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영의 광시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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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리지
작품등록일 :
2019.10.21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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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15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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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1.11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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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화. 새로운 시작

DUMMY

빈자리를 찾아 두리번거리던 드워프들은 이븐 일행을 발견하고 다가왔다.

술에 취해 대화를 하던 켄션과 게릭이 그때서야 그들을 발견했다.

게릭이 눈을 크게 뜨며 벌떡 일어섰다.

드워프 중 한명이 먼저 입을 열었다.


“여기들 있었네.”


그리고는 옆에 있는 다른 드워프에게 물었다.


“자리도 없는데 여기 합석할까?”

“합석을 허락할까?”

“우리를 도적이라고 하면 어쩌지?”

“그래도 물어보자.”


이븐은 조용히 서있는 흰옷의 덩치 큰 청년을 보며웃었다.


“앉으세요. 의자도 딱 네 개가 남았네요.”


게릭이 입을 벌리곤 말없이 먼저 자리에 앉았다.

청년은 이븐에게 살짝 목례를 했다.

드워프들이 자리에 앉으며 정신없는 대화를 계속했다.


“앉으라는데.”

“우리를 도적이라고 안할 건가봐.”

“무슨 속셈이 있는 건가?”


드워프들의 말이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란 걸 알아본 켄션이 청년을 보며 말했다.


“계속 생각해 보았네만, 그때일은 오해였던 거 같더군. 그 일은 사과하네.”

“아닙니다. 하하하. 전후사정을 모르는 사람이 봤다면 오해를 살만했죠.”


청년이 이해한다는 뜻을 비치자 게릭이 술을 권했다.


“나는 게릭이라 하는데. 이름이 어떻게 되나?”

“톨리도라고 합니다.”


청년이 술을 받으며 말했다.

그러자 드워프들도 자기들을 소개하기에 시작했다.


“난 루바로트.”

“나는 루바야트.”

“나는 루바인트야.”


비슷한 이름의 드워프들은 생김세도 거의 같은 걸 보아 쌍둥이인 듯싶었다.

이븐까지 각자의 소개가 모두 끝났다.

켄션은 드워프들과 죽이 맞는지 계속 술을 권하고 있었다.

루바야트가 켄션의 잔에 술을 채우며 호기롭게 말했다.


“이봐. 기회가 되면 우리고향에서 한잔하자고. 끝내주는 술이 있으니 한번 맛보면 떠나기 싫을 거야.”

“불러만 준다면 얼마든지 가지. 내가 그 술 몽땅 마셔버릴 거라고.”


술을 들이키던 루바인트가 얼굴을 찡그렸다.


“그 술을 몽땅 마시려면 10년은 걸린다고. 그동안 자네 머리도 희끗해지고 코는 붉어질 텐데. 그러면 세상에서 가장 예쁜 드워프 아가씨들이 자네는 거들떠보지도 않을 거야.”

“하하하. 나는 드워프 아가씨들 보다 인간 아가씨들이 좋다네.”


켄션은 그들의 농담 같은 진담에 웃음을 터트렸다.

듣고만 있던 루바로트가 한마디 했다.


“드워프 여자들은 우리같이 작은 키의 미남을 좋아하지. 자네 같이 키만 크고 말라깽이는 싫어할 거야. 그래도 실망 말게 혹시 아나, 눈이 이상한 드워프 아가씨라도 있을지.”


톨도오와 이야기를 나누던 게릭이 그들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아저씨 결혼 안하셨으니 이참에 드워프 아저씨들한테 중매라도 서달라고 하세요.”


켄션은 웃음으로 게릭의 말을 받아 넘겼으나 루바인트가 심각한 표정이 됐다.


“걱정이군. 친구를 위해 좋은 신붓감을 소개해 줘야 하는데. 저 친구가 워낙 못생겨서 드워프 처녀들이 좋아할까?”

“힘들 거야.”


루바로트가 자못 고민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저으며 루바인트의 말을 거들었다.

톨도오는 그들이 하는 양을 보며 말없이 앉아 있다 이븐을 응시했다.

그의 시선에 이븐이 눈을 깜빡거렸다.


“왜 그러세요.”


톨도오가 멋쩍은 웃음을 비쳤다.


“아니야. 이븐이라고 그랬지. 앞으로 잘 지내자.”

“네.”


말은 그렇게 했으나 톨도오의 호기심 가득한 눈빛을 여전했다.

이븐은 그런 시선을 알고도 모른척했다.

게릭이 톨도오를 잡아 끌어 술을 권한 덕에 어색함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밤이 깊을 때까지 술을 나누며 서로 마음이 통하기 시작했다.

취기가 오른 루바인트가 갑자기 탁자에 올랐다.

술잔을 높이 들더니 구전으로 널리 전해지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선술집에서 죽는 건 내 굳은 소망.

숨이 다하는 순간에도 술로 입술을 축이리.

천사도 목청 높여 기쁨의 노래를 부르네.

지고의 신이여 이 대주가에게

은총으로 천상의 술을 내리시라.“


흥인 옮았는지 루바야트와 루바로트도 탁자에 올라가 노래를 불렀다.

나중에 가서는 드워프들의 노래를 술집안의 모두가 합창을 했다.


다음날 켄션과 게릭은 숙취에 찌든 모습으로 일어났다.

이븐은 술을 거의마시지 않아 몸이 가쁜 했다.

게릭이 돌 씹는 표정으로 빵을 먹으며 중얼거렸다.


“너무 무리했나.”


스프에 빵을 적시며 부은 눈을 깜박이던 켄션이 뻑뻑한 눈을 찡그리고 이븐에게 말했다.


“아침 먹고 나서 늦지 않게 준비해라.”

“네.”


아침 식사를 마친 일행은 짐을 정리하고 여관을 나섰다.

세 필의 말 중 두 필은 여관주인의 중계로 괜찮은 값에 팔았다.

켄션의 말에는 제법 큰 자루가 실려 있었다.

학교에 반입할 수없는 이븐과 게릭의 물건들이었다.

학교정문이 가까워지자 앞장서 가던 켄션이 말고삐를 당겼다.


“여기서 그만 헤어지자.”

“잘 가세요.”

“너무 걱정 말아요. 내가 있으니까.”


켄션의 눈은 아쉬움을 가득 담고 있었다.


“열심히들 해라. 건강하고.”


이븐의 어깨에 손을 얹고 게릭을 돌아본 켄션은 말에 올라탔다.

게릭은 못내 서운한지 코를 만지작거리며 말위의 켄션을 보았다.


“우리가 돌아갈 때쯤이면 아저씨는 결혼하셨겠죠? 아저씨 정도 사람이 아직까지 결혼 못한 건 의문이란 말이야.”


게릭의 농담에 켄션의 입에는 씁쓸한 웃음이 어렸다.


‘결혼이라. 훗.’


짧은 켄션의 상념 속에 아름다운 젊은 여인의 모습이 스쳐지나갔다.


“결혼은 무슨 결혼. 쎈진 어른과 애이셔 부인께는 안부 전하겠다.”


말을 끊은 켄션이 이븐과 게릭을 흝었다.


“열심히 해라. 간다.”


짧게 끝낸 켄션은 말을 돌려 몰아갔다.

이븐과 게릭은 켄션의 뒷모습에 손을 흔들었다.


“우리가 가기 전에 꼭 결혼하세요!”

“조심해서 가세요!”


켄션은 손을 한번 들어주고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게릭이 학교정문을 향해 몸을 돌렸다.


“가자.”

“응.”


이븐은 멀어지는 켄션을 잠깐 돌아보고 게릭을 따라갔다.

학교 안은 자유일정을 마치고 돌아오는 입학생들로 분주했다. 갈림길이 나오자 게릭이 한쪽을 가리켰다.


“난 왼쪽으로 가야되는데. 너는?”

“오른쪽.”


게릭이 장난기를 거두고 무게를 잡았다.


“입학생들은 당분간 자유시간과 이동범위도 통제한다니까. 일과가 어떻게 될지 모르니 만나기가 쉽지 않을 거야. 너는 잘 할 거다.”


게릭은 흐트러지지도 않은 이븐의 옷매무세를 고쳐주며 말을 이었다.


“난 물론 잘 할 거고... 그런데 학급에는 괜찮은 여자들 좀 있냐?”


잘 나가다 엉뚱한 말로 빠지는 게릭에게 피식거린 이븐은 오른쪽으로 걸어갔다.


“갈게. 나중에 봐.”

“그래.”


게릭도 이븐의 뒷모습을 잠깐 보다가 걸음을 옮겼다.

이븐은 기숙사 건물을 올려다보며 숨을 깊게 들이켰다.

아침 공기가 밀려들어와 정신을 맑게 해주었다.


“이제 시작이다.”


나직이 중얼거린 그는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 * *

거대한 원탁에 30여명의 사람들이 앉아있었다.

젊은이부터 백발노인까지 그들의 모습은 다양했다.

희끗한 머리를 쓸어내리며 50대 중반의 여자가 침묵을 깼다.


“이번 입학생들은 어떤가요?”

“언제나 그렇지 않습니까. 쓸 만한 인재도 있고 그 반대도 있고요. 잠깐 둘러보긴 했는데. 썩 마음에 드는 학생은 없었습니다.”


우락부락한 인상의 중년남자가 큰 눈을 굴리며 답했다.

여자가 끄덕이며 사람들을 돌아봤다.


“장비올드경께서 그리 보셨다면 그렇겠지만... 아직은 판단하기 이르다고 생각합니다. 매번 입학초기에 실망들을 많이 하셨잖아요. 그래도 다들 잘 해냈지 않습니까.”


그녀는 얼굴의 땀을 연신 닦아내고 있는 발리트라제에게 물었다.


“발리트라제경님 A학급 학생들은 문제가 없겠지요?”

“특별히 문제될 건 없고. 다른 때에 비해 인재들이 많이 들어온 거 같아 걱정입니다. 허허허.”


발리트라제가 땀을 훔치며 답했다.

그런 그를 보며 여인은 미소를 지었다.


“잘 해주시리라 믿습니다. 왕국들에서 은근히 관심을 많이 보이고 있어서, 말썽이 생기면 여러모로 곤란해지니까요.”

“명심하겠습니다. 그나저나 입학생들 중에 바욘드님의 뒤를 이을 여장부가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하하.”


발리트라제가 통통한 볼살을 실룩거리며 보기 좋게 웃었다.

그의 말에 바욘드라 불리는 여인의 얼굴에 씁쓸함이 어렸다.


“그때 제 위치에 있었다면 누구나 그리 했을 거예요.”


바욘드가 얼굴을 가라앉히고 사람들을 흝어봤다.


“얼마 전에 있었던 카셨성의 참사에 대해서는 다들 아실 거예요. 새로 오신 분들도 아실 거라 생각합니다. 연합에서는 바이란 일족이 모종의 작전은 실행에 옮기고 있는 증거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오크의 대부대와 기메라까지 동원된 걸 보면, 바이란 일족이 힘을 다시 찾았다는 추측이 가능합니다. 연합수뇌부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새하얀 백말과 수염을 가진 노인이 입을 열었다.


“제가 보기에는 무언가 석연치안은 점이 있습니다. 오크부족은 긴 세월동안 다른 어떤 종족과도 화합하지 못하고 독자노선으로 지내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사람들이 자신의 말에 집중하자 노인은 차를 홀짝이고 계속해서 말했다.


“크리머스 대륙에 근거를 둔 그들이 분쟁이 있던 것도 아니고, 우리가 그들의 영토를 침범한 것도 아닌 상황에서, 목적도 없이 침공해와 살상만하고 갔다는 것은, 생각할 여지가 많이 있습니다.”

“사라고스님께서는 그 석연치 않은 점이 무엇이라 생각 하시나요?”


학자풍의 중년남자가 노인에게 물었다.

사라고스가 잠시 눈을 감았다 뜨고는 물음에 답했다.


“이미 연합의 수뇌부에서 결론을 냈듯이 내가 보기에도 바이란 일족이 관련이 된 것이 분명합니다. 문제는 바이란 일족이 무슨 수로 오크족을 끌어들였냐는 겁니다.”


중년남자가 재차 물었다.


“무슨 이유라 생각하십니까?”

“내가 그것까지 어찌 알겠소. 허허.”

“대마법사이며 현자이신 사라고스님이 모르시면 누가 알겠습니까.”


바욘드가 거들고 나섰다.


“생각하고 계신 것을 말씀해주세요.”


사양할 수 없었는지 헛기침을 한 사라고스가 생각한 바를 말했다.


“오크들은 태생이 거치나 그들만의 예법과 종교를 가지고 있어서, 잔인하거나 난폭하지는 않습니다. 현재 오크족의 지도자는 내치에 힘쓰며 싸움을 일으키지 않는다고 전해지고 있지요. 그런 자가 이유 없이 싸움을 걸어 온 건 이해가 안 되는 부분입니다. 기메라가 출현했다는데, 기메라 정도의 마물을 오크들이 마음대로 부릴 수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분명 바이란 일족이 오크족과 같이 했겠지요.”


차로 입술을 축인 사라고스가 설명을 이었다.


“어째서 오크족이 연수를 해 공격해왔는지를 알아내는 게 급선무라 생각되는군요. 바이란 일족의 모략이 맞는다면 표면적으로 들어나는 모습만보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생각합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될까요?”

“허허. 내가 거기까진 답을 할 수 없을 거 같군요.”


중년남자의 물음에 사라고스는 허허로운 웃음을 흘렸다.

장비올드가 심각하게 의견을 말했다.


“3년 전 세네갈시의 참사도 이번일과 연관시켜 볼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때도 침공한 바인란 일족의 잔당에, 인간 아닌 이종족이 많이 포함 됐던 걸로 보고되지 않았습니까.”


사라고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네. 세네갈의 참화와 연관시켜 볼 수도 있겠지요. 그래서 단순하게 보며 안 된다는 겁니다. 두 사건 뒤에는 복잡한 배경이 있을 겁니다.”


회의가 안건을 벗어난 이야기로 집중되자 바욘드가 말머리를 돌렸다.


“그 얘기는 다음 기회에 더 해보기로 하죠.”


바욘드는 사람들의 의견을 확인하듯이 잠시 뜸을 들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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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3화. 여정 19.11.06 18 0 12쪽
13 12화. 여정 19.11.05 24 0 12쪽
12 11화. 여정 19.11.04 20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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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9화. 결심 19.11.01 22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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