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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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범(颱犯)
작품등록일 :
2019.11.01 10:24
최근연재일 :
2020.05.0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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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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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078 영혼이 보인다.

DUMMY

일단 수진이 가리킨 곳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으나 상관없다.

수진이 그곳으로 가야 한다고 했으니 가면 그만이다.


“여기예요.”


성태의 뒤를 따라 걷던 수진이 말했고 두 사람이 멈춰 섰다.


“여기요?”

“예. 여기서 기다리라고 했어요.”

“기다려요? 누굴? 아니 누가 그런 말을 했죠?”

“무서운 할아버지가 말했어요.”


난감한 상황이 되어 버렸다.

미호의 경고가 있었음에도 성태는 그것을 문제 삼지 않았다.

오직 수진을 구해야 한다는 생각만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이곳으로 와 수진을 만나보니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무서운 할아버지가 누구죠?”

“저도 모르겠어요. 그냥······. 전부터 계속 제게 말을 걸었던······.”


사기를 품고 사는 여인.

인간의 몸으로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사기를 품고 사는 여인에게 말을 걸었다는 노인.


“흘흘흘. 드디어 왔구나.”


갑자기 들린 목소리에 놀란 성태가 수진을 뒤로 숨기며 몸을 돌렸다.

수염을 길게 그리고 흰색의 한복을 입고 있는 노인이 나타났다.


“그런데 혼자가 아니구나?”

“누구십니까?”

“그러는 네놈은 누구······. 호오. 저승사자인가?”

“······.”


법기를 꺼내지 않았지만 노인은 성태를 향해 저승사라라고 말했다.


“왜 저승사자가 이곳에 있는 것이지?”

“누구냐고 물었습니다.”

“발칙한 놈. 감히 이 내가 누군지 알고 그따위 말을 하는 것이냐?”

“닥쳐!”


성태는 화를 참을 수가 없었다.

눈앞에 있는 노인이 수진을 힘들게 하는 원인이라는 것을 알아챘기 때문이다.


“네놈. 감히 지금 내게 반항을 하려는 것이냐?”

“그래. 네놈이 누군지 왜 아가씨를 이곳으로 데려 왔는지 말해라. 말하지 않으면 죽이겠다.”


성태의 손에서 법기가 솟아올랐다.

영혼이라면 아니 영혼일 테니 황금색 법기에 반응을 보여야 한다.

그리고 역시 노인은 성태의 손에 들린 황금색 법기를 발견하고 반응을 보였다.


“호오. 상급사자였나? 가만 기운을 보니 구청난인가 뭔가 하는 애송이 인가?”

“내 이름은 김성태. 수진 아가씨를 지키는 경호원이다.”

“흐음······. 아니었나? 기운이 비슷해 그런 줄 알았더니 아닌 모양이군.”

“말해라. 네놈이 누구이며 왜 아가씨를 이곳으로 데려 왔나?”


당장이라도 자신을 공격할 것 같은 모습의 성태를 마주하고 있음에도 노인은 전혀 긴장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모습이 재미있다는 표정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래. 좋다. 네놈이 어떻게 여기 있는지 모르겠지만 알려주마.”


노인의 말을 모두 믿을 수는 없다.

그러나 마냥 무시하기에는 그의 말이 너무나 엄청났다.


“그 아이는 소중한 재료가 될 것이다.”


영혼에게 허락 된 저승이 아닌 인간이 살고 있는 이승.

그곳에 또 다른 저승을 만들기 위한 작업.

인간의 탈을 쓰고 인간이 해서는 안 되는 짓을 일삼는 인간을 벌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네놈이 무슨 자격으로 그런 것을 결정하는 거지?”

“자격이라······.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오직 나의 의지만 있을 뿐!”

“미친놈이네.”


노인과 당당히 마주하며 말을 하고 있었으나 사실 성태는 두려움을 느끼고 있는 중이었다.

이미 말아 쥔 주먹은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었는지 쓰라렵기 시작했고 두 다리는 애써 힘을 줘봐도 덜덜 떨리고 있었다.

거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수진을 보호해야 함에도 자신의 목숨에 대한 걱정이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다는 것이었다.


“흐합! 됐어. 까짓 해보지 뭐.”


두려움을 넘어선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성태는 스스로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싸움에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그러나······.


“미친놈은 바로 네놈이다.”

“뭐?”

“내가 언제 너하고 싸우자고 하던?”

“그럼 지금 뭐하자는 거지?”

“그 여아가 가진 기운만 거둬가면 된다.”

“가진 기운만 거둬 간다고?”


성태가 고개를 돌려 수진을 바라봤다.

겁에 질려 있는 건지 흐릿한 시선으로 멍해 보이는 모습이다.


“네놈도 알 것 아니냐? 지금 그 아이는 인간이 감당하기 힘든 사기를 품고 있다.”

“그래서?”

“그걸 어서 제거해야 제 명을 살 수 있지.”


희망적인 말이다.

수진의 몸에 사기가 모여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 그걸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

그런데 갑자기 나타난 노인이 그 불길하기만 한 사기를 거둬간다고 한다.

하지만 성태는 뭔가 이상함을 눈치 챘다.


“인간이 감당하고 못하고를 떠나 이 기운을 가져가면 어떻게 되는 거지?”

“그 아이는 산다.”

“아가씨가 살면 그 기운은 어떻게 되는 거지?”

“내가 알아서 처리하겠지.”


이거다.

성태가 계속 이상하다고 느꼈던 부분이 바로 이것이다.


“그 기운을 가져가 이승에 지옥문을 열겠다?”

“어차피 너와는 상관없는 일이다.”

“나와는 상관이 없다?”

“그렇지. 넌 안전해진 저 아이를 데리고 원래의 곳으로 돌아가면 그만이다.”

“크크크크.”


웃음이 났다.

대충 듣고 생각하면 참 고마운 사람이다.

그토록 위험한 기운을 품고 사는 수진의 몸을 온전히 고쳐 준다고 하는 매우 고마운 사람.

그러나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결국 수진의 몸에 있는 기운을 가져가 이승에 지옥문을 열겠다는 말이다.


“너 혹시 도깨비 방망이도 모으냐?”

“뭐?”

“너 혹시 도깨비 방망이 같은 것도 모으냐고 물었다.”

“네놈이 그걸 어떻게 알지?”

“그렇군. 그랬어. 네놈이 바로 그놈이었군.”


이승에 지옥문이 열리면 어떻게 될까?

당연히 인간과 영혼의 경계가 무너지고 혼란이 올 것이다.

그 혼란이 어떤 형태로 나타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생각을 해보자.

인간이 죽어야만 갈수 있는 곳이 저승이라고 했다.

즉 육신은 사라지고 영혼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물론 이승에도 영혼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영혼 중 인간의 삶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는 것들이 얼마나 될까?

사람들이 말하는 악귀 혹은 악령이라 불리는 것들.

어떤 이유로 어떤 방법으로 저승으로 가지 않고 이승을 떠도는지 모르겠으나 결국 인간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놈들이다.

저승 문이 열리면 그런 재수 없는 불필요한 놈들이 넘쳐나게 되겠지.

그럼 결국 인간의 삶은 완전히 망가지게 된다.


“도깨비는 그들 고유의 터를 가지고 있다지?”

“······.”

“그 도깨비들을 한데 모아 터를 다지고 각종 능력이 깃들어 있는 방망이로 이상한 짓을 하면 좋겠지?”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것이냐?”


성태는 수진에게 자신의 진심이 닿기를 간절히 염원했다.

그녀가 가진 사기를 모두 자신이 가져올 수 있기를 기원했다.

그리고 수진에게 손을 뻗었다.


“아가씨. 그 더러운 기운 제게 주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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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063 영혼이 보인다. 20.01.14 115 7 7쪽
62 062 영혼이 보인다. 20.01.13 114 7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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