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독점 대리님은 재벌아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묘모
작품등록일 :
2019.10.20 03:01
최근연재일 :
2019.10.22 15:48
연재수 :
3 회
조회수 :
557
추천수 :
13
글자수 :
18,554

작성
19.10.22 15:48
조회
114
추천
5
글자
13쪽

최송주 3

DUMMY

무엇을 해야 할까?

2019년에 죽어 2014년에 눈을 떴다.

다시 한번 기회가 주어진다면 뭐든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는데 막상 주어진 기회 앞에서 나는 무력했다. 병상에 기대어 앞에 펴진 노트를 바라보았다. 거울이 있다면 보고 싶었다. 아마도 이미 죽은 사람의 눈빛과 같겠지. 덜덜 떨리는 손을 힘겹게 들어 올려 볼펜을 잡았지만 이내 힘 빠진 손에서 맥없이 떨어졌다.

“하······.”

노트 옆에 놓인 핸드폰의 홈버튼을 눌러 연락 온 곳이 있나 확인했지만 그 흔한 스팸메세지 하나 없다.

하긴 이런 끈 떨어진 병신한테 빌붙는 놈이 있을 리 없지. 어차피 친구라고 부를 수도 없는, 콩고물만 바라는 쓸모없는 인간들이었지만 연락이 없으니 욕을 내뱉게 된다.

이러면 안 되는 걸 알면서도 자꾸만 자조적인 생각이 들었다.

한숨을 내쉰 나는 눈을 움직여 몸을 살폈다. 양다리와 목에 했던 깁스는 풀었지만 아직은 절대 안정을 요구하는 몸이다. 그나마 골절됐던 갈비뼈가 빨리 붙어줘서 다행이었다.

간신히 눈을 떴을 때 내 옆에 있던 건 내 기억 속에서는 이미 돌아가신 어머니 민정숙 여사였다. 지금이 2019년이 아니라 2014년이란 것도 그때 알았다.

어머니는 내가 교통사고를 당하고 여섯 달 만에 눈을 떴다고 말씀하셨다.

10톤 트럭이 내가 탄 차를 덮쳐서 트럭 밑에 깔렸었다고, 사지와 갈비뼈가 골절되고 폐에 복수가 차서 죽을 뻔한데다가, 식물인간 판정을 받아 연명치료를 받던 중이었다고, 눈을 뜬 게 기적이라며.

어머니의 말씀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었다. 죽었다가 다시 살아났는데 이게 기적이 아니면 뭐란 말인가. 하지만······

“그러면 뭐합니까?”

전 이제 무엇하나 혼자서 할 수 없는 병신인데요.

1년에 가까운 기간 동안 재활 치료를 받은 끝에 신체기능은 정상으로 돌아왔다는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무슨 이유에서인지 내 몸의 근육은 내가 아주 조금만 움직이려 해도 힘이 들어가지 않고 이완되어버렸다. 근손실이 커서 발생하는 일시적인 현상일 거라 진단했던 주치의가 2주 전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인한 원인불명의 현상 같다면서 재활 치료를 꾸준히 해보는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었다.

혼자서는 볼펜 하나 들 수 없고 화장실에 갈 수 없다.

사용인들의 도움을 받아 재활 치료를 받을 땐 희망이 있어서 견딜 수 있었다. 한데 지금은? 대체 언제 정상으로 되는 건지, 아니, 정상이 될 수는 있는 건지······.

정한그룹 넷째가 반병신이 됐다는 소문이라도 퍼졌는지 시도 때도 없이 병문안을 오며 귀찮게 하던 하이에나들조차 발길을 딱 끊었다. 무엇이라도 집어던지고 싶은데 그럴 힘조차 없다.

말이라도 할 수 있는 걸 다행으로 여겨야 하나.

죽음 끝에서 살아 돌아온 나는 눈을 뜬 채로 다시 죽어가고 있었다.

지이이잉 지이이이잉

요란스럽게 진동하는 핸드폰을 물끄러미 보았다. 저장되어있지 않은 번호였다. 덜덜 떨리는 손가락을 움직여 통화버튼을 눌렀다. 다행히도 아침에 간호사더러 귀에 이어폰을 꽂아달라 한 덕분에 전화는 받을 수 있었다.

- 여보세요? 실례지만 최송주 씨 핸드폰 맞습니까?

“그렇습니다만.”

- 말씀하신 건 알아보는 중인데 재밌는 게 나와서요.

“무슨 말씀이신지?

- 최송주 씨 추측대로 일반적인 교통사고가 아닌 것 같습니다. 최송주 씨가 몰던 포르쉐 차량 말이에요. 경기도에 있는 카센터로 정비 들어갔다가 사고 전날 출고됐다는 거 아십니까?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도통 모르겠다. 대체 내가 무슨 말을 했다는 건가. 난 지금 1년 6개월째 병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신세인데.

- 어쨌든 재밌는 점은 최송주 씨 차량을 담당한 엔지니어가 그날 바로 사직했답니다. 그리고 이틀 뒤 출국기록이 있어요.

”제 사고가 조작됐다는 겁니까?“

- 뭐 최송주 씨 말씀을 믿은 건 아니지만 이쯤 되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네요. 자세한 건 더 확실해지면 연락드리겠습니다.

”대체 내가 무슨 말을 했다는 겁니까?“

답답해서 목소리를 높여 봤지만 전화는 이미 끊어지고 난 뒤였고 통화기록에 남은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어도 전원이 꺼져있다는 안내음성만 나올 뿐이었다.

대체 저 사람은 누구고 내가 뭐를 말했다는······.

”아, 아악!“

갑자기 수천 마리 벌레가 머리를 갉아 먹는 것 같은 고통이 엄습했다.

”아아아아악!“

몸이 몇 번이고 발작하듯 튕겨 오르고 귓가에 위잉 하는 이명이 들리며 분주해진 소리가 파고 들었다. 머리가 깨질 것 같고 좀먹는 것 같아서 차라리 깨부숴 버리고 싶다.

”······씨! 진정하세요! 최송주 씨! 뭐해! 빨리 준비해!“

아, 대체 이게 무슨···. 조금이라도 다른 생각을 할라치면 미칠 듯한 고통이 나를 잠식해서 그저 소리를 지를 수밖에 없었다.

”크, 으아아악!“

[두 달 뒤, 교통사고가 날 겁니다. 트럭과 제가 탄 차가 부딪혀서 제가 식물인간 상태가 될 텐데, 그 사고의 배후를 조사해주시면 됩니다. 선수금은 그 계좌로 입금······]

[어머니, 제가 사고가 난 후 이 ···를 ···한테···]

[······ 싫습니다! 아뇨! 저는 절대로 ··· 수 없어요. 아버지!]

알 수 없는 기억들이 쏟아지며 삐이이 소리와 함께 의식이 희미해졌다. 마지막 장면은 최 회장이 내게 크리스털 잔을 던져 이마가 깨지는 기억이었는데, 이마에 박힌 따끔따끔한 느낌과 흘러내리는 피가 마치 현실처럼 생생하게 느껴졌다. 머리가 아파 죽을 것 같은 고통을 느끼면서도 어쩐지 피가 식는 느낌이 들었다.

[키워준 은혜도 모르는 쓸모없는 놈!]

이 사고조차 당신이 지시한 거란 생각이 들어설까?

차가운 눈빛이 뇌리를 파고들며 누워있던 나를 향해 최송경이 떠들던 말이 떠올랐다.

‘그러게 아버지가 버리지 못하는 패가 되지 그랬어?’

큰 욕심은 없었다. 적당하게 살다 적당하게 죽는 인생을 살고 싶었으니까.

그러나 버려지지 않아야지만 살아남을 수 있다면,

”200J 차지! 물러서! 슛!!!“

되어줄 생각이다. 아버지의 버리지 못하는 패, 그게 무엇이든.

요란한 소리와 함께 희미해지던 의식이 완전히 끊어졌다.


**


”뭐가 그렇게 불만인데? 1심 6년이면 괜찮게 나왔잖아? 표정이 왜 그래?“

”편취한 금액이 1000억대에 피해회복도 안 됐습니다. 이게 괜찮은 겁니까?“

”합의한 사람들도 몇 있었잖아. 그걸 고려해야지.“

자신을 어르고 달래려는 정 검사의 말에 권시준의 딱딱한 인상이 더욱 냉막해졌다. 무려1000억대 사기 사건의 주범이다. 마음 같아서는 평생 쳐넣고 싶은 걸 현실을 고려해 10년을 구형했더니 오늘 최종선고로 6년이 나왔다.

”참 좆같은 세상이네요.“

”이 새끼가 선배 앞에서 말하는 수준하고는······. 됐고, 시원한 국밥이나 한 그릇 해. 내가 사준다.“

”들어가 봐야 합니다. 선배님 세 그릇 드세요.“

”야, 야! 야, 권 프로!“

권시준은 뒤에서 자신을 부르는 정 검사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주차장으로 향했다.

2015년 5월 9일, 그러니까 오늘 오후에는 참고인 조사가 예정되어있다. 일주일 전 배당받은 사건의 참고인인데 줄곧 출국상태여서 소환하지 못하다가 어제 귀국했다는 연락과 함께 오늘 출석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참고인은 약속한 시간보다 10분 정도 늦게 도착했다. 조사관과 함께 들어온 참고인을 보며 권시준은 인사할 타이밍을 놓쳤다. 그런 그를 빤히 보던 참고인이 먼저 빙긋 웃으며 악수를 청했다.

”안녕하십니까? 최송주입니다.“

뒤늦게 최송주가 내민 손을 잡으려던 권시준은 최송주의 덜덜 떨리는 손끝을 못 본 척하고 인사했다.

”서울남부지방검찰청 금융조사1부 권시준 검사입니다.“

휠체어를 타고 온 최송주는 어딘지 모르게 나른한 느낌의 남자였다. 몸에 적당하게 피트된 짙은 그레이색 수트와 손목의 시계, 자켓 밖으로 살짝 나온 커프스의 단추까지 화려하면서도 고급스러워 한눈에 봐도 돈 좀 있는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한그룹 넷째 아들이랬나.’

휠체어에 앉아있지만 일어서면 꽤 장신일 듯하다. 얼굴선은 갸름하면서도 선이 날카로운 편이었고 쌍꺼풀 없이 살짝 길게 찢어진 눈매나 날렵한 콧날이 단정하게 자리 잡고 있다. 그러니까 전체적으로···

‘여우 같은 느낌.’

”사막여우면 좋겠네요.“

마치 속내를 읽힌 것만 같아서 권시준이 움찔하자 최송주가 나지막하게 웃으며 말했다.

”저더러 여우를 닮았다고 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는데 권 검사님도 그렇게 생각하시나 해서······. 이왕이면 사막여우가 귀여우니까요.“

”아, 예.“

‘뭐지? 이 미친놈은.’

최송주의 웃음이 더욱 짙어졌다. 권시준은 시작도 안 한 참고인 조사가 벌써부터 머리 아픈 느낌이 들었다.


**


권시준의 머리 위에 둥둥 떠오르는 글자를 보니 재밌었다. 겉과 속이 같은 사람을 보는 건 언제나 즐거운 일이니까.

삼 개월 전 병원에서 이상한 통화를 받고 심정지가 왔을 때 이번엔 정말 죽은 줄로만 알았다. 눈을 뜨니 사람들의 머리 위에 글자가 둥둥 떠 있고 온몸이 사시나무 떨리듯 떨리며 머리가 깨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내가 죽지 않았다는 것, 사람들의 머리 위에 둥둥 떠다니는 글자가 그 사람의 속마음이란 걸 깨달았다. 속마음이 보인다는 생각을 하는 자체가 미친 것 같았지만 죽다가 살아났는데 조금 더 미치면 어떠냐는 생각이 들어서 순순히 받아들일 수 있었다. 체념한 것 같기도 하다.

문제는 그 글자들을 눈에 담는 순간 미칠 듯한 고통이 반대급부로 찾아온다는 점이었는데, 어찌나 고통스러운지 속마음 따위 몰라도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대로는 복수고 뭐고 생존 자체가 힘들 테니까.

이틀을 꼬박 앓고 나서 글자를 보지만 않으면 고통스럽지 않다는 걸 알게 됐다. 눈에 들어와야만 고통이 찾아왔고, 보지 않으면 괜찮았다. 며칠 동안 안대로 눈을 가리며 살다가 이대론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서 어머니를 불렀다. 그대로라면 생활이 불가능해서 고통을 피할 방법을 찾아야 했다.

결과적으로 찾긴 했지만······.

삼 개월 간 별짓을 다 해보고 ‘조절’하는 법을 연습한 끝에 지금은 마치 스위치를 온오프하는 것처럼 보고 싶을 때만 속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됐다.

고통을 지불해야 한다는 건 변함이 없지만, 고통이 찾아오는 시기를 최대 12시간까지 유예할 수도 있게 됐다. 나중에 지불하게 되면 바로 찾아오는 고통보다 엄청난 고통이 쏟아졌지만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내게 중요한 건 이 특별한 능력을 내 복수에 써먹을 수 있느냐, 없느냐니까.


여러 가지 실험을 거듭한 끝에 내 능력은 점점 안정을 찾아갔다.

1. 내가 눈으로 볼 수 있는, 시야에 존재하는 사람의 마음만 읽을 수 있다.

2. 외국어는 그 나라 언어로 적혀서 모르는 언어의 속마음은 봐도 해독이 불가능했다.

3. 12시간 이상 고통을 지불하지 않으면 미룬 시간만큼 의식이 없어진다.

4.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땐 ‘조절’이 불가능하다.

조절이 안 되는 건 치명적이었기에 체력관리를 철저히 해야만 했다. 손가락 하나 움직일 힘도 없던 몸이었건만 속마음이 보이게 된 후로는 이상하게도 어느 정도 근력이 돌아와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아직도 몸이 떨리는 건 여전하고 달리기 같은 운동을 하는 건 불가능하지만 한두 시간 정도는 걸을 수도 있고, 일상생활을 하는데는 무리가 없다. 그래도 혹시 몸에 부담이 될까봐서 휠체어를 주로 이용했는데 정한그룹 넷째가 반병신이 됐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다.

내가 정말 최 회장의 본가에서 열리는 제사에 휠체어를 끌고 참석하자 모든 가족 심지어 사용인들까지 내 모습을 비웃었다.

그들의 악의로 가득 찬 속마음을 예상하지 못했던 건 아니지만 최 회장의 제대로 죽지도 못하는 놈, 이라는 속마음을 봤을 땐 그저 웃음이 나왔다.

아, 나를 죽인 게 정말 당신이었구나 싶어서...

내가 당신한테 뭘 그렇게 잘못했을까?

”최송주 씨?“

당신이 일군 것들을 부수면 알려주려나?

뭐, 그 정돈 되어야 복수라고 할 수 있겠지.

”네. 말씀하시죠.“

나를 보는 권시준을 보며 빙긋 웃었다. 내 복수는 이 사람으로부터 시작될 거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대리님은 재벌아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 최송주 3 19.10.22 115 5 13쪽
2 최송주 2 19.10.20 197 4 16쪽
1 최송주 1 19.10.20 246 4 12쪽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묘모' 작가를 후원합니다!

  • 보유 골드: 0 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