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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아카데미의 성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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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rvette
작품등록일 :
2019.10.14 07:51
최근연재일 :
2019.10.31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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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30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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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2화. 엑스트라(3)

DUMMY

도유나는 실전에 강한 타입이었다. 그녀는 머리로 생각하기보단 본능적인 감각으로 뭔가를 깨우치곤 했다.


그래서 남을 가르치는 데엔 영 재능이 없었다.


“아니 그렇게가 아니라···.”


도유나가 가볍게 이마를 짚었다. 작은 한숨이 흘러나왔다. 호기롭게 한 수 알려주겠다고 나선 주제에, 당최 뭐부터 알려줘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물론 이게 도유나의 잘못만은 아니다. 보다 근본적으로, 레이의 재능이 일천한 것이 문제였다.


“이, 이렇게요?”


레이가 어정쩡하게 자세를 잡았다. 보고 있으니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도유나는 빤히 레이를 바라보다 손을 뻗어 레이의 가검을 슬쩍 밀었다.


“이렇게.”


그리곤 어정쩡하게 벌려진 레이의 오른발을 제 발로 툭툭 밀었다.


“이건 더 넣고.”


마지막으로는 레이의 어깨를 붙잡고 올바른 방향으로 돌렸다.


“알겠어?”


그리고서야 물어본다. 레이는 긴가민가한 표정으로 어설프게 고개를 끄덕였다.


틀렸다. 도유나는 직감했다. 지금 레이는 자세를 교정해줘도 본인의 형(形)을 인지하지 못했다. 이래선 아무리 자세를 교정해줘도 의미가 없다.


“와···. 진짜 너.”


도유나의 말문이 막혔다. 그녀는 살짝 달아오른 얼굴에 손부채질을 했다. 성격이 급한 그녀에게 레이의 어설픔은 치명적일 정도로 답답했다.


‘생긴 건 똘망똘망하게 생겨서는···. 아니지 실제로 똘똘하긴 해. 문제는 지독한 몸치라는 거지.’


도유나가 눈을 가늘게 뜨고 레이를 바라보았다. 그 사이, 레이의 몸이 살며시 떨리며 엉뚱한 방향으로 틀어졌다.


딱!


“윽!”


도유나가 가검 옆면으로 레이의 어깨를 때렸다. 그 서슬에 깜짝 놀란 레이가 자세를 견고히 세웠다. 덕분에 형이 이전보다 더 틀어지고 말았다. 결국 도유나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만. 일단 좀 쉬자.”


그녀의 말에 레이가 검을 내렸다. 고개를 살짝 숙이고 한숨을 흘렸다. 레이도 민망함을 느꼈다.


“저 어설프죠?”


레이의 물음에 도유나가 냉큼 고개를 끄덕였다.


“전이자라는 게 안 믿길 정도야.”


“하하···.”


레이가 머쓱하게 웃었다. 도유나는 그런 레이를 잠자코 바라보다 문득 손짓을 했다.


“따라와.”


그녀가 향한 곳은 수련장의 뒤편 벽면이었다. 거대한 전면거울이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생도들이 품세를 자가 교정할 때 쓰는 장소였다.


“거울을 보고 똑바로 서.”


도유나의 지시에 레이가 쭈뼛쭈뼛 거울을 바라보았다. 도유나도 마찬가지로 거울을 보고 레이와 나란히 섰다. 거울 앞에서 레이와 나란히 서는 순간 도유나는 내심 살짝 충격을 받았다.


‘나보다 쟤가 더 이쁜 거 같은데.’


쓸데없는 생각을 떨쳐낸 후 도유나가 말했다.


“지금부터 자세를 교정해줄 테니까 네 눈으로 직접 보고 기억해둬.”


“네!”


곧 레이가 다시 형을 취했다. 도유나는 레이가 실수를 할 때마다 가검으로 해당 부분을 때렸다. 날이 없는 가검은 간단히 말해 쇠몽둥이였다. 심지어 도유나는 때리는 것에도 스냅이 있어 가검이 레이의 피부에 짝짝 달라붙었다.


레이는 맞기 싫어서라도 형을 잘 잡아야만 했다. 한 대 맞을 때마다 피부가 저릿저릿했다.


“옳지. 이제 좀 잘하네.”


도유나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녀는 자신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레이는 몸치였다. 그래서 자신의 몸이 어떤 자세를 하고 있는지 잘 몰랐다.


하지만 거울 앞에서 자신의 자세를 직접 보게 되자 금방 이해를 했다. 좌우가 반전되어 헷갈릴만한 부분도 레이는 쉽게 적응을 했다.


“검술은 몸으로 기억하는 거야. 머리가 아니라.”


형을 교정해주며 도유나는 자신만의 지론을 내세웠다.


“나 같은 바보도 검을 다룰 수 있는 게 그 증거지.”


철썩! 도유나의 가검이 레이의 팔뚝을 아래에서 위로 후려쳤다. 쩍 달라붙는 촉감에 레이는 하마터면 신음을 흘릴 뻔 했다.


“나는 바보라서 남을 가르치는 건 잘 못해. 난 내가 배웠던 방식대로만 가르칠 뿐이야.”


그러면서 그녀는 가검으로 자신의 손바닥을 툭툭 쳤다.


“그래도 내 도움이 필요하다면, 도와줄게. 어때? 도와줄까?”


도유나가 레이를 보며 물었다. 레이는 땀을 뻘뻘 흘리며 대답했다.


“감사합니다. 근데 그러면 제가 선배의 시간을 뺏게 되는 것 아닌가요? 분명 매일 도서관에 가신다고···.”


레이의 말에 도유나는 멋쩍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거 다 뻥이었어. 사실 나 책 안 좋아해. 도서관도 여태 몇 번 가본 적 없어.”


“그럼···?”


레이가 뭔가를 물어보려는 찰나, 도유나의 가검이 세차게 공기를 가로질렀다.


쩌억!


“억!”


짜릿한 통증이 등짝에서 머리를 타고 올랐다. 레이는 결국 참지 못하고 비명을 질렀다.


“엉뚱한 생각 말고 형에나 집중해. 그 정도로 여유로운 입장이 아닐 텐데?”


도유나의 말이 맞았다. 레이는 자신의 처지를 자각했다. 선배가 본인의 시간까지 써가며 자신을 도와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여유를 부릴 정도로 레이는 염치가 없지 않았다.


레이는 다시 정신을 집중했다. 거울을 보며 형을 기억하려 노력했다. 머리로 형태를 기억하는 건 쉬운 일이었다. 다만 자신이 이런 자세를 취하고 있을 때의 몸의 감각을 기억하는 게 어려웠다.


이후로 레이는 1시간이 조금 넘게 도유나에게 교정을 받았다. 그 결과 레이는 몇 가지 형을 그럭저럭 표현해낼 수 있게 되었다.


“이제 그 형들을 잘 이어내면 그게 품세가 되는 거야.”


“넵!”


“한 번 해봐.”


레이가 검을 휘둘렀다. 형이 이어지면서 품세를 이루었다. 거울을 보며 집중한 덕분에 크게 어그러지지도 않았다.


‘된다···!’


품세 하나를 마쳤다. 레이는 뿌듯함을 느꼈다. 도유나도 그럭저럭 만족한 표정이었다.


“나는 거의 매일 저녁마다 수련장에 있으니까 도움 필요할 땐 여기로 와.”


“넵! 감사합니다!”


그러다가 불현듯 레이는 까먹고 있었다는 듯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저 혹시 실례가 안 된다면···.”


레이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도유나가 잽싸게 핸드폰을 잡아챘다. 이런 기회를 놓칠 그녀가 아니었다. 고작 후배 얼굴 좀 보겠다고 평생 얼씬거리지도 않던 도서관에까지 빼꼼거린 도유나다.


레이의 폰에 제 번호를 입력하던 도유나의 눈에 뭔가가 들어왔다.


“이연 교관님···, 하트?”


“아···!”


순간 레이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레이는 결국 이연 교관의 이름 뒤에 붙은 하트표를 지우지 못했었다. 도유나는 레이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무표정하게 자신의 번호를 마저 입력했다.


“자.”


레이가 폰을 돌려받고 화면을 보았다.


[유나 선배님♡]


“아···.”


레이가 침묵을 지켰다. 도유나는 도발적인 미소를 지으며 가검을 까딱거렸다.


그날 이후로 레이는 종종 학과가 끝난 후 실내 수련장에서 도유나에게 검을 배웠다. 그녀는 비록 뛰어난 선생은 아니었지만 나름대로의 책임감은 있었다.


레이의 자세가 틀릴 때마다 도유나는 가검의 옆면으로 회초리질을 했다. 그녀는 자신이 배운 대로 레이를 가르쳤다. 어느 날인가 레이는 문득 궁금해져 도유나에게 물었다.


“선배님도 예전에 많이 맞으면서 배우셨어요?”


레이의 물음에 도유나가 아련한 눈빛으로 먼 곳을 바라보았다.


“응···. 엄청 맞았었지.”


아닌 게 아니라 처음 검을 배울 때만 해도 도유나는 온 몸이 성할 날이 없었다. 맞는 것조차도 그냥 맞으면 끝나는 게 아니었다.


“내가 처음 마나를 각성한 게 13살이었거든.”


도유나는 아직도 13살의 생일날이 기억에 선명했다. 그날 그녀는 생일선물로 단지 매타작을 면제받았을 뿐이었다.


“맞는 것도 훈련이었어. 그냥 멍청하게 맞았다간 어디 한 군데 부러지는 건 예삿일이었지. 마나를 둘러서 몸을 보호해야 했어. 안 그러면 정말 죽을지도 모를 정도로 맞았거든.”


도유나의 표정이 온화해졌다. 그녀가 레이를 바라보며 나긋하게 말했다.


“나는 고통이 배움의 근간이라고 생각해. 말 못하는 짐승도 맞다보면 뭔가를 깨닫곤 하는 법이지.”


“아···네.”


레이가 침을 꿀꺽 삼켰다. 자세에 힘이 절로 들어갔다. 검로가 조금이라도 흔들릴까봐 레이는 혼신의 힘을 다해 집중했다. 그런 레이를 도유나가 흐뭇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느리긴 해도, 레이는 조금씩 성장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나날도 그리 오래 이어지진 못했다. 금방 중간고사 기간이 다가온 탓이었다.


“미안. 내일부터는 못 도와줄 거 같아. 시험이 코앞이라···. 실기평가는 걱정 없는데 필기가 문제야. 이번에도 또 과락 맞으면 본가로 연락이 들어가거든.”


평소와 달리 도유나의 표정이 울적했다. 시험기간이 다가온 것도 문제지만, 가장 큰 걱정은 과락이었다.


“괜찮아요. 여태까지 배운 것만 해도 어마어마하게 도움이 된 걸요. 오히려 제가 죄송하죠. 선배 시간을 뺏었으니까.”


레이는 도유나만큼 긴장하고 있진 않았다. 특별편입생인 레이에겐 1학기 시험이 성적에 반영되지 않았다.


“쩝.”


도유나가 아쉬운 눈길로 레이를 바라보았다. 이러쿵저러쿵해도 레이를 가르치는 일은 재밌었다. 보람차기도 했다. 레이는 배우는 자세가 된 학생이었고, 도유나 역시 레이를 가르치며 새롭게 깨달은 것들이 있었다.


“시험기간 끝나면 또 같이 훈련하자. 알겠지? 가끔 심심하면 전화해도 좋고.”


“넵!”


그리고서 도유나는 터벅걸음으로 수련장을 떠났다. 레이도 잠시 몸을 추스른 후 숙소로 돌아갔다.


그렇게 아카데미에 중간고사기간이 찾아왔다.


시험기간이 되자 교실의 분위기가 조금 달라졌다. 평소보다 좀 더 조용해졌고, 동기들이 약간 예민해진 느낌도 들었다. 평소 같았으면 쉬는 시간마다 시끄럽게 떠들었을 생도들도 조용히 자리에 앉아 학습서를 읽었다.


“휴우. 미치겠네.”


점심시간 무렵. 강태준이 레이 옆자리에 털썩 앉으며 말했다.


“부럽다. 너는 1학기 시험이 성적에 반영이 안 되지?”


강태준의 말에 레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평소 수업조차 제대로 못 따라오는 처지다. 테스트 이전에 일단 적응부터 마치는 게 우선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대충대충 시간을 때울 생각은 없었다. 레이 역시 다른 동기들과 마찬가지로 시험에 대비했다. 사실 평소에도 성실하게 생활해온 레이에겐 딱히 태도를 바꿀 필요도 없었다. 하던 대로 예습과 복습을 하고 검을 휘두르면 그걸로 충분했다.


“필기는 그나마 좀 걱정이 덜한데, 실기가 겁난다.”


강태준이 드물게 약한 소리를 내었다. 그의 검술실력은 반에서 평균보다 약간 아래를 밑돌았다. 바깥세상에서야 어쨌든, 템플나이츠 안에서 강태준은 고작 범재 수준에 불과했다.


“괜찮을 거야. 열심히 한 만큼.”


“그러면 좋겠는데···.”


강태준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 때, 누군가가 그들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한심하긴. 그따위 정신머리니 실력이 늘 수가 없지.”


비아냥거림이 전혀 감춰지지 않은 말투였다. 발끈한 강태준이 고개를 들었다. 그곳엔 유수환이 있었다.


“얼간이처럼 징징댈 시간이 있으면 그 동안 명상이라도 더 해라. 보고 있으니 나까지 짜증이 난다.”


유수환은 세실리아를 비롯한 1반의 러너 5인방 중 한 명이었다. 이미 유저급에 근접한 세실리아를 제외한 나머지 4명 중에선 유수환이 가장 실력이 좋았다.


“말이 좀 심한 거 아니야?”


듣고 있던 레이가 말했다. 그는 강태준과는 친했지만 유수환과는 그렇지 않았다. 사실 유수환은 반에서 친하게 지내는 동기가 없었다. 그는 늘 혼자서 활동하곤 했다.


“풋. 어처구니가 없군. 편입생. 네가 지금 누굴 두둔할 처지라고 생각하나?”


유수환이 비웃음을 머금은 채 말했다. 레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실력에 대해서 말하는 게 아니야. 나는 지금 동기간의 예의에 대해서 말하는 거야.”


레이의 말에 유수환이 입 꼬리를 비틀었다. 머리 하나는 더 큰 유수환이 레이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글쎄. 나는 널 동기라고 생각해본 적이 한 번도 없어서. 그리고 오히려 반대지. 나는 동기로서 강태준에게 시기적절한 충고를 한 셈이다. 반면 너는 뭐지? 아직 마나도 다루지 못하는 주제에 그저 전이자라는 타이틀만으로 아카데미의 자원을 낭비하며 꼴사납게 친목질에나 몰두하고 있지 않나? 엑스트라.”


“그만, 다들 그만하자.”


레이와 유수환의 신경전에 도리어 강태준이 나서서 사태를 무마하려 했다.


“내가 잘못한 게 맞아. 지금은 노력을 할 때지 약한 소리를 할 때가 아니었어. 고맙다, 유수환. 덕분에 정신이 들었어. 레이도 고마워. 그런데 나 때문에 네가 싸울 필요까진 없어.”


“그래도 내 동기가 아주 멍청하진 않아 다행이군.”


유수환이 비웃음을 흘리며 교실을 나갔다. 레이는 유수환의 뒷모습을 노려보다가 그 모습이 사라지자 털썩 자리에 앉았다.


레이와 유수환에게 모여들었던 반 아이들의 시선도 천천히 흩어졌다.


“너무 신경 쓰지 마. 시험기간이라 다들 예민한 거니까.”


강태준이 레이를 달랬다. 레이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건성이었다.


‘마나도 다루지 못하는 주제에 아카데미의 자원만 낭비하고 있다고?’


유수환이 던진 말이 레이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레이는 여태까지 그런 식으로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언제부턴가 자신에게 제공되는 모든 편의가 당연한 것처럼 느껴졌다.


‘이건 내 잘못인가?’


생각이 깊어졌다. 엉뚱한 생각이었다. 그러나 레이는 그 생각을 쉽사리 떨쳐낼 수가 없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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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2화. 엑스트라(4) 19.10.31 28 2 12쪽
» 2화. 엑스트라(3) 19.10.30 28 1 14쪽
6 2화. 엑스트라(2) 19.10.19 31 0 13쪽
5 2화. 엑스트라(1) 19.10.16 37 0 12쪽
4 1화. 전이된 소년(3) 19.10.15 39 0 13쪽
3 1화. 전이된 소년(2) 19.10.14 44 0 12쪽
2 1화. 전이된 소년(1) 19.10.14 84 0 12쪽
1 프롤로그 19.10.14 105 1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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