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원최강해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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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로
작품등록일 :
2019.10.21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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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2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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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21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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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결사 강건호

DUMMY

사린드 왕국 공주궁.


사린드 왕국은 오늘 축제의 날이었다. 하나뿐인 공주가 늦은 나이에 부마를 맞이하여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 날이었기 때문이었다.


하루종일 화려한 결혼식과 피로연으로 시끌벅적하던 왕궁의 불이 하나둘씩 꺼지고 첫날밤을 맞이하는 공주의 처소에도 불이 꺼졌다.


그리고 얼마 후,


“으아아아악”


셔츠가 풀린 채 혼비백산이 된 새신랑이 문을 박차며 처소 밖으로 뛰쳐나왔다. 작은 키, 단단한 체구, 볼품없는 얼굴. 무슨 재주로 부마가 되었는지 쉽게 알기 어려운 남자가 비명을 지르며 무작정 달리고 있었다.


“자기야, 기다려!”


“꺼져, 미친년아!”


“자기야!”


공주가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새신랑의 뒤를 따랐다. 늘씬한 키, 뽀얀 피부, 오목조목한 이목구비. 한눈에 보아도 미인임을 알 수 있는 공주가 정 반대의 모습을 한 새신랑을 애타게 부르고 있었다.


“이 결혼은 무효야. 무효!!”


“자기야, 그러면 아빠한테 죽어!”


“시끄러워. 또라이야! 그 채찍이나 내려놓으란 말이야!!”


새신랑의 절규가 공주궁을 가득 메웠다.


**


3개월 전,


페인트 칠이 군데군데 벗겨진 초라한 사무실.


건호가 낡은 쇼파에 누워 잠을 자고 있었다. 건호의 숨소리만 가득하던 사무실 문이 열리고 지만이 다급히 뛰어들어와 쇼파에서 잠을 자고 있던 건호를 흔들어 깨웠다.


“형, 일어나봐.”


건호가 실눈을 떠 보더니 다시 눈을 감았다.


“형, 형! 지금 자고 있을 때가 아니야.”


지만의 계속되는 재촉에도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하던 건호가 고개만 돌린 채 신음성 같은 말을 꺼냈다.


“나 어제 밤새 잠복했어. 좀 사려주라.”


“미안해, 형. 하지만 완전 긴급이야!”


“무슨 일인데?”


“그놈이 나타났어.”


건호의 눈이 번쩍 떠졌다.


“누구? 김 여사 돈 떼어먹고 도망간 제비 새끼? 아니면, 술집 여자랑 정분나서 있는 재산 탈탈 털어 들고 튄 강씨? 제발 제비 새끼라고 말해줘.”


“아니, 그런 놈들 말고. 그 새끼!”


“그러니까 그 새끼 누.... 진짜 그 새끼?”


지만이 고개를 끄덕이자 건호의 몸이 스프링처럼 튀어 올랐다. 무려 10년! 10년을 기다려 왔다. 한때는 포기할까 생각도 해 보았지만 그놈을 잡지 않고서는 자신의 미래를 그려볼 자신이 없어 10년을 버텨왔다.


“어디야? 아니아니, 확실히 그 새끼 맞아?”


“맞아. 내가 몇 번을 확인했어.”


“어디야? 아니, 같이 가자. 운전 좀 해라.”


건호의 손에 이미 외투가 쥐어져 있었다. 지만이 책상 위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던 차 키를 집어 들었다.


**


지만이 운전하는 봉고차가 강남의 작은 골목길을 달리고 있었다.


“여기가 맞아?”


네비게이션이 가리키는 곳은 사무실에서 불과 500m도 떨어져 있지 않은 곳이었다.


“어.. 저기 잡혀 있잖아.”


지만이 네비게이션을 손을 가리키며 건호의 흥분을 가라앉혔다.


“근데 이 새끼는 어떻게 찾은 거냐?”


“며칠 전에 비 많이 온 날, 양재천에서 완전히 부패한 변사체 하나가 발견되었었는데 말이야. 부패가 너무 심해서 지문으로 신분 확인이 안 되니까 경찰이 사체를 국과수로 넘긴 일이 있었어.”


“그래서?”


“내가 국과수 데이터에 뭐 좀 심어 놓은 거 알지?”


“알지. 내가 시킨 건데..”


건호가 멋쩍은 표정을 짓자 지만이 웃었다.


“어제 국과수에서 DNA 감정으로 변사체의 신분을 확인했는데 칠팔년 전에 회사를 날려먹고 빵에서 몇 년 살다가 나온 노숙자였어. 근데 말이야, 언제 죽었는지도 모를 놈 명의의 신용카드가 며칠 전부터 사용되지 뭐야. 이거 봐봐, 억수로 비싼 호텔에서 숙박비가 결제되었어.”


지만이 히쭉 웃으며 휴대폰을 보여주었다.


한 남자가 호텔에서 체크 아웃을 하는 장면이 찍혀 있었다. 사진이 찍힌 각도나 화질로 보아 CCTV 장면을 캡처한 듯 싶었다.


“우리나라에서 젤로 비싼 호텔이야. 형도 잘 알지?”


건호의 고개가 무겁게 끄덕여졌다.


가짜 변호사 노릇까지 하며 그놈의 이름을 알아 내는데 6년이 걸렸다. 곧 잡을 거라 생각했지만 어느 날, 먼지처럼 사라졌던 놈이었다. 다른 이의 신분을 이용해 잠적을 했을 것이라는 짐작을 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확신하고 있었다. 하지만 꼬리가 잡히지 않았다. 마치..


“우리가 그놈을 못 찾았던 이유가 따로 있었더라고.”


운전을 하던 지만이 안주머니에서 서류 한 장이 꺼냈다. 건호가 이를 받아 들고 꼼꼼히 살피더니 눈을 반짝였다.


“출입국 기록이구나.”


“오늘 아침에 해킹한 따끈따끈한 기록인데 말이야.”


지만은 뭐가 그렇게 좋은지 키득거리며 핸들을 크게 틀었다.


“사 년 전부터 해외를 떠돌고 있었네.”


“맞아. 근데.. 형의 추격을 피하기 위해 해외를 떠돈 건 아닌 것 같아.”


“그럼?”


“아직 거기까지 조사가 된 것이 아니라서 정확히 말을 할 순 없는데 분명 다른 목적이 있어서 해외에 나간 것은 분명해.”


“목적? 무슨 목적?”


“그거야 그놈을 잡아 보면 알겠지.”


4차선 도로로 이어지는 골목길 끝자락에 차가 세워졌다.


“저기에서 이십 분 전에 그놈의 신용카드로 커피 두 잔이 결제되었어. 서두르면 잡을 수 있을 거야. 자! 내리자고!”


지만이 손가락으로 도로 건너편에 있는 프랜차이즈 커피숍을 가리키며 운전석 문을 열고 내리려고 하자 건호가 지만의 팔을 잡았다.


“넌 여기 있어.”


“형!”


“저놈은 연쇄살인마야. 알지? 저놈이 몇 명을 죽였는지?”


“알지, 알지만 형 혼자 갔다가 놓치기라도 하면?”


“놓치지 않아. 내가 목숨을 걸고서라도 오늘 저놈과 끝장을 볼 거야.”


“형!”


“시간 없어. 내 핸드폰으로 저놈 사진이나 보내.”


건호가 보조석 문을 열고 나가며 다시 한번 당부를 하였다.


“나오지 마, 너는 센터야. 센터가 움직이면 모든 게 흔들려! 알지?”


“... 알았어. 하지만 조심해. 놓쳐도 다시 잡으면 되는 거야. 알았지? 형?”


“자식! 그런 일 없다니까?”


건호가 검은색 야구 모자를 깊게 눌러 쓰고 횡단보도 앞에 섰다. 슬쩍 고개를 들어 커피숍을 살펴보았다. 대로변에 있는 커피숍이라 길 건너에서도 내부가 어렴풋이 보였다.


아직 이른 아침이라 손님이 앉아 있는 테이블은 하나뿐이었다. 등을 지고 앉은 남자와 그 맞은편에 앉은 젊은 여자! 등을 진 남자가 뭔가 이야기를 하는지 여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고 있었다.


젊은 여자의 시선이 잠시 건호 쪽으로 향하자 건호가 고개를 숙여 모자로 얼굴을 가렸다. 일 초가 1년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출근 시간이 지났기에 도로는 한적했다. 신호를 무시하고 횡단보도를 건너볼까 생각도 했지만 그런 행동이 오히려 상대의 관심을 끌 수도 있다는 걸 잘 알고 있기에 양손에 힘을 주며 극도로 인내심을 발휘했다.


그때, 한 소년이 가방을 맨채 건호를 지나쳐 횡단보도로 뛰어들었다. 지각을 한 것인지 옆도 돌아보지 않고 달려나갔다. 건호가 본능적으로 소년의 가방을 낚아채려 하였지만 빈 허공만 쥐었다.


빠앙...


사거리 저쪽에서 봉고차 한 대가 사거리로 진입하며 크락션을 울렸다. 소년이 크락션 소리에 얼어붙어 그 자리에 멈춰서 버렸다.


‘크락션을 울리지 말고 브레이크를 더 힘주어 밟으란 말이다!’


어쩌면 크락션을 울리지 않았다면 소년의 무단횡단은 성공했을지도 모른다. 오히려 저 소리가 소년의 이목을 끄는 바람에 소년의 걸음을 굳게 만들었다.


순간적으로 건호의 오른발이 횡단보도 쪽으로 내딛어졌다가 그 자리에 멈춰졌다.


‘젠장 10년 동안 이 순간만 기다려 왔는데..’


찰나의 망설임이 있었지만 이내 건호의 다리에 힘이 들어갔다. 오직 멍하게 서 있는 소년만 바라보며 달려들었다.


가까스로 소년을 밀쳐 내는데 성공했지만 그 덕분에 무게중심을 잃고 휘청거려야 했다. 왼쪽에서 달려드는 봉고차의 기운이 느껴졌다. 봉고차와의 충돌을 피할 수 없다고 생각한 건호는 고개를 들어 커피숍을 바라보았다.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그 여자와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마치 이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는 것처럼 웃고 있었다.


‘빌어먹을!’


퍼억...


건호의 의식이 그대로 끊어졌다.


**


“이곳이 삼도천인가?”


어느 드라마에서 본 기억이 있었다. 왕복 2차선 다리가 끝도 보이지 않게 길게 늘어져 있었다. 다리 초입에는 다리를 건너기 위해 줄을 서 있는 영혼들이 가득하였다.


“와.. 가지각색이네. 인간, 돼지, 소, 말, 저건 뭐야?”


날벌레들까지 하늘을 낮게 날며 삼도천을 넘어가려 하고 있었다. 저 삼도천을 넘게 되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걸까? 드라마에서 본 것처럼 기억을 잃게 되는 것일까?


생각이 거기에 미치자 문득 죽음에 직면했던 그때가 떠올랐다. 그 여자가 웃고 있었다. 그 웃음을 보는 순간 모든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범인은 그녀였다. 그 사실을 어떻게 알았냐고 묻는다면 납득 가능한 설명을 할 순 없다. 하지만 그녀는 범인이었다. 건호에게 범인이 누구냐는 것은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오히려 그녀와 눈을 마주친 순간 들었던 확신 하나가 건호를 절망케 하였다.


건호의 머릿속에서 그녀를 상대로 복수에 성공할 수 없다는 확신이 생겨버렸다. 이유도 없었고 근거도 없었지만 마치 수천번, 수만번 복수에 도전하였음에도 번번이 실패한 것 같은 그런 답답함이 가슴을 짓눌렀다.


[나는 뭘 위해 10년을 버린 것인가?]


건호가 자신의 삶을 허탈하게 돌아보고 있을 때, 뒤에서 건호에게 말을 거는 이가 있었다.


“생각이 많은 모양이군.”


건호가 뒤를 돌아보니 60살은 족히 되어 보이는 노인이 멋진 양복을 차려입고 서 있었다. 다른 영혼들이 푸르죽죽한 혈색을 가지고 있는 반면 저 노인의 피부에는 윤기가 좔좔 흐르고 있었다.


“누구 십니까?”


“자네와 이야기를 나누려고 왔네.”


“저요?”


건호가 손가락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리키자 노인이 웃었다.


“그래, 자네! 강건호 군 말일세.”


“30살 넘은 지가 꽤 됐는데 ‘군’ 소리를 들으니 기분이 새롭네요.”


건호가 웃으며 줄에서 이탈하자 노인이 뒤를 돌아 한적한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건호가 노인의 뒤를 따랐다. 영혼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 감시를 하고 있던 저승사자들을 지나쳤음에도 노인과 건호를 제지하지 않았다.


적당한 곳에 도착하였다고 생각하였는지 노인의 걸음이 멈춰졌다.


“자네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하시는 분이 계시네.”


“저 같은 일개 영혼하고 무슨 말씀을?”


예상치 못한 전개에 생각이 많았지만 일단 간을 보았다. 이런저런 생활을 하며 몸에 벤 습관 같은 것이었다.


“만나보면 알 것이네. 나를 따라가겠나?”


건호가 대답을 하는 대신 뒤를 돌아 삼도천 다리를 바라보았다.


“자네가 저 다리를 건너가면 나로서도 더이상 자네와 접촉을 할 수 없네.”


“저 다리를 건너면 어떻게 되는 건데요?”


“심판을 받지. 그 결과에 따라 수천 년간 불구덩이 속에서 용암 샤워를 해야 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고, 환생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며, 소멸을 당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네.”


“저는 어떻게 될까요?”


“글쎄, 그것은 아무도 모르지. 오직 아버지만이 아실 일이야.”


“어떤 영화를 보니까 다른 이를 구하다 죽으면 의인이라고 하여 웬만한 것은 다 봐주고 그러던데...”


“그 아이는 그 날 죽었어야 할 운명이었네. 자네로 인해 잠시의 삶이 연장되었지만 곧 다시 죽을 운명이지. 하여 애석하게도 자네는 의인이 아닐세.”


“그렇군요. 다음에는 상대가 죽을 운명인지 꼭 살핀 후에 구하도록 하겠습니다.”


건호가 입꼬리를 올렸다. 저 노인의 말이 어디까지 사실인지는 모르겠으나 저 다리를 건너면 저 노인 뒤에 숨어 자신을 만나려고 하는 이를 대면할 기회가 없어진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럼 가보시죠. 저를 애타게 찾고 있다는 그분을 만나러.”


건호의 말에 노인이 피식 웃었다.


“내 소개를 안했군. 나는 차원관리사무소 부소장 살룬이라고 하네.”


“강건호입니다. 뭐, 아시겠지만 말입니다. 그런데 소장님을 만나려면 어디로 가야 하는 거죠? 여기? 저기?”


건호가 손가락으로 사방을 가리키며 웃자 살룬이 빙그레 웃었다. 그저 자신의 신분만 밝혔을 뿐인데 건호는 자신을 만나고자 하는 이가 소장이라는 것을 단박에 눈치챘다. 물론 자신의 신분을 ‘부소장’이라고 밝히며 힌트를 준 것은 자신이었지만 눈치 빠른 건호가 마음에 들었다. 이 일은 건호같이 약삭빠른 이가 적격이라고 믿고 있었기에.


“내 손을 잡으면 되네.”


건호가 살룬이 내민 손을 잡자 두 존재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


작가의말

첫 연재입니다. 잘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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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 기습 +2 20.01.08 357 1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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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결의 +4 20.01.06 366 14 10쪽
110 결혼상대 +1 20.01.05 354 13 11쪽
109 도미노 +1 20.01.04 337 17 12쪽
108 낮추다. +1 20.01.03 347 15 11쪽
107 탐정 김춘만 +3 20.01.02 361 1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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