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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극단적 중립형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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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적
작품등록일 :
2019.10.14 23:48
최근연재일 :
2019.11.11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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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1.07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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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화 회색인간

DUMMY

날카로운 발톱을 보자, 뉴런의 전자기적 신호가 정지했다.

사고가 마비됐다.

화면 너머의 픽셀이 현실과 연결되자.

불합리한 상황에 모순을 느낀 뇌가 창의적 활동을 중단한 것이다.


내 펫으로 몇 년간 함께 추억을 쌓았던 녀석이 나에게 앞발을 내밀었다.

화면 너머의 녀석이 웃는 것처럼 보였다.

실제로는 픽셀 몇 개가 비틀렸을 뿐이다.


『정신을 못 차리고 있군. 집중해라 접속자.』


손의 인력이 근력과 중력을 초월했다.

정확히 표현하면.

기오르드가 끌어당기는 힘이 내가 버티는 힘보다 강해지자 화면 안으로 끌려가게 되어버렸다.


“어... 어... 충돌한다.”


화면에 부딪히기 직전.

눈을 감아 버렸다.

인력은 사라졌고, 목줄을 잡힌 아귀힘도 느껴지지 않았다.

충돌에 겁을 먹은 게 민망해 실눈을 뜨자, 화면 너머의 풍경이 눈앞에 생생하게 펼쳐졌다.


넓은 평야엔 잡초인지 모를 이름 모를 풀들이 가득했고.

어디선가 불어온 바람은 싱그러운 풀 향기를 담아 나에게 선물했다.

정신을 차린 것은.

매캐한 화약 냄새.

사라지지 않은 폭발의 흔적은 이곳이 전투지역임을 내게 경고했다.


주변을 둘러보자.

피케이범 셋과 생활기술에 당한 보호자들은 어느새 반대편에 합류에 이쪽을 주시하고 있었다.


아니다.

이쪽이 아니라 시선이 더 위였다.


그들의 시선이 향한 곳으로 목을 돌리자.


은색과 푸른색의 비늘이 빛을 받아 반짝이고 있는.

신속의 비룡.

벨 기오르드가 커다란 입을 벌리며 흉악한 송곳니를 자랑하고 있었다.


『기다리기 지루했을 뿐. 졸리진 않는다.』


세계에서 다른 세계로.

다른 세계에서 또 다른 세계로.

몇 번의 계를 넘나드는 것인가.

지구에 돌아가면 이세계를 여행하는 이방인을 위한 안내서를 출간하기로 결심했다.


뭐, 평범한 양산형 판타지가 될 것을 확신한다.

아! 냉동탑차나 트럭이 사신이 아니라는 점이 새롭군.


『지구? 네 녀석. 이계에서 왔나? 아니야. 그럴 수가 없어. 제온은 분명 힘을 잃었을 터인데.......』


알 수 없는 말이 머리에 울리자 두통이 심해졌다.

무슨 소리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묘한 기시감이 떠올랐다.


잊고 있던 묘한 기억.

환한 빛과 함께한 이름 모를 사람과의 나눈 대화가 어스름이 느껴졌다.


‘...그럼 기억을 ...해도 괜찮나요?’

‘제 성격상 될 대로 되라고 막 나가진 않을 것 같네요. 그편이 차라리 나을 것 같아요, ...님.’


파편과 같은 한 줄의 대화가 뇌리에 스쳐 지나갔다.


“나는 무엇을 잊고 있던 걸까.......”


무방비하게 끌려온 세계와 정체 모를 대상에게 타협하고 있는 나에게 불쾌감이 치밀었다.

조심스럽게 여행을 준비하던 나.

이세계에서 살아갈 자격을 얻은 나.

옛 기억에 게임을 핑계 대고 오지랖을 부린 나.

압도적인 강자 앞에서 무력한 나.


모두 28세의 김한수라 마땅한 선택과 결정이지만.

내 모든 여정이 누군가의 의도로 결정됐다는 사실이 못 견디게 고통스러웠다.


힘든 일을 겪으면 그 사람의 본보기를 알 수 있다고 했던가?

나는 착한 놈은 아닌 모양이다.

주체할 수 없는 화에 사고가 마비됨을 느꼈다.


『흐음. ...때문에 봉인된 기억이 합일 때문에 풀린 건가? 궁금증이 커져가는 인간이로군.』


“닥쳐 도마뱀. 내 머리에 징징거리게 말하지 마.”


이세계에 온 후.

나는 누구보다 지성인으로 살아왔다.

도움엔 대가를 지불했으며.

나보다 어리다고, 약자라고 함부로 하지 않았다.

항상 존대를 사용했고.

상대를 먼저 존중하도록 노력했다.


하지만 결국은 모두 누군가의 포석일 뿐이었다.

이곳은 나를 존중하지 않았다.

문제가 있으면 힘으로 해결하려 했다.

싸움은 더 큰 싸움을.

끝도 없는 분쟁 끝에 남은 나는 어떤 괴물이 되어있을까.


언젠간 내가 용사가 아닐까 하는 착각에 빠져있었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나 같은 회색분자. 중립형 인간은 용사에 적합하지 않다.

누구의 편도 들지 않는 모두 까기 인형에게 세계를 구하라는 말을 한다면.

진짜 나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당신의 무능을 왜 남에게 전가하세요?’

‘그게 중요한 일인가요?’

‘마왕이 뭐가 나쁜 거죠?’


실제로 대부분의 이야기속 마왕은 그저 패배했을 뿐이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

전쟁에서 패배해 지하세계에 갇혀 빛을 꿈꾸며 인간 세상을 야욕 한다.

그게 나쁜 것일까?


단지 졌을 뿐이다.

무능하기에 패배했고.

약했기에 괴물로 묘사되었다.


인세의 역사가 증명하지 않는가.

나는 더 이상 선한 자를 추구하지 않겠다.

내가 보고 판단하겠다.

선의에는 선의를.

악의에는 악의를.


내 안의 무언가를 결심하자, 몸이 불타오르는 듯 열병에 휩싸였다.

신음이 튀어나오려 했지만.

짧은 숨을 쉬며, 호흡을 가다듬으려 애써 노력했다.

열기에 휩싸인 몸은 저절로 반응하며, 땀을 배출했다.


[직업 ‘초보자’에서 ‘중재자’로 전직하셨습니다.]


한 줄기 빛과 함께 울리는 시스템 메시지.


초보자였던 직업이 중재자로 변화했다.


놀라움보다, 구토감이 치밀었다.

소년만화식 전개에 혐오감이 밀려왔다.


‘주인공이 위기에 각성한다. 정말 대단하게 잘나신 안배군.’


『뭐가 그리 불만인가 인간.』


뭐가 불만이냐고?

잘살고 있던 사람을 납치한 것?

말은 해도 대화가 통하지 않는 것?

문제가 생기면 칼부터 들이미는 것?

내 기억조차 삭제당한 허수아비가 된 것?

강대한 무력 앞에 무력하게 떨어야 했던 것?


내가 웃고 있어야 한단 말인가?

좋다.

내가 중재자라고?

중재라면.

야만의 세계에서 칼춤 한 번 추면, 되는 것 아닌가.


손에 쥔 가시검을 들어 도마뱀을 향했다.


“상황설명은 나중에 듣겠다. 너는 내 적인가?”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군. 정체 모를 계약자여. 언제 내가 너와의 연이 생겼는지는 모르나, 나는 너의 적이 아니다.』

“그럼 내 앞의 적들을 물리쳐라.”

『그것을 진정 원하는가? 비이성적 충동을 경계하라.』

“개 같은 소리 지껄이지 말고, 돕든가 아님 꺼져.”


초보자의 경우.

전직을 위한 방향이 정해져 있었다.

성장을 통해 더 강한 직업으로 전직가능하다.

딜탱의 역할인 ‘브루저’로 가거나.

폭딜의 역할인 ‘누커’로 가거나.


보조계열은 애초에 없는 게임이다.

직업도 가지지 않았고, 선택의 기회도 박탈당했다.

자동분배된 스텟은 이미 잡캐.

내 자의로 결정한 스텟은 체력뿐.


이젠 물량 전이다.


공간가방을 열어 채광폭탄을 쥐었다.


“이봐 양아치들. 계속 구경만 할 생각인가? 피케이든 사냥이든 판 벌였으면, 마무리해야지?”


와이번에 탑승한 채 지상에 있던 자가 손짓으로 발끈하는 자들을 제지했다.


“젊은 친구, 신사답게 행동해. 우리 헬카인을 적으로 돌리지 말라고. 네 뒤의 신수를 믿고 있는 건 알겠지만, 우리가 끝이 아니야.”

“지랄하고 자빠졌네.”


어딜 가도 똑같다.

사람은 이익을 추구한다.

교육받은 성숙한 사회에서는 이성이나 지성, 대의나 대화, 협의 등의 피곤한 개념을 주입하지만.

결론은 항상, 우리 집단의 이익을 추구한다.


중세 야만의 세계에서는 보다 분명하게 드러나는 것이다.

보다 원시적인 형태.

폭력으로.


“이 새끼들은 가해자가 꼭 피해자인 척을 해요. 내가 시비 걸었냐?”


조롱하듯 내뱉은 어투에 지휘관은 이를 악물었다.


“우리의 이름을 모르는 촌놈인가? 대기사 사이진 님의 명성도 듣지 못한 촌부에게 길드원이 당했다는 말이야? 전투를 준비해라! 헬카인은 적 앞에 물러나지 않는다!”

“적들의 피로 승리를 노래하자!”


수백의 단결된 함성은 몸을 떨리게 만들 정도였다.

폭발에 완파된 기사들과 장비를 떨군 엑스트라 3인방마저 단결된 하나의 힘에 취해 전투 의지를 불태웠다.


검을 인벤에 집어넣고.

양손 가득 폭탄을 쥐었다.

회복초와 채광용 폭탄의 수를 세며 순간에 전투과정을 시뮬레이션했다.

‘죽어도 부활한다. 부활지는 인근. 체력을 바탕으로 최대한 소모전에 돌입한다. 목표는 상대 장비의 완파.’


아쉬웠다.

채광용이 아닌 기계공학 폭탄이었다면.

한발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었을 텐데.


공세가 시작됐다.

날아오른 와이번라이더들은 거리와 위치의 이를 살려 활로 원거리 공격을 시도했다.

쏟아지는 화살의 비.


50의 수치를 가진 속도와 행운으로 완전히 피할 수는 없었다.


땅을 박차고 달린다.

팔과 허벅지를 스치고 지나가는 화살에 생채기가 났지만.

아직은 괜찮다.

충분한 사거리에 도달하지 않았다.


투척물의 사거리는 화살과 같은 전형적인 원거리의 공격범위보다 높지 않다.

지면을 향해 닿지 않을 폭탄을 던졌다.


콰콰쾅.


순간에 폭발한 폭탄은 어느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는다.


“침착하라! 적의 공격은 닿지 않는다. 진형을 유지하라.”


지휘관의 시야는 냉정하다.

타는 속내를 삼키며, 폭발이 일으킨 먼지 사이로 뛰어들었다.

한 치 앞을 분간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내가 앞을 볼 수 없다면.

적도 나를 볼 수 없다.

근접한 적을 향해 캐치볼을 하듯 가볍게 던졌다.


“으악! 장비가 파괴됐습니다.”


연쇄하는 폭탄의 파열음보다 적의 비명이 더 컸다.


[백일초를 사용하셨습니다.]

[체력이 회복되었습니다.]

...


회복초를 씹으며 모래먼지를 뚫고 돌진한다.


‘포위당하면 끝장이다. 그래도 어쩔 수 없어.’


수백의 공세를 맨몸으로 받아 낸다면.

공격경직 때문이 아니라.

체력의 한계 때문에 사망할 것이다.

포위당하는 것은 하책이지만.

압도적인 수의 적을 상대로 그들이 원하는 원거리의 방식을 허용해선 안 된다.


‘진형을 무너뜨린다.’


쉼 없이 폭탄을 위와 아래로 던졌다.

폭탄의 먼지구름은 내 위치를 특정하기 적합하기도 하지만.

실제 위치를 가려주는 도움도 줬다.


[차지]


펠프스의 기술을 흉내 낸 것에 불과하다.

하지만 스킬은 그대로 발동해 구름을 뚫는 화살의 비를 빗나가게 했다.


“어떻게 기사의 기술을 사용한 거지?”


장기전으로 갈수록 불리했다.

가시검을 꺼내 상대의 어깨를 베고 왼손으로 폭탄을 던졌다.

전략은 소모아이템을 이용한 무력공세.


적들의 화살과 칼날은 날카롭다.

그들은 가려진 시야에 당황했지만, 내 어깨와 심장을 노리며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흉갑위로 가해지는 일격들.


하지만 투자한 체력과 갑옷의 방어력은 받은 데미지를 경감시켜 주었다.


회복초를 다시 씹으며, 베어내자 사라지는 기사들.


포위망을 형성하려 든다.

만약 끝까지 거리를 주면 끝장이다.


연신 차지를 사용해 폭탄을 터트린다.


콰콰광.


연쇄하는 폭발의 열기가 이성을 마비시키고.

매캐한 화약 냄새가 감각을 차단하고.

먼지로 가려진 시야가 날 흥분시켰다.


전투적 고양감.


공격도 수비도 하기 어려운 상황.

통제 외의 육감이 나를 인도했다.

50의 집중.

자동분배로 근접계열이라 보기 어려운 수치의 집중 스텟은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명중률을 보정했다.


곳곳에서 들리는 연쇄 폭발의 파열음에 섞인 비명은 그 사실을 증명했다.


퍼억.

허벅지에 한 줄기의 화살이 꽂혔다.


“적중이다. 적은 기동력을 잃었으니 간격을 유지하라!”


타는 듯한 통증이 위기 신호를 비명을 지르며 알렸다.


‘역시 지휘관의 레벨은 다른가.’


65의 체력과 50의 속도로도 모든 공세를 피할 수 없었다.

박힌 화살을 손으로 뽑아내자.

피가 솟구치며, 시스템 메시지가 위험을 알렸다.


[상태이상 ‘출혈’에 걸렸습니다.]


흘러내린 피보다 많은 양의 회복초를 한 움큼 쥐고 씹었다.

풀의 쓴맛이 매캐한 연기를 뚫고, 코에서 빠져나왔다.

일일이 종류를 찾을 생각은 하지 못했다.


몸에 활력이 도는 것을 느끼며, 눈앞의 창을 든 와이번의 기수를 베어냈다.


[Level up!]


얕은 베기였지만 상대는 빛을 잃으며 이탈했다.

복수자의 「복수」효과.

직업능력에 따라 복수자로 경험치가 분배되었다.


『그렇군, 복수인가?』


머리를 울리는 공명에 눈살을 찌푸렸다.

전투의 맥을 끊는 시도에 짜증을 내기 직전.


콰콰콰광.


강대한 에너지의 파동이 전장을 휩쓸었다.


“저게 뭐야.......”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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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화 회색인간 19.11.07 22 1 12쪽
18 17화 이계의 존재 +2 19.11.05 22 2 10쪽
17 16화 게임의 흔적 19.11.03 27 1 13쪽
16 15화 플레이어 킬 19.10.31 29 1 10쪽
15 14화 자아의 번호 19.10.29 29 1 11쪽
14 13화 환상속의 그대 19.10.28 27 1 9쪽
13 12화 화정을 삼킨 새 19.10.26 29 1 12쪽
12 11화 이것은 무덤이다 19.10.24 33 1 13쪽
11 10화 노사협상 19.10.23 38 1 9쪽
10 9화 마이 페이스 19.10.22 45 1 16쪽
9 8화 구라(Gula)의 구라 19.10.22 50 1 12쪽
8 7화 호랑이 당숙 19.10.20 53 1 12쪽
7 6화 미궁을 나가는 법 19.10.20 67 1 12쪽
6 5화 변화의 과정 19.10.19 79 1 11쪽
5 4화 나는 만렙이다 19.10.17 90 3 13쪽
4 3화 게임의 주인 19.10.17 115 3 12쪽
3 2화 두 번째 조건 19.10.16 162 4 14쪽
2 1화 모험의 이유 19.10.15 306 4 14쪽
1 서장 0화 광장 +3 19.10.14 349 5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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