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에 빙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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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글쇠
작품등록일 :
2019.11.01 10:16
최근연재일 :
2020.01.0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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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2.1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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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자 토론회

DUMMY

장삼풍은 단일화를 거듭 요구했고, 왕중양은 확답을 주지 않았다. 둘이 헤어진 후 나는 재빨리 천마 몸으로 돌아갔다.


- 달마는 본인이 맹주 하려고 해.

- 이유는?

- 총살의 길로 가는 실마리를 잡았는데, 그 길은 싫대. 주사의 길로 가겠다고 일부러 속세에 인연의 끈을 만들려는 거 같아.


달마 정도면 하품을 짓다가 얻은 깨달음으로 경지가 오를 수도 있다. 사형의 경지로 올라가 총살의 길로 갈까 봐 늘 긴장하고 있지만, 잠깐의 방심으로 일을 그르칠지도 모른다.

그래서 달마는 무림맹주가 되어 속세와 연결된 인연의 끈을 늘릴 생각이다. 그럼 저도 모르게 총살의 길로 끌려가는 걸 좀 더 확실히 막을 수 있다.


- 남은 둘은?

- 장삼풍은 왕중양을 맹주로 밀려고 해. 대신 왕중양한테 맹주 자리에 2년 앉아주기를 요구했어. 왕중양은 맹주가 된 후 바로 사퇴할 계획인 거 같고.


천마는 내가 얻은 정보를 일행에게 공유했다. 그러나 모두 정치를 해본 경험이 부족하여 뾰족한 수가 나오지 않았다.


- 어떻게든 단일화를 막아야 하는 거 아니야?

- 무림맹이란 떡의 크기는 정해졌어. 둘이 합치면 남은 자들에게 나눠줄 떡이 부족해. 그럼 남은 자들끼리 또 뭉쳐서 장삼풍과 왕중양 연합에 대항할 거야. 지금은 떡이 얼마나 크고 남은 여섯 후보자의 입이 얼마나 큰지 알아내는 게 우선이야.


- 공약은 아직도 정하지 못했어?

- 어차피 지금은 돈이 없어서 선거 활동도 못 해. 공약은 최대한 늦게 발표할 생각이다.


힘을 합칠 수도 있는 다른 후보들과 달리 천마는 혼자다. 공약은 하나만 제출할 수 있기에 신중해야 한다. 누구 하나를 겨냥해서 그걸 이기는 공약을 제출하면 다른 후보한테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만다.


###


"맹주 후보자 일곱 분을 모셨습니다."


- 널 먹이려는 거 같은데?


보통은 선거 활동이 어느 정도 진행되고 판세가 굳어진 후에 토론회를 벌인다. 쐐기를 박거나 판이 뒤집히거나. 그런 재미로 관심이 집중되는 토론회인데, 맹주 선출을 발표하자마자 바로 열렸다.


- 나더러 어서 공약을 발표하라는 압박이야.


"기호 1번 황실종 후보부터 발언하겠습니다. 발언 시간은 이 향이 다 탈 때까집니다."


"기호 1번 황실종입니다."


"끝났습니다. 2번 마교편 장로로 넘어가겠습니다."


- 뭐 어떻게 된 거야?


향이 1초도 안 되는 사이에 타서 사라졌다.


- 도관이나 절간의 주 수입 중 하나가 향화객에게 파는 향이다.


도관 혹은 절간에서 절을 올리기 전에 향을 피워 향로에 꽂는다. 향을 준비해서 가는 사람은 드물고 대부분은 도관 혹은 절간에서 비싼 값으로 산다.

향이 타는 기간 향화객은 절을 하며 자기 소원을 빈다. 향 하나가 타는 기간이 약 5분에서 7분이다.


- 회전율을 높여 더 많은 향화객을 받아 돈을 벌 목적으로 저들은 향을 빨리 태우는 무공을 개발했다.


적멸신공(寂滅神功).

소림 72절기 중 하나다. 주로 손으로 펼치기에 적멸조(爪)라고도 부른다.


멸적금(滅寂錦).

장삼풍이 창안한 무당 절기다. 소림사의 적멸신공을 표절했다는 의혹을 받았지만, 무공 구결에서 똑같은 문장과 단어가 30%밖에 안 된 관계로 창작으로 인정받았다.


장삼풍과 달마의 사이가 나빠진 여러 이유 중 하나라고 한다.


- 왕중양은 뭐 없어?

- 있지. 구음백골조.


구음백골조(九陰白骨爪).

왕중양이 익힌 구음진경의 무공이다. 음조지부(陰曹地府)의 구유음풍(九幽陰風)을 소환하는 법술로 화기(火氣)에 상극이다.


마교편은 물론 제갈몽청의 향도 1초를 버티지 못했다.


- 대책 있어?

- 화재방지.


천마 차례가 되었다. 토론회 진행자가 향에 불을 붙였다.


"천마다."


향이 사라졌다.


- 뭐야? 대책 있다며?

- 저들이 저렇게 대책 없을 줄은 몰랐지.

- 알아듣게 설명해.


천마는 향에 붙은 불을 바로 꺼버렸다. 적멸신공이든 멸절공이든 구음백골조든 있는 불을 키우는 방식이다. 향이 다 탈 때까지라고 했기에 불이 꺼져도 발언하는 데 영향이 없다.


그런데 저들이 아예 향을 없애버렸다.


"그럼 기호 5번 장삼풍 도인으로 넘어가겠습니다."


결국, 일곱 후보 모두 자기 이름만 말하고 발언을 끝냈다.


"각 후보의 멋진 자기소개를 잘 들었습니다."


미리 준비한 원고를 읽던 진행자 이마에 땀방울이 맺힌다. 박수나 갈채가 나와야 할 타이밍인데 너무 고요하니까 뻘쭘한 거겠지.


"질의 응답 순서로 넘어가겠습니다. 각 후보는 총 3번 질문할 수 있고, 같은 후보에게 1번 이상 질문할 수 없습니다."


일곱 후보는 서로 눈치를 보며 선뜻 나서지 않았다. 원래는 공약을 살피고 선거 활동에서 한 발언을 분석한 다음 약점을 찾아내 공략하는 게 정석인데, 올해는 토론회를 너무 빨리 열었다.


"기호 4번에게 질문하겠습니다."


마교편이 나섰다.


"기호 4번은 아직 공약을 발표하지 않았습니다. 설마 공약을 아직도 정하지 못한 겁니까?"


"응."


"그럼 언제 발표할 생각입니까?"


"잠시만요. 마 장로는 4번 후보자한테 이미 질문했고 답도 들었습니다. 다른 후보한테 질문해 주십시오."


아 웃겨. 고수는 표정 관리도 잘한다고 들었는데, 마교편의 돼지 간보다 더 뻘건 얼굴을 보니 꼭 그렇지만도 않은 거 같다.


"그럼 기호 1번 황실종 후보한테 질문하겠습니다. 이번 선거를 위해 황실 세력권 문파로부터 천 명에 가까운 고수를 지원받았다고 들었습니다. 맹주가 못 되면 반란을 일으킬 계획입니까?"


헐. 마교편 참 악랄하다. 내란죄를 뒤집어씌워서 아예 황실종을 보내버리려는 강수를 초반부터 뿌리다니.


"우선 사실관계를 확실히 하겠습니다. 비록 황실 세력권에 뿌리를 뒀지만, 저를 도운 문파 모두 무림맹에 등록한 우수 문파입니다. 그리고 개인적인 친분으로 자발적으로 저를 도운 것일 뿐, 어떠한 조직적인 움직임이 없었습니다."

"그에 더불어, 자발적이고 대가를 요구치 않은 헌신적인 도움에 미안함을 느낀 저는 그들에게 돌아가 생업에 종사할 것을 간곡히 부탁했고, 그들은 토론회가 열리기 전까지만 돕겠다고 고집을 부렸습니다. 토론회가 열린 지금 이들은 이미 돌아가는 길에 있습니다."


대박. 상대가 찌를 약점을 미리 알고 대비까지.


하긴. 저들이 움직일 언론이 있나 사법부를 통제했나. 사실을 왜곡할 수단이 없으니 미리미리 조치해야지.


"그럼 마지막 질문은 기호 5번 장삼풍 후보에게 하겠습니다."


토론장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지금 일곱 명 후보가 있지만, 3번까지는 인간계고 4번부터는 천상계다.


물론, 공공의 적인 4번을 공격하는 건 괜찮다. 그런데 마교편이 감히 무당파의 장삼풍을 건드릴 줄은 누구도 예상 못 했겠지.


지리적 관계로 황실종은 소림과 가깝게 지내고 마교편은 무당과 친하다. 소림이 있는 곳이 황실과 가깝고 무당은 마교 세력권과 가깝기에 지지층이 겹치기도 해서 서로 연합할 거로 분석했었다.


"장삼풍 후보가 무당파에 가입하기 전 행보에 대한 제보를 받았습니다. 황궁 세력권에서 현령이 되어 녹봉을 십사 년 동안 받았고, 소실봉에 있는 소림사에서 화공으로 십 년 일 한 적 있으며, 여인과 혼인하고 화산 옥녀봉에 기거한 적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녹봉, 소실봉, 옥녀봉을 합쳐서 그땐 장삼봉이라고 불렸다고 하는데, 사실입니까?"


- 뭔 개소리야?

- 어차피 마교편은 쓸모없는 패니까 방어용으로 쓴 거 같다.


짧은 기간에 준비 많이 하고 나왔네.


- 우리 너무 불리한 거 아니야? 준비한 거 아무것도 없잖아.

- 이럴 땐 판을 흐려야지.


"맞는 말이오. 내 나이 열여덟, 과거에 급제하고 관리가 되었소. 그러다가 사부인 화룡진인을 만나 도를 닦기 시작했고, 결국 서른둘 되던 해에 관직을 사하고 수도에 전념했소. 그러다가 소림사로 들어갔소."


"잠깐 끊겠습니다. 도를 닦는 분이 왜 소림사로 가셨습니까? 종남도 있고 화산도 있고 청성도 있고, 그리고 지금처럼 대단하진 못했지만, 무당도 있었잖습니까."


진행자의 질문에 장삼풍이 허연 수염을 쓰다듬으며 희미하게 웃었다.


"사부의 유언이었소. 내가 도에 심취하자 소림으로 가서 십 년 버티라고 했소. 과유불급이라고, 너무 의심없이 믿는 것도 문제라면서 말이오."


"왜 굳이 소림사로?"


"맹신이 가득한 곳이니 반면교사로 삼으라고 하셨소."


달마 이가 부드득 갈리는 게 귀에 들린다.


"다들 아시다시피 부처는 이 세상과 단절되면서 완성되는 존재요. 그런데 소림에선 살아있는 부처 운운하며 활불(活佛)이란 말까지 만들어내서 일개 범부를 부처로 포장했소."


"아미타불. 꼬봉이가 말이 좀 심하구나."


달마의 야윈 얼굴에 푸른 핏줄이 도드라졌다. 장삼풍의 입꼬리 역시 부르르 떨렸다.


작가의말

협의적인 민주주의지만, 할 건 다 하는 무림맹.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Lv.99 DarkCull..
    작성일
    19.12.15 09:41
    No. 1

    엄청 웃기는 했는데
    우울하기도 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8 글쇠
    작성일
    19.12.15 10:46
    No. 2

    처음엔 50화 정도 분량으로 가볍게 말장난만 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다가 수정을 통해 뭔가 표현하려고 했죠.
    연재하면서 심경 변화가 있어 뒷부분은 또 조금 다를 겁니다.

    성적은 저조하지만, 글쟁이는 얻는 게 많은 연재였습니다. 다만, 취향이 아님에도 억지로 읽어주시는 분들에겐 참 미안합니다.

    DarkCully 님은 재밌게 읽고 계시니 하나도 안 미안하네요. ^^*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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