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 특성 쩔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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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쏙독
작품등록일 :
2019.11.01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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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10 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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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1.20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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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DUMMY

“좋아. 깔끔하군.”


목이 부러져 즉사한 모론을 붙잡은 세건은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기괴하게 일그러진 모론의 얼굴은 혓바닥이 튀어나와 있었지만 어쨌든 시체는 멀쩡했다.


세건에겐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마력을 흡수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현재 마력: 108/200]

[정수 장착칸이 다섯 칸으로 증가합니다.]

[일반마법: 방어막(Lv.1)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고유마법: 정수흡수(Lv.1)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고유마법: 정수조합(Lv.1)을 얻었습니다.]

[추가 정수 목록을 얻었습니다.]


게다가 때맞춰 레벨까지 오르자 세건의 입 꼬리는 내려올 줄 몰랐다.


그동안 아무 변화도 없던 스킬들이 레벨이 상승하고 새로운 스킬까지 생겼다.


한손에 인간의 시체를 든 채 활짝 웃는 거인은 소름끼치는 모습이었지만 아무도 보지 않으니 세건은 신경 쓰지 않았다.


[정수흡수(Lv.2): 2미터 안의 시체들에서 동시에 정수를 흡수할 수 있습니다.]

[정수조합(Lv.1): 두 개의 정수 특성을 조합해 새로운 특성을 만들어냅니다. 정수조합에 실패할 경우 사용된 정수는 사라집니다.]


스킬들 내용을 살피던 세건의 눈이 빛났다.


‘일단 정수흡수는 더 편리해졌어.’


사정거리는 그리 길지 않았지만 더 이상 직접 시체를 만질 필요가 없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했다.


게다가 여러 시체에서 동시에 정수를 흡수할 수 있단 점도 좋았다.


그동안 다수의 몬스터를 사냥하면 일일이 손으로 터치하면서 돌아다녀야 했는데 일이 한꺼번에 줄어들었다.


‘그런데 정수 조합은 잘 모르겠는데···.’


딱히 쓸 곳이 없어 남아있던 정수들이 있기 때문에 세건은 주저하지 않고 정수조합을 시작했다.


[로봇-강철몸(Lv.1)과 아이언 만티스-날개(Lv.1)를 선택했습니다. 레벨이 낮아 조합이 불가능합니다.]


“응?”


설마 불가능하단 말이 나올 줄은 몰랐던 세건은 조합이 가능한 정수들을 찾아야만 했다.


결국 세건은 한동안은 쓸 일이 없어 보였던 인간 정수들을 조합했다.


[인간-사격술(Lv.1)과 인간-민첩함(Lv.1)을 선택했습니다.]

[예상 조합정수: 속사(Lv.1). 정수를 조합하시겠습니까?]


“조합해줘.”


조합을 선택하자 눈앞에서 잠시 푸른빛이 번쩍이더니 새로운 메시지 창이 떠올랐다.


[실패했습니다. 인간 정수 2개가 사라집니다.]


“···.”


처음부터 실패하자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인상을 찡그린 세건이 다시 조합을 시도했다.


[실패했습니다. 인간 정수 2개가 사라집니다.]

[실패했습니다. 인간 정수 2개가 사라집니다.]

[조합 성공! 조합정수: 속사(Lv.1)를 획득했습니다.]


연달아 6개의 정수를 날린 끝에야 마침내 성공할 수 있었다.


[속사(Lv.1): 빵야빵야! 총구에서 탄환이 쏟아진다! 당신은 원래 성능을 뛰어넘어 훨씬 빨리 사격할 수 있습니다.]


“이건···.”


조합된 특성이 그리 대단한 건 아니었지만 세건은 눈을 크게 떴다.


이런 식으로 특성들을 조합할 수 있다면 그 활용도는 무궁무진하다고 해도 괜찮으리라.


정수조합이라기보다는 특성조합이 더 어울리는 단어라 생각했지만 이름을 정하는 건 세건이 아니었다.


“스킬들은 확인했고···. 정수 목록은 뭐지?”


세건의 의문에 상태창이 반응했다.


[현재 정수목록1이 저장되어 있습니다. 다음 정수목록으로 교체하시겠습니까?]

[오늘 남은 교체횟수:2]


‘어차피 바꿀 수 있다면 괜찮겠지?’


세건은 주저하지 않고 정수목록을 교체했다.


그 순간 거대했던 세건의 몸이 줄어들더니 원래 모습으로 돌아왔다.


가볍게 손에 들고 있던 모론의 시체가 무거워진 탓에 세건은 어쩔 수 없이 바닥에 내려놓아야 했다.


“뭐지?”


당황해서 상태창을 확인한 세건은 장착 정수를 보고 눈을 크게 떴다.


====

[목록2 장착 정수(5)]

없음

====


지금까지 장착한 정수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마치 처음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된 때처럼 깨끗한 상태.


‘이거··· 목록마다 별도로 정수를 장착할 수 있는 건가?’


효과 자체는 한 번에 다섯 개씩만 가능하지만 장착 칸이 두 배로 늘어난 셈이었다.


만약 목록 1과 전혀 다른 정수들로 목록 2를 조합한다면 적에 대한 함정으로도 쓸 수 있었다.


“젠장. 조금만 더 빨리 얻었으면···.”


워터 트롤들을 사냥한 뒤 과감히 포기했던 특성들을 떠올린 세건은 아까워 미칠 지경이었다.


“후우···. 지나간 일은 잊어야지.”


한숨을 내쉰 세건은 다시 정수목록을 교체했다.


황무지의 폐허 한복판에서 아무 정수도 장착하지 않는 건 어리석은 짓이었다.


원래 정수 목록으로 돌아오자 세건의 몸이 다시 조금 전 거인 상태로 부풀어 올랐다.


“일단 보너스는 모두 확인했고···. 메인 보상만 챙기면 되나?”


상태창을 눈앞에서 지운 세건이 모론의 시체로 관심을 돌렸다.


마침 레벨 업 덕분에 장착 칸이 다섯 개가 되었으니 이대로 정수만 흡수하면 그만이었다.


다만 정수를 흡수하기 전에 할 일이 있었다.


‘20억 그렛을 포기하긴 그래도 아깝지. 내키진 않지만···.’


허리춤에서 커다란 단검을 뽑아든 세건이 모론의 목에 칼을 가져다 댔다.


“윽.”


물근육의 괴력 덕분에 단번에 모론의 목이 잘려나갔다.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정수와 돈 양쪽 모두 챙기기 위해선 이게 최선이었다.


지금까지 확인한 바로는 정수 흡수는 시체가 얼마나 남았는지가 중요했다.

그렇지 않다면 세건이 메이스로 머리를 부순 사람들의 정수는 흡수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시체를 확인할 수 있는 머리만 남기고 몸에다 정수 흡수를 사용하는 편이 나았다.


“정수 흡수. 정수 장착”


혹시 몰라 모론의 머리를 멀리 내던진 세건이 정수를 흡수했다. 그리고 곧바로 물 마법 특성을 장착했다.


[물 마법-수분조작(Lv.1): 경배하라! 물이 당신의 의지를 따릅니다. 마력을 사용할수록 조종되는 물의 힘이 강해집니다.]


테일러와 달리 모론의 마법은 별다른 제한 없이 습득할 수 있었다.


애초부터 수분을 조작하는 것 자체가 모론의 마법인 모양이었다.


시험 삼아 마법을 사용하자 대기 중에 녹아있던 물들이 구슬처럼 뭉치기 시작했다.


이미 모론이 방안의 수분을 있는 대로 끌어다 쓴 뒤였기에 더는 모을 수 없었다.


“그럼 여기 일은 대충 끝났고···. 남은 정수나 흡수해볼까.”


새로운 정수 목록이 생긴 세건은 아직도 전투의 소음이 끊이질 않는 바깥으로 신경을 돌렸다.


바깥에는 죽은 사람이나 몬스터들의 시체가 가득할 터.


장비는 다른 헌터들이 챙겨갔겠지만 사이보그도 아닌 이상 시체들은 고스란히 남아 있을 것이다.


일반인의 정수는 그리 기대하지 않았지만 남아 있는 마법사들의 정수는 충분히 매혹적이었다.


“그럼 돌아가기 전에··· 조금 챙겨볼까.”


모건의 머리를 비닐로 싸 배낭에 집어넣은 세건은 전장 같은 밖으로 걸어 나갔다.


다시 정수를 흡수할 시간이었다.

****


죽은 헌터들과 아직 시체가 남은 몬스터들의 정수를 흡수한 세건은 길드로 돌아갔다.


“잡았나보군.”

“예. 여기 놈의 머리입니다.”


세건이 배낭에서 꺼낸 모론의 머리를 카운터에 올렸다.


노인은 익숙한 손놀림으로 피에 젖은 비닐을 벗겨내고 서류에 인쇄된 사진과 얼굴을 대조했다.


“좋아. 그러면··· 길드 2층 회의실에서 기다려.”


돈만 받고 돌아갈 생각이었던 세건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2층에서요? 그럼 돈은···?”

“아무리 길드라도 20억 그렛이 현금으로 있지는 않지. 의뢰인이 돈을 가져올 거다.”


세건은 고개를 끄덕였다.

은행도 아니고 길드에서 현금으로 그런 거금을 갖고 있는 건 확실히 이상했다.


“그런데 의뢰인이 직접 온다고요? 그 사람 1급 시민에다가 도시의 고위직에 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도시에 사는 시민이 가진 선민의식은 엄청나다.


게다가 엔트위프에서 사실상 귀족이나 다름없는 대우를 받는 1급 시민이라면 더더욱 그랬다.


그들이 생각하기엔 야만인들이나 사는 도시 밖으로 걸음을 옮길 사람들이 절대 아니었다.


“가족을 잃었으니··· 원한이 상당하더군. 이놈을 죽인 사람과 꼭 대화하고 싶다고 했어.”

“설마 돈이 아까워서 슬쩍 처리하려고 하는 건 아니겠죠?”


반쯤 농담 삼아, 그리고 반은 진지하게 세건이 묻자 노인이 처음으로 피식 웃었다.


“그 수많은 헌터들을 뚫고 모론을 잡아온 너를?”

“그냥 운이 좋았을 뿐인지도 모르잖아요?”

“이 세상에 운 같은 건 없어. 그럴 만 하니 그렇게 될 뿐. 아무튼 돈을 받고 싶으면 기다려.”


돈을 받고 싶으면 기다리라는데 어쩔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세건이 잠자코 자리에서 일어나자 노인이 슬쩍 피투성이가 된 세건을 바라보더니 말을 덧붙였다.


“2층에 샤워시설이 있으니 씻고.”

“그러죠.”


고개를 끄덕이고 2층으로 올라가자 세건을 따라온 접수원 한 명이 샤워실을 안내했다.


“여기가 샤워실입니다. 그리고 길드에서 보관하던 옷 중에 적당한 것 한 벌 넣어놨으니 끝나면 갈아입으세요.”

“고맙습니다.”


직원에게 인사를 건네고 샤워를 마친 세건은 직원이 마련해준 옷을 입고 회의실로 향했다.


똑같은 종류의 몬스터 가죽으로 만든 옷과 가죽 자켓이었는데, 다행히 세건의 사이즈와 다르지 않아 입어도 불편하지 않았다.


회의실에 앉아 기다린지 얼마 되지 않아 마침내 의뢰인이 문을 열고 들어섰다.


콧수염을 멋지게 기른 깡마른 노인이었다.


중요 인사답게 주변에는 마법사로 보이는 호위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자리에서 일어선 세건을 본 노인이 호우들을 밀치고 다가왔다.


“자네인가? 내 가족들의 원한을 갚아준 사람이.”


황무지에서는 한 번도 보지 못한 깔끔한 정장을 차려 입은 노인의 눈은 격정으로 불타오르고 있었다.


“모론을 죽였냐고 물으시는 거라면··· 예.”

“좋아, 좋아···. 정말 잘 됐군. 이봐! 그 놈 시체는 어디에 있나?”


노인의 말에 헌터 길드의 직원이 잘려나간 모론의 머리를 들고 회의실로 돌아왔다.


잔뜩 일그러진 모론의 얼굴은 피가 제대로 닦이지 않아 처참한 모습이었지만 그 모습을 본 노인은 미친 듯이 웃음을 터트렸다.


“이, 이 개자식···! 어울리게 뒈졌구나!”


콧수염을 파르르 떨며 모론에게 욕설을 퍼붓던 노인이 갑자기 세건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당연히 끔찍하게 죽었겠지? 이놈이 어떻게 뒈졌는지 말해주게.”

“아, 그게···.”


당황한 세건이 말을 흐렸다.

사실 얼굴이 심각하게 일그러지긴 했지만 단번에 목을 부러트렸으니 통증 자체는 거의 느끼지 않았을 것이다.


‘조금 다르게 말해도··· 괜찮겠지. 이건 선의의 거짓말이라고.’


잠시 고민하던 세건은 노인이 원했을 방향으로 설명했다.


“어르신이 원하는 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제법 처참하게 죽었죠. 제 마법으로 몸이 말라비틀어져서 가루가 되었습니다.”

“몸이 가루가 되었다고? 그게 무슨 소리인가.”

“음. 이놈 머리로 보여드려도 될까요?”


세건이 모론의 머리를 가르키자 잠시 고민하던 노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세건은 짐짓 진중한 표정으로 모론의 머리를 붙잡고 정수 흡수를 사용했다.


[정수를 흡수합니다.]

[신체가 부족해 정수를 흡수할 수 없습니다.]


당연히 목만 남은 시체에서 정수를 흡수할 수 없었지만, 모론의 머리는 미라처럼 마르더니 바스라져 먼지로 변해버렸다.


“산채로 몸이 말라붙어서 죽은 건가?”

“예. 그래서 얼굴이 아까 그렇게 일그러진 거죠.”

“···좋군. 놈이 공포와 고통 속에 죽었길 바라네.”


고통은 모르지만 공포만큼은 확실하리라.


세건이 잠자코 고개를 끄덕이자 노인이 입을 열었다.


“혹시 원하는 것이 있나? 뭐든지 한 가지 들어주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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