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에 빙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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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글쇠
작품등록일 :
2019.11.01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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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0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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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2.1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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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문회

DUMMY

비무 대회 결승엔 모용세가 소가주인 모용복과 개방 소방주 소봉이 나와서 사흘 밤낮을 겨뤘다. 결국 소봉이 근소한 차이로 비무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개방이라면 소림과 편 먹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무당과 손잡았다. 아무래도 기름을 담은 탱구가 무림맹 및 황궁 세력권으로 가는 길목에 무당이 버티고 있으니 선택 여지가 없었겠지.


예년에는 후보가 수십 명이고, 후보마다 비무자 세 명을 출전시킬 수 있어 며칠 걸렸는데, 이번엔 고작 세 번의 비무로 사흘이 걸렸다.


"사형. 이제 어떻게 하는 게 좋겠습니까?"


나도 몰라. 천마가 선거 계획에 관해 나한테 얘기해준 게 1도 없거든.


"아무것도 안 하면 되는 거 아닙니까?"


내가 침묵하자 공공칠이 대신 나섰다.


"비무 대회에서 일부러 가위바위보를 진 건 저들끼리 잘 싸우라는 의미 아니었습니까?"


그런 깊은 뜻이 있었던 게 아니야. 그냥 안 내면 진다고 하니까 강박증이 도져서 생각 없이 주먹을 내밀었어. 난 길 건널 때도 인도의 하얀 부분만 밟거든.


그렇게 고개 숙이고 걷다가 트럭 오는 것도 못 보고 이렇게 천마한테 빙의해 안 썩여도 될 속을 태우고 있어.


"객관적으로 따지면 달마가 1위고 장삼풍이 2위고 우리가 3위입니다. 종남파는 확고한 지지층이 없거든요. 비무에서 장삼풍이 이기는 바람에 달마와의 차이를 좁히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되면 장삼풍이 단일화가 아니라 직접 맹주가 될 야심에 불탈 겁니다."


좋았어. 공공칠. 계속해봐.


"그러나 상대 표를 빼앗아 자신이 갖는 건 어려운 일입니다. 달마 지지자가 변심하더라도 장삼풍을 찍기는 힘들거든요. 아마 장삼풍은 달마 주변을 흔들어 표를 4위인 왕중양에게 보낼 겁니다. 자기가 못 먹고 우리한테 주긴 싫고. 그러니 왕중양밖에 없거든요."


"대호법 말이 맞아. 달마도 마찬가질 거야. 장삼풍과 왕중양 모두 청교니까 지지자들이 변심하기도 훨씬 쉬울 거고."


공공칠의 분석에 막살자도 신났다.


분석대로면 셋의 득표수 모두 30% 이하로 만드는 게 쉬워지긴 하는데.

"그런데 달마나 장삼풍이 그걸 모를까?"


내 질문에 공공칠이 대답했다.


"당연히 알 겁니다. 그러나 알아도 어쩔 수 없죠. 안 그럼 가장 미운 사람이 무림맹주가 될 텐데요. 장삼풍은 자기가 못 될 바엔 왕중양이 되는 게 낫다는 생각일 테고. 달마 역시 장삼풍보단 왕중양이 나을 겁니다."


"내 예상이 맞는다면 왕중양도 야심을 숨긴 사람이야. 아마 달마나 장삼풍이 다른 수단을 떠올리지 못하게 기만하고 압박할 거야. 거기에 세가 연합이 부지런히 뛰어준다면."


"맞습니다. 대형. 우린 티 나게 움직이지 말고 조용히 굿이나 보면서 떡이나 먹으면 됩니다."


다들 손뼉을 치며 자축한다. 재가 된 내 마음도 모르고.


만약 맹주가 되었는데도 천마가 돌아오지 않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저들이 힘을 합쳐 날 죽이려 한다면 막아낼 수 있을까?


비무대회에 나온 여섯만 봐도 무림맹의 저력을 알 수 있다.


'잠깐. 그럼 세 세력 중에서 무력 최강이라는 마교는 도대체 얼마나 강한 거야?'


천마 몸에 빙의하여 맨날 대전의 마교 고수들을 내려보니 현실 감각이 흐려졌나 보다. 그들도 무림에서 이름을 알아주는 어마어마한 고수일 텐데.


그리고 이런 두 세력이 있음에도 굳건한 황궁 역시 얼마나 대단할지 짐작이 간다.


###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하루하루 보냈다. 그러나 투표가 끝나고도 천마는 돌아오지 않았다. 엄청 까다로운 놈한테 빙의했나 보다. 혹시 지난번처럼 강아지나 짐승한테 빙의한 건 아니겠지?


"출구 조사를 마쳤습니다."


별걸 다 하네.


"투표 결과를 조작할 수도 있으니깐요."


뭐. 이건 놀랍지도 않다.


"지금까지 출구 조사와 최종 결과가 어긋난 건 딱 두 번입니다. 두 번 다 투표지를 공개하고 다시 통계했습니다. 한 번은 통계 조작이 들켰고 한 번만 출구 조사가 틀렸습니다."


정보통이 각 지역에서 비둘기 다리에 묶여 온 조사 결과를 조합했다. 수학에 능한 태식의 도움으로 결과가 금세 나왔다.


"황궁 세력권과 가까운 지역을 보면 달마 지지율이 6할로 1위입니다. 의외로 천마님이 2할로 지지율 2위입니다."


황실 혈통인 것과 황태손 인마의 존재가 큰 역할을 한 것 같다.


"마교 세력권과 가까운 지역을 보면 장삼풍의 지지율이 5할로 1위입니다. 2위는 천마님으로 2할 3푼입니다."


천마가 교주 되고 싸움이 꽤 줄었다고 하니 그쪽 사람들도 감사하는 마음이 있는 거 같다. 그게 아니면 전관예우에 대한 기대감의 발로일 수도 있고.


"무림 변방에선 천마님이 5할 7푼으로 지지율 1위입니다. 2위는 놀랍게도 왕중양이 4할의 지지율로 차지했습니다."


세가 연합 일 잘하는구나.


"중심 지역은 왕중양이 4할로 1위를 차지하고 천마님을 비롯해 남은 세 분이 2할 정도로 비슷하게 나왔습니다."


"중심 지역 인구가 남은 지역들 합친 거 2배라고 했지?"


"그렇긴 합니다만, 변방은 투표 참여율이 높고 중심 지역은 참여율이 저조합니다. 아무래도 마교나 황궁에 인접하거나 다른 나라와 국경을 맞댄 곳은 위험하니까 좋은 맹주를 뽑으려고 참여율이 높습니다."


"그런데 전 맹주로 맹탕을 뽑아?"


"전경련을 등에 업고 민생을 위한 맹주가 되겠다고 거짓말을 하는 바람에 다들 속았죠."


그나저나 나도 걱정이다. 천마가 떠난 후 고심하여 내놓은 게 마교와 황실을 모아놓고 대화하겠다는 공약이었다. 구구절절 늘어놓진 않았지만, 평화를 이룩하고 교류를 강화하여 좀 더 나은 삶을 갖다주겠다는 메시지가 심어졌다.


긴장과 기대 그리고 걱정 가운데 시간이 야속하게 흐른다. 긴장과 기대는 다른 사람들 몫이고, 걱정은 내 몫이다. 맹주가 돼도 걱정 안 돼도 걱정이다.


"사형. 무림맹 충의당에 모이라고 합니다."


###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놀랍게도 나랑 왕중양의 득표수가 똑같다고 한다. 둘 다 2할 6푼 7리다.


"기호 6번 후보의 득표수는 2할 3푼 4리로 3위입니다."


장삼풍은 변비 열흘 앓은 표정이고 달마는 열흘 앓은 변비를 해결한 표정이다.


"무림맹 맹규에 따라 청문회를 열고 두 후보의 사상검증을 하여 맹주를 정하겠습니다."


왕중양 측에서 죽간과 양피지 그리고 종이를 한 수레 꺼낸다.


제길. 미리 언질 받은 게 분명하군.


눈알을 살짝 굴려 제갈몽청을 살폈다. 얼굴이 굳은 걸 보니 제갈몽청도 청문회 사실을 미처 몰랐던 것 같다.


"청문회는 무림맹 대변인인 저 유대변이 진행하겠습니다. 기간은 새로운 맹주가 정해질 때까지 무제한입니다."


무림맹에서도 처음 열리는 청문회여서 절차나 규칙을 아는 사람이 드물다. 그래서 유대변은 주의점과 어떤 형식으로 진행되는지 자세히 설명했다.


"청문회에 도움을 줄 금구라 장로입니다."


금구라(金口喇). 살상력이 전혀 없는 구라신공을 익힌 무림의 이단아.


"피녹희오(皮錄羲奧)."


나무로 대충 깎은 인형에 금구라가 법술을 사용했다.


"질문에 거짓으로 대답할 때마다 인형의 코가 자랍니다. 거짓말이 세 번 들킨 사람은 탈락입니다. 두 후보 혹은 후보 진영에서 상대 후보한테 질문을 번갈아 하겠습니다."


대박. 기억나지 않는다는 대답을 도저히 할 수 없는 청문회다.


"그럼 청문회의 질문 답변 절차를 시작하기에 앞서, 필수 절차를 밟아야겠습니다. 별 의미가 없는 절차지만, 청문회 규정에 명문으로 적혀있어서요. 긴장하지 마시고 편하게 답변하시면 됩니다."


"먼저, 기호 7번 종남파 태장문인이자 전진교 교주 왕중양, 본인 맞습니까?"


태장문인은 살아서 장문직을 넘긴 사람을 높이 부를 때 쓰는 칭호다.


"맞소."


나무 인형의 코가 그대로다.


"다음, 기호 4번 무소속 천마. 본인 맞습니까?"


제길. 여기서 내가 천마가 아닌 게 들키면 어떻게 되지? 저들은 진짜 천마를 내놓으라고 나를 닦달할까 아니면 그냥 나를 죽여버릴까?


두 번째 경우는 내가 어떻게 할 방법이 없으니 첫 번째 상황에 대비해야겠다.


저들이 진짜 천마를 내놓으라고 하면 뭐라고 변명하지? 천마가 다른 세상에 빙의했다고 말하면 믿어줄까? 코가 자라는 나무 인형이 있으니 믿어줄지도 모르겠다.


그럼, 난 천마가 맞는다고 대답해야 할까 아니면 아니라고 대답해야 할까?


맞는다고 했는데 거짓으로 판정 나면 세 번의 기회 중 하나 날리고 시작하는 셈이다. 그런데 아니라고 하면? 그럼 불참으로 그냥 왕중양 승리가 되는 게 아닐까?


"저, 4번 후보 무소속 천마는 빨리 대답해 주십시오. 천마 본인 맞습니까?"


분위기가 기괴하게 변한다. 왜 내가 뻔한 질문에 대답을 망설이는지 궁금할 테지.


제길. 이판사판. 못 먹어도 고.


"맞다."


작가의말

별걸 다 하는 무림맹. 상대에 관해 아는 건 전혀 없고, 천마냐는 대답도 망설이는 동출이가 이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갈지 기대해 주십시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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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99 DarkCull..
    작성일
    19.12.18 23:29
    No. 1

    생각해보니
    기억나지 않습니다. 이 말 자체가. 그렇군요. 무뎌졌나 봅니다.
    언제나 그렇듯 응원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58 글쇠
    작성일
    19.12.19 09:34
    No. 2

    그렇게 대답하면 다들 당연하게 여기는 분위기죠.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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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문신 법술 +3 19.12.03 225 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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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범인 검거 +2 19.12.01 211 7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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