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의 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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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마구로킹
작품등록일 :
2019.11.03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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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1.07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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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검은 요새 (3)

DUMMY

나무꾼 영감은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숲에서 오두막을 지어 살고 있었다.


세 사람이 겨우 들어갈 수 있는 오두막은 조그만 침실과 부엌으로만 이루어져 있었다.


아침부터 점심까지 나무를 베었고 때가 되면 집으로 돌아와 장작을 만들었다.


장작을 마을 시장에 내다 팔고 올 때마다 노인은 음식재료나 생필품을 사왔다.


노인은 스프와 감자로 간단한 저녁식사로 끼니를 때우곤 했다.


자기 전에 그는 항상.



“오늘도 일용한 양식을 주시고 평안한 하루를 보내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라고 신께 기도를 올리고 잠에 드는 게 그의 일상 중 하나였다.



나무꾼 영감은 그날도 어김없이 나무를 베고 있었다.


그날따라 나무의 밑동이 잘 베어져 노인은 기분이 좋았다.


새가 지저귀는 소리가 나무줄기 사이사이로 울렸다.


노인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도끼질을 해대고 있었다.


새의 지저귐과 함께 콧노래 도끼질의 박자가 어우러져 숲속에 메아리처럼 퍼지고 있었다.


노인은 숲속에 울리던 쿵 쿵 하던 도끼질 소리가 이상하리만치 더없이 크게 들린다고 생각 했을 때 나무에 앉은 새들이 한꺼번에 하늘로 날아올랐다.



쏴아-



노인의 머리 위로 어둠이 내리깔렸다.


갑자기 주위가 어두워져서인지, 한 번에 밀려오는 새떼의 날갯짓 소리 때문인지, 노인은 손에서 도끼를 놓칠 뻔 했다.


도끼를 고쳐 잡은 노인이 자기 주변의 그늘진 숲속을 둘러보다가 먹구름이 몰려온 건 아닐까 하고 하늘을 올려다보려 했다.


그가 고개를 드는 순간, 순식간에 그의 눈앞이 캄캄해졌고 무언가가 노인의 뒷덜미를 낚아채 올렸다.


노인은 한 순간 몸이 붕 뜨는 걸 느꼈고 덩달아 피가 거꾸로 솟구치는 불쾌한 느낌에 속이 울렁거렸다.


질끈 감은 눈을 뜨니 그는 자신이 하늘에 다다랐음을 알아차렸다.


짧은 찰나에도 노인은 끊임없이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나를 낚아챈 것이 용일지, 천둥새일지, 그런 것들이 정말 세상에 존재라도 했는지.


나무꾼 영감은 잠시 의아했지만 까마득한 발아래를 보고는 이게 장난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이제 꼼짝없이 죽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자 몹시 두려워졌다.



-바..다..로 가..려면 어..디..로 가야하냐?



나무꾼 영감은 놀란 것도 잊었는지 자신의 눈을 의심하고 있었다.


이야기책이나 전설에서나 전해지던 거인이 자신의 눈앞에 떡하니 있는 것이었다.


게다가 말까지 걸어오는 거인이라니.


거인은 거대한 집게손가락으로 노인의 옷 뒷덜미를 잡고선 들어 올리고 있었다.


노인은 거인의 손가락 끝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노인의 눈에 거인은 조금 이상해 보였다.


연기 같기도, 거품 덩어리 같기도, 솜 덩어리 같기도 하고, 구름 같아 보이기도 했다.


거인의 얼굴색이 욹그락 붉그락 변하더니 노인을 자신의 코 앞 가까이로 대고서 다시 한 번 물었다.



-바..다..로 가려면 어..디..로 가..야하냐고?



거인의 얼굴이 크게 부글거렸다.


거인이 화난 것처럼 보여 노인은 지레 겁을 먹고 바들바들 떨었다.


특히나 거인이 말을 할 적에 입 구멍이 크게 벌어졌다가 다물어지는 모습에 곧 자신이 저 속으로 들어가겠구나 하고 절망적인 생각마저 드는 노인이었다.


노인은 침착하게 대응하기로 마음먹었다.


자고로 사나운 맹수 굴에 들어가더라도 정신만 바짝 차리면 살수 있다는 말이 있었다.


지혜롭게 대처한다면 거인이 자신을 놓아줄 수도 있지 않겠나 하는 호기로운 마음이 일고 있었다.


노인이 막 입을 떼려고 할 때 목소리가 들려왔다.



“할아버지를 놔줘!”



노인의 미간이 좁혀졌다.


가느다랗게 뜬 눈으로 보니 거인의 어깨를 타고 있는 한 소녀가 보였다.


소녀가 거인에게 명령을 내렸고 거인은 소녀의 곁으로 노인을 놔주었다.


소녀의 어깨에 머물러 있던 왠 거품방울 하나가 노인에게 날아들었다.


벌처럼 앵앵거리며 노인의 주위를 맴돌자 노인은 거품방울을 쫓으려 허둥지둥 팔을 아무렇게나 휘저었다.


거품방울은 노인이 등에 메고 있는 자루가 신기했던지 그 속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노인이 거인의 어깨 위를 밟자마자 바람이 크게 일었다.


바닥의 거품이 위로 솟구쳐 올랐다가 다시 가라앉았고 노인은 행여나 무슨 일이 일어날까봐 급히 눈앞을 손으로 가렸다.


희미해진 사이로 소녀가 쓰고 있던 모자가 날아와 노인의 발치로 떨어졌다.


허리를 굽혀 그걸 주운 노인이 다시 허릴 폈을 때 소녀가 노인의 바로 앞까지 와있었다.


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소녀의 백발도 따라 휘날리고 있었다.


거인에게 명령을 하는 것도, 흉측한 거품방울 하나가 날아들어 자신을 괴롭히는 것도, 백발이 어지럽게 휘날리는 것조차, 노인의 눈에 소녀는 영락없는 마녀의 모습이었다.



흐흐흐흐-



노인의 입속에서 어색한 웃음이 감돌았다.


노인은 애써 태연한 척 소녀에게 모자를 건네줬지만 떨리는 손은 감출 수 없었다.


소녀는 빼앗듯이 노인이 들고 있던 모자를 잡아챘다.


그리고는 백발을 감추듯 모자를 깊이 눌러썼다.



“바다로 가려면 어떻게 가야하죠?”


소녀가 내뱉는 말이 어딘지 어색하고 목소리는 또 어찌나 떨리는지.


그런 소녀의 언행이 노인의 눈에 딱 들어왔다.


눈썰미 좋은 노인이 그런 걸 놓칠 리 만무했다.



‘그래. 내 눈이 잘못됐을 리 없지. 암. 그렇고말고.’


나무꾼 영감은 아주 잠시 동안 산지기를 했던 지난날을 회상했다.


산에서 신기한 현상은 종종 있었지만 그건 신기한 현상이라고 하기엔 일종의 자연현상에 불과했다.


기껏해야 아지랑이나 오로라 따위, 전설이나 신화에서 나올 법한 그런 것들은 아니었다.



흠- 흠-



나무꾼 영감은 헛기침을 하는 척 하며 소녀를 정면으로 쳐다보았다.


소녀는 노인의 시선을 불편한 듯 피했다.


그래 마녀가 확실했다.


무언가를 숨기는 게 분명해 보였다.


그리고 저 꼬마마녀의 심기가 어딘지 모르게 매우 불편해 보였다.



‘뭐지. 내가 뭘 잘못한 거려나..’


노인은 여러 가지 가능성을 추측해 보았다가 한 가지 확실한 가정이 떠올랐다.



그건 자신이 모자를 함부로 만진 것 때문에 마녀가 무척 화가 났지만 애써 참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추측이었다.


이 마녀가 거인을 시켜 정말 큰일이라도 나기 전에 그들이 원하는 바를 해주는 게 상책이었다.


나무꾼 영감은 소녀에게 바다가 어디 있는지 말하려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이빨이 부딪칠 정도로 턱이 떨려와 쉽사리 입을 뗄 수 없었다.


그는 금방이라도 주저앉을 것처럼 다리를 떨고 있는 자기 자신을 발견했다.


목소리조차 나오지 않은 노인은 떨리는 검지로 남쪽 방향을 가리켰다.


그걸 본 거인은 노인이 가리킨 방향을 한 번 훑어보더니 순순히 그를 땅바닥에 놓아주었다.



그리곤 거인은 남쪽을 향해 나아갔다.


거인이 발을 뗄 때마다 쿵 소리와 함께 땅울림이 일어났다.


노인은 간신히 나무줄기를 짚고 일어났지만 현기증이 밀려와 몸을 가눌 수 없었다.


땅바닥에 주저앉은 노인은 거인의 뒷모습만 멍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거인의 발소리도 멀어지고 그들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지자 노인은 그제야 정신이 들었다.


그는 왕국이 위험에 처했다는 걸 깨닫고는 마을로 달리기 시작했다.


마을의 국경 수비대에게 먼저 이 사실을 알려야 했다.


등에 맨 자루가 들썩일 정도로 그가 한참을 정신없이 달음박질 치고 있을 때였다.


채찍질처럼 등을 자루가 철썩 철썩 칠 때마다 이상한 느낌이 드는 걸 지울 수 없었다.


노인이 잠깐 뒤돌아보니 등에 멘 자루가 자루채로 날뛰고 있었다.


수상히 여긴 노인이 달리는 걸 도중에 멈추고 잠시 자루를 들어올렸다.


손아귀의 자루는 공중에서 더 맹렬하게 이리 저리로 움직였다.


자루 속의 무언가가 마치 그 속에서 탈출하고 싶다는 듯이 말이다.


땅바닥에 앉은 노인이 자루를 자세히 들여다봤다.


자루의 입구는 느슨했지만 안에 든 것이 나오기엔 구멍이 비좁은 듯 했다.


언제 들어갔는지 모르겠지만 실수로 들어갔다가 자루의 입구가 고정되어 못 빠져 나온 것 같았다.


자루가 잠잠해졌고 노인은 조심스럽게 자루의 입구에 눈을 들이댔다.


구멍의 틈바구니로 안에 든 것을 확인하려 했다.



으악-



“아이고! 나 죽네!”



갑자기 자루 안에 든 것이 한바탕 또 날뛰는 바람에 노인이 눈을 쳐 맞았다.


노인은 눈을 부여잡으며 고통을 호소하다가 자루가 움직이지 못하게 단단히 움켜쥐고 구멍 틈을 뚫어져라 내려다봤다.


노인은 놀라서 뒤로 자빠질 뻔 했다.


자루 안에는 아까 마녀의 어깨에 머무르고 있던 거품 방울이 들어 있었다.


나무꾼 영감은 자루의 입구를 조이고는 끈으로 두 번 세 번 더 묶어 동여맸다.


이 거품방울을 보여준다면 모든 이가 자신의 말을 믿어 줄 거라 확신했다.


자루를 등에 맨 노인은 마을을 향해서 걸음을 재촉했다.

표지_하루의가출.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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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 19. 어둠 : 마지막 조우 (1) 20.04.27 20 1 10쪽
124 18. 차원을 달리는 거품마차 20.04.24 29 1 9쪽
123 17. 영원한 건 영원하다는 것 (7) 20.04.23 23 1 9쪽
122 17. 영원한 건 영원하다는 것 (6) 20.04.22 15 1 10쪽
121 17. 영원한 건 영원하다는 것 (5) 20.04.21 19 1 7쪽
120 17. 영원한 건 영원하다는 것 (4) 20.04.20 21 1 7쪽
119 17. 영원한 건 영원하다는 것 (3) 20.04.17 19 1 8쪽
118 17. 영원한 건 영원하다는 것 (2) 20.04.16 24 1 7쪽
117 17. 영원한 건 영원하다는 것 (1) 20.04.15 34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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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16. 초원의 하루 (1) 20.03.25 62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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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15. 호수 밑에서 (1) 20.03.20 75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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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14. 검은 기운 (5) 20.03.18 65 1 6쪽
101 14. 검은 기운 (4) 20.03.17 26 1 8쪽
100 14. 검은 기운 (3) 20.03.16 20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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