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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극단적 중립형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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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적
작품등록일 :
2019.10.14 23:48
최근연재일 :
2019.11.11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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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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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19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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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변화의 과정

DUMMY

겁에 질려 벌벌 떨고 있는 녀석들을 뒤로 하고.

밀러의 소지품을 챙겼다.


살인.


현실의 나였다면 죄책감에 휩쓸려, 며칠이고 악몽을 꾸었을 것이다. 학습된 도덕심은 세뇌와 같아서 나 자신을 파괴해버렸을 터.

사법기관이 없기 때문인가?


겁도 미안함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흥분이나 유쾌함도 아니었다.

무의식적으로 ‘루팅’(Looting, 재화 따위를 습득하는 행위)에 몰두하는 나를 볼 수 있었다.


[이무기의 송곳을 획득하였습니다.]


[하얀 광대 버섯x3을 획득하였습니다.]


[정글도를 획득하였습니다.]


[25골드를 획득하였습니다.]


시스템 메시지가 눈에 띌수록 행위의 객관화를 인정하게 된다.

나를 죽이려 하지 않았는가?

잠시의 사고. 뉴런의 반응에 쓰는 전자기가 아까워 고개를 흔들었다.


“으악!”


비명이 나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니, 펠프스가 정글도를 주워 도망치던 자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한 놈은 말을 타려다 낙마했다.


“어이쿠, 다 죽일 작정은 아니었는데.”


어느새 다가온 리나가 팔을 잡아끌었다.


“망설이지 말고. 빨리 가요! 이곳을 벗어나면 저들은 추적하지 못해요. 너도 빨리 와!”


모험은 다시 시작됐다.





*





탑이라고 부르기에는 낮은 층수의 5채의 건물이 있는 곳.

하지만 이곳은 각각 마탑이라 불리고 있었다.


‘경쟁하되 견제하지 않는다.’

핵심 10계명 중 가장 우선시 되는 이념처럼, 권위를 높게 쌓아올리는 대신 넓게 지은 건물들은 그들의 통치와 맥락을 함께했다.


마탑의 중심 ‘펜타지온’에서 회의가 열리는 것도 이와 유사했다.

연합국 아벨로스의 중심 수도 아벨의 대표자는 총 다섯.


카이안의 절대권력과는 궤를 달리했으나, ‘최고의 지성’ 이라 불리는 총회의는 이성 없이 분쟁하지 않는다는 암묵적 룰로 인해 다툼을 자제하고 있었다.


“그럴 아이가 아니란 말입니다.”


물론, 아리아의 마녀가 부임지에서 도주라는 유례없는 상황이 일어난 후로는 아니었다.


“비앙카! 자네 제자라고 감쌀 일이 아니네.”


리나의 스승. 로밀 비앙카는 제자의 실종 이후로 곤란한 지경에 처해 있었다.

사건 초기. 무단 부임지 이탈이라는 중죄에도 플레이어에게 구출퀘스트가 주어진 것은 그의 덕분이었다.

비앙카가 제자의 무고를 강력히 주장하며 보호했기 때문.

기사가 죽고 제자가 돌아왔다면 감히 그 누구도 ‘5인 회의’의 대표자 중 1인인 비앙카를 적대하려 들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생도 사도 아닌 근무지 이탈은 주거의 자유조차 존재하지 않는 세계에서는 무거운 죄였다.


온건파인 그녀와 달리.

강경파. 전쟁론을 주창하는 네이븐 스텐에게는 정치적 승리를 불러올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이성을 잃지 말게. 당장 추격대를 편성해야 하네.”


절대권력의 수직적 구조를 자랑하는 카이안과 달리.

아벨로스는 모든 결정이 수장들의 결정인 총 회의에서 결정되기 때문에 의사결정속도에 차이가 있었다.

강력한 연합이 될 수 있었던 이유이자, 약점이었다.


“스탠. 그 아이가 누구의 딸인지 잊은 건 아니겠지요?”

“.......”


회의내내 침묵을 유지하던 회색의 탑주인 르방이 입을 열었다.


“그만. 추격대는 없네.”

“옳은 결정이에요!”


비앙카는 반색했지만, 이어지는 르방에 말에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죄는 죄. 리나 폰티악의 모든 직위를 박탈해야 하네. 이에 불복하고자 한다면 재판을 받고 사유를 소명해야 함이야.”

“.......”


회의는 정치의 연속이었다.

모든 대표자의 권한은 동등하다는 대원칙.

그럼에도 8위계의 대마법사 르방은 중도적 성향으로 수긍하지 않을 시 역풍의 우려가 있었다.

또한, 이는 양측의 니즈를 어느정도 수렴한 의견이었다.


비앙카는 지옥까지 쫒아간다는 아벨의 마법기병이 제자를 추포하는 최악을 막았고, 스탠은 온건파의 대표인 비앙카의 체면을 깎아내렸다.

또한, 묻고 넘어가는데 동의한 것으로 비앙카는 스탠에게 다른 것을 양보해야 했다.

강력한 마법연합의 이면이었다.





*





모르간부터 이어진 산악지대를 주파하는 동안.

이 녀석들이 얼마나 시끄러운지를 알게 되었다.


“한스님 대단했습니다. 수십의 정예 레인저들을 수수베듯 썰어버리는 모습에 기사 펠프스. 감탄했습니다.”

“맞아요. 기사들의 어빌(ability)을 사용할 때는 깜짝 놀랐어요.”

“.......”


며칠 째인지 모르겠지만 적당히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카이안 전용직업군인 기사와 같은 클래스들의 스킬은 ‘어빌리티’, 아벨로스 전용직업군인 마법사와 같은 클래스들의 스킬은 ‘프로미스’ 라고 부르는 듯하다.

‘육체적인 능력과 약속의 언어인가?’


지난 여정동안 펠프스를 통해 어빌리티인 차지와 쉴드어택 등은 어느 정도 흉내 낼 수 있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하지만 리나가 쓰는 프로미스는 무엇인가가 필요했다.

그 대가가 뭔진 모르겠지만.

분명 ‘약속의 언어’는 상호작용이 있음을 추정했다.


수학이 ‘발견’과 ‘발명’의 논쟁의 여지가 있듯.

마법을 익히기 위해선 ‘직업’인지 ‘적성’인지 무엇인가가 필요한 건 확실했다.


카이안과 아벨로스를 관통하는 산지의 끝이 보이기 시작하고 아벨로스의 국경영역에 도달하자.


유독, 리나의 말 수가 많아졌다.


“지정족들의 돌탑이 보이시나요? 아벨로스의 북쪽 경계엔 이런 탑들이 많답니다. 이 탑은 지금으로부터 일백여 년 전에 세워진 것으로.......”


레인저들을 물리치고 난 후엔 이렇지 않았다.

펠프스는 흔들림 없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리나는 펠프스의 처지와 자신을 동격 시 했기에 그의 눈치를 보며 내이야기에 집중하곤 했다.

‘가만있자, 지정족의 돌탑?’


신이 난 리나의 어깨를 잡았다.


“이 지역의 지명이 뭐에요?”

“아 지역명요? 여긴 분쟁금지 지역이라 사람이 드나들지 않거든요. 예전에 고대어로 「라비린토스」라고 불렀다고 들었어요!”


순간. 머릿속을 관통하는 추측.

남아있는 장비의 존재.

사라지지 않은 봉인된 아이템.

시간의 흐름.

업데이트.

대전쟁.


“전쟁이 언제였지? 전인가 후인가?”

“전후요? 아-카 휴전은 8년 전즈음 이었나요?”


리나가 펠프스를 보며 묻자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카는 모르겠고 카-아 휴전은 8년째가 맞습니다.”

“뭐예요?”


이게 바로 소속 없는 소속감인가?

아무래도 본인들의 상황을 망각한 꼴이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방 플랫폼에 충성심을 갖는 이용자들을 보는 느낌이다.

이젠 더 이상 플랫폼(국가)로부터 서비스 받지 못 할듯한데 쯧쯧.

쓸데없는 소리로 분량을 잡아먹는 두 친구를 제지하고 돌탑을 찾았다.


“이 근방에서 가장 큰 석탑이 어디죠?”

“음... 아마, 조금 더 북쪽으로 가면 나올 거예요.”


현지위치의 탑과 예상위치의 가상선을 긋고 방향을 잡았다.


“그쪽으로 갑시다. 뛰어요!”

“예?”

“아니 왜.......”


설명은 충분치 않았지만, 짐작이 가는 부분이 있었다.

‘제오니아’는 10년간 플레이 한 게임.

중요 퀘스트를 깬 적도, 레이드 보스를 최초킬 한 적도 없는 생활기술 만렙 플레이어임에도 기본적인 스토리는 알고 있었다.


스토리를 중시하는 스토리형 유저와 성장과 보상을 추구하는 스킵형 유저의 간극.


이 두 유저들의 간극를 좁히기 위해 게임사가 선택한 방법은 강제로 대사를 우겨넣는 것도, 막대한 텍스트를 집어 넣어 피로감을 주는 것도 아니었다.


첫 번째는 연계 임무 중 자연 발생하는 시네마틱 퀘스트.

이는, 반복된 퀘스트의 피로감을 씻어내고 플레이어가 자연스럽게 이야기에 관심을 갖도록 유도한다.


두 번째는 막대한 광고와 영화화 등의 2차 저작물이다.

제오니아의 모든 세계관과 이야기를 게임 내에서 우겨넣는 대신, 소설과 배경 모음집을 출간한다. 새로운 업데이트가 진행될 때마다 막대한 예산을 투자해 홍보 영상을 만들고, 웹툰과 영화를 통해 스토리를 알고 싶도록 유도한다.


나는 이 게임의 과정을 알고 있다.


풀을 뜯으며 한 줄씩 읽었던 이야기.

돌을 깨며 한 줄씩 체험한 영웅들.


그들과 싸우고 싶지 않았고, 그들의 절망을 보고 싶지 않았다.


수백 명의 아벨로스 플레이어연합이 모이는 ‘황제 레이드’도, 수십 개의 레이드 팀이 모인 ‘펜타지옥도’ 도 원치 않았다.


바드의 서사시와 연주를 좋아했고.

댄서의 미모와 몸매가 좋았다.

아주 좋았다.

.......



그래서 나는 이야기에 더욱 빠져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옆으로 스쳐가는 나무사이로 조금 더 큰 석탑이 보였다.


“이쪽 방향으로 가요.”

“.......”


지금이 1차 대전쟁 이후 8년이 지났다면 추측할 수 있는 사실이 있다.


10년의 플레이시간 동안 게임사는 새로운 모험지역을 내놓고 월드맵을 확장해간다. 한 대륙에서 펼쳐지던 어드벤처는 업데이트를 통해 더 광활한 스케일을 제공한다.


그리고 규모에 혹했던 유저들이 모든 컨텐츠를 격파하며 고인물에서 썩어가기 시작하면 게임사의 고민은 시작된다.


새로운 지역의 추가와 그로인한 신규유저들의 부담.

막대한 비용의 업데이트와 썩은물들의 불만.


모든 요소들을 조합해 이뤄낸 결론은.


대격변.


이라 칭하고 사실 기존 지역 리뉴얼이다.


정말 이름에 걸맞는 상황이 없었던 것은 아니나, 대부분 스토리라인의 변화와 던전 리뉴얼이다.


직접 와 보는 것은 처음이지만


이곳엔 분명, 지정족들이 있다.


외곽의 작은 석탑에서 입구로 향할수록 커지는 지정족의 석탑들은 내 기억에 확신을 주었다.


시간이 흘러, 이곳이 생지옥.

드워프들의 무덤이 되기 전에 내 눈으로 보고 싶다.

그들이 멸족하기까지 앞으로 몇 년은 더 남았지만.......

서두른다면, 스토리상 소실되었다는 지정족 「최종병기」를 볼 수 있지 않을까?


“저기 커다란 비석이 보입니다.”


헐떡거리는 리나가 좀 멈추라는 듯 눈치를 보며 째려보았다.


“헉,헉, 저는 마녀라구요. 그렇게 갑자기 뛰시면 따라가지 못해요.”


카이안과 아벨로스의 경계에 있는 산악지형의 끝자락.

여기서 서쪽은 카이안. 남동쪽은 아벨로스. 북동쪽은 대수림이 나온다.


“아. 「피스메이커」를 찾으셨어요?”

“어디서 들어본 이름인데요? 최종병기 이름이었나?”


리나는 갸우뚱하며 고개를 저었다.


“으음.... 제가 알기론 이 비석이름이 피스메이커이에요.”

“펠프스씨 검좀 빌려 주시겠어요.”


내가 아는 정보와는 차이가 있었다.


“네. 여기 있습니다. 기사의 검은 잘 맡기지 않는데 이것도 습관이 되네요. 하하.”


바보같이 웃는 펠프스를 뒤로하고 손바닥을 검으로 베었다.


“아니! 뭐하는 거예요? 다쳤잖아요.”


흐르는 피를 모으며, 비석에 베인 손을 올렸다.


쿠웅.

철컥철컥.


비석은 기계 장치가 맞물리는 태엽감기는 소리를 내며 거대한 몸을 움직였다.


“아니, 이게 대체?”

“......?”


인공적인 장치의 흔적.

비석이 있던 자리엔 지하로 갈 수 있는 계단이 놓여있었다.

어둠에 사라져 보이지 않는 계단의 밑쪽은 음습함을 자아냈지만 뒤를 돌아 연미복을 입은 쇼의 진행자처럼 말했다.



“환영합니다. 지정족의 지하미궁. 라비린토스를.”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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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18화 회색인간 19.11.07 20 1 12쪽
18 17화 이계의 존재 +2 19.11.05 21 2 10쪽
17 16화 게임의 흔적 19.11.03 26 1 13쪽
16 15화 플레이어 킬 19.10.31 28 1 10쪽
15 14화 자아의 번호 19.10.29 28 1 11쪽
14 13화 환상속의 그대 19.10.28 26 1 9쪽
13 12화 화정을 삼킨 새 19.10.26 28 1 12쪽
12 11화 이것은 무덤이다 19.10.24 32 1 13쪽
11 10화 노사협상 19.10.23 37 1 9쪽
10 9화 마이 페이스 19.10.22 44 1 16쪽
9 8화 구라(Gula)의 구라 19.10.22 49 1 12쪽
8 7화 호랑이 당숙 19.10.20 52 1 12쪽
7 6화 미궁을 나가는 법 19.10.20 66 1 12쪽
» 5화 변화의 과정 19.10.19 78 1 11쪽
5 4화 나는 만렙이다 19.10.17 89 3 13쪽
4 3화 게임의 주인 19.10.17 114 3 12쪽
3 2화 두 번째 조건 19.10.16 161 4 14쪽
2 1화 모험의 이유 19.10.15 305 4 14쪽
1 서장 0화 광장 +3 19.10.14 348 5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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