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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극단적 중립형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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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적
작품등록일 :
2019.10.14 23:48
최근연재일 :
2019.11.11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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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15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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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1화 모험의 이유

DUMMY

“또 물빵이야? 지겹다 지겨워.”


알렉스의 투덜거리는 소리에 반사적으로 가시 섞인 말이 튀어나왔다.


“거리상으로 거의 다 왔어. 네가 빌리가 준 육포를 다 먹었잖아. 양심 어디?”

“그래, 한스 말이 맞아. 지누 자네가 다 거덜 내지 않았는가?”

“아, 알았어. 먹는다. 먹어.”


파티에서 경험이 많은 보부상 찰튼이 능숙하게 손을 거들며 눈으로 찡긋하자. 답답한 속내가 풀렸다.

걸으며 씹어 먹을 수 있는 것은 돌 같은 빵을 물에 적셔 먹거나, 육포를 씹는 것뿐이다.

이곳의 보존 식은 대단할 것이 없었다.


얼마지 않아 국경 마을 모르간에 도착했다.

나무가 우거진 숲길을 지난 덕에 힘을 주어 걸어 무릎은 쑤셨고, 근육은 비명을 질렀다.


그동안의 생활이 문뜩 떠올랐다.


게임 속 세계에 온 지 수개월이 지났다.

전이되자마자 확인한 것은 가방과 아이템.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내 능력치 창(status window)이나 보유기술(skill)은 알 수 없었지만, 공간 가방(inventory)과 초기 장비(novice item)들은 모두 갖고 있었다.


십년의 플레이타임 동안 나는 많은 플레이어들을 만났고.

그들이 일명 ‘튜토리얼 존’이라고 불리는 이곳, 중립지역 ‘아리아’를 떠나며 내게 남긴 것들이 있었다.


데이터 쪼가리인 줄 알았던 그들의 장난기 어린 호의는 내게 목숨을 구명할 선의로 남았다.


수천 골드의 돈을 쥐고 내가 한 걱정은 먹고, 자고, 입는 모든 것이 아니었다.

강함이 모든 수단을 대신하는 신분제 판타지 세계에서 금력은 무력(武力)에 무력(無力)하다는 사실이다.


이방인인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모험가인 알렉스와 보부상인 찰튼과 함께한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안전을 찾는 찰튼, 모험적이지만 무력으로 안위를 지키는 알렉스는 새로운 인연이었다.

이들 사이에서 어느새 영향을 받은 것은 그리 힘든 일은 아니었다.


알렉스가 용병 길드 모르간 지부를 보며 웃었다.


“찰튼영감! 이제 도착했으니, 내 할 일은 다 한 듯한데?”

“알겠네. 임무 종료는 내가 길드에 가서 처리하겠네. 자네도 그동안 수고 많았네.”

“한스! 나중에 밥벌어먹기 어려울 땐 언제든 연락하라고. 너라면 함께 파티를 해도 좋을 거야.”


찰튼은 마을을 오가며 물건을 파는 보부상이었고, 야생동물과 몬스터의 세력권을 혼자 이동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었다. 아리아에서 우연히 마주한 뒤로 주점에서 맥주를 마시다 친해진 케이스였다.

나는 불침번을 대가로 용병을 부업으로 하는 모험가 알렉스와 그를 고용한 찰튼의 제안으로 함께 온 것이다.


올해 마흔셋의 그는 적당히 노련하고, 유쾌한 사람이었지만 남은 여정을 더 함께할 수는 없었다.

용병이 되어 알렉스와 함께하는 것도 좋겠지만, 우선은 할 일이 있었다.


짧은 인사로 아쉬움을 달랜 후 잡화점에서 육포를 한 뭉치 사고, 지친 몸을 이끌고 여관에 방을 잡고 쉬기로 했다.

초조함.

조급함.

어쩌면, 통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었다.


“예상과 다르다면. 알렉스처럼 용병이나 모험가가 되면 좋겠지.”


노곤한 발을 주무르며.

막, 누우려는 그때.


“여깁니다!”


열린 문 너머로.

불안한 눈을 한 여관주인과 병사들이 보였다.


찰튼과 알렉스와 나는 다른 점이 있었다.

없어도 먹고, 사는 것에는 지장이 없었으나.

언제까지 이방인으로 살 수는 없었고.

결국, 한 걸음 나아가기로 했다.

가만히 있으면 변하는 것은 없으니......


내가 노린 것은.

수개월 동안 상상 속에서 실험하고, 계획했던 게임 제로니아의 시네마틱 이벤트였다.

스토리 연출방식의 일종으로 특정 상황에서 발동하는 고정적인 영화적 상황이다.

플레이 불가능한 상황이 대부분이지만, 움직일 수 있는 것을 보아하니 예상이 빗나가지 않았다.


“이놈이다. 체포해라.”

“네! 알겠습니다.”


중갑을 입은 병사들이 내 몸을 붙들어 끌고 나갔다.


뻔뻔스레 웃으며 말했다.


“저기.... 제가 무슨 잘못을 했나요?”

“닥쳐라! 네 죄는 네가 알겠....... 어?”


고개를 갸우뚱한 병사는 선임에게 말을 이었다.


“십인대장님. 이 친구 ‘우리말’을 할 줄 아는 데요?”

“뭐? 아벨로스 놈이 아니라 ‘우리’ 소속이야?”


눈앞 병사의 상태가 보였다.


[킬리안]

[직업: 제국병사]

[종족: 인간]

[소속: 카이안]

[+]


오해가 커지기 전에 수습했다.


“아! 그건 아닙니다. 저는 제온 출신입니다.”

“뭐야? 일단 끌고 가!”


이 세계에는 게임과 같은 법칙이 적용되었다.


그중 하나는


적대 진영 간 사용언어가 다르다는 점이다.


초보자 존에서 기사제국 카이안과 마법연합 아벨로스 둘 중 하나를 선택한 유저는 두 번째 마을에서 퀘스트 여정인 여관에 도착할 시 제국군에 체포되는 이벤트가 발동한다.


각 진영에 따라.


카이안은 제국병사로 일할 것을 권유받고.

아벨로스는 체포되어 수송 과정에서 연합국의 지원으로 탈출하게 된다.


그 와중에서 재밌는 점은 나의 상황이다.


[소속: 중립국 제온]


어느 진영에도 속하지 않았다.

아리아에서 진영 담당관 NPC들을 통해 실험한 점은 그들과 모두 말이 통하지만 ‘아군’으로 인식하지 않는 것이다.


이 상태를 고려하면.......


“아벨로스의 개들이다!”

“적습에 대비하라!”

“간악한 카이안 놈들을 무찔러라!”


두 가지 이벤트가 동시에 발생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푸른 로브를 두른 아벨로스의 마법사가 외쳤다.


“당신의 진영은 어디인가? 영광의 아벨로스라면 구출해 주겠다.”

“저는 카이안 소속이 아닙니다.”

“잘됐군. 어서 나오게.”


단검으로 능숙하게 포승줄을 끊어주는 아벨로스의 NPC에게 사실을 밝혀야 했다.


“아벨로스 소속도 아닌데요?”

“뭐야?”

“거기, 잠시 멈춰주세요. 예. 기사님 맞아요. 들으셨잖아요. 예. 당신이요. 이쪽으로 와주세요. 어허. 칼 뽑지 마시고요. 평화적으로 해결합시다. 에헤이. 마법사님도 그만! 이야기는 제가 할테니 진정하시고.......”





*




“이름.”

“김한... 아니. 한스로 불러주세요.”


사태가 진정된 것은 양쪽 대표자들이 야만인의 습성인 공격성을 잠시 내려놓게 만든 언변 덕분이었다. 임시 병영이 세워진 중간지점에 임시 회의소가 설치되었다.

푸른 로브의 마법사와 은빛 갑옷의 기사는 각 병단의 대표자로 나의 처분을 위해 심문하고 있다.


“나이”

“28살. 이팔청춘입니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네... 알겠습니다. 까탈스러운 분이네.”

“사족도 달지 마!”


얼굴이 붉어진 카이안의 기사 제로스를 뒤로하고 연합국의 마법사 아이온이 말을 걸었다.


-자네. 카이안이 아닌 게 확실한가?-

“통역마법 없어도 괜찮습니다.”

“이렇게 신기한 일이 있나.”

“세상은 넓고 다양한 사람이 사는 법이죠.”


언어에 대한 실험을 통해 깨달은 사실은 제3의 언어가 아닌 각 진영과 대화할 시 그에 맞는 언어로 통역하듯 의사소통이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기사는 흥분을 가라앉힌 후 마법사를 흘겨본 후 어울리지 않는 부드러운 척을 했다.


“중립국이 사라진 지 벌써 100여 년이 넘게 지났다. 그의 후예로 속여 말하지 않아도 카이안에 온다면 대우받을 수 있을 것이다.”

“중립국.”

“그대는 꽤나 강자로 보이지만, 마법사로는 보이지 않는데 어찌 카이안을 적대하는가? 음습한 저런 놈들과는 상종하지 않는 게 이로울 것이네.”

“중립국.”


이야기를 관람하듯 지켜보던 아이온이 수염을 쓰다듬었다.


“희한하군.”

“중립... 네?”

“자네 말이야. 정말 양쪽과 대화를 할 수 있구만.”

“뭐.... 살다보면 중립국의 후예 한 명쯤은 있을 법 하지 않겠습니까?”

“알 수 없구만. 자네 정체가 뭔가.”

“중립국.”

“됐네. 자네에게 강요할 생각은 없으니. 앵무새처럼 반복하지 말게. 듣기만 해도 피로해 지는구만.”


앵무새 배틀에서 승리했다.

유년기부터 말보다 키보드가 익숙했던 나는.

굳이, 길게 말하지 않아도 효율적인 딜교(데미지 교환)를 하는 법을 배웠다.

장문충(말을 쓸데없이 길게 쓰는 사람)에게는 단답이 답.


이어, 제로스와 아이온에게 각각 요청했다.


“같은 말을 반복하는 것을 원하는 게 아니라면. 양 측의 서명이 포함된 신분증명서를 받고 싶습니다.”


처음부터 내가 원하는 것은 신분증이었다.

중립마을에서 진영소속을 하지 않은 나는 이 세계에서 어중간한 소속의 이방인이었고, 중립인 것과 어중간한 것에는 차이가 있었다.

제로스는 초반부에서 카이안 진영을 택한 플레이어를 납치(?)하지만 퀘스트로 쏠쏠한 아이템을 주며 이후 전개될 진영 간첩 색출 퀘스트에서 아이온과 함께 유저의 신분을 보장해주는 역을 맡고 있었다.


내가 노린 것은 이것 하나였다.

기사로 카이안 제국 준남작의 신분인 제로스와 아벨로스의 마법사 아이온의 보증을 받는 것.

이 둘의 서명이라면 어지간한 지역의 영주보다 나을 것이다.


순간.

퀘스트가 발동했다.


[중립 퀘스트]

[카이안의 제로스]

[아벨로스의 아이온]

[제로스와 아이온은 당신을 믿지 못하고 있다.]

[이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선 ‘엘프의 인장’이 필요하다.]

[수락 시, 제로스와 아이온의 ‘임시 신분증’획득.]

[거절 시, 제로스와 아이온의 ‘적대’.]


“받고 떠블로 가!”


[‘임시 신분증’을 획득하였습니다.]


퀘스트에 요정족이 등장한 이유는 분명했다.

중립국 소속임을 인증 받고 싶다면.

옛 중립국 연합이었던 이종족의 확인서를 받아오라.


퀘스트를 받은 후.

적대 진영 간의 분쟁을 고려하여 신속히 헤어지게 되었다.

두 손을 흔들며, 양측 인원들에게 환하게 웃었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

게임은 임무를 주고, 수행하면 보상을 준다.

지난 10년 동안 반복해온 게임을 내가 모르겠는가?


평화적인 교섭을 마친 후.

주변을 살펴보니 양 진영을 분단하는 산맥의 시작이 보였다.


위치는 모르간의 초입.


“이곳엔 던전이 있지.”


초반 성장기의 이벤트 구간인 던전 ‘모르간의 분노’에는 이야기가 있다.

스토리상 지나칠 뿐인, 경유 지역 이지만.

후에 진영 퀘스트를 통해서 레벨업을 하면 진행 할 수 있다.


카이안의 경우

‘사악한 아벨로스의 마녀가 고귀한 기사를 홀려 죽이고 도망쳤다.’ 라는 내용을 플레이어에게 알려주며 마녀를 토벌하라고 요청한다.


아벨로스의 경우

‘누명을 쓴 마법사가 기사에게 공격받아 지원을 요청했다.’ 라는 내용을 알려주며 기사를 토벌하라고 요청한다.


웹을 통해 들었던 스토리중 하나로.

‘진실은 알 수 없지만, 네 맘대로 선택해.’ 식의 불-편한 퀘스트다.


자연스럽게 진행한다면.


카이안측의 의뢰를 받을 시 기사를 동료로 받아 마녀를 죽이고, 기사의 보상을 받는다.


아벨로스측의 의뢰를 받을 시 마법사를 동료로 받아 기사를 죽이고, 마법사의 보상을 받는다.


4~50Lv대의 퀘스트로 누가 악당인지는 알 수 없는 뻔뻔한 퀘스트인 것이다.


한 게임을 계속 플레이한 이용자로서.

너무 불-편한 퀘스트였다.


‘그냥 지나치기엔 너무 찝찝하잖아. 뒤를 안 닦은 것처럼.’





*



“폐하. 제온의 후예가 나타났다고 합니다.”


한수와 제로스가 헤어진 3일 후. 지급(至急)으로 제출한 보고서가 제국의 수도 카인에 닿았다.

보고서를 수령한 대상은 ‘카이안의 철인’이라고 불리는 공작 데카였다.

데카는 황제에게 직보(直報)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인사로 오른팔과 같은 역할을 수행했다.


권좌에 앉은 황제는 권태로운 눈빛을 보냈다.


“공작. 옛날 옛적 이야기는 흥미가 없다.”

“하오나, 잊지 마소서. 그들과 한 약속은 제국에 치명적임을.......”

“알겠다. 그냥 추포해오면 되지 않겠는가?”


짜증 섞인 황제의 말투에 공작은 반대하며 요청했다.

황제는 반복된 부름에 귀찮은 듯 손사래를 치며 대답했다.


“알았으니, 원하는 방향으로 진행하게. 후 보고만 하고.”

“감사합니다. 폐하.”

“그건 됐고, 올해 세금은 왜 줄었는가?”

“확인 후 보고 드리겠습니다.”



황제와의 직보는 공작인 데카가 가질 수 있는 큰 권한 중 하나이지만, 남들의 생각처럼 달갑지 않았다.

카이안의 절대자는 젊지만, 노련했으며, 전쟁광이었던 전대 황제에게 유일하게 인정받은 후계자였다.

그의 목적은 대륙통일이고 전비(戰費)를 마련하기 위해 웅크려 있을 뿐이었다.

전쟁을 위한 것 이외에는 그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데카는 수도 카인에 마련된 자택에서 아들을 호출했다.


“너에게 맡길 일이 있다.”

“예. 아버지 말씀하세요.”

“카인의 사자에게 목줄을 매달아야겠다.”

“사자의 상징이라면. 황제? 저보고 죽으라는 말씀이신가요?”


데카는 아들을 좋아했다.

그의 아들은 길게 말하지 않아도 알아듣는 영특한 눈치가 뛰어났기 때문이다. 오만상을 한 아들에게 웃으며 말했다.


“목줄을 채울 수만 있다면 국서를 해치기라도 한단 말이냐.”

“아버지. 저는 비혼주의자입니다.”

“네 사상이 옳고, 그름을 실증을 통해 체득할 수 있겠구나.”

“꼭 찍어 먹어봐야 똥인지 아닌지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공작의 아들은 아버지가 과로로 미쳤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앞에서는 체념한 듯 수락했다.

적당히 수긍한 후, 자신이 사라지면.

다급해진 공작이 대리자를 내세울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예. 알겠습니다. 소자. 아버지의 뜻을 따르겠습니다.”


모르간에 있는 누군가와 다른 이유.

카이안의 수도에 살던 누군가의 모험 이유가 생긴 시점이었다.


작가의말

수정 1회.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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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18화 회색인간 19.11.07 20 1 12쪽
18 17화 이계의 존재 +2 19.11.05 20 2 10쪽
17 16화 게임의 흔적 19.11.03 25 1 13쪽
16 15화 플레이어 킬 19.10.31 28 1 10쪽
15 14화 자아의 번호 19.10.29 28 1 11쪽
14 13화 환상속의 그대 19.10.28 26 1 9쪽
13 12화 화정을 삼킨 새 19.10.26 28 1 12쪽
12 11화 이것은 무덤이다 19.10.24 32 1 13쪽
11 10화 노사협상 19.10.23 37 1 9쪽
10 9화 마이 페이스 19.10.22 44 1 16쪽
9 8화 구라(Gula)의 구라 19.10.22 49 1 12쪽
8 7화 호랑이 당숙 19.10.20 52 1 12쪽
7 6화 미궁을 나가는 법 19.10.20 66 1 12쪽
6 5화 변화의 과정 19.10.19 77 1 11쪽
5 4화 나는 만렙이다 19.10.17 89 3 13쪽
4 3화 게임의 주인 19.10.17 114 3 12쪽
3 2화 두 번째 조건 19.10.16 160 4 14쪽
» 1화 모험의 이유 19.10.15 304 4 14쪽
1 서장 0화 광장 +3 19.10.14 347 5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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