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게임을 클리어하면 초능력자가 될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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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아케레스
작품등록일 :
2019.11.03 00:29
최근연재일 :
2020.04.19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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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22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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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공작 칼마하트

DUMMY

꾸웅.


‘비켜!’


빅토리 루마니의 모습을 한 마왕이 제 이마를 짚는다.


“끈질기구나, 인간.”


꾸웅.


심상 세계 안에서 진짜 빅토리 루마니가 몸을 던진다.

결과는 약간의 두통.


마왕이 두통을 무시하며 전장으로 시선을 옮긴다.


“살려줘!”

“으아아악!”


검투 도시 인근의 마을 하나가 통째로 타오르고 있었다.

마왕의 병사들이 흐르는 침을 닦지도 않고 득달같이 주민들에게 달려든다.


“키하하하핫!”

“찍어! 죽여!”

“꺄아아아악!”

“야들야들한 살결!”


괴수들은 본능적 욕구를 전혀 억제하지 않고 마을 위에 게워내듯 뱉어낸다.

인의(人義)나 도덕(道德) 같은 논리는 이들의 삶에서 완전히 배제된 듯 보였다.


찢고, 죽이고, 강간하고, 살인한다.

침대가 식탁이 되고, 거실이 도살장이 된다.

인륜을 정면에서 부정하는 흡혈귀들의 연극에 트롤과 늑대인간들이 박수치며 웃어댄다.


마왕이 무감정하게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초반엔 가지고 놀 맛이 나는 정도의 전력이 한두 번씩은 나왔었는데, 마왕군에 대한 소문이 퍼진 건지 이제는 그 정도의 전력조차 보기 힘들어졌다.


“지루하군.”

“도시 수준의 인구 밀도가 되어야 그나마 상대할 맛이 나는 것 같습니다.”


커넥션의 말에 앨런과 유린, 성자 벨지안 등을 떠올린 마왕이 고개를 끄덕였다.


앨런에게 한 번 완벽하게 박살 난 그는 마왕이 친히 되살려 준 덕분에 되살아났다.

마법 도시의 전장에서 쓰러진 재능있는 전사들의 뼈로 재구성된 그의 신체는 아직 강화를 거치진 않았지만, 전의 비루한 병사 출신의 몸보단 훨씬 잠재력이 있었다.


“다시 한번, 저를 잊지 않고 되살려주신 것, 감사합니다.”


빅토리 루마니의 성대가 무감정하게 울렸다.


“무얼, 네 검은 되살릴 만한 가치가 있음이라. 앞으로도 정진하여 성취를 보여라. 그땐 내가 더 큰 상을 내릴 터이니.”


커넥션의 귀화가 감동으로 화르륵 타오른다.


“이 뼈가 100번 가루가 되더라도 아르페지오 님을 모시겠습니다.”


혼자 감동 드라마를 찍고 있는 커넥션에게 다른 마계 백작들이 다가왔다.

검투 도시에서 합류한 데스나이트, 오필리언 백작.

전사 도시를 함락시킨 리치, 논타 백작.

그리고 용병 도시를 침공했던 늑대인간, 도토리스 백작.


리치, 논타 백작이 끌끌끌 웃었다.


“필멸자에게 가루가 될 때까지 얻어맞았다지? 검을 휘두른 세월이 아깝구나, 끌끌.”


늑대인간, 도토리스 백작이 주먹에 묻은 피를 핥으며 말했다.


“스켈레톤 나이트. 크릉. 천출인 거 티 내고 다니지 마라. 같은 백작이라는 게 부끄럽다. 감당하지 못할 것 같으면 알아서 인장을 반납하는 게 낫지 않겠나? 크릉!”


데스나이트, 오필리언 백작은 그들의 말에 동조하지 못했다.

그 자신도 검투 도시에서 커넥션과 같은 수모를 당했던 탓이다.


커넥션이 고개를 돌려 도토리스 백작을 직시했다.


“한 판 붙던가. 누가 백작이라는 작위에 어울리지 않는지는 붙어보면 알 수 있겠지.”


도토리스 역시 이를 보이며 사납게 웃었다.


“그거 좋지. 고작 스켈레톤 따위랑 같은 작위여서 어디 말하기도 부끄러웠는데, 마침 잘됐군. 네 인장, 내가 먹어 치워주지.”

“흥. 번개 치면 꼬리나 말고 낑낑대는 늑대인간 주제에.”


커넥션이 있지도 않은 혓바닥을 날카롭게 놀려대자, 열이 뻗친 도토리스가 눈을 빨갛게 붉히며 달려든다.


“크아아앙!”


스릉.


커넥션이 검을 뽑은 순간, 마왕의 입이 열렸다.


“그만.”


쿠웅.


압도적인 압박감이 사위를 지배한다.


커넥션과 도토리스는 동시에 전의를 사그라뜨렸다.

마왕의 말은 곧 법이다.


커넥션과 도토리스의 관계에 흥미가 전혀 없는 마왕 아르페지오는 무감정하게 하늘을 바라보다 눈에 이채를 띄었다.


실낱같은 마력의 흐름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논타.”


눈을 부릅뜬 마왕이 리치 백작을 불렀다.


“예, 마왕님.”

“보이나?”

“예?”


논타가 되묻자, 아르페지오는 말없이 마기를 대량으로 분출했다.


마나와 마기는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않는 성질이 있었다.

아르페지오의 마기가 상공을 잠식하자, 마나의 움직임이 더 뚜렷하게 보였다.


이내, 논타도 마력의 흐름을 발견했다.

신경 쓰지 않았다면 찾지 못할 정도로 교묘하게 위장한 마나.


“메시지 마법이군요.”

“그런가.”


곧 논타가 분석을 시작했다.

마나의 움직임을 관측한 이상, 분석은 쉽다.


“오호, 저희가 들렸던 마을로 이동하는군요. 생존자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마왕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래. 움직여야 살아남을 수 있지 않겠느냐.


“수신처는 확인됐고, 발신처는 어디지?”


리치가 지팡이를 땅에 찍어가며 연산을 시작했다.


커넥션을 비롯한 나머지 백작들은 이미 리치, 논타의 주변에 모여서 그를 구경하는 중이다.

물론 작업을 보면서도 이해하지 못했다.

백작급 리치의 마도 연산은 일반적인 범재들은 따라가지 못하는 수준이다.


한참을 씨름하던 리치가 벌떡 일어났다.


“클클, 찾았습니다.”

“어느 쪽이지?”

“크릉, 어디냐!”


스켈레톤 나이트 커넥션의 귀화가 불타고, 데스나이트 오필리언의 사기가 서늘거린다.

흥분에 젖은 늑대인간 도토리스 역시 꼬리를 빳빳이 세운다.


논타가 마지막으로 다시금 마법을 검산한다.

틀림없다.


“마탑입니다.”


리치의 대답에 커넥션이 제 검을 꾸욱 쥐었다.

반면, 오필리언과 도토리스는 당황했다.


마왕이 대규모 공간 단절마법을 뚫지 못하고 돌아온 건 그리 큰 비밀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물론, 마왕의 그릇이 너무 거대한 힘을 감당하지 못하는 탓이다.


마왕은 말없이 진군했다.


한 번 찾은 흔적은 눈에 더 잘 보이기 마련이다.

침공한 지역, 침공할 지역을 가리지 않고, 마법의 흔적이 발견되었다.

메시지 마법, 혹은 소환마법.


물론 모든 흔적은 마탑으로 수렴했다.

몰랐다는 게 어이없을 정도로 대규모의 마법이다.


마왕이 피식 웃었다.


“귀여운 짓거리를 하는구나.”


의도는 명확했다.

마왕의 여흥이라도 되는 수준의 강자들을, 마탑은 싸그리 모으고 있었다.


실제로, 맥없는 저항 때문에 마왕군의 사기가 떨어질 지경이었다.


“마법 도시로 돌아간다.”


--


마법 도시. 대회의실.


“마왕군이 되돌아왔습니다.”

“그런가. 그럴 만도 하지. 언제까지고 걸리지 않을 순 없었겠지.”


각각 메시지 마법과 소환마법을 맡아 마왕 원정군을 소집하던 가로우와 에제키엘이 고개를 떨궜다.


마왕군에게 들키지 않고 최대한 많은 인재를 포섭, 소환하는 게 그들의 임무였다.

적지 않은 수의 전력이 모였지만, 안심할만한 수준이 모이기 전에 마왕이 눈치를 채고 말았다.


브레히트가 꼬장꼬장한 목소리로 호통쳤다.


“고개를 떨굴 여유가 있나! 마왕군이 코앞까지 닥쳤는데? 그리고 중요 인물은 다 모았잖냐.”

“그래도···.”


공간 단절마법의 유지 및 보수를 맡은 안토니우스도 굳은 표정으로 말을 더했다.


“되돌아온 이유가 있을 겁니다. 마왕군의 규모도 저번보다 커졌고, 저쪽도 우리처럼 다수의 마기를 모으면, 공간단절 마법이 파훼 될 가능성이 충분합니다.”


쿠당.


회의실에 방만하게 앉아있던 한 남자가 일어났다.


“이제 전면전인가?”


근육질에 옷 밖으로 여기저기 삐져나온 흉터가 인상적인 거친 윤곽의 남자.

검투 도시에서 살아남아 탈출한 조코비치였다.


“아무래도 전면전이 될 것 같군. 마왕이 생각해온 방도가 있다면 말이야.”

“없지는 않겠죠.”


브레히트의 담담한 발언에 마법사들이 긴장했다.


저번에는 피해갔던 마왕과의 전쟁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우득, 우득.


조코비치가 담담히 목을 꺾었다.


“내 담당일 때 전면전이 결정되다니. 이건 면이 좀 사는군.”


--


마왕군이 마탑 앞에서 도열했다.


온갖 괴수와 사납기로 유명한 지성체들이 규칙 아래에 얌전히 서 있는 모습은 위화감을 불러일으켰다.


마왕 아르페지오가 푸른 빛으로 발광하는 마탑 앞에 섰다.


리치, 논타가 조심스럽게 묻는다.


“다른 선봉대가 아직 도착하지 않았습니다. 조금 기다리는 게 어떠실지.”

“이쪽 차원으로 넘어왔다는 기별을 듣지 않았더냐. 지금이라면 전투 중에 도착한다.”

“혹여 만에 하나···.”


아르페지오가 눈을 번뜩인다.


“짐의 계산이 틀렸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냐?”

“아닙니다.”


로브를 잎은 해골이 깊이 고개를 숙인채 물러간다.


그 모습을 지켜본 마왕이 이내 몸을 돌려 마탑을 마주본다.


웅웅웅.


마탑의 벽에 고운 손을 가져다 댄다.


팅.


단절된 공간이 손을 밀어냈다.


“준비하라.”


마왕의 명령에 휘하 부대가 일언반구 없이 전투태세에 돌입한다.


[낮에 뜨는 달]


후웅.


대낮이었던 마법 도시에 어둠이 내려앉았다.


크아아앙!

끼히히히!


“힘이 넘쳐난다!”

“다 죽이고 싶어!”

“빨리! 빨리!”


낮이 가고 해가 져서 오는 어둠이 아니라, 온전히 마왕의 마기가 불러일으킨 어둠이다.

마왕군의 흉폭함이 들끓기 시작했다.


아르페지오가 빅토리 루마니의 손으로 다시금 마탑의 푸른 빛에 손을 뻗었다.


팅.


튕겨내는 반발을 억지로 무시한다.


팅, 팅, 팅.


손에 마기가 집중된다.

마왕 주변으로 마기의 소용돌이가 생긴다.


커넥션을 비롯한 백작 일행이 침도 삼키지 않고 거대한 힘의 운용을 뇌에 박아 넣는다.


일견 거친듯하지만 새는 힘이 하나도 없이 온전히 마왕의 몸으로 들어가는 마기.


마왕이 웃었다.


마치 저금통을 까는 기분이다.

얼마나 많이 모여있을까.


티디디디디디디딩.


덥썩.


마왕의 손이 푸른 빛을 붙잡는다.


리치, 논타가 눈을 번쩍였다.


푸른 빛은, 단절된 공간의 끝자락이다.


우드득.


마왕이 붙잡은 손을 당기기 시작한다.


콰아아아아아아아.


동시에 마왕의 몸에서 엄청난 양의 마기가 들끓는다.


“마왕님! 그러다간 그릇이···.”

“괜찮다.”


빅토리 루마니의 몸이 무너져 내려간다.

마왕의 마기가 무너지는 몸을 억지로 유지시킨다.


귀족 영애의 곱고 얇은 팔에 온통 핏발이 선다.


이윽고.


뚜드득.


마탑이 단절시킨 공간이 다시 이어졌다.


후웅.


푸른 빛이 꺼지고, 희미해졌던 마탑의 윤곽이 다시 선명해진다.


안토니우스의 예상은 맞았지만 틀렸다.

마왕은 공간 단절마법의 해결책을 가지고 돌아왔다.

그것도 스스로.


동시에 백작들이 외쳤다.


“크와앙! 진겨어어억!”

“돌격하라!”

“빠르게 진입한다. 공적은 우리의 것이다!”

“클클클. 들어가자.”


콰아앙!


굳게 닫혀있던 마탑의 정문이 터져나갔다.


그리고,


마탑이 모은, 마왕군에 대적할만한 정예가 모습을 드러냈다.


“드디어 오셨나. 몸이 뻐근해서 죽는 줄 알았다고.”

“일어나! 적이다!”

“끄응, 오늘이 죽는 날인가.”


검투 도시의 조코비치와 아프로, 유저 칸과 파케를 비롯한 정예 검투사들.


“늑대들, 전투 준비.”

“전투 준비!”

“일할 시간이다!”


맹인 검사, 늑대 우두머리 코우와 혈랑단 단장 하시연을 비롯한 대장 늑대들.


“우리도 가세.”

“응, 다 터뜨려주자고.”

“하아, 한동안 계약 다시 따러 다니느라 정신없겠네.”


마탑의 안토니우스, 엘로힘. 그리고 약속의 마도사 다이크를 비롯한 마법사들.


“리로드 클랜 집합!”

“철혈! 움직여라!”

“결전인가.”


용병 도시의 유현수, 유비, 유다. 그리고 클랜의 정예들.


“빛의 이름으로.”

“성자님의 유지를 잇는다. 각오해!”

“성령의 가호는 항상 우리 곁에 있다.”


십자회의 이단심판관 마스체라노와 제2 성기사단장 시셸. 횃불의 대주교 아포른. 그리고 사제연합.


“흐응. 저게 마계의 사령체인가. 우리 도시의 귀염둥이들이랑은 결이 많이 다르네. 못 봐주겠어.”

“..도시의 업무도 많이 밀렸는데. 그나저나, 그새 알아채고 마왕군이 사령 도시로 회군하진 않겠죠?”

“클클클, 진정한 전사는 싸움을 피하지 않지!”


사령 도시의 세리나, 브리틴, 우르칸.


그리고.


“우리도 가자, 노랑아.”


크롸라라라!


유린.


데이아와 칸테라가 보유한 전력의 총합이, 이곳 마탑에 있었다.


크헝헝헝헝!

키히히히히!


“죽여라!”

“진격하라!”


이윽고 중간계의 명운을 건 전투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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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단지 스킬 하나 얻기 위해서 +3 20.04.16 401 16 15쪽
97 단지 스킬 하나 얻기 위해서 +1 20.04.15 386 17 13쪽
96 단지 스킬 하나 얻기 위해서 +2 20.04.15 392 14 11쪽
95 단지 스킬 하나 얻기 위해서 +1 20.04.14 410 12 12쪽
94 어셈블(Assemble) +4 20.04.13 399 13 13쪽
93 어셈블(Assemble) +6 20.04.12 397 11 13쪽
92 강유진 +8 20.04.11 419 10 13쪽
91 십자회 +5 20.04.10 410 16 14쪽
90 십자회 +4 20.04.09 391 14 15쪽
89 십자회 +6 20.04.09 378 14 11쪽
88 십자회 +6 20.04.08 422 13 14쪽
87 십자회 +3 20.04.07 405 1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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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SP 연합 +4 20.04.05 408 16 13쪽
84 SP 연합 +2 20.04.04 381 15 13쪽
83 SP 연합 +2 20.04.03 401 1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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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귀환 +3 20.04.01 420 14 12쪽
80 vs 마왕 +5 20.03.31 392 14 12쪽
79 vs 마왕 +1 20.03.30 400 16 13쪽
78 vs 마왕 +4 20.03.30 421 13 13쪽
77 vs 마왕 +4 20.03.29 400 13 13쪽
76 vs 마왕 +2 20.03.28 402 15 12쪽
75 vs 마왕 +2 20.03.27 408 13 15쪽
74 마왕 대항군 +4 20.03.26 410 12 12쪽
73 마왕 대항군 20.03.25 411 13 14쪽
72 마왕 대항군 20.03.24 414 1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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