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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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범(颱犯)
작품등록일 :
2019.11.01 10:24
최근연재일 :
2020.05.07 09:00
연재수 :
8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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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821
글자수 :
258,812

작성
19.11.30 09:00
조회
401
추천
9
글자
7쪽

028 영혼이 보인다.

DUMMY

염라대왕과 청난이 나누던 대화에 등장했던 사기를 가득 품은 영혼.

그가 바로 염라대왕의 그림자인 강이었다.

강은 처음 모습을 드러낼 때와 마찬가지로 고개를 숙인 후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그런 모습이 익숙한지 염라대왕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자신의 거처인 염라궁으로 돌아갔다.

청난은 염라대왕의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 다시 이승으로 돌아왔다.


“오셨습니까!”


미리 복귀했던 서문청과 다른 사자들이 살짝 당황한 표정으로 그를 맞았다.


“내가 온 게 불만인 모양이구나.”

“아닙니다.”

“사자들의 실종 사건을 우리가 전담하게 되었다.”

“예? 그건 집법부로 넘기셨다고······.”

“중간에서 일이 틀어졌어. 청이 너와 하급 사자들은 다른 임무를 모두 다른 이들에게 넘겨라.”

“알겠습니다.”


오직 하나의 임무를 위한 팀이 만들어졌다.

이미 활동 중인 사자들이었으나 염라대왕으로부터 직접 명령을 받았기에 그들이 느끼는 부담은 상당했다.


“모든 것을 처음부터 시작한다.”


지금까지 파악한 모든 내용을 백지화 시켰다.

첫 번째 실종 사자의 사건부터 시작하게 된 이들이 새롭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시각 광호는 성태의 고시원에 앉아 있었다.


“여기서 지내신다고요?”

“신세를 좀 져야 하겠구나.”

“어려울 것 같은데요?”

“난 신경 쓰지 말거라. 그냥 있는 듯 없는 듯 지낼 것이야.”

“제가 신경 쓰는 게 아니라 이곳 방침이 안 되는 건데요?”

“뭐야? 정말 그렇게 야박하게 굴어야 하겠냐?”

“제가 야박한 게 아니라 여기 고시원 방침이 그렇다니까요? 지내시려면 방 하나를 임대하셔야 해요.”

“에잉······. 됐다.”


어쩌다 하룻밤 신세를 지는 것이라면 가능하겠으나 줄곧 함께 지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물론 돈을 조금 더 지불한다면 안 될 것도 없었지만 성태는 광호와 지내는 것이 여러모로 불편했다.


“가시게요?”

“흥. 이제 와서 내가 간다니 아쉽냐?”

“그럴 리가요? 안녕히 가세요.”


성태는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려는 광호를 향해 허리까지 굽히며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


“그리고 두 번 다시 서로 만나는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

“그건 내가 알아서 할 것이다.”


광호가 돌아가고 난 후 성태는 침대에 누워 버렸다.

정신없이 지나간 시간이다.

한 번도 이런 생활을 생각해 본적이 없었기에 모든 게 꿈같이 느껴질 정도였다.

하지만 여전히 자신의 곁에 있는 멍이를 보며 꿈이 아니라는 것을 재차 확인했다.


“짜증나.”


무료했지만 나름 만족스러운 삶이었다.

계속 된 실패였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될 것이란 희망을 갖고 노력했던 시간이기도 했다.

결과가 없으니 제대로 노력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건 모르는 소리다.

없는 시간을 쪼개가며 정말 열심히 노력했지만 이 사회의 제도가 항상 문제였다.

허구헌 날 바뀌는 시험의 패턴과 방식.

앞서가지 못했기에 패배자가 되었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씁. 난 정말 열심히 노력했다고. 해도 안 되는 건 내 책임이 아냐.”


참 멍청한 생각일 뿐이다.

지나간 일에 아쉬움을 느끼며 매달리지 않는다.

또 다른 기회를 찾아 노력하면 그만이다.


“아. 그나저나 통장에는 돈이 얼마나 남았지?”


지난번 아르바이트로 입금 된 돈을 야금야금 썼으니 생각보다 조금 남았을 것이다.

뜻하지 않은 일에 휘말리며 제대로 계획을 세우지도 못하고 낭비를 해버렸다.

지금부터라도 계획적인 소비가 절실하다.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난 성태는 자신의 통장을 꺼냈다.

다행히 통장에 찍혀 있는 금액은 전과 다름없었다.

하지만 통장으로 거래한 게 아니니 달라진 게 없을 뿐 분명 변화는 있을 것이다.

전화기를 들어 거래 내용을 확인한 성태는 순간 전화기를 떨어트릴 뻔했다.


“겨우 십만 원 남았다고?”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아무리 정신이 없었다고 말도 안 되는 금액을 지출해버린 자신의 모습에 자괴감이 들었다.


“하아. 이럼 안 되는데······.”


고향에 전화를 걸어 돈을 보내 달라고 하기엔 너무나 염치가 없다.

시험을 포기하고 내려와 가업을 이어받으라던 아버지와 크게 다투고 지원이 없어도 충분히 꿈을 실현할 수 있다고 떠나왔기 때문이다.


“형님을 찾아가 다른 일거리가 있는지 알아볼까?”


특별한 기술도 재주도 없는 성태였지만 무조건 일을 해야 했다.

일을 해 생활비를 만들고 잠을 줄여 공부하면 충분할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성태의 다짐은 채 일주일을 가지 못했다.


“안 해. 못해.”


일주일동안 무려 열 가지 아르바이트를 했다.

기술이 없으니 성실함을 무기로 열심히 해볼 생각이었으나 생각과는 달리 너무 힘이 들었다.


“성태씨는 다 좋은데 우리와는 안 맞는 것 같으니 내일부터 나오지 말아요.”


아주 대 놓고 사람을 무시하는 이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다시 고시원으로 돌아 온 성태는 자신을 반겨주는 멍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 후 침대에 걸터앉았다.


“으음······.”


이제 고민을 넘어 절박해진 상황이다.

차라리 그때 저승사자들이 말했던 것을 함께 하고 대가를 요구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까지 드는 순간이다.


띠리리리.


전화벨이 울린 건 그때.

발신인을 확인하니 수진이란 여자의 경호원인 곽청이었다.


“어쩐 일이세요?”

- 잠시 만날 수 있겠습니까?

“저 바쁜데요?”

- 아르바이트 잘리고 고시원에 들어가신 것 알고 있습니다.

“뭐요? 그 말은 지금까지 나를 미행했다는 겁니까? 당신들 이거 범죄야. 범죄. 내가 신고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

- 일자리 필요하시죠?

“예? 일자리요?”


안 그래도 기분이 좋지 않았던 성태는 곽청을 향해 자신의 감정을 쏟아 부을 생각이었다.

그러나 일자리라는 말에 금세 태도를 달리했다.


“어디 계십니까?”

- 마침 근처를 지나가는 중입니다.

“금방 내려가겠습니다.”


성태는 곽청의 대답도 듣지 않고 통화를 종료한 후 후다닥 방을 빠져 나갔다.

헐레벌떡 고시원 입구로 내려오니 곽청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하하. 빨리 오셨네요?”

“타시죠. 가면서 얘기 하시죠.”

“예. 암요. 그래야죠.”


곽청과 함께 도착한 곳은 이미 두 번이나 방문한 기억이 있는 수진의 집이었다.


“일자리에 대해서 얘기 하시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맞습니다. 들어가시죠. 아가씨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예. 알겠습니다.”


일자리를 주는 게 곽청이든 수진이든 상관없다고 생각한 성태가 성큼 성큼 집안으로 들어갔다.

기억과 전혀 달라지지 않은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집안의 모습.

수진이라는 여자가 관리하는 것은 아닐 테고 분명 다른 이들이 관리하고 있을 것이다.


“오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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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063 영혼이 보인다. 20.01.14 115 7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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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061 영혼이 보인다. 20.01.11 118 9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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