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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지위의 여름과 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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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는삶
작품등록일 :
2019.10.17 21:00
최근연재일 :
2019.11.05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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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1.05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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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성불의 단서

안녕하세요




DUMMY

나와 묘지기는 학원을 빠져나와 한동안 말 한마디도 나누지 않은 채 한참동안 걸었다. 정말 싫다 이런 일에 엮이고 싶지 않다는 생각만이 내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었다.


“어째서 도망쳤지?”


“예전에 숲에서 있던 일이 생각나서......”


순간 묘지기와 처음 만났을 때 숲속에서 혼들이 내 몸을 구속하고 괴롭게 하던 일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가서 더 기분이 나빠졌다. 그들이 원한다면 내 몸을 빼앗을 수도 있고 상처를 입힐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니 숨이 막히는 것 같았다.


“너는 내가 지켜줄 터이니 걱정할 필요 없거늘.”


이렇게 말하는 묘지기의 행태를 보니 오른 손을 가리고 있었다.


“그 손 왜 그래요?”


“별거 아니다.”


“별거 아닌 게 아니잖아요. 손 이리 내봐요.”


아까 여자아이를 쳐낸 손은 멍이든 것처럼 검은색으로 물들어 있었고, 상처 부위가 조금씩 먼지가 되어 떨어져 나가는 것처럼 보였다.


“이거 왜 이래요?”


“원래라면 이런 일은 없겠지만. 여기는 내가 담당하는 땅이 아니기 때문에 힘이 많이 약해져있다.”


“그렇다고 이렇게 까지 되요? 알고 있었으면 피했으면 됐잖아요! 나는 닿아도 상처는 남지 않는데. 많이 아파요?”


“별로 아프지도 않고, 감히 내 보좌관에게 손을 대려고 한다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을 뿐이다.”


나는 장난기가 돌아서 상처주변을 살짝 힘을 주어 잡아보았다. 그러자 묘지기의 표정이 살짝 찡그려졌다.


“아프면서 허세 부리지 마세요. 근데 이거 낫기는 해요?”


“내 땅으로 돌아가서 쉰다면 금방 회복 될 것이야. 그것보다 저 혼을 성불시키는 방법이다. 아무리 약해진 나라지만 닿은 것만으로 이정도의 상처를 낼 수 있다는 건 상당히 강한 미련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되는 구나. 강제적인 방법은 통하지 않을 것 같다.”


“그러면 그 아이를 어떻게 성불시켜요?”


묘지기는 턱을 괴며 진지하게 생각에 빠졌다.


“아까 그 남자에게 붙어서 있는 걸 보면 그에게 강한 미련이 남아있는 걸지도 모르겠구나. 무언가 힌트가 있다면 대화라도 나눠볼 수 있을 것 같다만.”


나는 잠깐 생각에 잠겼다. 문득 절벽에서 떨어지는 꿈속에서 봤던 사람들이 생각이 났다. 학원에서 본 여자아이 말고도 2명의 사람을 더 봤었다. 이게 힌트가 될지도 모른다.


“그러고 보니 어제 꿈속에 오늘 봤던 여자아이가 나왔어요. 그 외에도 2명이 더 있었는데 어쩌면 그 사람들이 여자아이의 미련과 관계가 있는 게 아닐까 싶어요.”


“그러고 보니 너는 남의 과거를 훔쳐보는 취미가 있었지.”


“취미가 아니라 내가 원하지 않아도 보여요.”


“그러면 일단 나머지 두 사람을 찾아내는 게 우선이구나.”


알아봐야 될 범위가 줄어든 것은 좋지만 누구한테 어떻게 물어봐야 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일단 여자아이가 오늘 나를 챙겨주었던 선생님에게 꼭 붙어있는 걸로 봐서는 그 분이 꿈속에서 보았던 남자아이 라는 것이 어느 정도 예상은 되지만 나머지 한 명의 여자아이에 대해서 단서가 없는 이상 질문을 하더라도 정확히 미련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어떻게 두 사람을 찾아내야 될까요.”


“방법은 간단하지 않느냐.”


“그래요? 어떤 건데요?”


묘지기는 진지한 얼굴로 당당하고 담담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또 꿈을 꾸면 되지 않느냐.”


묘지기의 혜안에 무심코 이마를 쳤다.


“그렇게 쉽게 될까요?”


“어떻게 알겠느냐. 일단 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일이지. 얼른 잠을 자도록 하거라.”


아직 해는 중천에 떠 있고, 묘지기는 억지를 부리고 있다.


“아직 밤도 아니고 자기는 너무 이른 것 같아요. 그리고 그들에 대한 꿈을 다시 꿀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구요.”


“그러면 일단 나는 내 땅에 가서 잠시 회복하고 올 터이니 있다가 보도록 하자 꾸나.”


묘지기는 이 말만을 남기고 눈을 깜빡이니 순식간에 사라져있었다. 정말 알다가도 모를 사람이다.


나는 다시 집으로 향했다. 집에 들어와 저녁식사를 마치고 방에 들어와 그림연습을 하면서 시간을 보낸 뒤 나는 침대에 누웠다.


‘그렇게 간단하게 꿈을 꿀 수 있는 걸려나? 저번에 한 번 쫓겨나기도 했는데.’


머릿속에 맴도는 몰려드는 생각은 그만두기로 하고 잠을 청하는 것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혹시라도 힌트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그러고 보니 아까 묘지기가 떠나갈 때 있다가 보자고 했는데 자고 있는데 찾아오는 건 아니려나.’


여러 가지 잡생각들이 머릿속을 지배했지만 졸음을 이겨내지 못하고 나는 서서히 잠에 빠져들게 되었다.


희미하게 느껴지는 연한 흑연의 냄새와 서걱서걱 거리며 귀를 간질이는 소리에 나는 조심스럽게 눈을 떴다.


눈앞에는 새하얀 캔버스가 펼쳐져 있었고, 주변 사람들은 모두들 바쁘게 자기 나름대로 표현한 세상을 채워나가고 있었다.


“수정아 많이 그렸어?”


나를 수정이라고 부르는 작은 여자아이가 조심스럽게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뭐야 전혀 그리지 못했네? 나도 마찬가지야. 상상한 걸 그리는 건 참 어려운 것 같아 그렇지?”


“너희들 그렇게 떠들고 그림 안 그리면 정재 쌤한테 혼날걸?”


뒤에서 많이 낯익는 남자아이가 말을 걸어왔다.


“민식이 너는 그림 잘 그리니까 좋겠다. 선생님한테 이쁨도 받고.”


“나보다 잘 그리는 사람도 엄청 많은데 뭐.”


“그래두 우리 중에서 가장 잘 그리잖아. 넌 홍대 갈 수 있겠다.”


“이민희 그런 말 할 시간에 손을 움직여서 더 열심히 그려. 수정이 방해하지 말고.”


민희는 볼을 부풀리며 다시 집중해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눈을 감았다 뜨니 민희와 민식이와 셋이 함께 둘러앉아 점심을 먹고 있었다.


“수정아 민식이 너무하지 않냐? 자기 혼자 좋은 대학 갈라고 열심히 하잖아.”


민희가 나에게 팔짱을 껴 오면서 치근대면서 말한다. 그러자 이상하게 심장이 두근거리는 걸 느꼈다.


“민희야 너도 수정이를 본받아서 열심히 그려봐. 그렇게 하다가는 너 혼자만 같은 대학에 못 갈지도 몰라.”


“민식이 너는 필요 없어 나는 수정이만 있으면 되니까!! 수정이 너는 나랑 같이 갈거지?”


내 시야가 위 아래로 흔들린다. 고개를 끄덕인 것 같다.


주변의 배경이 녹아내리듯 보이더니 어느새 교실로 돌아와 있었고, 바깥은 상당히 어두워져 있었다.


“공부하는 것 보다는 좋아하지만, 이렇게까지 해야 되나 싶다. 그림은 얼마나 노력한들 평가하는 사람에 따라 바뀌는 거잖아. 그냥 재미있게 그림그릴 때가 좋았는데.”


민희는 한숨을 쉬며 팬을 놓으면서 말했다.


“민식이랑 수정이는 좋겠다. 둘 다 그림 잘 그리잖아 나와 달리 커다란 날개가 달려있는 것 같아. 그 날개를 나와 달리 꾸준하게 키워나가고 있고, 언제가 둘은 내가 따라갈 수 없는 곳 까지 날아갈 것 같은 생각이 들어.”



“그렇지 않아. 우리는 네 그림도 좋아해 뭔가 사람을 끌어드리는 매력이 있다고 생각해. 그리고 우리만 노력 하는게 아니라 너도 열심히 날개를 키워가고 있잖아. 분명 다 같이 더 멀리까지 날아갈 수 있을 거야.”


민희는 투덜대면서 투정을 부리지만 민식이가 달래주었다.


“올~ 가끔은 좋은 말도 하는데~ 그럼 조금만 더 힘내볼까.”


뺨을 붉히는 민희와 민식이 그런 둘을 보고 있자니 가슴이 답답해졌다.


밤은 점점 더 깊어져갔고. 미래에 대한 불안함을 잊고 성장해 나가기 위해 손을 멈추는 일 없이 하얀 캔버스 위에 상상한 세계를 계속해서 펼쳐나갔다.


그림을 그리는 것에 몰두하다 주변을 살펴보니, 평소와 달리 민희와 민식이는 곁에 없었고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 섞여서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그저 사람들은 무미건조하게 손을 움직이고 있었지만 그 누구의 캔버스에도 그럴듯한 그림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사람들은 어째서 이렇게 손을 열심히 움직이고 있는 것일까?


아무리 손을 움직여도 보답 받지 못하는데 어째서 열심히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일까?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의 긴장감이 이 공간을 지배하고 있는 것 같았다. 움직이던 손이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심장이 고장 난 것처럼 격하게 뛰어대기 시작했고, 팬을 잡고 있던 손에서 힘이 점점 빠져나갔다.


주변은 어두워졌고 마치 빛 하나 들어오지 않는 깊은 심해 속에서 떠 가라앉아 있는 느낌이 들었다. 사방에서 누군가가 나를 짓누르는 듯한 감각에 기분이 나빠졌다.


“제발 도와줘.”


도움을 청한 순간 무언가에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나는 수면위로 건져 올려졌다. 옆에는 묘지기가 걱정하는 듯한 표정으로 내 손목을 잡고 있었다.


“너무 깊게 들어가지 말거라.”


“그게 무슨 소리죠?”


“한 번에 너무 많은 것을 알려고 하다가는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야.”


묘지기는 조심히 내 손을 내려놓고 조심스럽게 침대에서 내려가며 말했다. 아직 어두운 창밖을 내다보며 말했다.


“방금 조금만 더 들여다봤다가는 녀석에게 몸을 빼앗길 뻔 했어. 너의 몸을 역으로 빼앗으려고 하더구나.”


그 말을 듣고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건 묘지기가 지켜준 덕분일까?


“혹시 절 지켜주신 건가요?”


“중요한 보좌관이 위험한데 보고만 있을 수는 없지.”


내가 위기에 처하면 자신의 몸에 지장이 가더라도 당장에 와서 지켜준다 생각하니 듬직했다. 잠깐 볼이 화끈해졌지만 이건 분명 놀라서 그런 거겠지.


“열이 있는 거 아니냐?”


묘지기는 내 이마에 손을 가져다 대면서 자신의 이마의 온도와 비교하면서 말했다.


“살아있는 사람은 따뜻하구나. 나와 열을 비교해 봐도 소용없나.”


“애초에 누구 때문에 이런 고생을 하는 건데요.”


나는 황급히 묘지기의 손을 쳐내고 가슴을 진정시켰다. 오늘 따라 왜 이렇게 왜 이렇게 나대는 거니 심장아.


“그래도 여러 가지 단서는 얻었어요. 수정씨의 미련이 뭔지는 아직 확실치는 않지만요.”


수정씨에 대한 정보를 알아낼 사람들의 이름이나 과거를 들여다 본 것은 확실한 수확이다. 이제는 단서를 가지고 중간에 어떤 일이 벌어져서 수정씨가 이승을 떠돌아다닐 정도의 미련을 남겼는지 알아내는 것만 남았다.


“하지만 문제가 있어요. 낮에 민식 선생님한테 딱 달라붙어 있던데, 둘을 떨어뜨려 놓아야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텐데 어떻게 방법이 없을까요?”


“지금 내 힘으로는 그 혼을 잡아두는 것도 불가능하다. 하지만 보통 혼들은 자신들의 영역을 벗어나는 것을 싫어하지. 아마 학원 내에서 그 선생을 끌어내는 것이 가능하다면 시간을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르지.”


지금 상황에서는 묘지기가 크게 도움이 될 상황은 아닌 것 같다. 어떻게든 방법을 생각해 내야만 내 평화로운 일상을 지켜나갈 수 있다. 나는 잠에도 들지 못하고 깊은 생각에 빠져서 밤을 새고 말았다.


온몸이 무겁고 금방이라도 눕게 된다면 잠에 빠져들 것만 같았지만 의지로 버텨내고 있는 중이다.


학원에 도착해서 오늘부터 정식으로 수업을 듣는다고 신청한 뒤 민식선생님이 있는 교실로 발걸음을 돌렸다.


조심스럽게 들여다보니 여전히 껌딱지 처럼 민식 선생님의 등에 달라붙어 다니고 있었다.


나는 미술도구 가방을 고처매고 당당하게 교실로 들어갔다.




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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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불의 단서 19.11.05 3 0 12쪽
6 꿈속에서 본 여자아이 19.10.31 4 0 9쪽
5 절벽에서 떨어지는 꿈 19.10.21 4 0 8쪽
4 묘지기의 보좌관 19.10.18 7 0 9쪽
3 여름과 소년(3) 19.10.18 6 0 12쪽
2 여름과 소년(2) 19.10.17 7 0 10쪽
1 여름과 소년(1) 19.10.17 17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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