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게임을 클리어하면 초능력자가 될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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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아케레스
작품등록일 :
2019.11.03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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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19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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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8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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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날

DUMMY

이후로 ‘For Honor’에서 앨런을 막을 수 있는 요소는 없었다.

세피로트의 최강자 데우스 엑스 마키나는 앨런과 협약을 맺었고, 데이아의 최강자 초대 흡혈귀 브리틴은 사령 도시 바깥으로 나오지 않았다.

사령 도시는 마왕 살해자, 듀라한 제이미가 사령 도시에 귀환한 이후, 생명체들과 왕래를 아예 그만둬서 세간에는 시장 브리틴이 제이미와의 결투 끝에 죽었다는 소문이 돌았다.


앨런과 이하 그의 팀원들은 남은 3개월 동안 업적을 쌓는 것보다 주변 유저 사냥에 전념했다.

유저 사냥은 앨런만 행한 특별한 일이 아니었다.

‘For Honor’ 유저들은 대부분 다른 유저들을 없애는 데 전념했다.

업적을 쌓는 것보다 다른 유저를 없애는 게 효율적이라는 계산은 앨런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누군가는 그 광경이 마치 ‘For Honor’ 초반의 것과 같다고, 그들이 전했던 안전 수칙은 역시 그냥 나온 게 아니었다고 감탄했다.

남은 유저가 적어질수록, 유저를 죽였을 때 돌아오는 업적비는 커지니, 상황은 가속에 가속만 거듭했다.


NPC들도 유저 사냥에 나섰다.

SP 연합을 벤치마킹해 유저끼리 담합한 다른 여러 회사의 유저 모임은 말 그대로 박멸됐다.

세피로트 차원에서 활동하던 유저들은 ‘이계인’이라는 낙인 아래 데우스 엑스 마키나에게 처형당했다.

마탑의 이계인 리스트에 오른 유저들 역시 죽었다.

마탑은 앨런의 손에 의해 멸망 당했지만, 그들이 남긴 리스트는 세계 곳곳에 전달되어 결과를 남긴 것이다.


유저들에게는 절망과 같은 환경이었다.

대부분의 유저가 죽고, 아주 적은 유저만이 NPC로 위장해 살아남았다.

그리고 정말 극소수의 유저들만 이계인이라는 명패를 걸고 활동했다.


그 극소수를 대표하는 사람은 물론 앨런이었다.


헌터 업계는 난리가 났다.

서버 종료를 일주일 앞두고, ‘For Honor’는 1기와 2기 능력치 출력 총합이 약 208배 차이 난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208배. 간단히 생각해도, 현 헌터 업계의 일선에서 활약하고 있는 랭커, 진영수급의 능력자가 208명이 나온다는 뜻이다.


매스컴은 연일 새로이 탄생할 능력자들에 대해 조명했다.

드러난 스킬들을 분석하고, 그 능력이 현실에서 어떻게 적용될 것인지 예상하는 컨텐츠들이 유명세를 탔다.

물론 가장 많이 분석되고, 거론되는 인물은 앨런이었다.


새로운 능력자의 탄생에 세계의 이목이 쏠린 가운데, 일부 헌터 회사들은 울상을 지었다.

잘못된 판단으로 예하 소속 예비 능력자들이 모조리 탈락했기 때문이다.


반면, 모든 회사 울상을 짓고 있는 건 아니었다.

당연히 웃는 회사도 있었다.


한국에서 가장 헤벌쭉 웃은 회사는 안단테였다.

명실상부 랭킹 1위. 앨런과 사전 계약한 헌터 회사였으니까, 당연한 일이었다.

‘For Honor’ 2기의 가장 큰 수혜자를 영입 확정했다는 사실만으로, 회사 안단테의 주가는 펄쩍 뛰었다.


최소 진영수 급, 어쩌면 세계 랭킹 10위, 한국 랭킹 1위의 강수현에 비견되는 능력자의 탄생일 가능성도 있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한동안 한국 대표라는 타이틀은 손에 꼭 쥐고 있겠군요. 축하드립니다, 회장님.”

“하하. 고맙네. 요즘은 주주들도 쪼지 않지? 살 맛 좀 나겠어, 현철이?”

“말이라고요. 하하. 그보다 회장님 자식 교육에 세간의 관심이 큽니다.”

“그러게. 걱정이야. 부끄럽지만 자식들 교육에 신경 써 본 적이 없단 말이지. 스스로 잘 커 줘서 기특할 따름이네.”


--


데이아, 사령 도시, 시장실.


마지막 날.

앨런의 팀원들은 각자 인연을 쌓아온 NPC들과 마지막을 보내기로 했다.

유린은 세피로트 차원에 있는 횃불 본단에 찾아갔고, 다이크는 안토니우스와 엘로힘 부부를 만나러 갔다. 유다는 용병 도시로, 히카리는 콜로세움 아틀란타로 향했다.


혹여 마지막 날에 습격을 당할 위험이 있을지도 몰랐지만, 그들은 이제 시시한 습격에 죽을 수준이 아니었다. 가장 약한 유다와 히카리도.

데우스가 약속을 깨고 기습한다면 혹시 모를까.

그런 천재지변만 일어나지 않는다면, 그들이 죽을 가능성은 없었다.


앨런이 향한 곳은 사령 도시였다.

게임을 시작한 곳은 세피로트 차원의 기신 도시 예소드지만, 기억에 남는 NPC는 이곳에 가장 많았다.


국왕 살해자 제이미, 근성 오크 우르칸. 아름다운 마녀 세리나와 상인 얼터와 쟌쿠스. 그리고 정감 가는 사령 도시의 주민들.


앨런은 그들 모두를 만나 인사하고, 이제 막 시장실에 들어온 참이었다.

앨런이 소파에 앉아 차를 들며 말했다.


“드디어 하루 남았네요.”

“내일입니까?”

“네.”

“이런 벌써 해가 지는데, 얼마 남지 않았군요. 일찍 만날 걸 그랬습니다.”

“하하. 다른 사람들과는 이야기 나누고 왔어요. 남은 건 시장님뿐인걸요.”

“이런. 죄송합니다. 제가 일이 바빠서.”


내일.


앨런이 창밖으로 지는 노을을 바라보았다.

따뜻하고 처연한 주홍빛 물감이 창을 예술적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앨런이 문득 생각했다.

서버가 닫힌 후에도, 이 세계는 계속 켜져 있을까?

브리틴과 제이미는 도시를 위해 여전히 분투하고, 데우스는 야망을 드러낼까?

십자회 재건을 부르짖는 이들의 광신적인 움직임도 여전할까?

마법사들은 하던 연구를 지속할까?


그랬으면 좋겠다.


앨런이 브리틴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차를 마시고 있던 브리틴이 눈웃음으로 그의 시선을 받았다.


그를 죽이지 않은 이유 역시 그 생각의 연장이었다.

이미 업적 부문에서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하고 있어서 할 수 있는 선택이었지만, 하여튼.

브리틴이 없다면, 아마 사령 도시는 유지가 굉장히 힘겨워질 것이었기에, 앨런은 그를 처리하려고 하지 않았다.


“어? 브리틴. 볼이 붉어요.”


볼이 붉다.

보통 볼이 붉어지는 이유는 피가 돌기 때문이다.


흡혈귀는 피를 신체에 돌리지 않고 심장(정확히는 가슴 근처)에 뭉쳐 모아둔다.

그들에게 피는 생명의 유지에 필요한 요소가 아니라, 그저 에너지 덩어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흡혈귀들은 항상 창백하다.


그렇기에 브리틴의 볼이 붉은 건, 놀랄만한 일이었다.


브리틴이 머쓱하게 웃었다.


“제이미가 마계에서 귀환할 때, 아주 흥미로운 물건을 들고 왔더군요.”


브리틴이 주머니에서 주먹만 한 항아리를 꺼냈다.

사령왕의 단지.

전전대 마왕 아크튜러스의 주무장으로 알려진 사령왕의 단지는 대상이 사령체라면 어떤 격을 가지고 있든 그 안에 담을 수 있는 효능이 있었다.


“제 사령체로서의 영혼을 잘라 담았습니다. 아직 다른 주민들은 몰라요. 이게 정말 효과가 있을지 확인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죠.”

“설마 자기 몸에 실험하신 거예요?”

“네. 달리 할 사람이 없었으니까요.”


브리틴이 씨익 웃었다.

앨런은 브리틴이 거짓을 말한 걸 알았다.

제이미든 누구든, 사령 도시에 모인 사령체라면 누구든 실험을 자청했을 테다.

하지만 그들을 소중하게 여긴 브리틴이 그저 스스로에게 실험을 한 것이겠지.


“보시다시피, 결과는 어느 정도 성공인 것 같군요.”

“이제는 흡혈귀가 아닌 거예요?”

“아뇨. 아직 인간화가 끝난 건 아니라서, 아직 흡혈귀로서의 특성이 여기저기 남아있어요. 전부 사라지는지 확인하는 것도 제 일이죠.”


앨런이 씨익 웃었다.


“마음이 좋네요. 잘 되어서.”

“앨런 씨 덕분입니다. 앨런 씨가 마왕을 죽이지 못했다면, 제이미 역시 돌아오지 못했을 거고, 그랬다면 저는 이 단지를 가지고 연구할 기회를 얻지 못했겠죠.”

“저는 절 위해서 일했을 뿐이에요. 하하. 그런 말씀은 부끄럽네요.”

“사실은 보통 부끄러운 법입니다. 앨런.”


앨런이 코를 쓰윽 훔치고, 브리틴이 하하 웃었다.


브리틴이 물었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겁니까?”

“아마도요.”

“마계에서도 돌아온 앨런 씨인데. 다시 못 본다고 생각하니 믿기지 않는걸요.”

“마계보다 조금, 아니 많이 먼 곳이니까요.”


많이. 아주 많이 멀었다.


“앨런 씨는 그곳에서도 잘하실 겁니다.”

“그러게요. 그래야 할 텐데.”


대답하는 앨런의 목소리에 숨길 수 없는 두려움이 섞인다.

브리틴이 싱긋 웃었다.


“‘그’ 앨런 씨가 이렇게 떨다니. 그쪽 세계는 정말 처참한가 보군요.”

“하하. 말도 못 하죠.”


고도로 문명화된 사회는 경제라는 논리로 사람들을 찍어누르고 억압하고 제멋대로 다뤄댄다.

앨런은 중세의 생활 수준인 ‘For Honor’ 속 세계가 현실보다 낫다고 생각할 때가 많았다.


특히 사령 도시를 볼 때 그런 생각이 자주 들었다.

브리틴이라는 유능한 시장이 도시를 잘 이끌고 있기 때문이겠지.


“저, 그곳에서 브리틴 씨와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저 같은 사람이요?”

“네. 약자를 보호하고, 세상을 더 아름답게 만드는 데 앞장서는 사람이요.”


브리틴이 소리 내어 웃었다.


“저를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계셨군요.”

“아닌가요?”


브리틴은 말없이 차를 홀짝였다.


“앨런 씨는 잘하실 겁니다.”

“그랬으면 좋겠어요.”

“걱정하지 않아도, 그런 사람이잖아요?”

“저는 브리틴 씨랑 다르게, 죄다 쳐 죽이고 다녔는데요. 십자회를 부수고, 마탑도 부수고, 또 어디냐, 마왕성도 부수고···.”

“하지만, 사령 도시는 그렇게 하지 않으셨죠.”


앨런이 콧등을 긁었다.


“그건, 그렇죠.”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고귀하고 신성한 천사를 제 손으로 죽였죠. 뭇사람들이 보기엔 불경하고 해서는 안 될 짓입니다. 사실 앨런 씨를 만나기 전인 과거에, 저는 앨런 씨만큼이나 악명 높은 사람이었습니다.”


브리틴의 눈이 아득해졌다.

사령화한 뒤, 스승에게 거둬져 흑마법을 처음 접했을 시기의 그는 후회스럽기 그지없었다.


“저 만큼이나요?”

“혈강(血江)의 브리틴과 만날 일이 있으면 자기 신발코를 보는 데 집중해라. 이런 격언이 생길 정도였어요. 한창 흑마법에 심취했을 적 일인데, 흑마법이라는 학문 자체가 도덕적인 범위 안에서의 연구만으로는 성취에 한계가 있었거든요. 하하.”


앨런이 브리틴의 흑마법을 떠올렸다.

그의 흑마법은 천사와 대적할 정도로 대단했다.


브리틴은 자신의 대단한 힘이 비도덕적인 행위에서 나왔다고 말하고 있었다.


“중요한 건, 지금의 나죠. 성취는 그릇된 방법으로 했으나, 지금의 저는 앨런 씨와 같은 대단한 사람이 닮고 싶다고 할 정도로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있잖아요?”


지금의 나라.


앨런이 생각에 잠겨있는 사이에 브리틴이 말을 이었다.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이상적으로 살아야 할 이유가 없어져요. 조금 부덕하게 살아도, 저를 말릴 사람이 없으니까요. 하지만 그렇기에 강한 사람이 이상적으로 살 때, 그 가치는 더욱 빛을 발하죠.”


“그러니까, 지금 그 마음. 잊지 마십시오, 앨런. 잊지 않고 움직이기만 한다면, 당신은 분명 저보다 더 대단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겁니다.”


그렇게, 앨런과 브리틴은 날이 새도록 이야기를 나눴다.


작가의말




 ㅜㅜ 밤 열두 시에 오겠다는 말이었는데, 낮 열두 시인줄 착각하신 독자님이 계시네요. 죄송해요.


 그나저나..

내일에필로그로 글을 마칩니다.


 더 늘여볼까도 생각했는데, 그냥 심플하게 가기로 했어요. , 써놓은 장면들이 재미가 없더라고요. 제가 보기에. 그래서 자르고 자르다보니, 이번 파트가 한 편이 되고 말았습니다. 하하.

  

저는 내일 12시에 오겠습니다.

 

+ 100화! 어떻게 여기까지 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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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단지 스킬 하나 얻기 위해서 +3 20.04.16 401 16 15쪽
97 단지 스킬 하나 얻기 위해서 +1 20.04.15 386 17 13쪽
96 단지 스킬 하나 얻기 위해서 +2 20.04.15 392 14 11쪽
95 단지 스킬 하나 얻기 위해서 +1 20.04.14 410 12 12쪽
94 어셈블(Assemble) +4 20.04.13 399 13 13쪽
93 어셈블(Assemble) +6 20.04.12 397 11 13쪽
92 강유진 +8 20.04.11 419 10 13쪽
91 십자회 +5 20.04.10 410 16 14쪽
90 십자회 +4 20.04.09 391 14 15쪽
89 십자회 +6 20.04.09 378 14 11쪽
88 십자회 +6 20.04.08 422 13 14쪽
87 십자회 +3 20.04.07 405 15 14쪽
86 SP 연합 +5 20.04.06 405 19 18쪽
85 SP 연합 +4 20.04.05 408 16 13쪽
84 SP 연합 +2 20.04.04 381 15 13쪽
83 SP 연합 +2 20.04.03 401 15 12쪽
82 귀환 +4 20.04.02 418 16 13쪽
81 귀환 +3 20.04.01 420 14 12쪽
80 vs 마왕 +5 20.03.31 392 14 12쪽
79 vs 마왕 +1 20.03.30 400 16 13쪽
78 vs 마왕 +4 20.03.30 421 13 13쪽
77 vs 마왕 +4 20.03.29 400 13 13쪽
76 vs 마왕 +2 20.03.28 402 15 12쪽
75 vs 마왕 +2 20.03.27 408 13 15쪽
74 마왕 대항군 +4 20.03.26 410 12 12쪽
73 마왕 대항군 20.03.25 411 13 14쪽
72 마왕 대항군 20.03.24 414 1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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