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 없는 판타지에 구원은 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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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D6굴림실패
작품등록일 :
2019.10.28 19:34
최근연재일 :
2021.03.04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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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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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혈마인 #9

DUMMY

세상은 온갖 불행과 불합리와 불신으로 가득 차 있다.

그러나 이 세상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부터 그것들이 세상에 가득 차 있었기에 땅에 발을 내딛거나 바다에서 유유히 헤엄치는 것들은 그 사실을 알지 못한다.

그들은 자신들이 자유롭다고,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고, 신들이 자신들을 사랑하고 자신들도 신들을 사랑하는 만큼 보상이 따를 거라고 착각하고 있다.


그러나 이 세상은 불합리하다.

모두가 노력한만큼 대가를 돌려받지 못하는 수준이라면 차라리 낫다.

이 세상은 어중간한 자들은 버리는 말로 소모되고, 재능있는 자들조차도 좋은 장난감으로 다뤄지다 신들의 변덕과 세월의 흐름 속에서 사라진다.

오로지 무능력하여 신들의 관심 밖에서 무관심이라는 축복을 받은 이들만이 온전히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



"겨우 그것 뿐이냐?"



핏빛 개구리가 펄쩍펄쩍 뛰면서 베스코스, 요청와, 무기 3인방의 포위를 뚫고 자신에게 날아드는 혈곤석척 무기의 창들 사이로 미꾸라지처럼 몸을 움직이면서 파고들어 무기의 왼쪽 골반에 주먹을 날리자 뼈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무기는 뒤로 날아가 불타는 천막을 무너뜨리며 불로 휘감긴 천에 파묻혔다.

무기는 당장 들고 있던 창을 크게 원으로 휘둘러 불똥과 불이 붙은 천을 털어냈으나 혈마인 동해청와의 권에 맞은 골반 쪽에 이상이 생겨 왼쪽 다리를 절뚝거리기 시작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마뱀 수인 무기는 왼쪽 발 대신 꼬리와 창으로 바닥을 박차고 도약해서 베스코스의 검을 흘려내면서 요청와 쪽으로 시선을 보내는 동해청와의 등을 노렸다.

요청와는 무기가 창을 들고 쇄도하는 것을 보고 뛰어올라 동해청와를 향해 달려들었다.

요청와의 개구리 손은 붉게 타오르고 있었고 그걸 본 동해청와는 가소롭다는 듯이 웃고는 행동에 나섰다.


동해청와는 베스코스가 위에서 아래로 휘두른 그레이트 소드의 칼날을 피한 뒤 중간 쯤에서 멈춘 그레이트 소드를 밟고 위로 뛰어올라 두 발로 요청와의 창을 잡고 두 손으로 요청와의 양 손의 손목을 낚아챈 뒤 몸을 회전시켜 베스코스 쪽으로 요청와와 무기를 차례대로 내던졌다.


베스코스는 검을 들고 뛰어오르려다 동료들이 날아들자 잠깐 멈칫하더니 먼저 요청와를 한손으로 받아내고 무기를 자신의 가슴으로 받아냈다.



"정이 너무 많은 놈은 전장이나 대양의 잔혹한 강호무림에서 살아남기 힘들어. 못 써."


푸욱!


"끄으으으!"



그러나 그 사이 동해청와는 쏜살같이 달려들어 검을 들고 있는 오른팔만 자유로운 베스코스가 검을 제대로 휘두를 수 없도록 요청와와 무기를 방패삼아 몸을 가린 채 베스코스의 두툼한 허벅지에 손가락을 찔러넣었다.

베스코스가 입고 있는 갑옷을 관통한 손가락이 허벅지의 근육층을 헤집고 신경을 건드렸고 베스코스의 가슴팍에 착지한 무기가 베스코스의 비명이 터져나오기도 전에 벌써 주먹을 날렸지만 동해청와는 벌써 뒤로 물러난 뒤였다.



"확실히 기골은 훌륭해. 기술도 어느 정도 있고 배우는 것도 빨라. 재능만큼은 나나 형님보다 훌륭할지도 모르겠어. 하지만 자기보다 강한 고수와 싸워본 경험이 별로 없지 너?"



동해청와는 조금 신음을 흘렸지만 그래도 쓰러지지 않고 다시 자세를 잡는 베스코스를 보고 말했다.

그 말대로 어린시절부터 이미 다 큰 성인 오크 정도가 아니라 정예화된 오크 기사들을 때려눕힐 수 있었던 베스코스는 성인이 되었을 때 맨몸으로 스칼라베이 오크 왕국의 수도의 조폐국을 초토화시킬 정도로 강했다.

베스코스가 지금까지 자신보다 강한 자와 만났던 것은 최근에 포이부스와 만났던 것 외에는 한 번도 없었다.



"자기보다 강한 고수와 싸워서 이기려면 추해져야 해. 남들이 다 보고 욕할 정도로 추한 짓을 하고서야 자기보다 강한 고수를 이길 수 있는 거야."



동해청와는 이제까지는 장난치듯이 말했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진심이 깃든 진지한 목소리로 베스코스에게 조언을 하였다.

그가 베스코스에게서 뭘 본 것인지는 모르지만 그 조언은 순수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것이었다.



"남들이 욕을 하면 뭐 어떠냐! 결국에는 강한 놈이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놈이 강하다고 기억되는 거라는 거 잘 알아둬. 이건 선배로서 조언하는 거니까 잘 새겨듣고."


"조준!"



그때 갑자기 누군가의 호령이 들려왔다.

베스코스 일행이 주변을 둘러보자 어느새 불타고 있는 진지의 주인인 왕국군이 그들을 둘러싸고 투창과 활과 지팡이를 들고 있었다.

그들이 싸우는 사이에 지휘체계를 복구한 왕국군이 포위망을 형성한 것인데 문제는 동해청와와 베스코스 일행의 거리가 가까워서 그들도 휘말릴 게 분명하다는 것이었다.



"잠깐만! 우린 아군이야!"


"발사!"



왕국군 지휘관은 애시당초 용병 혹은 모험가인 베스코스 일행의 목숨 따위는 신경조차 쓰지 않고 있었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맨손의 개구리 수인을 죽여서 단 한 명에게 진지가 초토화된 것을 다른 왕국군들과 용병들에게 보여졌다는 굴욕으로 실추된 명예를 조금이라도 회복하는 것이었다.

그 과정에서 자신들이 고용한 것도 아닌 용병 몇 명이 휘말리는 것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설령 그 용병들이 자신들을 도우러왔다고 해도 말이다.


베스코스 일행이 채 벗어나기도 전에 먼저 수십 명의 마법사들이 일제히 시전한 마법의 폭발이 일어났다.

그리고 폭발의 섬광이 채 걷히기도 전에 창과 화살이 그 안으로 날아들었고 폭발이 내뱉은 섬광이 사그라들고 연기가 피어오를 때는 누구도 그들이 살아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취할 수급이 남아있었으면 좋겠군. 젠장, 왜 하필 원정에서 이런 일이 생..."


촤락!



왕국군 지휘관은 폭발의 연기를 바라보면서 자신들을 기습한 핏빛 개구리의 머리가 남아있다면 어떻게 처리를 해야 할까 고심했으나 그 순간 연기를 뚫고 무언가가 날아들어 그의 목을 관통하였다.

그건 다름이 아니라 개구리의 기다란 혀였고 목을 관통당한 지휘관이 경악으로 눈을 부릅뜨면서 뭔가를 말하려고 했으나 목을 관통한 혀가 목을 휘어감더니 그대로 연기 속으로 그를 잡아당겼다.

그 힘이 어찌나 강했던지 지휘관의 몸뚱이 전체가 끌려가는 대신 목이 몸통에서 뜯겨나가 머리통만 연기속으로 끌려갔다.



"성가시게 요술이나 쓰고 있어. 너 그렇게 살면 안돼."



동해청와는 혀를 회수하고는 혀와 함께 끌려온 지휘관의 머리통에 대고 말했고 목이 몸통과 분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질긴 생명력으로 아직 의식이 남아있던 지휘관은 아주 천천히 입을 벌리고 뭔가를 말하려고 했으나 몇 초 지나지 않아 눈의 초점이 동해청와에게서 벗어나며 움직임을 멈췄다.


동해청와는 지휘관의 머리통을 아무렇게나 어깨 너머로 집어던지고는 연기가 걷히고 모습을 드러낸 베스코스를 보면서 말했다.



"그리고 너 임마, 내가 한 충고 안 들었지? 좀 추해지라니까? 내 말 듣고 추하게 동료를 버렸으면 그런 꼴 안 당하잖아?"


"세 형!"



베스코스는 요청와 쪽에 자신의 그레이트 소드를 박아서 방패로 세우고, 자신은 아까 다리를 다쳐서 제대로 움직일 수 없었던 무기를 감싸 폭발로부터 지키고 있었다.

제 아무리 튼튼한 몸이라고 해도 숙련된 전투 마법사 수십 명이 일제히 발사한 마법을 그대로 맞아주고도 아예 상처가 없을 수는 없었다.

마력을 쓸 수 없는 베스코스는 평소에는 마법을 피하거나 검으로 쳐내거나, 마법사들을 먼저 도륙내서 큰 위험이 없었지만 이번에는 피할 수도, 검으로 쳐낼 수도, 마법이 발동되기 전에 마법사들을 죽일 수도 없이 동료를 지키기 위해 그대로 마법을 맞아줬고 그 대가는 참혹하였다.



"호신강기도 못 쓰는 놈이 동료지킨다고 요술 폭발을 그대로 맞아주면 이렇게 될 거 알잖아. 자기보다 강한 고수를 이기려면 추해져야해. 넌 방금 선택을 잘못했어."


"..."


"쯧쯧쯧 뭐 됐어. 난 내 할 일 하면 되겠지."



베스코스는 아직 싸울 수 있지만 고수끼리의 싸움에서 작은 상처도 치명적인 패배요인이 될 수 있다는 걸 생각해본다면 앞으로의 싸움이 힘들어질 것이 분명해보였다.



"그 전에 정리를 먼저 해야겠지 흐으읍!"



동해청와는 지휘관이 죽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전의를 불태우며 2차 공격을 가하려는 왕국군을 둘러보다가 숨을 들이키고 자신의 울음주머니를 부풀렸다.

요청와는 그가 뭘 하려는지 깨닫고 급히 외쳤다.



"사후공이다! 귀를 막으세요 형님들!"


"꾸르르르!"


끼이이이이이잉!!!!



다행히도 요청와의 경고가 늦지는 않아서 베스코스와 무기는 바로 귀를 틀어막았지만 대다수의 왕국군은 그러지 못했다.

동해청와의 입에 벌려지면서 내뱉어진 사자후는 인간이 제대로 들을 수 없는 음역대까지 올라가며 충격파로 변했고 직접적인 범위 안에 들어가 있던 이들은 몸이 갈기갈기 찢겨나가며 튕겨나가고, 그렇지 않은 이들은 고막이 터져나가 귀에서 피를 흘리며 그대로 주저앉았다.


소리가 간신히 잦아든 뒤에도 대다수의 사람들의 귀에 이명 현상이 일어나며 제대로 된 소리를 듣지 못해 지휘체계가 붕괴되었고 베스코스 일행이 귀를 틀어막던 손을 떼려고 했을 때 동해청와는 이미 요청와의 바로 앞에 온 뒤였다.



"크하하하하하!"


"끄아아아아악!!!"


"안돼!"



동해청와는 그대로 요청와의 목을 붙잡고 흡성대법을 시전하였다.

동해청와의 사후공으로 증폭된 웃음소리와 요청와의 찢어지는 것 같은 비명소리가 다른 진지에서도 들릴 만큼 크게 울려퍼졌고 베스코스와 무기가 급히 검과 창을 들어올렸지만 요청와의 매끈하던 피부가 말라비틀어지는 속도가 더 빨랐다.



푸욱!



하지만 그 순간, 갑자기 그림자 속에서 튀어나온 칼날이 동해청와의 손목을 향해 날아들었고 동해청와는 급히 요청와를 놔버리고 아슬아슬하게 칼날을 피했으나 손목에 가느다란 선이 그어지며 피가 튀어나왔다.

만약 요청와를 놓지 않았다면 분명 손목이 절단되었을 날카로운 일격이었다.



"누구냐?"


"폴!"



그림자 속에서 나타난 것은 글씨가 새겨진 금속판을 허리춤에 달고 있는 마법사 폴이었다.

그는 아무 말도 없이 동해청와를 노려보았고 동해청와는 흥미가 당기는 얼굴로 말했다.



"공격하기 직전까지 전혀 살기를 느끼지 못한 것을 보아하니 꽤나 이름 높은 살수구나. 아니지, 뛰어난 살수는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으니 잘 알려지지 않은 살수라고 해야겠어. 이번에는 네가 날 상대할 건가? 비록 힘은 저들보다 약하지만 마음가짐이 어설픈 저놈들보다는 싸울 맛이 있겠어."


"네 상대는 내가 아니다."



마법사 폴은 처음으로 동해청와에게 말했고 그 순간 동해청와는 자신의 뒷쪽에서 무시무시한 살기를 느끼고 급히 오른쪽으로 몸을 던졌다.



콰앙!



동해청와가 몸을 던지자마자 방금 전까지 그가 있던 자리에 거대한 하얀색 양날도끼가 날아와 박혔고 목표물을 명중시키지 못한 도끼는 손잡이에 달린 쇠사슬에 이끌려 다시 주인에게로 돌아갔다.



"넌?"



동해청와는 마치 상대가 누구인지 알아본 것처럼 안그래도 동그란 눈을 더 크게 뜨면서 말했고 도끼의 주인인 붉은 사자갈기 같은 수염과 머리카락을 지닌 포이부스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너보다도 더 추악한 악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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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1 결착의 시간 #8 +7 21.01.26 898 44 17쪽
280 결착의 시간 #7 +12 21.01.21 928 45 12쪽
279 결착의 시간 #6 +10 21.01.19 937 45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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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7 결착의 시간 #4 +10 21.01.12 919 43 12쪽
276 결착의 시간 #3 +6 21.01.07 966 41 12쪽
275 결착의 시간 #2 +3 21.01.05 952 51 12쪽
274 결착의 시간 #1 +12 20.12.31 1,000 48 13쪽
273 카르바노그 #10 +18 20.12.29 1,034 50 23쪽
272 카르바노그 #9 +6 20.12.24 926 42 14쪽
271 카르바노그 #8 +12 20.12.22 958 41 18쪽
270 카르바노그 #7 +10 20.12.17 934 38 13쪽
269 카르바노그 #6 +6 20.12.15 990 38 11쪽
268 카르바노그 #5 +6 20.12.10 935 40 15쪽
267 카르바노그 #4 +5 20.12.08 917 41 12쪽
266 카르바노그 #3 +14 20.12.03 948 48 11쪽
265 카르바노그 #2 +9 20.12.01 942 44 15쪽
264 카르바노그 #1 +5 20.11.26 983 42 12쪽
263 혈마인 #11 +4 20.11.24 946 39 16쪽
262 혈마인 #10 +4 20.11.20 946 46 14쪽
» 혈마인 #9 +8 20.11.17 951 4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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