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원최강해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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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로
작품등록일 :
2019.10.21 19:05
최근연재일 :
2020.01.2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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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2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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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DUMMY

이순신은 담담했으나 건호의 손끝은 떨려왔다. 이 자리에서 이순신이 죽는다면? 단순히 의뢰를 실패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혹시 이 미션이 실패하게 된다면 다시 기회가 있을까? 확신이 없었다.


그런 문제를 떠나 자신의 눈앞에 있는 이순신은 이후의 삶을 살아갈 충분한 자격이 있는 남자였다. 그런 남자를 죽이고 싶지 않았다. 마나응개의 눈이 붉게 물들었다. 추장으로써 판단이 필요했다. 정상적인 지도자라면 자신의 실패를 인정하고 협상을 하려 할 것이다. 그러나 방금전 전투에서 마나응개는 조금 다른 지도자상을 보여주었다.


토성을 함락하기 위해 자기 병사들의 죽음을 당연히 여겼다. 돌격하는 자신의 병사들이 죽을 걸 뻔히 알면서도 무차별적으로 화살을 쏘아낸 인물이었다.


“마나응개!”


마나응개가 말없이 눈을 부라리며 건호를 노려보았다.


“노략질이 아니더라도 함께 상생할 수 있는 길이 있을 것이다. 그러니 이야기를 나눠보는 것이 어떻겠나?”


“길이 있다고? 후후. 너희 조선놈들은 우리를 하찮은 오랑캐라며 업수히 여기지. 노예처럼 부려먹다가 이용가치가 없으면 버리는 짓을 한두 번 하였느냐? 니탕개 장군께서 너희들에게 칼을 겨눈 것도 다 너희들의 그 오만방자한 태도때문이었다.”


마나응개의 검이 조금씩 떨려왔다. 그의 흥분을 가라앉히려고 하였는데 오히려 그의 화를 격발시킨 모양이었다. 건호가 조금씩 마나응개와 이순신 쪽으로 걸음을 옮기며 마나응개에게 말을 걸었다.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너는 우리에게 잘못이 있다고 말하지만 분쟁에는 일방의 잘못만 있을 수는 없다. 고래로 너희는 우리를 약탈한 사실이 있다. 그 이유가 절실한 생존때문이라고 하더라도 그 행위가 정당화될 수는 없는 것이다. 니탕개 역시 우리 조선에 협력하겠다고 약조하였지만 결국 배신을 하고 우리의 목에 검을 겨누었다. 그런 신의 없는 자를 누가 믿을 수 있겠느냐?”


“삿된 말로 나를 현혹하려 하지 마라!”


“너도! 그래서 니탕개를 죽인 것이 아니더냐!”


“뭐라? 내가 장군을 죽였다고 하는 것이냐? 내가!!!”


마나응개가 폭발을 하고 말았다. 그 잠깐의 사이에 마나응개의 검이 느슨해졌다. 이순신이 빠르게 마나응개를 밀쳐내고 그의 지배에서 벗어나려 하였다. 그러나 마나응개의 대응이 조금 더 빨랐다.


마나응개의 검이 이순신의 가슴을 찌르고 들어갔다. 건호가 다리에 온 힘을 모아 도약했다. 마나응개의 검과 이순신의 가슴 사이에 늦지 않게 건호의 검이 도달할 수 있었다.


깡!


두 자루의 검이 부딪치며 맑은 소리를 냈다.


푸욱!


마나응개의 뒤에서 상황을 주시하던 여진의 병사 하나가 검을 내질러 건호의 가슴을 뚫어버렸다. 통증을 느끼기도 전에 살룬의 마지막 당부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절대 죽어서는 아니되네. 이곳은 자네의 차원이기에 이몽서의 몸이 죽는다면 자네는 이몽서 대신 그 시간대에서 죽은 영혼이 되어 삼도천을 건너야 하네.]


“젠장!!”


건호가 비명 대신 악을 쓰며 의식을 잃었다.


**


왕복 2차선 도로보다 더 넓은 다리 초입에 별의별 모습을 한 영혼들이 줄지어 있었다. 그 끝에 고개를 떨군 채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 영혼 하나가 보인다.


“아휴.. 정말!!”


건호가 분한지 연신 탄식을 내뱉으면서도 그 마지막 기억을 떠올렸다. 이순신의 경악한 얼굴과 자신에게 검을 찔러넣었던 마나응개 부하의 비릿한 미소, 그리고 나지막하게 들려온 마지막 말! 얼굴은 달랐지만 그가 누구인지 금방 알 수 있었다.


“프라하!! 빌어먹을 놈 같으니라고!! [오랜만이죠]라고? 내가 언제 널 보고 싶다고 했더냐?”


도대체 세인트 프라하는 자신을 왜 이렇게 괴롭히는 걸까? 삼도천을 건너기 전에 그 이유나 알았으면 하는 소망이 생겼다. 건호가 서 있던 줄이 조금씩 조금씩 앞을 향해 나아갔다. 건호도 그 행렬에 떠밀려 삼도천 다리 위에 서게 되었다.


아마 이때쯤이었던 것 같다. 살룬이 자신에게 말을 걸었고 란드브룸과 계약을 한 후 하선우의 몸으로 들어가 인간으로서 상상도 하지 못한 경험을 하게 된 때가..


“강건호씨?”


익숙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목소리! 건호의 고개가 훽 돌아갔다. 귀여운 꼬마의 모습을 한 세인트 프라하가 건호 뒤에 서서 빙그레 웃고 있었다.


“너.. 너는?”


“이미 아시겠지만 세인트 프라하라고 한답니다.”


세인트 프라하가 익살스러운 목소리로 자신을 소개했다. 건호가 주먹을 불끈 쥐자 세인트 프라하가 뒤로 한걸음 물러나며 두 손을 들어 건호를 진정시켰다.


“워워.. 이러지 말기로 하죠. 건호씨에게 아주 반가운 소식 하나와 멋진 제안을 전하러 왔으니 말이죠.”


“네 놈 말은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메주 따위를 뭐하러 만들까요? 저는 메주 따위보다 훨씬 중요한 이야기를 할건데요? 바로, 당신의 미래말이죠.”


“내.. 미래?”


“네에, 이제 조금 있으면 영영 사라져 버릴 당신의 미래! 관심 있으신가요?”


건호가 고개를 돌려 삼도천을 바라보았다.


“관심 없다. 예진이를 구했으니 그것으로 만족해.”


“대신 당신이 죽었잖아요? 당신이 살아야 당신이 그렇게 애지중지하는 당신의 여자와 함께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건호가 피식 웃었다. 구구절절 옳은 말인데 저놈 입에서 그 말이 튀어나오니 왠지 부정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인연이 된다면 다시 만나게 되겠지. 이번 의뢰의 보상으로 그 정도는 해주지 않겠어?”


“이런, 이런! 충분히 경험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태평하시네요. 세상에는 말이죠. 당신의 가치를 높게 평가해주고 그에 합당한 대우를 해주는 존재가 있는가 하면, 당신의 가치를 그저 이용의 수단으로만 여기는 존재도 있죠. 그들이 당신은 어떻게 대우하느냐 하는 것은 당신이 관여할 수 없는 일이지만 그들 중 누구와 손을 잡을지를 결정하는 것은 바로 당신의 몫이랍니다. 아시겠나요?”


아마도 JS엔터 실장 이상규과 M컴퍼니 조민철 이사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다. 그들은 건호의 가치를 알아 보았지만 그 가치를 어떻게 대우할지에 대해서는 판이하게 다른 행동을 보여주었다.


“선의를 말하는 거냐?”


건호가 말귀를 알아들은 것에 대해 만족하는지 세인트 프라하가 방긋 웃었다.


“바로 그거죠. 누가 당신에게 선의를 가지고 있느냐! 그것을 가려내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랍니다.”


“그러니까.. 너는 나에게 선의가 있다? 그럼 나에게 악의를 가진 이는 누구지?”


“알면서 왜 그러실까? 란드브룸과 살룬은 당신을 이용하려고만 하였죠. 그들은 당신의 가치를 그저 자신들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도구 쯤으로 밖에 취급하지 않았어요.”


“그럼 너는?”


“저요?”


세인트 프라하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저는 당신을 위해 시간을 뛰어넘는 위험을 감수했죠. 당신의 손에 그 모든 것을 쥐어 주기 위해서 말이죠.”


“예진이를 죽인 것은 어떻게 설명할 거지?”


“후후후, 이 모든 이야기는 제가 그 여자를 죽임으로써 시작되었어요. 기억하고 있죠?”


건호가 눈을 부라리자 세인트 프라하가 얼른 뒷말을 이었다.


“당신이 지금의 당신이 되기 위한 촉매가 되었음은 부인하지 못하실 거에요. 저는 오직 당신을 위해 그 여자를 죽인 것이니까요.”


“괴변이군. 날 위해 내가 사랑하는 여자를 죽이고 내 인생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놓았다고?”


“여러번 말씀드리지만 그로 인해 지금의 당신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요.”


세인트 프라하가 어깨를 쭈욱 폈다. 자신의 지난 행동에 대해서 전혀 꿇릴게 없다는 듯 한 태도였다.


“동의할 순 없지만 너의 선의라는 것! 잘 알겠다. 그러니 이제 그만 사라져.”


건호가 더 이상 대화를 나누고 싶지 않다는 의사로 등을 돌렸음에도 세인트 프라하가 어느새 몸을 돌린 그 앞에 서 있었다.


“제 말에 집중하지 않으셨군요.”


“나는 더 이상 너와 이야기를...”


“당신의 영혼이 소멸되어도 말이죠?”


“뭐?”


세인트 프라하의 이번 말 만큼은 그냥 넘겨 들을 수 없었다.


**


“살룬이 이야기를 해주지 않던가요? 하아.. 그것 보세요. 란드브룸과 살룬은 그저 당신을 이용하려고만 했다니까요?”


“다시 말해봐! 내가 왜 소멸이 되는 거지?”


“모든 영혼은 유통기한이라는 것이 있어요. 99번의 환생! 그리고 단 한번의 대심판! 그곳에서 영혼은 신이 되거나 소멸하게 되죠. 강건호씨, 당신은 어디에 해당될까요?”


그건 예상하지 못한 결론이었다. 그저 망각의 샘물을 마시고 기억을 삭제 당한 후에 다시금 환생을 하는 것이라고 여겼다. 그런데 소멸이 될 수도 있다고?


“이제 제 말에 호기심이 생기시나요?”


“나한테 뭘 원하는 거지? 도대체 나에게 뭘 원하길래 날 이렇게 지독하게 괴롭히는 거지?”


건호가 분통을 터트렸다. 이번이 마지막 윤회였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은 살룬에게 서운한 감정이 들었지만 그 역시 그의 위치에서 그런 말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이해되었다. 사실이 납득 되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이해해보려 노력했다. 하지만 자신 앞에서 생글거리며 웃고 있는 세인트 프라하는 납득도, 이해도 되지 않았다. 차라리 입이나 처닫고 있었으면 아무것도 모른 채 그 대심판인가, 뭔가 하는 것을 받았을 것 아닌가!!


대심판을 받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건호는 지금 이 순간부터 심판정에 서는 그때까지 두려움 속에서 허우적대야 할 것이다.


“제가요? 이런! 큰 오해를 하셨군요. 저는 당신을 돕고 있는 거예요.”


“또!또! 그 헛소리! 너는 그저 날 괴롭힌 거야. 애초에 나는 그따위 능력이 필요하지 않았다고!”


건호가 버럭 화를 냈지만 세인트 프라하는 그저 개구지게 웃기만 했다.


“하아.. 이상하네. 이쯤 되었으면 기억이 반쯤은 돌아 왔어야하는데.. 쩝!”


세인트 프라하가 입맛을 한번 다시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저는 당신이 당신의 기억을 찾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이라니까요?”


“나의 기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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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 +1 20.01.23 214 10 11쪽
127 주동일 +3 20.01.22 270 10 12쪽
» 기억 +3 20.01.21 217 9 10쪽
125 토성 +2 20.01.20 234 10 11쪽
124 기습 +2 20.01.19 237 7 11쪽
123 녹둔도 +1 20.01.18 242 8 12쪽
122 둔전관 +1 20.01.17 275 7 11쪽
121 이몽서 +1 20.01.16 282 9 11쪽
120 이순신 +2 20.01.15 270 9 12쪽
119 불량검사 +2 20.01.14 285 13 12쪽
118 사촌언니? +2 20.01.13 294 8 12쪽
117 위기탈출 +1 20.01.12 302 14 9쪽
116 회귀 +1 20.01.11 305 12 11쪽
115 실패 +1 20.01.10 307 10 12쪽
114 결전전야 +2 20.01.09 317 13 10쪽
113 기습 +2 20.01.08 357 13 10쪽
112 다크웹 +1 20.01.07 336 15 10쪽
111 결의 +4 20.01.06 366 14 10쪽
110 결혼상대 +1 20.01.05 354 13 11쪽
109 도미노 +1 20.01.04 337 17 12쪽
108 낮추다. +1 20.01.03 347 15 11쪽
107 탐정 김춘만 +3 20.01.02 361 19 11쪽
106 진상 +3 20.01.01 357 17 12쪽
105 변종 신물 +3 19.12.31 383 17 11쪽
104 오철운 +1 19.12.30 443 1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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