 아직 수긍하기 힘들지만, 지구인들은 레이에게 큰 기대를 걸었다. 그에 걸맞은 대접도 해주었다. 배울 기회를 마련해주고 실력이 부족해도 이해해주었다.


이런 대접은 레이의 삶에서 처음 경험해보는 일이었다. 학생. 생도. 이 얼마나 고귀한 대접이란 말인가. 모자람을 채워주고 나아갈 길을 알려준다. 그저 하루 하루를 하염없이 살아갈 뿐이었던 농민 레이에게 아카데미라는 세상은 새롭고 또 충실했다.


“커헉···! 허억···!”


숨이 턱밑까지 차오른다. 그럼에도 레이는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여태 살면서 이렇게 자처하여 한계까지 달려본 적이 있었던가?


없었다. 레이는 오늘 처음으로 자신의 한계를 경험했다. 그리고 생도로 생활하면서 점차로 그 한계를 넓혀가게 될 터였다.


결국 레이는 다른 동기들이 50바퀴를 돌 동안 고작해야 8바퀴를 돌았다. 그마저도 나중엔 뛰질 못해 걷다시피 한 결과였다.


하지만 실내 트랙은 한 바퀴가 500미터였다. 거기에다 레이는 다른 동기들에게 방해가 될까봐 트랙의 바깥 선을 따라 달렸다.


마나도 다룰 줄 모르고, 체격도 가냘픈 레이로서는 그 정도만 해도 최선을 다한 것이었다. 이현욱 교관도 그 사실을 명확히 꿰뚫고 있었다.


“잘했다. 근성이 좋군.”


이현욱 교관이 숨을 헐떡이는 레이에게 물을 건넸다. 다른 생도들은 땀을 조금 흘리긴 했어도 레이만큼 숨이 가쁘진 않았다. 레이와 다른 생도들 사이엔 그 정도의 격차가 있었다.


“부족한 체력은 기르면 된다. 부족한 마나도 체납하면 된다. 하지만 근성이 부족한 건 교관도 어찌 하기 어렵다. 레이 생도. 앞으로 기대하겠다.”


이현욱 교관은 굳이 레이에게 견학을 강요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벽면에 걸린 수련용 가검을 레이에게 건네주었다.


체력 단련 후엔 검술 품세 훈련이 이어졌다. 레이는 동기들이 일사불란하게 품세를 이어나갈 동안 혼자 그 모습을 어정쩡하게 따라했다. 이현욱 교관은 굳이 그런 레이를 위해 시간을 더 빼지는 않았다. 전이자는 내버려둬도 알아서 큰다. 그보다는 아직 마나를 발현조차 못하는 생도들을 가르치는 게 더 급했다.


조악하고 엉성하게, 그러나 끈기 있게.


레이는 수업에 충실했다. 오후 수업이 끝날 무렵, 그는 녹초가 되어 있었다. 처음에는 어설픈 레이의 모습을 내심 비웃던 생도들도 수업이 끝난 후엔 생각을 달리 먹었다.


“비리비리하게 생긴 거 치곤 보기보다 근성 있던데?”


툭! 동기 중 하나가 레이의 어깨를 쳤다. 친근감이 담긴 행동이었다.


“나는 강태준이다.”


강태준을 필두로 몇 몇 생도들이 레이에게 말문을 터왔다. 오전 쉬는 시간 때에도 레이에게 말을 걸어온 생도들은 많았지만 그 때는 단순한 호기심의 발로였다.


그러나 지금은 조금 달랐다. 그들은 레이를 호기심의 대상이 아닌 호감의 대상으로 여기기 시작했다.


강태준은 사회성이 좋은 생도였다. 그는 발이 넓었고 처음 보는 상대와도 금방 친해질 줄 알았다. 세실리아와는 정반대의 타입처럼 보였다. 비록 그는 생도로서는 평범한 축이었지만 친구로 지내기엔 그만한 인물이 없었다.


오후 수업이 끝난 후 레이는 강태준 무리에 어울려 저녁식사를 했다. 그런 레이를 세실리아는 먼발치에서 흘낏 바라보더니 이내 관심을 지웠다. 애초에 그녀가 레이를 도와주었던 것은 반장으로서의 의무에 따른 것일 뿐이었다.


저녁 식사를 마친 후 레이는 자신의 숙소로 되돌아왔다. 샤워를 하고 생활복으로 환복한 후 침대에 누웠다. 힘들었지만 충실한 하루였다. 그렇게 생각하며 레이는 어느새 잠에 들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기상을 알리는 나팔소리가 울렸을 때.


“으윽···!”


레이는 온 몸이 납에 깔린 것처럼 무겁고 욱신거린다는 것을 알아챘다.


근육통이었다. 적당히를 모르고 무작정 달린 결과였다. 결국 레이는 낑낑거리며 어기적거리는 걸음으로 아침 점호를 위해 기숙사 앞으로 나갔다.


“그럴 줄 알았지. 여기에 서.”


강태준이 키득거리며 레이를 자신의 곁으로 불렀다. 곧 사감이 인원을 체크하고 이상유무를 확인했다.


이후 아침식사 및 개인 신변정리시간을 가졌다. 레이는 이번에도 강태준과 식사를 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그날 수업은 전부 실내수업이었다. 레이는 종이책을 넘기는 것조차 힘들었다. 팔과 손이 달달 떨렸다. 옆자리의 세실리아는 이쪽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툭, 데구르르. 레이가 실수로 지우개를 떨어트렸다. 몸을 굽히려 해도 잘 굽혀지지 않았다.


“자. 여기.”


세실리아가 손을 뻗어 지우개를 대신 주워줬다. “고, 고마워.” 레이가 우물쭈물 말했다.


세실리아는 대꾸하는 대신 정면의 칠판만 바라보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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