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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아카데미의 성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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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rvette
작품등록일 :
2019.10.14 07:51
최근연재일 :
2019.10.31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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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19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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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엑스트라(2)

DUMMY

“하아! 하아···!”


트랙 위를 달린다. 레이는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결코 멈춰 서지 않았다. 목표한 지점에 도착하고 나서야 그는 달리길 멈추고 호흡을 가다듬었다.


편입하고 1달. 그 동안 레이는 꾸준하게 몸을 단련했다. 실외 수업 때에는 물론이고 학과가 끝난 후에도 여유가 있으면 트랙을 달리거나 헬스트레이닝을 했다.


더욱이 오늘은 금요일이기도 했다. 내일부턴 주말이니 수업을 위해 체력을 아껴둘 필요가 없었다. 레이는 오늘도 한계치까지 몸을 굴릴 생각이었다.


기사생도들의 체력단련은 혹독했다. 아카데미의 커리큘럼은 기본적으로 마나를 다루는 이들을 위한 것이다. 1학년의 커리큘럼조차도 그 훈련강도는 단련된 일반인 운동선수들의 한계치 그 이상이었다.


일반인인 레이로서는 당연히 수업을 쫓아갈 수가 없었다. 그는 늘 뒤쳐졌고 홀로 지쳤으며 결국 탈진하곤 했다. 근성만이 레이의 유일한 버팀목이었다.


일반인 트레이너라면 이런 생도들의 훈련법에 학을 땔 터였다. 인간의 육체는 단순히 가혹한 노동을 반복한다고 해서 강해지지 않는다. 근육을 키우기 위해선 자극과 휴식이 적절하게 병행되어야만 했다.


하지만 아카데미의 훈련법은 애초에 지향하는 바가 달랐다. 아카데미에선 육체를 한계까지 몰아, 그 한계를 새롭게 넘어서는 법을 가르친다. 그리고 그 한계를 넘어서는 방법이 바로 마나를 다루는 것이다.


“후욱···! 훅···!”


잠시 호흡을 고른 후, 레이는 곧장 팔굽혀펴기를 시작했다. 근육을 강화하는 건 부차적인 목표다. 일단은 전신을 녹초로 만들어 한 줌의 체력도 남지 않게 해야만 했다.


그래야, 고갈상태의 육체가 활력을 되찾기 위해 발버둥친다. 그러는 과정에서 육체는 마나의 존재를 느끼게 되고 그것을 활용하기에 이르는 것이다.


대부분의 생도들은 이미 아카데미에 입학하기 전에 이런 수련을 거쳤다. 그걸 따라잡기 위해서 레이는 잠시도 여유를 부릴 수가 없었다.


“윽!”


결국 몸이 한계에 도달했다. 레이의 팔이 부들거리며 몸을 가까스로 밀어냈다. 그리고 힘을 잃어 털썩 무너진다. 레이는 트랙에 몸을 누인 채로 눈을 감았다.


그리고 마나를 느끼려고 노력했다.


대기 중에 존재하는 마나. 그것을 흡수하려고 노력한다. 솔직히 긴가민가하다. 마나를 느끼는 건 의지로 가능한 영역이 아니다. 마나감응력은 말 그대로 재능의 영역이었고, 재능이 없는 사람들은 평생을 노력해도 마나 유저가 되지 못했다.


어쩌면 레이 역시 그럴지도 몰랐다. 확률적으로 따진다면 재능이 없을 확률이 훨씬 높았다. 그럼에도 레이가 이토록 노력하는 것은···.


‘기사를 향한 단순한 동경인가? 아니면 주변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레이로선 자신의 마음을 명확히 표현할 도리가 없었다. 그러나 어쨌든 현재에 충실하고 싶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레이가 곧 눈을 떴다. 마나는 느끼지 못했지만 대신 체력이 조금 회복되었다. 그는 지구로 전이된 이후 영양을 꾸준히 섭취했다. 아카데미의 식단은 전이되기 전의 레이라면 꿈도 꾸지 못했을 고열량의 식단이었다. 양질의 식사 덕분에 한창 성장기인 레이의 육체는 빠르게 성장했다. 그는 지난 한 달 사이에 몸무게가 무려 4kg나 늘었다.


앙상했던 팔과 다리에 근육이 붙었다. 매끈하던 복부에도 윤곽이 슬며시 드러났고 양 어깨 역시 전보다 단단하고 넓어졌다.


레이는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지치면 호흡을 고르며 맨몸 체조를 했다. 날이 완전히 저물자 트랙 주변의 가로등이 켜졌다. 현대 지구는 밤에도 낮처럼 환했다. 이 역시 전이되기 전의 세계라면 보기 힘든 일이었다.


결국 레이가 숙소로 돌아온 것은 저녁 9시가 다 되었을 무렵이었다. 그는 흐느적거리는 걸음으로 복도를 가로질러 자신의 방에 들어섰다. 입고 있던 트레이닝복을 벗고 샤워를 했다. 숙소는 24시간 따뜻한 물이 나왔고 몸을 담글 욕조까지 있었다. 이곳 지구에선 어딜 가든 사치스러움이 넘쳐났다.


뜨거운 물로 피로를 풀고 푹신한 침대에 몸을 깊게 파묻었다. 그렇게 잠들었다.


그리고 다음 날 오전.


레이는 여느 때와 달리 외출 준비를 했다. 그의 숙소 옷장에는 외출용 사복들이 여러 벌 마련되어 있었다.


마련된 사복들 중, 일전에 영화관에서 보았던 스타일의 옷들이 보여 레이는 그것들을 입었다.


그리고 숙소 현관으로 나가 잠시 기다리자, 곧 약속 시간에 딱 맞춰 이연 교관의 차가 나타났다.


“오랜만!”


이연 교관이 경쾌하게 인사했다. 레이도 가볍게 웃으면서 고개를 꾸벅 숙인 후 곧장 조수석에 탑승했다.


“그간 잘 지냈어?”


레이는 이제 정식으로 아카데미의 생도가 되었다. 따라서 이연 교관이 그에게 말을 놓는 것도 당연한 수순이었다.


“네. 수업이 좀 힘들긴 하지만 따라잡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하긴. 템플나이츠가 좀 빡세긴 하지.”


이연 교관이 웃으며 옛날 기억을 떠올렸다. 오늘처럼 화창한 주말에 떠올릴 만한 기억들은 아니었다.


탁.


가볍게 고개를 저어 옛 기억을 떨쳐낸 이연 교관이 노래를 틀었다. 이번엔 힙합이 아니라 클래식이 흘러나왔다.


“그쪽 세계에도 피아노는 있지?”


“네. 있었죠. 성당에서 봤어요.”


배경서 속의 세계는 현대 지구와 전혀 다른 역사를 가지고 있음에도 비슷한 점들이 꽤나 많았다. 예를 들면 하루가 24시간이란 것도 지구와 똑같았고, 1년을 365일로 쪼개는 것도 같았다. 피아노 같은 지구의 악기들이 배경서 속에도 똑같이 존재하는 것 정도는 이젠 별로 놀랍게 여겨지지도 않았다.


이연 교관이 차를 몰고 부지 밖으로 나섰다. 오늘의 목적지 역시 시내였다. 하지만 영화관은 아니었다.


“반갑습니다. 한국 시나리오 연구소 선임 연구원 레베카 이노르입니다.”


“안녕하세요. 템플나이츠의 생도 레이라고 합니다.”


시내에 자리한 어느 카페에서 레이는 연구원을 만났다. 그녀는 새하얀 은발이 인상적인 전이자 출신의 연구원이었다. 그녀는 레이의 배경서를 연구하는 연구팀 소속이었고, 레이가 지구에 적응하는 걸 돕는 전담원이기도 했다.


“일전에 발송했던 보고서는 읽어보셨죠?”


“네. 읽어봤습니다.”


레이가 대답했다. 그는 총 3편의 보고서를 받았고 최종적으로는 엑스트라 판정을 받았다.


“불쾌하게 들으시진 않으셨으면 해요.”


레베카는 그렇게 운을 떼고 말을 이었다.


“전이자가 엑스트라 판정을 받는 경우는 매우 드문 경우입니다. 현재 엑스트라로 판정을 받은 전이자들은 전 세계적으로 열 명이 채 안 되죠. 우리 한국에는 레이생도 한 명 뿐이구요.”


이어진 레베카의 말은 간단했다. 그녀는 레이를 일종의 샘플삼아 엑스트라에 대해 연구하길 원했다.


“저는 엑스트라라는 표현이 사실 잘못되었다고 생각해요. 배경서 속에 등장하지 않는 인물들 중에도 위대한 이들은 많았으니까요. 예를 들어 제 배경서인 [카산드라 여제]에선 ‘유긴’이란 인물이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는 머나먼 동방에선 현인이라 불리는 인물이며, 저는 그가 쓴 저서들을 볼 때마다 매번 감탄하곤 했죠. 과연 이토록 뛰어난 천재를 배경서에 등장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엑스트라 취급하는 게 타당한가? 저는 늘 그런 의문을 품고는 했죠.”


레베카가 커피잔을 들어 입술을 축였다. 레이는 잠자코 그녀를 바라보았다.


“제 목표는 레이생도에게 숨겨진 이야기나 재능을 찾아내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레이 생도의 과거 이야기, 현황, 그리고 훈련 기록, 혹은 체력측정치 같은 자료들이 필요해요. 그런데 생도의 훈련기록은 아카데미에서 관리하고 있고, 그걸 얻기 위해선 생도 본인의 허락이 필요합니다.”


“네. 이해했습니다. 허락할게요.”


레이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레베카의 제안은 레이에게 손해될 일이 없었다. 오히려 반대다. 사실 레이 역시 자신이 정말 누구인지 궁금했다.


‘부모님에 대해 질문하면 할머니께선 언제나 말을 아끼셨지.’


레이는 자신의 부모가 누구인지 몰랐다. 할머니는 그저 레이가 어렸을 때 부모님이 사고를 당해 돌아가셨다고만 알려주셨을 뿐이다.


그렇게 얘기를 마친 후, 레베카는 가지고 온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작은 상자였다.


“자, 받으세요. 제가 개인적으로 드리는 선물입니다.”


상자를 열었더니 안에서 나온 건 다름 아닌 최신형 스마트폰이었다.


“어, 이거 A사의 최신형 플래그십 모델···.”


이연 교관이 단박에 알아보고 중얼거렸다. 어지간한 하이엔드 PC보다 비싼 물건이었다. 당장 이연 교관이 타고 다니는 REI를 팔아도 이 핸드폰 3대를 사기엔 돈이 부족했다.


“연구소 전화번호와 제 직통번호를 등록시켜뒀으니 필요하실 땐 그쪽으로 연락주시면 됩니다.”


그리고 레베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코트의 한쪽 팔 자락이 힘없이 펄럭였다. 그녀는 한쪽 팔이 없었다.


레베카 역시 한 때는 기사였지만, 불의의 습격으로 팔을 잃은 뒤 연구원으로 전향했다. 그녀는 전이자들의 인권향상에 큰 관심을 가진 인물이었다.


“감사합니다.”


레이도 일어나 고개를 꾸벅 숙였다. 그런 레이를 보며 레베카가 희미하게 미소지었다.


이후 레베카는 업무가 바쁘다는 이유로 자리를 떴고 레이와 이연 교관만 남은 커피를 홀짝였다.


“···부럽당.”


이연 교관이 레이의 스마트폰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거 좋은 거예요?”


“두말하면 잔소리. 그거 엄청 비싼 거야. 그거 3개면 내 차보다 비싸거든?”


“헉···. 아직 폰 쓸 줄도 모르는데.”


레이가 소심하게 중얼거렸다. 이연 교관이 픽 웃으면서 레이의 어깨를 툭 쳤다.


“금방 익숙해져. 그보다 잠시 폰 좀 줘봐.”


레이에게 폰을 건네받은 이연 교관이 빠르게 타자를 쳤다.


“자. 여기 내 번호.”


[이연 교관님♡]


레이가 폰을 받아들더니 살며시 얼굴이 굳었다.


“이거 하트모양 어떻게 지우나요?”


“어쭈? 불만이야?”


이연 교관이 장난스럽게 윽박질렀다.


곧 두 사람은 카페를 나왔다. 애매한 시간이었다.


“점심이나 먹고 들어가자.”


***


짧은 외출을 마친 후 숙소로 돌아온 레이는 곧장 트레이닝복으로 갈아입었다. 이제는 몸이 고된 운동에 나름 적응이 된 탓인지 하루 빡세게 달린다고 다음 날 근육통이 오는 일은 드물었다.


레이는 트랙을 달리는 대신 실내 수련장에 가서 가검을 들었다. 수련장엔 몇몇 상급생들이 먼저 와서 품세를 취하고 있었다. 몇몇은 대련을 하고 있기도 했다.


레이는 구석진 곳으로 가서 자세를 잡았다. 쉬운 품세부터 차분하게 전개하기 시작했다.


가검이라지만 결코 가볍지 않다. 오히려 훈련용이기에 더 무거운 것들도 있었다. 검을 휘두르던 레이의 몸이 금방 땀에 젖었다. 숨도 거칠어졌다.


검로가 흔들렸다. 레이는 그것을 느꼈다. 힘이 딸려서? 아니, 균형이 흔들렸다. 머릿속으로 떠올린 선과 몸이 만들어내는 선이 달랐다. 후자가 틀렸다.


“후우.”


몸치. 레이는 예전부터 몸을 다루는 일에 익숙하지 않았다. 레이 또래의 마을 소년들은 도끼를 들고 숲에 들어가 나무를 패오기도 했지만 레이에겐 불가능한 일이었다.


‘내가 엑스트라라서 그런 걸까?’


연구원 레베카의 말이 그의 머릿속을 떠다녔다. 그녀는 유긴이라는 학자를 예로 삼으며 엑스트라라는 말 자체에 거부감을 표했다.


하지만 유긴이란 학자는 배경서엔 나오진 않았어도 레베카의 기억 속에서 대단한 인물로 존재했다.


반면 자신은 어떤가?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나마 대단한 적이 있었는가?


당장 레이 본인의 기억 속에서도 자신은 그저 허약하고 창백한 소년일 뿐이었다.


레이는 유긴이 아니었다. 그는 레이였고 평범했다. 그런 레이에게 레베카는 본인의 연구를 위해 도움을 요청했다.


‘숨김없이 솔직하게.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겠지.’


레이는 남들 앞에 자신을 꾸며 보일 생각이 없었다.


‘그래야 나 자신도 나를 인정하고 이해할 수 있을 거야.’


레이가 다시 검을 휘둘렀다. 그의 검은 눈에 빤히 보일 정도로 형편없었다.


하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특별한 면이 있었다.


처음 검을 배우면 누구나 멋을 부린다. 특히 레이 또래의 소년들이라면 십중팔구 그런 경향을 띄곤 했다. 기사가 된 자신을 상상하며 어설픈 검법 위에 기교를 슬쩍 얹어보곤 한다.


그러나 레이에겐 그런 게 없었다. 그는 단지 최선을 다할 뿐, 그럴싸하게 보이려는 일말의 노력조차 하지 않았다.


너무 솔직해서, 보고 있으면 민망해질 정도의 검.


몇몇 상급생도들이 레이를 지켜보다 쓴웃음을 지었다. 그들의 눈에 레이는 하나도 멋져 보이지 않았다.


“어우 진짜 눈 뜨곤 못 봐주겠네.”


누군가가 레이를 향해 말했다. 그리곤 성큼성큼 레이에게 다가왔다.


도유나였다. 그녀가 싱긋 웃었다.


“내가 좀 가르쳐줄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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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2화. 엑스트라(4) 19.10.31 28 2 12쪽
7 2화. 엑스트라(3) 19.10.30 27 1 14쪽
» 2화. 엑스트라(2) 19.10.19 31 0 13쪽
5 2화. 엑스트라(1) 19.10.16 37 0 12쪽
4 1화. 전이된 소년(3) 19.10.15 39 0 13쪽
3 1화. 전이된 소년(2) 19.10.14 44 0 12쪽
2 1화. 전이된 소년(1) 19.10.14 84 0 12쪽
1 프롤로그 19.10.14 104 1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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