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키문카무이, 조우(遭遇)하다.(5)
이글은 픽션입니다. 나오는 인물, 대상, 지명등은 철저히 검증되지 않았으며, 그 나머지도 작가의 상상력에 기반을 두었음을 미리 밝힙니다.
* * *
“아니, 뭐가 이렇게 극단적이야? 내 말은 곰 따위를 죽여서 나나 마키리의 마음이 풀릴게 아니니 그만 두라는 거잖아.”
“그러니, 대신 키문카무이님의 화가 풀리시도록, 저희의 목숨을 내어 놓겠다는 겁니다.”
“저희들의 사과를 받아주십시오.”
비장한 얼굴을 하고 있는 그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더 이상 할 말이 나오질 않았다.
세상에 ‘사과’를 한답시고, 자신의 목숨을 내어 놓겠다는 놈들이 어디 있겠는가.
그들이 말귀를 못 알아듣는 건지, 아니면 지웅이 제대로 설명을 하지 못한 것인지.
마치 보이지 않는 벽을 사이에 두고, 자신들이 듣고 싶은 말만을 듣고 있는 느낌이랄까?
이건 온카미와 키로로, 그들이 만족할만한 답을 듣기 전까지는 전혀 끝날 것 같아 보이지가 않았다.
결국 정해진 해답은 지웅과 마키리가 그들을 ‘용서한다.’라고 말해야 한다는 것인데.
그렇게는 안 되지.
“뭐, 그럼 답 나왔네. 그럼, 그냥 죽는...”
“용서하겠습니다.”
지웅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현관문 앞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그곳에는 마키리가 서있었다.
지난밤의 후유증이 아직 가시지 않았는지, 한손으로 문을 짚은 채 힘겹게 서 있는 마키리.
그가 창백한 얼굴과 깊은 눈으로 온카미와 키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정말이십니까? ‘신의 사자’님.”
“정말 감사합니다.”
마키리의 음성에 감격해서 연신 고개를 바닥에 조아리는 그들.
하지만 지웅은 그것이 못마땅했는지, 인상을 찡그리고 있었다.
“몸도 안 좋은 녀석이 왜 여기까지 나와 있어?”
“밖이 하도 시끄러워서 잠이 깼어요. 누구 목소리가 워낙에 커서 말이죠. 헤헤.”
“설마 그 ‘누구’가 나는 아니겠지? 그나저나, 저들을 용서 하겠다고. 정말이야?”
“예. 용서하겠습니다. 저렇게 목숨까지 내어놓고, 사과를 하는데. 저 정도면 지웅님께서 얘기하신 ‘진심어린 사과’ 맞죠?”
마키리의 물음에 지웅도 하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물론 자신이 보기에는, 그들의 목숨을 담보로 한 ‘사과를 가장한 협박’이라는 표현이 더 맞는 듯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지웅의 감정인 것이고.
정작 당사자인 마키리가 그렇게 느꼈다면, 그걸 자신이 부정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뭐, 네가 그렇다면 그런 것이겠지. 쩝. 들었지? 마키리가 용서 한다네. 따라서, 내가 너희들을 저주하는 일도 더 이상 없을 것이다. 그러니 다들 돌아가.”
“감사합니다. 카문카무이님, 감사합니다. 카무이(신)의 사자시여.”
밝은 목소리로 연신 감사를 전하는 온카미와 키로로.
하지만 지웅은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현관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물론, 그들이 보인 막무가내의 행동도 마음에 들지 않았을 뿐더러.
일단 은원(恩怨)관계가 사라졌으니, 어쨌든 이제 자신과는 생판 남남이다.
더 이상 그들과 엮이고 싶은 생각도, 그들을 신경 쓰고 싶지도 않았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작, 추천 부탁드리며. 악의적인 비판이 아닌, 건전한 비판이나 응원의 댓글은 언제나 환영합니다.
Comment '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