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생존한 이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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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알렉스케이
작품등록일 :
2019.10.24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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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15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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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2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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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

DUMMY

“강준아!”


걸어내려 오던 종호의 다리가 굳어버렸다.

그저 그 한 마디만을 내뱉고는 멍하니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고, 강준도 마찬가지였다.


“어머! 서로 아는 사인가 보죠?”


홍매니저가 재빨리 둘의 눈치를 살피고는 정적을 깨뜨렸다.


“아, 네, 네······ 친, 친구입니다.”


종호가 말을 더듬으며 홍매니저를 쳐다보았다.

어떻게든 아무렇지 않게 보이고 싶은 모양이었으나,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리고 그것을 홍매니저도 어렵지 않게 간파한 듯, 묘한 눈빛으로 그를 잠시 쳐다보더니 다시 표정을 싹 바꾸며 말을 이어 나갔다.


“어머, 이런 우연이······ 잘 되었네요. 두 분도 잘 쉬고 계시죠?”


그녀가 강준과 연주의 앞으로 걸어와서 새빨간 립스틱의 입술을 한껏 늘리며 미소 지었다.


“아, 네. 덕분에요.”


“그래요. 다행입니다. 혹시라도 어려운 일 있으면 저나 여기 송조장님께 말씀하시면 됩니다. 두 분이 친구시라니 적응하기 수월하시겠네요. 그럼, 전 할 일이 있어서 이만······.”


강준은 짧은 대답을 하면서 그녀의 표정을 유심히 살폈고, 그녀는 어딘지 모르게 부자연스러운 미소를 머금고 몇 마디를 한 채 돌아섰다.


그리고 강준이 이 상황에 대해서 설명을 바라는 눈빛으로 종호를 빤히 쳐다보자, 그가 다가왔다.


“종호야, 네가 왜 여기 있어? 방금 전 얘기는 뭔데? 무슨 일이······.”


“어! 그래. 다시 봐서 반갑다. 연주씨도요.”


그는 강준의 말을 끊으며 고개를 살짝 저었다.

그리고 홍매니저의 뒷모습을 힐끔힐끔 살피면서 인사를 했다.

그에게는 지금 말 못할 사정이 있는 것만 같았기에, 강준은 더 이상 아무 말도 못하고 그의 눈을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저기······ 내가 지금은 일이 좀 있어서 가봐야 하거든. 나중에 또 보자.”


그는 연주에게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는 홍매니저를 따라 계단을 내려갔다.

그의 모습이 사라지자, 연주가 강준의 소맷자락을 살짝 붙잡으며 쳐다보았다.


“강준씨, 이게 어떻게 된 거지?”


“그러게 종호는 딸이 있는 부모님 집으로 간다고 했었는데······.”


“혹시 가다가 잘못되어 여기에 머문 걸까? 근데, 왜 저렇게 매니저 눈치를 보는 거지?”


“이상해. 종호의 태도도 그렇고, 그들이 나눈 얘기도 그렇고······ 너무나 이상한 것들 투성이야. 난 이곳이 영 탐탁치가 않아. 분명히 우리가 모르는 뭔가가 있어.”


강준은 에스컬레이터로 천천히 걸어가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그들은 이미 한참을 내려간 것인지 보이지 않았고, 강준은 다시 통제구역이라는 위를 올려다보았다.



* * *



“그래? 거 참 이상하네. 송종호 선수가 왜 여기에 있을까? 가족한테 간다고 아침도 안 먹고 훌쩍 떠난 사람이······ 게다가 조장은 뭔 소리고? 그런 자리 맡으려면 꽤 있었단 얘기일 텐데.”


대식이 소파에 앉아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다리를 까딱거렸다.


“어떤 사정이 있어서 그런지도 모르니, 나중에 차근차근 물어봐요, 조선수. 어차피 지내다보면 자주 마주칠 텐데.”


“한부장님 말씀도 맞긴 한데, 저는 그게 걸리네요. ‘잡아서 잘 처리했다’ 라니. 그게 좀비라면 다행이겠지만······ 제대로 들은 것 맞나요?”


미정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연주를 쳐다보았다.


“네. 그 부분은 분명히 들었어요. 그 앞에는 두 명 어쩌고 하는 얘기가 있었지만, 확실하진 않고요. 그렇지, 강준씨?”


연주의 확인에 강준도 고개를 끄덕였다.


“흠흠, 전체를 다 들은 게 아니니 무슨 의미인지 확실히 알 길이 없구만, 에이, 뭐 있어보면 알겠지. 내가 아까도 말했듯이, 아니다 싶으면 떠나면 되는 거고. 확실하지도 않은 일로 괜히 신경 쓰지 말자고. 머리만 아프지 뭐.”


대식은 다리를 꼬아서 테이블에 걸치고는 소파에 깊숙하게 기대었다.

강준은 그런 그의 태평한 태도가 조금 걱정스러웠다.

하지만 모처럼의 휴식을 근심거리로 방해하고 싶지 않은 생각에, 그냥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그렇게 한참을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기침 소리가 들려왔다.

옆 칸의 노인이 이불을 들추고 일어난 것이었다.


“쿨럭쿨럭! 자네들도 밥 먹으러 내려가세.”


“네? 밥이요?”


“사람들 내려가는 거 안 보이나? 저녁식사 시간이라는 뜻이지.”


조금 전부터 에스컬레이터를 내려가는 사람들이 종종 보인다 했었는데, 그런 이유였던 것이었다.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노인을 따라 아래로 내려갔다.


푸트코트에는 테이블들이 두 줄로 길게 붙여져 놓여있었다.

낮에는 보이지 않았던 많은 수의 사람들이 자리에 앉아 밥을 먹고 있었고, 노인이 한쪽 줄의 테이블을 가리켰다.


“우린 이쪽에 앉아야 하네.”


“흠흠, 뭐 지정석이라도 있나보죠?”


“그리 보이나? 한 번 잘 살펴보게.”


대식의 물음에 노인이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

모두들 식판에 차려진 밥을 먹으면서 유심히 다른 줄의 테이블을 쳐다보았고, 어렵지 않게 그 차이를 알아낼 수 있었다.


다른 줄에는 일단 차려진 음식의 양과 종류가 달랐다.

그리고 두 번째는 앉아있는 사람들이 다르다는 것이었다.

그쪽에는 홍매니저를 제외하고는 건장한 남자들이 주를 이루는 반면, 이쪽은 상대적으로 왜소하거나 또는 나이가 좀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어? 이거 차별하는 건가요?”


대식이 노인에게 조심스럽게 속삭였다.


“저쪽은 관리자급이나, 주축 세력들이지. 이곳은 철저히 계급사회야. 자는 곳도 마찬가지여서 대부분 5층에 살고 있고.”


“네? 아니, 그게 무슨······.”


“놀랍나? 더 놀라운 것들은 차차 알게 될 걸세.”


“어르신, 그게 뭔지 지금 말씀해주시면 안되겠습니까?”


강준이 몹시도 궁금한 눈빛으로 그의 눈을 쳐다보았지만, 노인은 말을 꺼낸 것을 후회하는 것 같은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흐음, 미리 알아봐야 달라질 건 없다네. 그냥 때가 오면 그러려니 하는 수밖에······ 내가 괜한 말을 꺼낸 것 같구먼. 자네들을 놀리려는 건 아니었는데 미안하게 됐네. 자! 어서 식사들 하게.”


노인이 서둘러 수저를 들어 밥을 먹기 시작했기에, 강준은 차마 더 물어볼 수도 없었다.


“흠흠, 그래요. 저쪽보다는 못하지만, 이것도 훌륭한데요. 우리 과자 부스러기로 배 채운 날도 있잖아요. 쌀밥 먹는 게 다행이다 생각하고 다들 드시자고요.”


대식이 몹시 배가 고팠던 모양인지, 숟가락 가득 밥을 퍼서 허겁지겁 입에 넣었다.

그리고 나머지 사람들도 일단은 배를 채우자는 생각으로 밥을 먹기 시작했다.


“아주머니, 얼른 드세요.”


“어? 어, 그래.”


연주의 말에, 사람들을 멍하니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던 미정도 수저를 들었다.

그녀는 그들을 유심히 바라보며 세 번째 다른 점을 찾아낸 것이었다.


‘한 가지가 더 있어. 표정! 저쪽 사람들은 기세등등하고 즐기는 듯이 보이지만, 이쪽 사람들은 주눅이 들어서 마지못해 먹고 있는 모습이야. 단지 조금 더 양 많고 좋은 음식을 받지 못해서일 것 같진 않은데······ 분명히 뭔가가 있어.’



* * *



저녁식사를 마치고는 다시 3층으로 돌아왔다.

매장과 계단 등 사람들이 움직이는 곳곳에 건전지형 전등이 켜져 있어서 이동하는데 큰 불편함은 없었다.

얼마 되지 않는 짐 정리를 하고, 새 침구들을 펼치면서 잘 준비를 하고 있던 차였다.


“이야, 여기도 화장실마다 한 칸씩 샤워 시설을 만들어 둔 모양이야. 며칠 만에 느껴보는 개운함이네. 하하하!”


화장실에 씻으러 갔던 대식이 젖은 머리로 돌아와서 웃었다.


“강준아, 너도 가서 씻어. 형님 곧 나오실 거야. 찬물이긴 한데, 그 정도야 뭐. 씻을 수 있는 걸 다행으로 생각해야지.”


그의 말에, 강준은 수건을 들고 매장 끝으로 걸어갔다.

화장실로 막 들어서려는데 그 옆에 있는 비상구가 눈에 들어왔고, 잠시 고민을 했다.

그리고는 그 문을 열고 들어섰다.

천천히 어둑어둑한 계단을 한 칸씩 올라섰다.

그가 일정거리를 지날 때마다 센서등이 하나씩 들어오긴 했지만, 간격이 멀찍이 있다 보니 중간 중간 암흑 속에서 발을 딛어야 할 때가 있었다.


‘이래서 에스컬레이터를 주로 이용하는 건가? 좀 으스스하네. 1층 유리 현관문은 쇠사슬로 칭칭 감겼고, 밖에는 셔터까지 내려져 있었지. 그럼 이곳을 나가는 길은 지하주차장 출구 밖에 없다는 얘기일 테고······ 위에는 대체 왜 통제구역을 만들어 놓은 걸까? 그 여자 말처럼 리더인지 뭔지의 개인 공간일 뿐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건지 좀 알아봐야겠어.’


그는 계속해서 위로 걸어 올라갔고, 어느새 9층에 도착했다.

잠시 심호흡을 하고는 비상구의 손잡이를 잡고 돌렸다.


‘젠장, 잠겼잖아! 얼마나 대단한 비밀이라도 있기에 이렇게 철저하게 막아둔 거지?’


철컥철컥!

손잡이 다시 좌우로 돌려보았지만 마찬가지였다.

통제구역으로 만들어 둔 이유가 있었을 텐데, ‘내가 너무 쉽게 생각 했나’ 하는 마음으로 아쉽지만 돌아서려는 찰나였다.


강준의 바로 앞에서 문이 벌컥 열리면서 누군가가 들어서는 것이었다.

그리고 다짜고짜 그의 입을 막았다.


“읍! 으읍!”


갑작스러운 상황에, 강준은 반사적으로 그를 뿌리치려는데, 센서등이 다시 켜지며 그의 얼굴이 보였다.

다행히도 그는 종호였던 것이었다.

그가 손가락 하나를 자신의 입가에 들어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했다.

그리고는 살금살금 그를 끌고 아래층 남성복 매장으로 내려왔다.

구석에 있는 옷걸이 사이로 들어가서야 강준의 팔을 놓아주고는, 주변에 혹시 누군가가 있는 건 아닌지를 살폈다.


“문고리 돌리는 소리, 왠지 너일 것 같더라. 정신 나간거야? 통제구역이란 소리 못 들었어?”


“그런 너는 왜 거기서 나오는 건데? 아니, 그것보다도 왜 여기 있는 건데?”


“말하자면 길어. 넌 왜 여기로 온 거야? 마트는 어쩌고?”


“그곳에 불이 나서, 모두들 새 장소를 찾아야만 했어. 근처에서 이곳 사람들이 에워쌌고.”


“하아, 왜 하필 여기냐?”


그가 한숨을 쉬면서 고개를 저었다.

에스컬레이터 앞에서 처음 마주쳤을 때 느꼈듯이, 이곳에 온 것을 반가워하지 않는 게 확실해졌다.

둘 사이에 한 때 껄끄러운 일도 있었지만, 그것은 이미 마트에서 터놓고 얘기했는데······ 그렇다면 그가 이런 모습을 보일만한 엄청난 이유가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게 무슨 뜻이야? 여기 뭔가 이상한 곳인 거지?”


“······ 너와 네 일행 분들이 이곳에 잘 적응하고 지낼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아서 그래.”


“그러니까 대체 그게 왜냐고?”


강준의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뭐하나 속 시원히 털어놓지 않는 것이 견딜 수 없이 답답했다.


“그것도 말하자면 너무 길어. 강준아, 이왕 이렇게 된 이상 별 수 없어. 그냥 이들이 시키는 대로 찍소리 내지 말고, 있는 듯, 없는 듯, 그냥 묻어 가. 그것만이 안전하게 지낼 수 있는 길이야.”


“야! 그게 무슨 소리야. 납득이 가게끔 말을 해야지.”


“미안해.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여기까지야. 나 다시 돌아가 봐야해.”


“잠깐만, 너 다시 마주치면 부탁 하나 하려고 했어.”


“그래? 빨리 말해봐. 뭔데?”


“마트에서 같이 지내던 동생이 있는데, 이동하는 중에 잃어버렸어. 녀석을 찾아보게 우리 버스 좀 돌려줘. 아님, 다른 차라도 좋고.”


“허, 강준아, 너 내가 한 말 들은 거야? 그런 게 가능하면 내가 조용히 지내라고 했겠니? 그런 소리 다시는 입도 뻥끗 하지 마. 그리고 그 동생이란 사람한텐 아마도 다행일거야. 이곳에 오지 않은 게.”


“야! 송종호!”


그는 강준의 부름에도 뒤돌아보지 않고 서둘러 비상구로 돌아갔다.

대체 그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으며, 이곳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전혀 이해되지 않는 말만 남긴 채, 훌쩍 돌아가 버린 그 때문에 혼란만 더 가중되었다.


‘그래, 어쩐지 느낌이 이상했어. 분명히 뭔가 잘못된 거라고. 근데 그게 뭐냔 말이야. 아, 씨! 사람들한테 이걸 어떻게 설명하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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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노예(1) 20.01.09 304 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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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다른 세상(2) 19.12.27 339 10 13쪽
37 다른 세상(1) +2 19.12.26 355 7 13쪽
36 이탈(2) +3 19.12.25 340 9 14쪽
35 이탈(1) 19.12.20 346 1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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