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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워킹데드(walking d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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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주기
은명인
작품등록일 :
2019.10.21 08:20
최근연재일 :
2019.12.04 08:00
연재수 :
19 회
조회수 :
2,202
추천수 :
67
글자수 :
101,970

작성
19.11.12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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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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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글자
12쪽

아포칼립스?(1)

DUMMY

빰빰 빰빰빰 빰빠빰빠 빰빠라 빰빠-♪


군대를 다녀온 대한민국 남자라면 누구에게나 익숙할 기상나팔 소리.

전역한 지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 가는데, 이놈의 기상나팔 소린. 여전히 사람 기분을 더럽게 만든다.

그래도 알람으론 이것만 한 게 없긴 하다.


“아아아함-”


석호는 어 저녁, 오랜만에 게임을 하다 느지감치 잠자리에 들었다. 그래서인지 눈꺼풀이 천근만근 무겁기만 하다.

석호는 그 무거운 눈꺼풀을 억지로 때며, 찌뿌드드한 몸을 비틀었다.


으드득- 으드득-


“에휴~”


근 오 년간, 운동이라고 숨쉬기 운동 말곤 한 게 없어서 그런지, 아주 살짝 몸을 비틀었는데도 불구하고 온몸의 뼈, 마디 마디에서 신음을 토해낸다.

그래도 오늘 아침은 다른 때 보단 훨씬 상쾌한 편이다.

바로 알람이 울리기 무섭게 날라오는 발차기가 없기 때문이다.

그 말은 즉.

오늘은 모닝빵을 하러, 굳이 밖에까지 나갈 필요가 없다는 거다.


석호는 기분 좋게 담배 한 대를 입에 물고 발코니로 향했다.


“후우~”


아-! 이 얼마 만에 맞는 평화로운 아침인지.


어제 석호의 딸 서율이와 함께, 정말 오랜만에 서울 친정집 나들이를 나선 석호의 아내.

그 덕분에 석호는 아주 오랜만에 손가락 운동도 좀 하고, 지금은 이 아파트로 이사 온 후. 처음으로 발코니에서 모니빵을 때리고 있다.


뒷간과 처가는 멀수록 좋다. 했는데, 누가 한 소린진 몰라도 석호에겐 이 말이 개소리로밖에 생각되지 않았다.

석호의 처가는 멀리 있어, 석호의 아내가 친정에서 자고 오는 일은 일 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일이다.

이번 친정 방문도 근 2년 만이었다.

물론, 명절 때나 처가 집 행사 때 석호가 따라가야 하는 건 빼고 말이다.


“후우~ 처갓집이 바로 옆집이면 참 좋을 텐데.......”


석호는 흰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이뤄지지 않을 소원을 괜히 한번 빌어본다.


뭐, 그렇다고 해서 석호가 아내를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니다.

단지, 남자는 가끔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할 때가 있다.

물론, 그 가끔 이 아주 많을수록 더 좋지만.


“그럼, 이제 슬슬 준비하고, 출근해 볼까.”


석호는 거의 다 타들어 간 담배를, 손에 들고 있던 휴지에 비벼끈 후. 잘 감싸서 변기에 넣고 물을 내렸다.

이로써 완전 범죄 성립.

그래도 혹시 몰라, 석호는 발코니를 걸레로 한번 훔친 후 집을 나왔다.


현재 시각 5시 21분.

다소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아파트 단지 내가 썰렁하다.


“새벽인데도 후덥지근하네”


올여름은 유난히도 덥다.

더욱이 습하긴 어찌나 습한지, 공기의 묵직함이 피부로 느껴질 정도다.


“에휴~ 오늘도 땀 좀 빼겠네.”


요즘 같은 날씨에 땡볕 아래서 작업을 한다는 건 그야말로 자살 행위. 그래서 이렇게 이른 시간에, 남들은 아직 꿈나랄 헤매고 있을 때 석호가 출근하는 거다. 해가 중천에 이르기 전에 작업을 다 맞추기 위해.


하아.....여유로운 삶을 살고자 직장을 때려치웠는데, 어찌 된 게 직장을 때려치운 후 삶이 더욱 빡세졌다.


아침 5시 기상.


5년 전 직장을 다닐 때도 이렇게 일찍 일어나진 않았다.

한데, 어떻게 된 게 오히려 사장이 된 이후, 기상 시간이 더욱 빨라졌다. 7시 넘어서까지 잠을 자본 게 언젠지 이젠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그리고, 사장이 된 이후론. 기상 시간 만큼 출근 시간도 빨라졌다.

특히, 한여름엔 그 출근 시간이 더 빨라진다.

자신이 사장이기에 딱히 정해진 출근 시간은 없으나, 해가 중천에 뜨기 전에 작업을 맞추려면 늦어도 6시까지는 출근을 해야 한다.


집에서 가게까지의 거리. 차로 대략 30 여분.

이른 새벽, 매일같이 출근하기엔 다소 먼 거리다.

한 3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석호는 가게 바로 옆에 집을 지어놓고 살았다. 하지만 아이 교육문제도 있고, 서울 출신의 전형적인 도시 여자인 그의 아내를 위해, 석호는 그냥 잠을 한 시간 더 포기했다.

비록 도심과는 차로 삼사십 분 거리지만, 석호의 가게가 위치한 곳은 가구 수가 채, 다섯 가구도 안 되는 완전 산골 촌구석, 그러다 보니 어린아이와 운전을 못 하는 젊은 주부가 살기엔 많이 답답한 곳이다.


그래도 사장이 된 이후 좋아진 점이 하나 있긴 하다.

바로 출근 후, 크게 눈치 볼 사람이 없다는 거.

직장 상사의 눈치를 볼 필요가 전혀 없기에, 가게에 도착한 석호는 제일 먼저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겼다. 그가 제일 좋아하는 화이트 골드로.


“스으읍. 하아~”


믹스 커피와 담배의 환상적인 조화. 크으~! 바로 이 맛 때문에 담배도 커피도 못 끊는다.

그 환상적인 맛에 석호의 눈이 절로 감기며 입가에 미소가 그려진다.

그렇게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긴 석호는 바로 앞치마를 두르고, 고무장갑을 꼈다.


왜?, 옷에 피가 묻으면 안 되니깐.


완전무장을 마친 석혼 미리 잘 갈아놓은 회칼을 챙겨 들고, 작업장으로 향했다.


저벅-. 저벅-. 저벅-.


발소리를 알아들은 걸까? 아님, 살기를 느낀 걸까?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소란스럽던 녀석들이 석호가 오는 걸 귀신같이 알고 숨을 죽인다.

석호의 눈에 띄지 않아야 하루라도 더 오래 살 수 있으니, 그렇게 그를 피해 구석으로 몸을 숨기는 것 같다.

하지만 그래 봐야 부처님 손바닥 안.


석혼 눈치가 빠른 녀석 중 살이 토실토실 오른 놈들만 골라, 작업에 들어갔다.


첫 살생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다.

칼끝이 살가죽을 뚫고 들어갈 때 느껴지는 그 기분 나쁜 감촉.

처음엔 석호도 온몸에 닭살이 돋을 정도로 소름이 돋았다.

그런데 그것도 잠깐.

몇 번 하다 보니 나중엔 묘한 희열을 느끼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도 한두 번.

수백 수천 번을 하다 보니 점점 무뎌졌다.


푸욱-. 칼 끝날이 아주 잘 살아서 그런지 한 번에 쑥 들어간다. 이렇게 한 번에 쑥 들어갔다, 나와야 고통을 느낄 새도 없이 죽는다.


“ㄲ....”


이렇게 목과 이어지는 가슴골 사이에 한 번에 정확하게 찔러 넣어야, 신음조차 제대로 내지 않고 단숨에 축 늘어진다.


초창기엔 꼭 엄한 곳을 찔러 중간에 뼈에 걸리거나, 꼭 두세 번씩 찔러 넣어야 죽었었다.

뭐 이래 죽이나 저래 죽이나 매한가지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고통 없이 단숨에 죽이지 않으면 놈들도 고생 잡는 사람도 고생이다.

고통이 길어지는 만큼 몸부림도 심해져. 사방으로 피가 튀는 건 물론, 근육들이 경직돼 고기의 육질 또한 질겨지기 때문이다.


“한 일곱 마리면 되겠지...”


한참 성수기이긴 하지만, 석호의 가게는 워낙 외진 곳에 있어 평일엔 다섯 마리 이상 팔기가 쉽지 않다. 무턱대고 많이 잡았다가 오늘 다 팔지 못하면 낭패다.

물론, 냉장고나 냉동고에 묵혀놨다 팔아도 되지만, 이런 시골 산촌에서의 장사는 신선도가 생명이다.

사람들이 도심 속 가까운 식당 말고 굳이, 이런 촌구석까지 찾아오는 이유는. 그날 잡은 신선한 토종닭을 먹기 위함이지. 냉동고에 오래 묵혀둔 냉동 닭을 먹으러 오는 것이 아니다.


물론, 냉동 닭과 그날 잡은 닭의 차이를 알 사람은 백에 하나다.

일주일 이상 묵히지 않는 이상. 맛의 차이는 거의 없다.

하지만 석호가 생각하는 음식 장사의 가장 기본은. 맛보다 신뢰.

바로, 믿고 먹을 수 있는 음식. 거짓 없는 음식. 이것이 그의 모토이기에 석호는 매일 그날 팔 정도의 닭만 잡는다.


한참 석호가 죽은 닭의 털을 뽑고, 내장을 걸러내고 있을 때. 등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일찍 왔네.”


깔끔한 단발에 손질하기 쉬운 파마머리를 한, 60대 초반의 여인.

바로 석호 가게의 수석 셰프 성미숙이다.


“어.”

“왔으면 말을 좀 하지.”

“더 자라고.”


더 푹 자라고 인기척을 안 냈다는 석호의 말에, 미숙의 인상이 살짝 구겨졌다.


“으이구! 퍽이나, 네가 내 생각해서 그랬겠다.”

‘에휴. 아침부터 왜 또 시비야?’


뭐 때문에 심사가 꼬였는지 닭을 잡고 있는 석호의 등 뒤로 미옥의 잔소리가 쏟아진다.


“어떻게 하나밖에 없는 자식이 지 애미한테 이리 무심한지! 미옥이 딸들은 매일같이 안부 전화에, 해마다 해외여행 보내주고, 매번 명품백 선물에...”

‘뭐야? 결국, 백 때문인 건가?’


근, 2주간 매일같이 백이 너무 낡았다느니 지금 들고 다니는 백이 너무 작다느니 계속해서 불만을 토로해왔던 미숙. 하지만 여유가 없어 석호는 그 말을 애써 못 들은 척 해왔었다.


“...아니, 그렇다고 내가 명품백을 사달라고 해, 해외여행을 보내 달라고 해. 그냥 말 한마디라도 좀 예쁘게 하라는 거 아니야! 엄마한테 좀 살갑게 굴며 어디가 덧나니!”

‘아......아직, 저번 달 카드값 빵꾸 난 것도 못 메꿨는데...... 얼마짜릴 해줘야 하지.....?’


지금 미숙의 잔소리 강도로 봐선 최소 백 하나는 안겨줘야 그 끝이 보일 것 같아 석호는 머릿속으로 계산기를 두드렸다.


“아휴! 이래서 아들놈 나 봐야 아무 소용없다니까! 딸이 있어야 엄마 맘을 좀 이해하지!”

‘울 마눌님이 장모님한테 하는 거 보면, 그것도 딱히 아닌 것 같은데......’


이대로 가다간 한도 끝도 없을 것 같단 생각에 가만히 듣고만 있던 석호가 입을 열었다.


“그래서 어떻게, 다 끝났어? 아님, 더 할 거야?”


무심하게 툭 내뱉은 석호의 말에 미숙의 얼굴이 붉어진다.


“야! 한석호! 너 정말...에휴! 말을 말자! 말을.”


그 말을 끝으로 미숙은 몸을 홱 돌렸다.


‘아니, 왜 저렇게 흥분을 해? 하여튼 마눌님도 그렇고, 엄마도 그렇고. 여자들 속은 도저히 이해를 못 하겠어.’


롤러코스터도 아니고, 하루에도 수십 번씩 오르락내리락하는 여자들의 기분에 석호는 고개를 내저었다.


#


잔털 하나 남기지 않고 꼼꼼하게 닭을 손질하다 보니, 겨우 일곱 마리 잡는데 3시간이 넘게 걸렸다.


“아이구, 허리야!”


세 시간이 넘게 허리를 굽히고 앉아있었던 석호는 지끈거리는 허리를 붙잡고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좌우로 뱅뱅 돌려가며 뭉친 근육들을 풀어줬다. 그렇게 잠시 가볍게 스트레칭을 한 후 손질한 닭을 챙겨 저온 창고로 향했다.


자고로 닭은 저온에서 최소 서너 시간은 숙성을 시켜줘야, 육질도 연해지고 풍미도 사는 법이다. 그래서 석호는 늘 이렇게 미리 아침에 닭을 잡아 저온 창고에서 숙성을 시킨다.


“아..... 어제 또 한 마리 남았네”


오늘 잡은 닭을 들고 저온 창고로 와보니 어제 다 팔지 못하고 남은 닭 한 마리가 눈에 들어온다.

에휴....아무리 저온이라도 냉동보관이 아닌 이상, 24시간이 지나면 닭은 부패가 진행되기 시작한다. 물론, 말이 부패지 사람이 먹을 수 없을 정도로 상한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24시간 이상이 지나면 맛이 조금씩 변질되기 시작한다. 물론, 그 맛을 구분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그래도 잡은 지 24시간 이상이 된 닭을 파는 건. 자신의 신념에 어긋나기에 석호는 어제 팔다 남은 닭 한 마리를 챙겨 저온 창고에서 나왔다.


만약, 이놈을 그냥 그대로 두면 오늘 저녁은 백 프로 닭볶음탕 아니면, 닭백숙이기에.


“뭐야? 닭은 왜 가지고 나와?”


젠장-!. 몰래 갖다 버리려고 했는데, 엄마하고 딱 마주쳤다. 근데, 어째 눈빛이‘잡았다 요놈’이다.


“어...그, 그게, 어제 팔고 남은 거야.”

“그래서?”


뭔가 꼬투리를 잡았을 때 나오는 전형적인 시비조의 말투. 아무래도 아침의 잔소리가 좀 부족했었나 보다.


“아니, 그, 그게...”

‘아, 뭐라고 그러지?’


버릴 거라고 그러면 온종일 들들 볶일게 분명 하고, 그렇다고 먹으려고 꺼내왔다고 할 수도 없고, 지금 석호의 머릿속은 아주 복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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