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용언 마법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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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노루
작품등록일 :
2019.10.20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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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26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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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충성맹세

DUMMY

기사의 예를 갖춘 다이커스의 충성맹세.


사실은 안이 궁극적으로 바라던 전개였다.


원작에서 크로우가 아멜리에의 병을 고쳐주고 다이커스를 얻었던 것처럼, 안이 아멜리에의 저주를 풀어준다면 다이커스는 누구보다 든든한 안의 편이 되어줄 것이었다.


‘그렇게 생각하긴 했지만 이렇게 빨리 들을 줄은 몰랐는데, 정말 어지간히 괴로운가보군. 하긴 잠꼬대까지 할 정도니···’


안은 절박한 다이커스를 당장이라도 육지로 돌려보낼까 약한 마음이 들었지만, 응혈의 저주는 10년 이라는 유예기간을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원작에서 다이커스가 한쪽 팔을 잃은 것도, 부상을 입은 상태에서 동생을 보기 위해 급히 섬을 떠난 탓이었다.


‘당장이라도 달뿌리풀 한 뿌리만 먹으면 낫는데, 돌아가는 길에 캐면 되니까··· 그전에 몸을 회복해야지. 시킬 것도 있고.’


안은 다이커스의 왼쪽 쇄골에서 흐르는 피를 자신의 새끼손가락으로 닦았다.


기사의 예를 받아들인다는 뜻.


“알겠다 다이커스. 하지만 아직은 안 돼. 일어나라”


“···정말이십니까? 또다시 은혜를···감사합니다.”


울음을 참는 듯한 표정의 다이커스에게, 안은 음흉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하지만 다이커스에게는 그 미소가 한없이 인자하게만 느껴졌다.


안의 미소는 다이커스에게 유일한 희망이었으니까. 다이커스에게 안은 자신과 같은 아칸왕국 출신의 선지자였고, 강하고 박식한데다 자신을 공격한 이를 치료해 줄만큼 자애롭기까지 했으니까.


안은 그런 착각에 빠진 다이커스를 일으켜 세운 후, 첫마디를 떼었다.


“그래 다이커스. 근데 혹시 요리 잘해?”


“······요리, 말씀이십니까?”


생각지도 못한 질문에 다이커스의 눈이 커졌다. 24년간 어떤 급박한 전황 속에서도 침착하다는 소리를 들어왔건만, 요 며칠사이 당황하는 빈도가 늘어가는 다이커스였다.


그날부터 카일이 오기 전까지 일주일간.


다이커스는 레어의 각종 잡일을 도맡아 하게 되었다.


‘아칸왕국의 미래’, ‘검술의 천재’ 소리를 듣던 다이커스.


그런 그가 매일 근육질의 몸으로 지하부터 5층까지를 청소하고, 레어에 갖춰진 희귀한 향신료로 요리 연구에 매진했다.


안은 맵고 짜고 달콤한 트롤고기를 뜯으며 황홀한 듯 눈을 감았다.


‘다이커스의 여동생이 먹는 걸 좋아해서 다행이야. 맛있군, 카일이 구워주던 것과는 차원이 달라. 나중에 만나면 선물이라도 줘야겠어.’


20여 년간 인스턴트의 강렬한 맛에 길들여져 있던 안에게, 염지되지 않은 고기만 먹는 생활은 너무도 고통스러웠다.


3주 만에 다시 근사한 향신료를 입에 댄 안은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역시 음식은 조미료지’


다이커스는 어지간한 성인만큼이나 큰 대검을 휘두르던 팔로 빗자루질을 하고, 고기망치 대신 주먹으로 육질을 부드럽게 두드리며 지금 자신이 뭐하는 것인가 의문이 생길 때도 있었다.


그때마다 다이커스는 자신을 가볍게 때리며 자책했다.


‘내 목숨을 구해준 은인에게 불순한 생각을 품다니. 다 깊은 뜻이 있으시겠지. 믿고 따르자’


안의 흉악한 미소가, 다이커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온화하게만 느껴지는 나날이었다.



* * *



그렇게 다이커스를 부려먹은 지 일주일이 지났다.


용언의 각성과, 잠잘 때를 제외하곤 쉴 새 없이 켜둔 마나증폭 덕에 안은 어느새 완전한 6성의 영역에 도달해 있었다.


6성. 평범한 사람이 노력만으로는 결코 이룰 수 없는 재능의 영역이었다.


용언을 깨우친 시점에서 안은 제국의 어떤 인물들보다도 압도적인 재능을 지니게 되었는데, 그건 바로 집중력이었다.


집중력은 모든 분야에서 기본이 되는 그야말로 재능의 터전, 밑바탕이다. 그러나 인간은 아무리 뛰어나도 그것을 오래 지속할 수 없다.


평범한 사람은 길어야 한 시간 정도.


하지만 용언으로 시전한 마나증폭은 의식의 차원뿐만 아니라 무의식 상태에서도 지속되었고, 결과적으로 깨어있는 내내 극한의 집중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다.


애초부터 기본기라는 출발 자체가 다른 수준인 것이다.


‘마나가 증폭되는 속도가 전혀 떨어지지 않아. 잠잘 때도 용언으로 꿈꾸고 싶을 정도군.’


다이커스의 요리 실력도 일취월장해 있었다. 단 일주일동안 섬의 재료를 다루는 법을 완벽하게 파악한 것이었다.


안이 다이커스의 어깨너머로 조미료 사용법을 보긴 했지만, 고기의 힘줄 하나 남기지 않을 정도로 두드리는 완력과 성실함은 아무나 따라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떠나보내는 게 아쉬울 정도.


‘재능 있는 놈은 뭘 해도 잘한다니까’


요리 실력만 는 것은 아니었다. 다이커스도 미지의섬에서만 서식하는 변종트롤고기를 충분히 섭취하며 쉰 덕에, 근육과 세포 하나하나가 이전보다 한 단계 발전해 있었다.


평생 자신의 몸을 혹사시키기만 했던 다이커스에게, 난생 처음 가진 일주일간의 휴식이 큰 약이 되었던 것이다.


‘아직 써먹을 게 산더미 같은데, 오러도 돌아왔고 내일쯤에는 카일이 돌아오니 할 수 없군.’


안은 3층 서재에서 2층 주방에 있는 다이커스를 큰소리로 불렀다.


“다이커스! 이리 와봐.”


안은 앞치마도 벗지 않고 달려온 다이커스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오러를 흘려보내 온몸 구석구석을 스캔하자, 다이커스의 건강상태가 손에 잡힐 듯 선명하게 느껴졌다.


‘완벽하군. 지금 상태라면 변종 사이클롭스 몇 마리를 만나더라도 염려 없겠어.’


안은 다이커스의 앞치마를 벗겼다.


“너도 느끼겠지만 완전히, 아니 평소 이상으로 회복됐어. 이제 동생의 저주를 풀러 가자.”


“정말입니까? 그럼 지금까지 제 몸 상태를 생각해서···저는 그런 줄도 모르고······.”


안은 무릎을 꿇은 채 감격하는 다이커스를 일으켜 세웠다.


‘얘는 왜 또 뜬금없이 울어? 이제 한쪽 팔을 잃을 일도 없는데.’


원작에서 3년 후, 남은 한쪽팔만으로도 대검을 휘두르며 9성의 영역에 도달하는 다이커스였다.


‘양팔이 온전한 다이커스가 앞으로 얼마나 강해질지 상상도 안 가는군.’


안은 서재 한쪽에서 용언으로 수선한 갑옷을 꺼내왔다. 일주일동안 용언을 실험하며 알아낸 결과, 모르는 분야에 용언을 사용하려면 막대한 양의 오러가 필요했다.


예를 들어 용언으로 커다란 모닥불을 지피는 일은 쉬웠다.


‘불을 지핀다’ 고 하는 안이 이미 알고 있는 지식을 토대로 하기 때문이다. 이때는 1성 파이어볼트 정도의 오러만 사용되지만, 세상에는 안이 모르는 학문들이 훨씬 더 많았다.


안이 갑옷 수리에 대해 아는 바가 있을 리 없었기에, 간단한 수리였음에도 꼬박 한나절의 시간이 소요됐다. 안은 더 많은 분야의 지식을 쌓을 필요성을 느꼈다.


‘왜 드래곤의 오러통이 그렇게 말도 안 되는 줄 알겠군. 판금갑옷이었기에 망정이지, 오리하르콘 같은 희귀재질이었다면 카일이 돌아올 때 까지 불가능했겠어.


안은 말끔해진 판금갑옷을 다이커스에게 손수 입혔다.


순순히 팔을 들거나 뒤를 도는 다이커스에게, 안은 여동생 아멜리에의 저주를 푸는 방법을 일러주었다.


“잘 들어. 여동생의 저주는 달뿌리풀을 꾸준히 달여 마시면 나아.”


달빛이 드는 음지에 무리 지어 피는 하얗고 긴 풀.


항상 달을 따라다니듯 군락을 이뤄 달뿌리풀이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사람은 먹지 않는 쓰디 쓴 잡풀이었다. 게다가 독성이 강해 섭취하려면 가공이 필수적.


우선 하얀 껍질을 벗겨 잘 찐다. 그 후 응달에서 말리는데 삼일 밤낮동안 일정한 오러를 쏟아야한다. 만일 이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오러가 탁해지거나 느슨해지면 독성은 휘발되기는커녕 배가된다.


이런 까다로운 가공법에 비해 아무런 맛도 영양도 없는 잡풀. 그게 달뿌리풀이었다.


달뿌리풀은 이곳 아르테미 해역에도 있었다. 해안 가장 얕은 곳에 사는 마법소라게들의 먹이. 마법소라게는 아르테미 해역에 사는 개체 중 가장 약한 3성의 몬스터였다.


말끔해진 자신의 갑옷을 신기한 듯 만져보던 다이커스가, 다소 불안한 목소리로 되물었다.


“달뿌리풀···말씀이십니까? 정말 그걸로 저주가 풀릴까요?”


안은 갑옷 사이로 드러난 다이커스의 구릿빛 팔을 가볍게 내리쳤다.


“날 믿어. 누가 그딴 독이든 잡풀을 환자한테 먹일 생각을 하겠냐? 그러니까 해답을 모르면 절대로 못 풀어. 저주라는 건 그런 거야.”


다이커스는 안을 의심한 자신을 책망하듯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지금 자신이 입고 있는 판금갑옷조차 평소라면 절대로 믿을 수 없는 일이었으니까.


안을 만나기 전, 만일 누군가 7성기사를 쓰러트릴만한 마법사가 치유마법을 구사하고, 게다가 대장기술까지 갖췄다고 하면 자신조차 그 사람을 미친놈 취급했을 터였다.


다이커스는 수선된 갑옷을 손가락으로 누르며 강도를 가늠해보았다.


얼마간 마나를 실어도 쇠는 물러지지 않았다. 성 안 일류 대장장이의 실력에 비할 바는 아니었지만 제 기능을 하기엔 결코 모자람이 없었다.


‘이 분의 그릇만큼은 도저히 내 상식으로 가늠할 수 없겠어.’


다이커스는 한쪽 무릎을 꿇고 예를 취했다. 판금갑옷의 무릎보호대가 바닥에 소리 나게 부딪혔다.


“아칸 왕국의 기사 다이커스, 선지자님께 차마 갚기 어려운 은혜를 입었습니다. 여동생의 저주를 풀고 돌아오는 날 목숨을 다해 선지자님을 보필하겠습니다.”


안은 됐다는 듯 손을 저었다.


“내가 갈 테니까 오지 마. 레드드래곤이 곧 돌아올 거거든.”


레드드래곤이 온다는 말을 듣자 다이커스는 반사적으로 등에 맨 대검을 뽑아들었다. 검이 칼집을 스치는 소리만으로도 서재의 공기가 울리고 귀가 먹먹해졌다.


처음 안과 만났을 때와는 격이 다른, 대검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속도의 발검.


‘볼 때마다 느끼지만 저건 검이 아닌 공성병기야. 저 기둥 같은 검으로 셀 수 없는 화살과 마법, 검들을 막고 베어냈겠지’


그건 검이나 칼이라기 보단 두텁고 긴 철판에 가까웠다. 단면에 새겨진 각기 다른 수많은 상흔이, 다이커스가 얼마나 다양한 전투를 거쳤는지를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저도 모르게···죄송합니다. 레드드래곤은 특히 난폭하다고 들었는데 인간의 몸으로 감당키 힘든 운명이군요···.”


안은 소리 내어 웃었다. 다이커스의 표정이 너무 진지해 웃음이 멈추지 않았다.


“드래곤은 절대 선지자를 공격하지 않아. 네가 여기 있는 게 제일 위험하니까 빨리 가자.”


안은 다이커스를 해안까지 데려다주려 했다. 며칠 전부터 하늘의 조짐이 심상치 않았는데, 오늘 기어이 태양 두 개가 부딪힐 듯 겹쳐 있었다. 섬이 활동을 시작했다는 증거였다.


이 아르테미해역이 ‘미지의 섬’이라고 불리는 이유 중 하나. 섬이 하나의 유기생명체처럼 살아 움직이기 때문이었다.


한번 시작되면 섬이 활동을 끝낼 때까지, 드래곤을 제외한 어떤 존재도 이곳을 빠져나갈 수 없었다. 섬의 의지가 탈출을 허락하지 않는 것이다.


‘방법을 모르면 얼마를 걸어도 출발한 자리로 되돌아올 뿐이지. 마치 미궁에 갇힌 것처럼.’


하지만 그런 사실을 모르는 다이커스는 더 이상 은혜만 입을 수 없다며, 데려다준다는 걸 극구 반대했다.


“아닙니다. 더 이상 신세만 지는 건 도저히 제 자신이 허락할 수 없습니다.”


안은 아무것도 모른 채 고집을 부리는 다이커스에게 미소를 지었다.


“알았어 그럼. 혼자 가봐”


안은 몇 번 더 권하다가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운 일을 하나 더 만들어서 나쁠 건 없으니까.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한강노루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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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19. 선지자 메르헨 +2 19.11.06 137 4 12쪽
19 18화: 백년의 맹약 +4 19.11.05 147 6 13쪽
18 17. 자연감응 훈련 +4 19.11.04 163 7 12쪽
17 16. 용언의 비밀 +2 19.11.03 224 8 11쪽
16 15화. 폐관수련 (하) 19.11.02 200 7 12쪽
15 14. 폐관수련 (상) 19.11.01 203 9 12쪽
14 13화. 이별과 재회 19.10.31 229 6 12쪽
13 12화. 실프 19.10.30 214 7 11쪽
12 11화. 피닉스의 시험 (하) +4 19.10.29 273 8 12쪽
11 10화. 피닉스의 시험 (상) 19.10.28 255 8 13쪽
10 9화. 미지의 섬 19.10.27 290 8 12쪽
» 8화. 충성맹세 +2 19.10.26 293 10 12쪽
8 7화. 다이커스 +4 19.10.25 312 12 13쪽
7 6화. 용언의 각성 19.10.24 342 11 12쪽
6 5화. 첫 번째 전투 19.10.23 346 10 15쪽
5 4화. 베히모스의 힘 19.10.22 363 10 14쪽
4 3화. 듣기만 해도 강해진다. 19.10.21 448 10 13쪽
3 2화. 내가 선지자라고? 19.10.20 481 11 11쪽
2 1화. 카일과의 만남. 19.10.20 593 15 13쪽
1 프롤로그 +2 19.10.20 670 13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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