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의 가출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완결

마구로킹
작품등록일 :
2019.11.03 08:56
최근연재일 :
2020.04.30 16:30
연재수 :
128 회
조회수 :
4,472
추천수 :
245
글자수 :
461,733

작성
19.11.28 19:00
조회
39
추천
3
글자
8쪽

4. 유토 : 이상한 세계의 요괴들 (9)

DUMMY

“거기로 올라가면 카미님을 만날 수 있어.”


하루는 서두르지 않았다.


난간에 한 손을 얹고 계단을 한 발짝씩 올랐다.


하루가 계단을 오르다말고 멈춰 섰다.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홀로된 기분.


몸을 옆으로 틀어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더는 인도하지 않고 바고와 야쿠는 계단에 오르는 하루를 지켜보고만 있었다.



“같이 안 가주실거예요?”


바고와 야쿠가 동시에 끄덕였다.


그리고 바고가 차근차근 얘기했다.



“그곳에 올라가면 하늘정원에 코우가 있을 거야.”


“코우요?”


야쿠가 입에 양손을 대고 크게 외쳤다.



“집채만 한 흰 늑대가 있어. 멍청하게 크기만 해서 왕성한 식욕을 자랑하지. 아마 널 보자마자 잡아먹을 거야.”


하루가 지레 겁을 먹었다.


아직 얘기가 끝나지 않았는지 야쿠가 또 다시 고함을 질렀다.



“아차차! 그래도 괜찮아. 뱃속에서 카미님을 만나면 되니깐. 낄낄낄낄.”


바고가 야쿠의 뒤통수를 쳤다.


“왜 머릴 때려! 젠장 맞을 장난도 못 쳐!”


바고가 어서가라는 손짓을 올려 보냈다.


그리곤 하루에게 야쿠의 말 따위 잊으라며 말을 이어나갔다.



“걱정하지 않아도 돼. 코우는 카미님을 지키는 수호자야. 누군가를 이젠 막 잡아먹지는 않아.”


“이젠요?”


하루가 휘둥그레진 눈으로 반문했다.



“아무튼 지금은 괜찮다고.”


바고는 자신이 한 말에 지신이 있다는 듯 주먹을 불끈 쥐어보였다.


그러고는 자기도 모르게 짤막한 한 마디를 툭 내뱉었다.



“옛날엔 아니었지만..”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바고가 말끝을 흐렸다.


하루는 자신의 귀를 의심하며 되물었다.



“잘 안 들려요. 뭐라구 하셨어요?”


“어험. 어험. 코우가 잘 안내해 줄 거라고.”


“냉큼 못가! 왜 이렇게 겁이 많아! 인생 별 거 있어!”



바고가 조용히 하라며 야쿠의 어깰 툭 밀쳤다.


야쿠의 한쪽 어깨가 휙 밀려났다.


그 어깨를 축 삼아 한 바퀴 빙 돌더니 바고를 마주보고 섰다.


그리고 야쿠가 황홀하다는 듯이 과장된 표정을 지었다.


가슴 한복판엔 두 손을 포개어 얹은 채 말이다.


야쿠가 바고를 상대로 씨알도 안 먹히는 장난을 쳐댔다.


그는 바고가 상반신에 검은 줄무늬 문신을 새겨주겠다는 약속 때문에 이미 흥이 오를 대로 오른 상태였다.


이래저래 신이 난 야쿠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4층으로 내려갔고 바고도 하루에게 눈인사를 건네곤 자리를 떠났다.


그들의 뒷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다른 쪽 계단을 바라보다가 다시 계단 위를 올려다보는 하루였다.



문을 열 수나 있을까.


육중한 문이 하루의 정면에 버티고 서 있다.


엄두가 나지 않을 만큼 거대한 문이었다.


우두커니 닫혀 있는 그 문을 한동안 바라보다 하루가 두 손바닥을 문에 대고 힘을 주어 밀었다.


꿈쩍도 안할 것 같은 문은 의외로 쉽사리 열리고 있었다.


거대한 크기에 비해 가볍게 밀렸다.


하루는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며 조금 더 세게 문을 밀었다.


문을 밀수록 끼이익- 음산한 소리가 텅 빈 공간에 울려왔다.


문을 다 열자 강렬한 햇빛이 쏟아졌다.


빛은 하루의 시야 전체를 하얗게 덮었다.


질끈 눈을 감았다가 뜨니 몽롱한 시야가 정상으로 돌아왔다.


입을 다물지 못하고 하루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왜 이곳이 하늘정원이라 부른지 알 것 같았다.


하늘정원은 하늘과 곧바로 마주하고 있었다.


마치 하늘정원으로 하늘이 무너진 것처럼.


하늘과 맞닿아 있다고 착각이 들만큼 태양과 구름이 그 주변에 가까이 몰려있었다.



주위를 둘러보던 하루는 얼어붙은 듯 주춤했다.


하늘정원의 부드러운 잔디 위, 배를 깔고 곤히 잠 든 흰 늑대를 발견해서였다.


바고와 야쿠가 말한 코우가 저 늑대임이 틀림없어 보였다.


정말 그들 말대로 저 흰 늑대는 쭈그려 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몸집이 집채만 해 보였다.


만일 코우가 당장이라도 벌떡 일어난다면 얼마나 크고 무서워 보일까.


하루는 그 순간을 연상해봤다.


하루는 코우에게 다가갔다.


그는 덩치에 걸맞지 않게 도르랑 도르랑 코를 골았다.


그 코고는 소리는 간헐적으로 들려오는 풍차 돌아가는 소리와 비슷했다.


그가 숨을 크게 들이쉬고 내쉴 때마다 코우의 콧구멍에서 콧방울이 커졌다 작아졌나를 반복했다.


그리고 간간히 주둥이의 입술이 부르르 떨렸다.


어쩌다 사나운 얼굴로 잠꼬대를 하거나, 입맛을 다시기도 했다.



반걸음도 채 안될 정도로 그에게 가까이 다가간 하루는 한참을 그의 주변만 서성였다.


고민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빠졌다 다시 크게 밀려왔다.


어떻게 깨워야 할지 난감했다.


그리고 하루에겐 신경 쓰이는 게 하나 더 있었다.


코우를 직접 마주하니 약간의 호기심을 제외한 그 나머지 심정은 공포심 반 두려움 반이 채웠다.


바고가 아니라고는 했지만 잘못 깨웠다간 화가 치밀어 오른 그가 자신을 잡아먹지는 않을까.


혹은 억지로 잠에서 깬 그가 시장기가 돌아 자신을 보자마자 입을 바로 벌려 한입에 꿀꺽 삼키지는 않을까.


하루는 그의 옆으로 털썩 주저앉아 버렸다.


코우가 깨어나길 마냥 기다려보는 수밖에.



아무리 기다려도 좀처럼 코우는 깨어날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깊은 잠의 수렁에서 그는 빠져나올 줄 몰랐다.


어쩔 수 없다 판단한 하루가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하루는 그의 귀에 대고 귓속말을 속삭였다.



“일어나요. 코우.”


하지만 코우는 코만 더 크게 골뿐 깨지 않았다.


뜸을 들이던 하루가 결심한 듯 그에게 손을 길게 뻗었다.


그래도 역시나.


코우의 어깨를 흔들어도, 그의 겨드랑이에 간지럼을 태워도, 코우의 꼬리를 잡아당겨도, 그의 귀에 대고 고함을 내질러도, 급기야 코우의 등에 올라타 방방 뛰어보아도 코우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단지 보란 듯이 귀만 까딱 한 번 움직일 뿐이었다.


두 손을 허리에 얹은 하루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씩씩댔다.


코우를 원망하듯 그의 뒤통수만 노려보고 있었다.



도저히 안 되겠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하루였다.


그리곤 마치 미끄럼틀을 타듯이 그의 등을 타고 내려왔다.


두 팔을 걷어붙인 하루가 코우의 코앞으로 성큼성큼 큰 걸음을 내딛었다.


하루는 두 손을 들어 그의 콧구멍을 턱 막았다.


부풀어 오르던 콧방울이 톡하고 터졌다.


시간이 흐르자 그가 어깨를 움찔움찔 거렸다.


그의 미간이 찡그리듯 좁혀졌다.


이윽고 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고통에 찬 표정이었다.


그리고 벌떡 숨을 쉬기 곤란했는지 번개처럼 그가 몸을 일으켰다.


코우는 콧김을 몇 번이나 뿜더니 머리를 세차게 좌우로 흔들어댔다.


여전히 비몽사몽한 채로 정신없이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여기에요. 여기.”


그제야 코우는 자신의 발아래 하루가 있다는 걸 알아채고는 소녀를 노려봤다.


“무슨 짓이야! 늑대를 죽일 셈이냐!”


곧이어 코우는 한껏 찡그린 눈으로 아가리를 크게 벌렸다.



아- 아- 아-


코우의 주둥이가 벌어질수록 그의 입속에 숨겨진 새빨간 잇몸과 거기에 박힌 기다란 이빨들이 서슬 퍼렇게 모습을 드러냈다.


과연 촘촘한 그의 이빨은 굉장히 뾰족하고 날카로웠다.


그 어떤 무엇이라도 꿰뚫거나 자를 수 있을 것 같았다.


하루의 가늘고 연한 육체 따위는 아무렇게나 갈가리 찢어 버릴 것만 같았다.


코우가 한입에 하루를 잡아먹을 수 있을 정도로 위턱과 아래턱이 벌어졌다.


그 크기에 압도당한 하루는 꼼짝도 못했다.


자세가 경직되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아예 몸이 움직일 줄 몰랐다.


마치 그대로 얼어버린 냉동생선처럼.


단숨에 잡아먹힐 거란 생각이 하루를 온통 지배했다.


하루의 커다랗게 뜬 눈이 깜빡이는 일조차 없었다.


움직이는 거라곤 눈 속을 구르는 눈동자뿐이었다.

표지_하루의가출.jpg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하루의 가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28 0. 에필로그 20.04.30 48 2 4쪽
127 20. 그리고.. 20.04.29 33 1 4쪽
126 19. 어둠 : 마지막 조우 (2) 20.04.28 28 1 10쪽
125 19. 어둠 : 마지막 조우 (1) 20.04.27 20 1 10쪽
124 18. 차원을 달리는 거품마차 20.04.24 29 1 9쪽
123 17. 영원한 건 영원하다는 것 (7) 20.04.23 23 1 9쪽
122 17. 영원한 건 영원하다는 것 (6) 20.04.22 15 1 10쪽
121 17. 영원한 건 영원하다는 것 (5) 20.04.21 19 1 7쪽
120 17. 영원한 건 영원하다는 것 (4) 20.04.20 21 1 7쪽
119 17. 영원한 건 영원하다는 것 (3) 20.04.17 19 1 8쪽
118 17. 영원한 건 영원하다는 것 (2) 20.04.16 24 1 7쪽
117 17. 영원한 건 영원하다는 것 (1) 20.04.15 34 1 7쪽
116 16. 초원의 하루 (10) 20.04.10 20 1 9쪽
115 16. 초원의 하루 (9) 20.04.09 16 1 7쪽
114 16. 초원의 하루 (8) 20.04.08 29 1 7쪽
113 16. 초원의 하루 (7) 20.04.07 21 1 7쪽
112 16. 초원의 하루 (6) 20.04.06 38 1 7쪽
111 16. 초원의 하루 (5) 20.03.31 16 1 8쪽
110 16. 초원의 하루 (4) 20.03.30 65 1 7쪽
109 16. 초원의 하루 (3) 20.03.27 15 1 7쪽
108 16. 초원의 하루 (2) 20.03.26 33 1 7쪽
107 16. 초원의 하루 (1) 20.03.25 62 1 7쪽
106 15. 호수 밑에서 (3) 20.03.24 13 1 11쪽
105 15. 호수 밑에서 (2) 20.03.23 15 1 8쪽
104 15. 호수 밑에서 (1) 20.03.20 75 1 8쪽
103 14. 검은 기운 (6) 20.03.19 21 1 7쪽
102 14. 검은 기운 (5) 20.03.18 65 1 6쪽
101 14. 검은 기운 (4) 20.03.17 26 1 8쪽
100 14. 검은 기운 (3) 20.03.16 20 1 8쪽
99 14. 검은 기운 (2) 20.03.13 29 1 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