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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워킹데드(walking d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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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주기
은명인
작품등록일 :
2019.10.21 08:20
최근연재일 :
2019.12.04 08:00
연재수 :
19 회
조회수 :
2,210
추천수 :
67
글자수 :
101,970

작성
19.11.19 20:07
조회
68
추천
4
글자
11쪽

변화(3)

DUMMY

“저...다...다희야.”


어딘가 많이 불편한듯한 석호의 목소리.

기어들어 가는듯한 그 목소리에 다희는 혹시 석호의 부상이 더 심해진 건 아닐까 하는 걱정 때문에 가던 길을 멈췄다.


“예, 아저씨. 혹시, 어디 불편하세요?”

“그...그게 아니라 저...저기...너도 힘들 텐데 우리 좀 쉬었다 갈까?”


이동 중에도 많이 불편하고 어색했다. 하지만 막상 다희가 걸음을 멈추고 빤히 쳐다보니, 석호는 오히려 그게 더 부담스러웠다.

거동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부상에 어쩔 수 없이 다희의 도움을 받긴 했는데, 어째 그 도움이 너무 어색하고 불편하기만 하다.


지금 석호와 다희의 모습은 마치, 영화 보디가드의 한 명장면을 연상케 하고 있었다. 물론 남자와 여자의 역할이 뒤바뀐 상태로 말이다.


차라리 등에 업혔으면 좀 더 나았으련만, 다희의 등은 이미 커다란 배낭이 먼저 선점을 하고 있어, 석호는 공주님 자세로 다희에게 안겨야만 했다.


처음에는 단순히 쪽팔림 때문에 불편했었다. 하지만 쪽팔림은 충분히 감당해 낼 수 있었다. 괴물들이 날뛰는 세상에서 한시라도 빨리 서율이에게 가기 위한 건데 쪽 좀 팔리는 게 뭐 대수랴.

그래서 내일모레면 나이가 마흔임에도 불구하고, 덩치도 더 작고 키도 더 작은 여자의 품에 안기는 수모도 감내할 수 있었다. 그것도 교복 입은 여자의 품에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다희의 흉부가 겉보기완 달리 많이 발달해 있다는 거였다. 그것도 아주 많이.


“에이, 제 걱정은 하지 마세요. 전 하나도 안 힘들어요.”


너무도 해맑은 모습으로 자신은 걱정 말라는 다희. 그런 다희의 모습에 석호는 이젠 불편함을 넘어 죄책감까지 들었다. 그렇다고 해서 석호가 다희를 성적인 대상으로 보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그래서 지금 이 상황이 석호는 너무 불편했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위아래로 흔들리며 시선을 어지럽히는 다희의 가슴.

애써 눈을 감고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려 보지만, 자꾸 몸에 부딪혀 오는 그 뭉클한 감촉만은 어떻게 할 수가 없다.

아무리 의식을 하지 않으려고 해도 한 번 신경을 쓰고 나니, 모든 신경이 그쪽으로 향한다.


“아...아니, 솔직히 내가 좀 힘들어서 그래. 우리 잠시 쉬었다 가자.”


힘들다는 석호의 말은 거짓말이 아니었다.

지금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지만, 정말 혹시나, 아주 혹시나 하는 마음에 석호는 한시라도 빨리 다희의 품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남자의 그곳은 의지만으로 컨트롤이 되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그럼, 아예 자고 갈만한 곳을 찾아볼까요? 어차피 조금 있으면 어두워질 것 같은데 아무래도 안전한 곳으로 피해서 쉬는 게 났겠죠?”


아니! 지금 당장 내려줘! 라고 말하고 싶은 맘은 굴뚝 같았으나, 지금은 다희의 말이 백번 옳았다.


엄한 곳에 모든 신경이 쏠려 해가 지기 시작한 걸 전혀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해가 저물기 시작한 마당에, 불편함을 좀 풀고자 사방이 탁 트인 대로변에서 시간을 허비하는 건 리스크가 너무 컸다.


“그...그래, 그러자.”


석호는 하는 수없이 다희의 말에 수긍했다.


“아저씨, 그럼 조금만 빨리 움직일게요.”


그 말을 끝으로 다희는 석호가 답을 하기도 전에 석호를 안은 채 달리기 시작했다.

다희는 최대한 반동을 줄이기 위해 석호를 바짝 끌어안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반동이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았다. 다희가 한발 한발 내디딜 때마다 석호의 몸이 조금씩 흔들렸고, 몸이 흔들릴 때마다 석호의 전신 근육은 비명을 질러댔다.

그러나 정작 통증은 석호에겐 문제가 되지 않았다.

지금 석호에게 가장 큰 문제는.....


‘아.....이건 뭐 에어백도 아니고.’


다희의 흉부 압박이었다.

그렇게 석호는 다희가 안전한 곳을 찾을 때까지, 그 어느 때보다 더 힘들고 외로운 싸움을 벌여야만 했다.


#


후우. 정말 지독한 싸움이었다.

수십 마리의 괴물들이 달려들었을 때도 그리고, 거동이 불편한 몸으로 오우거와 맞붙었을 때도 이처럼 힘들진 않았던 것 같다.


다희는 부상이 심한 석호를 위해, 보다 편하고 안전한 잠자리를 찾았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다희의 품에 안겨있는 시간은 늘어 날수밖에 없었고, 그 시간이 늘어날수록 석호는 죽을 맛이었다. 하지만 석호는 그 외롭고 힘든 싸움에서 결국 승리했다.

다희가 부서지지 않은 무인텔을 발견하고, 혹시 모를 위험에 무인텔 안을 전부 둘러 보고, 제일 아늑하고 깨끗한 방을 찾아 자신을 침대 위에 눕힐 때까지 석호는 다희의 그 풍만한 품 안에서 단 일 센치의 신체 변화 없이 버텨냈다.


발육이 남다른 흉부를 이용한 다희의 압박 공격도 훌륭했다. 하지만 석호의 정신력이 조금 더 강했다. 물론 부상의 도움이 컸지만 말이다.


얼마나 신경을 곤두세웠던지 다희의 품속에선 통증도 못 느꼈다. 그런데 이상하게 다희의 품에 벗어난 지금도 통증이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석호는 별로 통증이 느껴지지 않자, 혹시 신경을 다친 건 아닌가 하는 불안감에 침대에서 조심스레 몸을 일으켰다.


“으...윽”


견디기 힘들 정도는 아니지만, 몸을 움직이니 다시 통증이 밀려온다.

휴우. 다행히 신경 손상은 없는 것 같다.

석호는 다시 밀려오는 통증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석호는 몸 이곳저곳을 움직여가며 몸 전체를 하나하나 체크 했다.


“으...음”


손이며 발이며 몸을 움직일 때마다 조금씩 밀려오는 통증에 움직임이 다소 불편하긴 하나 다행히도 마비가 온 곳은 없는 것 같다. 그런데 어째 이상하다.

불과 두 시간 전만 하더라도 몸을 움직이기는커녕 숨만 쉬어도 참기 힘들 정도로 통증이 심했다. 그런데 지금은 다소 불편하긴 해도 참기 힘들 정도는 아니다.


‘설마.....자연 회복력 같은 능력이 생긴 건가?’


하아. 순간 석호의 입에서 헛웃음이 나온다. 아무래도 다희와 너무 오래 붙어 다녔나 보다. 생각하는 게 어째 점점 다희를 닮아간다.


“그건 그렇고 다희 얘는 어디까지 간 거야? 왜 이렇게 안 와?”


혹시...또 괴물들을 만난 건가? 어느새 해가 다 떨어져 가는데도 불구하고 마실 물을 좀 구해 보겠다고 나간 다희가 아직 돌아오지 않고 있다.

물론, 다희의 괴력을 생각하면 오히려 괴물들을 걱정해야겠지만, 문제는 곧 있으면 해가 완전히 떨어질 거라는 거다.

아무리 다희가 강하다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앞이 보일 때 이야기다.


석호는 걱정스러운 마음에 조심스레 몸을 일으켰다. 비록 해가 완전히 떨어지진 않았지만, 방안이 꽤 어둡다. 석호는 바지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내 불을 켰다.

그렇게 석호는 라이터 불을 등불 삼아 천천히 방 밖으로 나왔다.


유리창 하나 없이 사방이 막혀있는 무인텔의 복도는, 석호가 있던 방안보다 더 어두웠다. 간혹 석호의 몸이 크게 흔들려 라이터의 불이 꺼질 때면, 무인텔의 복도는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암흑으로 변했다.

너무나도 순식간에 변해버린 세상.

그 변해버린 세상에서 정말 적응하기 힘든 건 사람을 잡아먹는 괴물도 그리고, 갑자기 생긴 이능력도 아닌 바로 어둠이었다.

전기가 사라지면서 해가 지고 나면, 단 한 줄기의 빛도 없는 세상이 돼 버렸다.

그나마 이런 건물 안에서는 촛불이든 라이터 불이든 불이라도 피울 수 있다. 하지만 괴물들이 득실 데는 바깥에선 담뱃불조차 피울 수가 없다.


석호는 그 교훈을 지난 오 일간의 여정에서 뼈저리게 느꼈다.

첫째 날 이동 중 너무 어두워 횃불을 만들었다가 한번.

둘째 날 야영 중 물을 끓이려고 불을 지폈다가 한번.

셋째 날 잠이 안 와 밖에 나와 담배를 피우다 한번.

그렇게 세 번의 위기를 겪고 난 후 석호와 다희는 깨달았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선 아주 조그마한 불빛이라도, 바로 괴물들의 표적이 되기에 십상이란 걸.

1층 로비로 내려온 석호는 바로 라이터의 불을 껐다. 라이터의 불이 꺼지자 순간 눈앞이 깜깜해진다.

눈을 어느 정도 어둠에 적응시킨 석호는 조심스레 로비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역시, 오늘도 별 하나가 안 보이네.”


문밖으로 나온 석호는 어두운 밤하늘을 보며 중얼거렸다. 어찌 된 일인지 세상이 변한 뒤론 밤하늘에 별이 보이질 않는다.

딱히 비가 내리는 것도 아닌데, 매일같이 먹구름이 가득해 별은커녕 달도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별빛 하나 없다 보니, 사방이 어두워 아무것도 보이질 않는다.

석호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밤하늘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마음은 급한데 발길은 더디기만 하다.

지금도 어디선가 울며 떨고 있을 사랑하는 아내 민정과 딸 서율이를 생각하면 가슴이 찢어질 듯 메어 온다.

마음 같아선 당장이라도 달려가고 싶다. 하지만 후들거리는 다리와 칠흑 같은 어둠. 그리고, 끊임없이 나타나는 식인 괴물들 때문에 그럴 수가 없다.

이 답답한 현실에 지금 석호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후우. 그저 한숨을 내쉬는 것 말고는.

그렇게 석호가 씁쓸한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고 있을 때, 저 멀리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저벅, 저벅. 저벅, 저벅. 그런데 어째 발소리가 한 명이 아니다.

석호는 발소리가 나는 쪽으로 귀를 기울였다.


“야, 뱀눈. 확실해? 저쪽에 뭐가 있긴 있는 거야?”

“에이, 성태 형님. 아시잖습니까? 저 천리안인 거. 좀 어두워서 잘 안 보이긴 하지만, 확실합니다. 저쪽 앞에 분명히 큰 건물이 하나 있습니다.”

“새끼, 잘난 척은. 시끄럽고 빨리 가기나 해. 아주 거시기가 불끈불끈해서 미치겠다.”

“크크크. 저도요 형님. 이게 무슨 횡잰지. 아주 저년 얼굴만 상상만 해도 쌀 것 같습니다.”

“이 어린놈의 시키가! 어디서 형님들 노는 데 숟가락을 얹으려고 그래!”

“에이, 성태 형님. 제가 어찌 형님들 식사하시는데 언감생심 낄 생각을 하겠습니까. 형님들 식사 다 마치시고 나면, 그때 제가 깔끔하게 설거지만 하겠습니다.”

“크하하하, 이런 미친 새끼, 말하는 거 보소. 그래 좋다! 내 설거지는 너한테 맡기마. 크하하하”


너무 어두워 정확하게 상황 파악이 되진 않지만, 들려오는 대화 내용이 꽤 지저분하다. 그리고 확실한 건 그 지저분한 대화가 점점 가깝게 들린다는 거다.

아무래도 뱀눈이란 사내가 말한 큰 건물이 이곳인 것 같다.


오 일만에 처음으로 듣는 다희가 아닌 다른 사람의 목소리. 하지만 석호는 반가움보단 두려움이 앞섰다.

지저분한 대화 내용도 내용이지만, 지금 석호는 부상으로 인해 거동이 많이 불편한 상태다. 더욱이 상대가 몇 명인지도 모르고, 어떤 사람들인지도 모르는데 마냥 반가울 수만은 없었다.

일단 석호는 다시 무인텔 로비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선 출입문을 잠그고, 몸을 한쪽으로 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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