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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아카데미의 성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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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rvette
작품등록일 :
2019.10.14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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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31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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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1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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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엑스트라(1)

DUMMY

레이가 1반으로 편입된 지도 벌써 한 달이 흘렀다. 그 동안 레이의 기초적인 능력은 거의 다 드러났다고 봐도 되었다.


레이는 생김새만큼이나 검에 소질이 없었다. 근성은 있으나 몸이 따라주지 않는 셈이었다. 마나 역시 아직도 못 느끼고 있었다. 보통 전이자들이 러너가 되는 데 걸리는 시간이 3주 남짓하단 것을 감안했을 때, 러너는커녕 아직 마나를 느끼지도 못한 레이는 전이자 치고는 확실히 둔재였다.


도리어 레이는 학문적인 부분에 재능이 있었다.


그는 이론에 큰 관심을 보였다. 세상만물을 수치로 표현할 수 있다는 사실에 그는 큰 충격을 받았다.


학문을 닦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건 호기심. 레이를 가르치던 교관과 교수들의 평가가 갈렸다.


학과를 담당하는 교수들이 보기에 레이는 스펀지와 같았다. 텅 비어있던 백지가 순식간에 물감을 빨아들였다. 배우는 속도도 빨랐고, 한 번 익힌 것은 쉽게 잊지 않았다.


반면 수련을 담당하는 교관들이 보기에 레이는 그저 몸치였다. 체력도 평범했고, 몸을 생각하는 대로 움직이질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레이 본인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는 스스로 자신의 움직임에 문제가 있다는 걸 이해했다. 품세의 의미와 핵심은 이해하지만 그걸 몸으로 표현하질 못했다.


과연 기사생도로 적합한 인재인가?


레이를 향한 사람들의 시선에 그런 의문이 깃들기 시작했다.


그러한 의문에 방점을 찍은 것은 ‘시나리오 연구소’가 최종적으로 선포한 레이의 출신성분이었다.


[···농민 출신이며 하사받은 성씨도 없고 유사성이 확인된 주요인물의 존재도 확인되지 않은 바, 본 연구소는 전이자 ‘레이’의 출신성분을 ‘엑스트라’로 결론···.]


엑스트라. 배경서 속 세계에 존재는 했으나 단지 그 뿐인 인물들.


전이자들의 분류 중 가장 하찮은 분류라고 할 수 있었다.


배경서에선 주인공 일행이 길을 걸을 때 굳이 주변의 다른 인물들까지 세세하게 묘사하지 않는다. 그 다른 인물들은 그저 배경으로만 존재할 뿐, 서사에는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못한다.


연구소는 레이를 바로 그런 엑스트라 중 한 명이라 판단했다. 실제로 레이에겐 별달리 특별한 점이 없었다. 지나치게 아름다운 미모가 다소 걸리긴 했지만, 레이는 본래 세계에 살면서 자신이 잘생겼다는 걸 한 번도 인지하지 못했다고 했다.


어쩌면 레이가 살았던 배경서 세계는 레이 정도의 미형이 흔했던 세계일 가능성도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면 모든 게 아귀가 맞아떨어졌다.


레이는 단지 미의 평균치가 높은 세상에서 태어난 엑스트라였던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레이의 입장이 단숨에 바뀌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어쨌든 레이는 전이자였고, 전이자들은 지구에 아무런 연고가 없다. 아카데미는 전이자들을 편입시켜주는 대가로 정부에서 지원금을 받았기에 설령 레이가 기사로서의 재능이 없더라도, 그가 현대 지구에 적응해 자립이 가능해질 때까진 도와줄 의무가 있었다.


그리고···.


사실 레이에 대한 평가는 기사로서의 자질보다는 다른 부분에서 정해지는 게 더 컸다. 그는 어쨌든 지구 기준으로 대단히 잘생겼고 또한 선량했다. 다소 소심한 면이 있기는 했지만 근본적으로 사람이 올발랐다.


호감이 안 생길수가 없는 인물이었다.


레이는 누구에게나 호감을 샀다. 같은 생도들은 물론, 교관과 교수들, 아카데미 부지를 관리하는 관리인들도 모두 레이를 좋아했다. 근면성실하고 노력하는 레이를 미워하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무엇보다 레이는 자신이 엑스트라라고 해서 실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자신의 입장을 담담히 받아들였다. 사람들이 자신에게 걸었던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었음에, 오히려 그 자신이 더 미안해했다.


어쨌든 그런 와중에도 레이는 충실히 일과를 따랐다. 실내수업 땐 그 누구보다 열심히 필기를 했고 실외수업 땐 누구보다 필사적으로 검을 휘둘렀다. 수업이 끝난 후에도 그는 숙소에서 쉬는 대신 운동을 하거나 도서관으로 향하곤 했다. 아직 PC를 다루는 데 익숙하지 못한 레이에겐 익숙한 서책으로 정보를 얻는 게 더 편했다.


오늘도 예외는 아니었다. 오후 내내 가검을 휘둘러 지친 몸을 끌고 레이는 도서관으로 향했다. 도서관 사서가 레이를 알아보고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레이도 마주 인사를 한 후 책장으로 향했다.


[슈발트 검술학개론]


그가 최근 읽고 있는 책은 검술서였다. 전이자 출신의 소드마스터인 슈발트경이 작성한 검술교본이다.


레이는 페이지의 중간을 펼쳤다. 어제 끼워두었던 책갈피를 챙기곤 독서를 시작했다.


레이는 이해력이 좋았다. 비록 몸으로 표현하는 것은 못해도 머릿속으로 상상하는 건 가능했다. 레이는 교본을 읽으면서 머릿속으로 자신을 상상했다. 상상 속에서 레이는 소드마스터 슈발트가 되어 완벽한 품세를 이어나갔다.


베고 휘두르고 찌른다. 상상 속에서 가상의 적을 만들어 대련을 펼치던 중, 누군가가 현실의 레이를 불렀다.


“오늘도 또 보네.”


돌아보면 그곳엔 가슴에 두꺼운 책을 그러안고 있는 양 갈래 머리의 여생도가 한 명 서있다.


“아 유나 선배님. 또 뵙네요.”


“나야 늘 이맘때엔 여기 있으니까.”


여생도, 도유나는 레이보다 한 학년 윗기수였다. 그녀 역시 레이처럼 독서에 취미가 있어 매일 꾸준히 도서관에 들리곤 했다, 고 레이는 알고 있지만 실상은 아니었다.


도유나는 레이가 거의 매일같이 도서관에 들른다는 소문을 듣고서야 도서관을 찾았다. 사실 그녀는 독서에 그다지 취미가 없었다. 오히려 싫어하면 싫어했지.


다만 그녀는 엄청나게 잘생겼다는 소문의 편입생 후배를 만나보고 싶었고, 만난 이후로는 그 만남을 쭉 이어가기 위해 가벼운 거짓말을 살짝 곁들였을 뿐이었다.


어쨌든.


그녀는 이 귀여운 후배 앞에서 선배로서의 위엄을 살짝 내보이고 싶었다.


“슈발트 교본···. 그거 1학년한테는 너무 어렵지 않아?”


도유나가 레이가 읽던 책을 보더니 말했다. 레이는 머쓱하게 웃으며 대꾸했다.


“어렵긴 한데···, 다른 교본들에 비해 원리가 선명해보여서요.”


“원리가 선명하다고? 그게 정확히 무슨 뜻인데?”


“음···, 이걸 보세요.”


레이가 페이지를 앞으로 좀 넘기더니 한 장을 손으로 가리켰다. 페이지에는 양손으로 검을 잡고 중심을 견고히 지키는 기사의 삽화가 그려져 있었다. 교본의 삽화는 전부 마스터 슈발트가 직접 그린 것들이었다.


“이 그림은 검술의 중심을 설명하는 그림인데요···.”


레이는 삽화를 가리키며 설명을 시작했다. 처음엔 그저 선배 흉내를 내려고 접근했던 도유나도 이내 레이의 설명에 점차 빠져들기 시작했다.


“···라는 거죠.”


“아···! 그렇게도 해석이 가능하구나.”


레이의 설명은 논리 정연했다. 그러면서도 발상은 어쩐지 틀을 살짝 벗어나 있었다. 아카데미의 생도들은 확립된 커리큘럼에 따라 검을 배웠고, 따라서 다들 엇비슷한 관점으로 검술을 이해했다. 도유나 역시 마찬가지였고, 그런 그녀에게 있어 레이의 초심자다운, 그러나 외곽에서부터 핵심을 찔러드는 발상은 다소 충격적이기까지 했다.


“대단하네···.”


설명을 모두 들은 도유나가 말했다. 그녀는 그만 살짝 기가 질려버리고 말았다. 소문의 편입생이 학자의 소양이 넘친다는 말은 들었지만 이 정도일 거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다. 마치 교수님에게 수업이라도 들은 듯한 기분이었다.


‘어쩐지 덥네···.’


도유나가 손바닥으로 얼굴을 부채질했다. 그녀는 실전엔 강하지만 이론엔 약한 편이었다. 이론정보를 과도하게 받아들인 결과, 그녀의 뇌는 살짝 과부하가 걸린 상태였다.


레이 덕분에 뭔가를 깨달았다. 그런데 그녀의 머리는 벌써부터 그 묘리를 까먹으려 하고 있었다. 생각을 더듬을수록 자신이 제대로 이해를 한 건지, 아니면 이해를 했다고 착각한 건지 아리송했다.


‘이런 걸 듣고도 까먹어버린다면 난 정말 바보일 거야!’


결국 도유나는 결정을 내렸다. 그녀는 자신의 미덥지 못한 두뇌보단 신체를 더욱 믿는 편이었다. 이 깨달음을 잊지 않기 위해선 머리를 굴릴 게 아니라 몸을 굴려야만 했다.


“미, 미안한데 나 잠깐 일이 생겨서. 가봐야겠다. 다음에 또 보자. 알았지?”


그녀는 컨셉 삼아 들고 있던 두꺼운 책을 허둥지둥 제자리에 꽂았다. 그리고는 레이에게 황급히 인사를 남기곤 도서관을 빠져나갔다.


그 다음 그녀는 즉시 실내 수련장으로 향했다. 수련장엔 그녀 말고도 몇몇 생도들이 자체적으로 훈련을 하고 있었다.


도유나는 벽면에 걸려있는 가검을 들고 정신을 집중했다.


‘그··· 아까 걔가 뭐라고 했더라? 이렇게? 아님 요렇게?’


고작 도서관에서 수련장으로 오는 그 짧은 시간 속에서도 그녀의 기억은 전보다 한층 더 흐릿해져 있었다. 도유나는 이를 악물고 레이와의 대화를 다시 떠올렸다.


‘아···. 자꾸 걔 얼굴만 생각난다.’


이래선 안 될 일이다. 도유나가 양 손으로 제 뺨을 짝 소리 나게 쳤다. 마나를 담아 휘두른 손맛은 매웠고, 그녀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척! 휘익! 스윽!


곧 그녀가 허공에 대고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그녀가 하나의 품세를 순서대로 차례차례 늘어놓았다.


해당 품세 중엔 늘 살짝 막히는 구간이 있었다. 바로 그 지점에서, 도유나는 아까 레이에게 배웠던 깨달음을 적용시켜보았다.


“···아!”


검로가 매끄럽게 이어진다. 도유나는 그 감각을 느꼈다. 잊을까봐 다시 한 번 품세를 반복했다. 그녀는 자신의 머리가 나쁘단 걸 잘 알고 있었다.


‘반복 숙달로 몸에 때려 박는 게 내게 허락된 유일한 학습방법이야!’


땀이 뻘뻘 흐를 때까지 도유나는 품세를 반복했다. 다시는 잊을 수 없을 정도로 몸에, 근육에 습관을 새겨두었다. 마침내 만족할 정도로 검을 휘두른 후, 그녀는 근처 벽에 기대어 호흡을 가다듬었다.


“미친···. 걔 진짜 천재 아니야? 엑스트라라더니···.”


그리고서야 새삼스럽게 레이의 대단함을 깨달았다. 자신이 몇 달을 내내 해결하지 못했던 문제가 레이의 몇 마디로 순식간에 풀렸다.


다음 날 오후.


학과가 끝난 후 도유나는 저녁도 먹는 둥 마는 둥 대강 해치운 후, 재빨리 도서관으로 가서 레이를 기다렸다. 도서관 정문엔 데스크가 있었고 그곳엔 사서가 있었다.


사서는 그런 도유나를 흘낏 바라본 후 다시 책을 읽었다. 도유나는 데스크 근처에서 책을 고르는 척 하며 계속 레이를 기다렸다.


10분이 지났다. 레이는 오지 않았다. 도유나는 자신이 너무 일찍 왔나 싶었다.


20분이 지났다. 도유나는 살며시 사서의 눈치가 보였다.


30분이 지났다. 사서가 보던 책을 덮고 다른 책을 읽기 시작했다.


1시간이 지났다. 도유나는 슬그머니 기다리는 게 지쳤다.


“얘는 왜 오늘따라 이렇게 늦는 거야···.”


도유나가 툴툴거렸다. 2학년씩이나 되어서 1학년에게 바람맞은 기분이라 서글픈 기분이 들었다.


“혹시나 레이 생도 기다리는 거라면···.”


그 때, 잠자코 책을 읽던 사서가 눈만 살짝 들어 도유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오늘은 기다려봐야 소용없을 겁니다.”


“왜, 왜요!?”


도유나가 당황하여 물었다. 장장 1시간이 넘게 기다렸는데 오늘은 안 온다니?


“그야··· 오늘은 금요일이니까요.”


사서가 나른한 것인지 무표정한 것인지 애매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레이 생도는 매주 금요일엔 학원동 외곽 트랙을 달립니다. 평일에는 다음 날 수업 때문에 체력을 아끼느라 도서관에 오지만 내일부터는 주말이니까요.”


“그, 그럼 내일도 안 오는 건가요?”


도유나의 질문에 사서는 잠시 시선을 위로 향하며 생각에 잠겼다. 학자풍의 가느다란 손가락을 잠시 까딱거리더니.


“토요일은 안와도 일요일엔 온 적이 있어요. 일요일 저녁 무렵이면 슬슬 컨디션 조절을 해야 할 테니까요.”


“아! 감사합니다!”


도유나는 사서에게 꾸벅 인사를 하곤 도서관을 빠져나왔다. 그녀의 얼굴이 부끄러움으로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


그런 도유나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사서는 심드렁한 얼굴로 보던 책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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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화. 엑스트라(1) 19.10.16 37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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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1화. 전이된 소년(2) 19.10.14 44 0 12쪽
2 1화. 전이된 소년(1) 19.10.14 8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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